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방황
산다는 일
호흡하고 말하고
미소할 수 있다는 일, 귀중한 일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 아닌가..
지금 나는 아주 작은 것으로 만족한다.
한권의 새책이 맘에 들 때,
또 내 맘에 드는 음악이 들려올 때,
또 마당에 핀 늦장미의 복잡하고도
엷은 색깔과 향기에 매혹될 때,
또 비가 조금씩 오는 거리를 혼자서 걸었을 때,
나는 완전히 행복하다.
맛있는 음식, 진한 커피,
향기로운 포도주,......
햇빛이 금빛으로 사치스럽게
그러나
숭고하게 쏟아지는 길을 걷는다는 일,
그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다.
-전혜린님의 에세이집 '이 모든 괴로움을 또 다시'중에서-
비가 조금씩 내립니다.
그렇다고 혼자서 걷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런 날에는 마음 맞는 친구를 불러 군고구마를 구워 먹으면 좋을 듯 싶습니다
뜨거운 고구마 껍질을 벗겨 서로에게 건네고 숱껌뎅이 묻은 손으로 고양이
수염을 그리고 낄낄대면 행복 할 것 같습니다.
어제 저녁무렵 지인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통돼지 한마리를 드리고 싶은데요'
'갑자기 웬 뚱딴지 같은 소리예요'
'아주 통통하고 사랑스런 돼지예요'
'그러면 그집에서 잡으시지 왜 절 주신다는 겁니까'
그럴듯한 이야기를 꾸며대며 자기 집으로 꼭 와야 한다고...
아무리 일 복이 많다지만 이 저녁에 통돼지를 어쩌라고 성가시게 구나 싶어
편치 않은 마음으로 그 집을 방문 했습니다.
초인종을 누르니 그녀의 생끗 웃는 얼굴이 문을 열어 주며
제법 묵직한 돼지 저금통을 내게 안겨 주며
'통 돼지 한마리요!'
.........
지난 2년 동안 가족들의 주머니 동전을 털어 모은 것이라고 했다
12월은 너무 바쁠 것 같아 가족회의를 통해 오늘 전달하게 되었노라고
장성한 아들과 딸 그녀의 남편이 환한 얼굴로 박수를 칩니다
마음 깊은 곳으로 부터 깊은 울림이,
따뜻하게 퍼져 옵니다.
낑낑 대며 통돼지를 안고 집으로 돌아와 돼지를 잡았습니다
동전이 금은보화처럼 와락 쏟아 졌습니다
그들이 소외된 이웃을 생각하며 주머니를 털어 동전을 저금통에 넣을
적마다 마음이 조금씩 가벼웠을 거라 생각합니다.
자비의 실천으로 그녀의 집은 생기가 돌고 웃음이 떠나지 않을 것 입니다
한해의 마무리에 서서
추운 겨울을 지내야 하는 소외된 이웃에게 나눌 것이 있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행복 할 것 입니다.
이자리를 빌어 문세희 가족에게 감사드립니다
님들 !밝고 고운 날들 되소서
<
첫댓글 한 가족의 따듯한 마음들이 세상을 밝게 비추었습니다.. 통돼지 운반(?)하고 잡으신 자연심님과 통돼지를 기꺼이 베풀어주신 문세희 가족에게서 훈훈한 감사의 마음이 느껴지네요..
그 세희가 바로 그세희였군요, 언제나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않는 세희네 가족들을 바라보며 참 이쁘게도 살아가는 사람들 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예쁜마음에서야 그런 예쁜웃음이 나올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