

부산대생은 부대 앞 모텔촌에 안 간다
지하철을 타고 무작정 부산대 앞에서 내렸다. 미리 인터넷을 통해 메모해 온 모텔 주소와 위치를 확인해 가며 지하철 1번 출구로 나와 조금 가니 서너 곳의 모텔이 줄지어 서 있다. 모텔촌이라고 부르기엔 규모나 수로 많이 모자란 느낌이다. 부산대 정문까지 가는 동안 눈에 띄는 것은 오로지 커피숍, 옷가게, 스파게티전문점 뿐이다. ‘모텔은 진정 이게 다란 말인가?’
“부대 앞에는 모텔 별로 없어요. 바로 옆이 온천동이거든요. 거기에 많아요. 저도 온천동으로 다녀요.”
부대거리에서 만난, 부산사투리를 야무지게 또박또박 쓰는 한 여대생은 “택시 타면 기본요금”이라며 마지막까지 친절하게도 일러준다.
그렇다. 부산대생들은 부대 앞보다 온천동이나 동래에 있는 모텔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대 앞에는 모텔이 없고 신촌에 몰려 있고, 이대생들이 남자친구와 신촌 모텔촌에 가는 것과 같은 맥락인 듯하다. 몇 안 되는 모텔들은 어떤 모습일까? 부대거리라 불리는 부산대 앞 주요 상권 블록을 조금 지나 금정초등학교 뒤편에 일렬로 위치한 부대 앞 모텔은, 온천동이나 동래로 손님을 빼앗겨서일까? 주차장도 비어 있고 한가해 보였다. 대실 비용은 대부분 1만5천원에서 2만원 사이였고, 숙박은 3만원에서 4만원 정도였다.
2시간 30분에 6천원?
부산대까지 온 이상, 온천동 모텔촌으로 발길을 돌리기 전 대학가 구경이나 하자며 사진기자와 함께 오가는 대학생들 사이로 합류했다. 개강을 해서인지 점심시간 쯤 대학가는 젊음의 활기가 넘쳐 보였다. 부산대 정문까지 가는 동안에도 가장 눈에 많이 띈 것은 커피숍. 하나 건너 하나가 커피숍이다. 부산대 정문까지 이어지는 부대 메인거리는 서점, 도넛점, 커피숍, 옷가게, 휴대폰가게 등이 주를 이뤘고, 사이사이 골목에는 고기집과 술집, 노래방 등이 빼곡했다.
‘2시간 30분에 6천원’
‘뭐가 2시간 30분에 6천원이라는 거야?’ 6천원이라는 금액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테마별 룸카페를 표방하며 이미 서울의 강남역, 이대앞에서 인기를 끈 프랜차이즈 밀실 카페였다. 간단한 음료와 간식은 물론 룸마다 TV, 컴퓨터까지 갖춰져 있는데도 이용료가 저렴해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대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부산대 CC라는 한 연인은 오전 강의가 끝나고 오후 강의 때까지 종종 이곳에서 점심을 시켜먹거나 쉬면서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기념일이나 주말에는 온천동이나 동래 모텔로 가지만 주중에는 시간도 그렇고 가벼운 주머니 사정에 학교 앞 룸카페를 주로 이용한다고.
부산대 앞에는 이런 프랜차이즈 룸카페는 물론 커피숍이나 PC방을 새롭게 리모델링해 문을 연 밀실형 카페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지난해까지 PC방을 운영하다 올해 2월 카페로 리모델링한 한 멀티카페의 사장 안진용 씨는, “PC방 운영 때보다 수익이 30%나 올랐다”며 “모텔 이용료보다 저렴하고 부담도 없어 학생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부산대 앞보다 경성대 앞이 술집이나 나이트 등 유흥시설이 더 많다”며 “부대 앞은 전형적인 대학가 상권”이라고 설명했다.
대학가 상권은 대형상업시설에 의해 인위적으로 형성된 게 아니라 주고객층인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는 업종으로 기존의 대학생들로 인해 자연스럽게 외부에서 유입되는 형태로 발전하게 된다. 부산대 상권 역시 같은 형태로 발전해 왔다. 부산대 상권은 보세거리와 오렌지거리, 두 거리가 아울렛거리와 함께 부산대 앞 패션상권을 주도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형성된 보세골목은 지하철역에서 부산대로 향하는 10~20대 초반 유동인구를 대상으로 청바지, 셔츠 등 저가 보세의류를 판매하고 있다. 70%가 여성용이며, 점포의 권리금이 8평에 1억원을 호가할 정도로 우수한 상권을 누리고 있다.하지만 부산대 내 민간자본으로 건립된 효원굿플러스와 인근 대형 쇼핑몰의 매출 부진과 부산대학교 양산캠퍼스의 건립으로 주 고객층인 10, 20대의 인구가 줄어 부산대 앞 유동인구가 2000년대 초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부대거리에서 부동산을 운영하고 있는 김해복 씨 역시 “대형 쇼핑몰이나 영화관 등 부대 앞에도 이제 들어 올 건 다 들어왔다”며, “거대 자본이 유입되면서 유흥시설이 고급화, 대형화 됐고, 평당 임대 가격이나 권리금 또한 크게 올랐지만 수요가 줄다 보니 임대료 내기도 빠듯한 가게가 많다”고 전했다.
대학가 인근 원룸 역시 개강했는데도 빈방이 많은 실정. 비싼 등록금에 경기는 더 안 좋아져 학생들이 비싼 원룸에서 싼 고시텔이나 하숙으로 내려가는 ‘주거 하향 이동 현상’이 일어나 세입자를 못 구한 원룸이 개강 후에도 쏟아져 나온 것이다.
최대 수요자인 학생들의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부대 앞은 부담스러운 모텔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룸카페가 모텔을 대체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