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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프로젝트부터 최근의 작품까지 두 분의 작업은 어떻게 변화해가고 있다 할 수 있을까요?
G: 저희는 늘 출발점을 잊지 않고 있어요.
B: 규모가 더 커지고 더 복잡해진 거 같아요. 이제는 사람들이 저희 작업을 영구적인 성격의 것으로 여기고 있는데, 예전에는 전혀 그런 작업이 아니었어요. 순전히 주어진 기회와 예산에 따라 저희 프로젝트의 수명이 달려 있었죠. 그렇지만 이제는 거의 모든 작업이 영구적인 성격의 프로젝트예요. 규모가 커지고 더 복잡해지면서 도움을 청할 컨설턴트들도 더 많이 필요해졌죠…
테크놀로지가 새로운 한계이자 기회가 되고 있나요?
G: 그저 테크놀로지에 매몰된 담론은 멀리하고자 해요. 그런 건 매우 시대착오적인 작업 방식이죠. 단순히 새로운 소프트웨어나 새로운 공정을 논하는 것 이상의 작업이어야 하니까요. 그런 맥락에서 저희는 작품의 사회적 차원이나 라이프사이클,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좀 더 깊이 있고 의미 있는 경험을 창출하고 싶으니까요.
이제까지의 작업 중 특히 만족스러웠던 프로젝트는 무엇입니까?
B: MOCA의 인스톨레이션이죠. 이게 제대로 될지 확신이 없던 순간도 있었어요. 그래도 저희는 늘 위험을 감수하고 모험을 감행해요. 설사 실패하더라도 계속 밀고 나가려고 노력하죠.
G: MOCA 프로젝트 때, 갑자기 기계에 오류가 발생했었어요. 고칠 수가 없어서, 손으로 일일이 작업을 하는 식으로 대처했죠. 시간이 없어서 불가능한 일이었는데, 결국엔 문제를 해결했죠… 당시에 기계로 한 일이라곤 작품에 쓸 끈을 뽑아낸 것밖에 없어요. 그걸 한 개, 두 개, 세 개, 수천 개를 함께 매달아서 마침내 형태를 잡아가기 시작한 거죠. 다 해놓고 보니 결과가 정말 만족스러웠어요. 제대로였죠.
누군가를 위해 꼭 해보고 싶은 작업이 있으신가요?
G: 지금까지 해온 작업들만으로도 정말 운이 좋았다고 늘 생각하고 있어요. 저희가 받았던 작품 의뢰가 모두 만족스러웠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이상적인 클라이언트를 딱 꼬집어 말하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해보고 싶은 작업이 뭐냐고 아무리 캐물으셔도, 그런 의미에서의 아쉬움은 전혀 없어요.
B: 좋은 인간관계를 맺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작업의 유형보다는 사람이 중요한 문제죠. 세계 최고의 미술관에서 작업을 한다 해도, 그곳의 큐레이터와 좋은 인연을 맺지 못하면 훌륭한 프로젝트가 나올 수 없어요.
두 분이 바라는 이상적인 관객이란?
B: 저희가 바라는 건 대중적인 일반 관객과 소통하는 것이에요. 어린아이도 감응할 수 있는 그런 작업이요. 그치만 물론 학구적인 관객들과도 소통하고 인정받고 싶어요.
G: 그밖에 모든 분들도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만약에 경제적 여건이 안 따라줘도, 저흰 이 일을 계속 할 겁니다 (웃음). 저희에겐 저희 자신이 최고의 클라이언트이니까, 예산 같은 데 얽매이지 않으려 해요.
특별히 높이 평가하는 디자이너나 건축가가 있다면요?
G: 프랭크 게리를 들 수 있겠죠. 자신의 스튜디오를 꾸려서 작업해 나가는 방식 면에서요. 저 역시 거기서 오랫동안 일을 했는데, 매사에 다층적인 접근방식을 발휘하는 곳이에요.
B: 오토 프라이(Otto Frei)요. 그의 작품과 작업 방식은 늘 흥미로워요.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식도 그렇고 세부적인 부분도 그렇죠. 특정 재료를 연구해서 그 특성을 파악하는 게 뛰어나요. 디자이너의 작업에 따르는 변수와 한계를 면밀히 파악하는 거죠.
그렇다면 좀 더 젊은 세대의 인물 중에는요?
B : 더 베리 매니(Theverymany)의 마크 폰즈(Mark Fornes)가 맘에 들어요. 사실 저희는 특정 아티스트나 디자이너의 스타일에는 그리 관심이 많지 않아요. 그보다는 접근법이나 스튜디오 운영방식에 더 관심이 있죠.
G: 작업을 어떻게 여기느냐 하는 부분도요.
B : 마크 앨런(Mark Allen)도 있네요. LA에서 일종의 갤러리이자 창작 집단인 ‘머신 프로젝트(Machine Project)’를 꾸려가고 있는 인물이죠. 플럭서스(Fluxus)처럼 상호이익에 따른 커뮤니티를 결성해 활동하는 거예요. (예술 뿐 아니라) 요리, 원예, 수학 등등 관심 분야도 아주 다양해서, 컴퓨터를 이용한 뜨개질부터 전구를 이용한 제빵까지 온갖 워크숍을 열죠. 아티스트와 디자이너, 엔지니어들을 대상으로, 단 한 개의 전구를 이용한 오븐을 개발 공모전을 주최한 적도 있어요. 디자인과 효율성, 미학적인 부분을 두루 평가하고, 음식 비평가가 맛에 대한 평가도 내렸죠. 이런 것이야말로 예술과 삶에 대한 접근법 아니겠어요.
G: 얼굴도 맘에 들어.
B: 맞아, 재밌게 생겼지 (웃음).
젊은 후학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요?
B: 열심히 하게, 친구들.
B: 그런 질문을 종종 받는데, 뭐라고 하는 게 좋을지 아직도 고민 중이에요.
G: 저희 직원 둘한테도 이런 조언을 하는데, 한 명은 전혀 반응이 없고, 다른 한 명도 더 열심히 할 필요가 있어요. 아무튼 열심히 하는 게 정답이에요.
B: 범주화에 얽매이지 않는 게 무척 중요하다고 봐요. 범주는 특정한 방식으로 사람을 규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특정 집단에 끼워 맞추려다 보면, 창의적인 발상을 말살시킬 수 있거든요. “이건 건축가가 하는 일이니까 난 이렇게 하지 않겠어.” 라거나 “산업 디자이너란 이런 거야.”, “아티스트는 이래야 돼.” 라는 식의 사고 방식은 사람들에게 매우 한계가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전 항상 모든 이들에게 범주적 사고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가지라고 강조하죠.
G: 요즘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문제는 사람들이 손과 머리를 분리시켜 생각한다는 거예요.
B: 맞아! 정말 심각한 문제예요.
G: 버튼만 누를 줄 알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아요. 자신이 만들고 있는 것의 의미나 물질성, 그 무게에 대해 전혀 알지를 못하죠. 그런 것들의 균형을 잡는 게 중요한 법인데, 전혀 그렇지가 못해요. 물론 꿈을 꿀 줄 아는 것도 중요하고요.
그 말씀은 현대 건축을 예로 들자면, 손으로 만들어본 경험 없이 결코 머리만 써서 나올 수 없는 형태들이 있다는 건데요. 만약 대신 사고해주는 컴퓨터 프로그램 같은 게 없다면, 작업 결과물이 완전히 달라질 거라는 얘기인가요?
G: 그래요. 제가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당시에는 아날로그 방식의 사고와 수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무척 힘들었죠. 이런 일들을 손으로 직접 하며 알게 된 건, 그 접근법이 디지털 방식에 있어서도 아주 유사하다는 것이었어요. 양자는 서로 통하는 것이지, 동떨어진 게 아니에요.
B: 저희가 반디지털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건 아니에요. 단지, 작업을 하려면 그게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야 할 때가 있다는 거죠. 때로는 실제 재료로 직접 만들어보면서 더 많은 걸 배울 수가 있어요. 그런 능력을 결합해서, 컴퓨터를 이용해 자신의 상상력을 확장하는 게 중요한 거죠. 컴퓨터 없이는 절대 구현할 수 없는 것을 구현할 수 있게끔 자신의 역량을 넓혀가는 것인데, 잘못하면 너무 지나칠 수도 있어요. 그랬다간 순전히 자기 머릿속 생각에만 갇혀버릴 수 있는데, 저희도 그런 작업에는 흥미가 없어요.
미래에 관해 근심하는 바는 무엇인지요.
G: 많은 것들이 걱정이죠. (벤자민을 가리키며) 너 먼저 얘기할래? 난 좀 더 생각해볼게.
B: 너 그 편집증이 또 발동되는구나.
G: 맞아.
B: 저는 완전히 고립돼서 외톨이가 될까 봐 걱정이에요 (웃음). 더 이상 인간이란 종이 생존하지 못할 정도로 환경이 파괴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B: 생각해 보면 정말 그래. 특히 자식이 있으면 그런 생각이 더 간절할 거야. 그게 늘 걱정이지. 내 생각엔 대부분의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건, 나이 여든 살이 됐을 때 곁에 아무도 없는 상황일 거 같아.
G: 이런, 세상에.
B: 정말 끔찍한 기분이겠지.
G: 알츠하이머까지 걸릴 수도 있고.
B: 맞아.
G: 끔찍해. 누구나 마찬가지일 거야.
B: 늙어서 외로이 혼자되는 것, 그거야말로 정당한 두려움이 아닐까.
G: (웃음) 난 매일 자전거를 탈 때마다 사고 날까봐 겁나. 다들 운전을 너무 고약하게 해서 늘 너무 무섭더라고. 그치만 너도 알다시피… 늘 용케 무사히 넘어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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