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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비사운드 시스템으 ㄹ도입 화제가 되었던 스타워즈
시나리오와 음악의 전개 형식
소리의 이미지를 만드는 요소로 음향이나 음높이보다 더 중요한 요소는 음색(Timber)일 것이다. 이는 어떤 소리의 질감이나 느낌을 묘사하는 것과 관련된다. 예를 들어, 어떤 이의 목소리가 건조하다거나 촉촉하다, 비음이 섞였다거나 맑고 투명하다 등의 표현을 할 때, 또 어떤 음악이 매우 달콤하다거나 불안할 정도로 신경질적이다 등의 표현을 하는 경우에는 주로 음색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배경음악은 대사의 뒤편에 연속적으로 들리면서, 거기에 소리가 ‘있다’는 것을 관객의 무의식 안에 확인시키는 역할을 한다. 음악이 없는 것, 즉 침묵은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지게 되고, 관객의 주목을 끌게 된다. 따라서 불필요한 의미창출을 방지하고 관객의 주목을 영화의 이야기 속에 그대로 두기 위해서는, 청각적 빈 공간은 채워 넣어져야 하는 것이다.
영화와 음악은 그 표현 영역과 방법에 있어서 유사하다. 음악의 기승전결 구조는 드라마의 원리에 그 연원을 두고 있으며, 음악의 구성요소인 선율, 화성, 리듬은 드라마의 요소인 스토리, 인물과 사건의 어울림, 시간의 흐름에 각각 견줄 수 있다. 시나리오 작업은 작곡에 해당하며 감독은 지휘자, 배우는 오케스트라 단원, 등장인물은 파트별 악기와도 같은 것이다. 이와 같이 영화의 타이틀은 연극의 프로그램과 같으며 희랍 연극의 코러스와 같은 역할을 한다. 만일 비디오로 출시되는 영화에 소책자가 첨부된다면, 화면에 일체의 타이틀이 나타나지 않는 영화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는 그러한 영화를 볼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영화의 시작은 화면의 시작과 줄거리의 시작으로 정리된다. 타이틀의 출현은 시작과는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것이다. 오프닝 타이틀이 영화의 맨 마지막에 나타나도 문제 될 것은 없다.
영화음악에서 음악적 형식은, 영화의 형식과 이야기의 전개로 대체된다. 영화음악이 음악적으로도 완결된 형태를 가지기 위해서는,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의 치밀한 계획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극의 진행을 음악적 논리와 맞도록 고려하여 영화를 제작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며, 대개의 경우는 시각적 이미지와 극의 전개에 맞도록 음악을 재단해 넣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러티브 중심적 논리와 방법은, 상업적인 흥행을 도모하기 위한 방법으로 20세기 초 헐리우드에서 발전하였으며 오늘날에도 주류로 남아있다. 제3장에서는 이와 같은 헐리우드 고전영화가 탄생한 배경을 살펴보고, 이어 헐리우드 고전영화에서 음악이 내러티브에 종사하도록 하기 위해 사용된 구체적인 장치들을 살펴보겠다.
내러티브와 배경음악의 관계
몽타주에 있어서 음악은 절대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음악은 몽타주가 시각적으로 결여하고 있는 일정한 리듬과 연속성과 청각적으로 제공함으로써, 불연속한 시각 매체를 연속적으로 인지하게 해주는 접착제와 같은 역할을 한다.
배경음악은 흔히 영화음악 가운데 가장 종속적이고, 창조성이 적은 것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작곡가들에게도 달갑지 않은 작업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으나 그 작업이 쉽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관객의 의식에 다가가지 않으면서 영화의 진행에 도움이 되는 음악을 길게 유지하는 일은 더욱 정교한 기술을 요한다. 아론 코플랜드의 이런 종류의 음악이 때로는 작곡가들에게 내적인 만족감을 줄 수 있으며 아무도 주목하지 않고 내재적 가치도 덜한 이런 음악은 전문가적 수완을 통해 생동감 있는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대위법과 평행주의의 양자택일적 논의는 1928년 에이젠슈테인 이후 계속되었으며, 헐리우드에서는 평행주의가 지배적으로 사용되었다. 이를 비판하고 대위법을 더 의미 있는 것으로 여기는 경향은 아도르노부터 미셸 시옹에 이르는 하나의 줄기를 형성하고 있는데, 프렌더가스트는 음악이 대위적으로 사용될 때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직접적으로 대위법을 지지하였다. 박수치는 장면에 환호하는 소리를 더하는 것은 잉여일 뿐이며, 소리는 제3의 정보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쓰일 때만이 의미 있다는 것이 대위법을 지지하는 생각이다.
음악은 등장인물의 내부 심리 상태를 표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음악은 심리를 묘사하는 데 있어서 때로 대사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대사 대신 음악을 사용해서 심리를 묘사하는 등 화면을 통해 시각적으로 전달되지 않는 것을 음악을 통해서 전달하려는 경우는, 미리 계획될 때 - 즉 영화의 대본이 쓰여 지는 단계일 때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그러나 음악에 대한 고려는 대부분 영화 제작의 마지막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작곡가들은 이러한 방법으로 음악을 사용할 기회가 많지 않다.
음악은 장면과 장면, 시퀸스와 시퀸스 사이의 편집의 불연속성을 매끄럽게 이어준다. 잘리거나 생략되는 부분에 의해서 생기는 불연속성은 음악이라는 유동적이고 유희적인 요소가 배경에 있음으로 해서, 덜 눈에 띄고 자연스럽게 보인다. 음악은 청각적 연속성을 유지해줌으로써 시각적, 공간적, 시간적 불연속성을 무마시키는 것이다.
영화가 상업적으로 상공하려면 관객이 만족해야 하고, 일반적으로 관객은 명확한 종결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영화에서 성취감은 종결의 필수요건이다. 이는 소설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사건이 해결되어 갈등이 해소되고 확실한 결말을 보여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영화의 성취적 종결은 시작과 같은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균형이라고 할 수 있다. 비극적 결말과 해피엔딩은 시작과 같은 차원의 균형을 이룬다는 점에서 동일한 종결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들은 동기가 분명한 기호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관객들이 스토리를 통해 하나의 결론은 취하도록 유도하며, 고전 내러티브 영화는 장르에 관계없이 내러티브가 완결되는 결말을 갖는다. 플롯은 사건의 전개의 논리, 즉 선-후, 원인-결과의 법칙에 따라 연속성의 맥락에 맞춰 서술한다. 이런 영화들에서 쇼트, 조명, 컬러 또는 편집이나 미장센, 사운드 같은 스타일은 내러티브에 종속되며, 그 자체가 관객의 눈을 끌어서는 안 되고, 모든 것은 리얼리즘을 만들어 내도록 기능해야 한다.
영화라는 새로운 매체가 가진 잠재력이 여러 측면에서 발견되면서 민감한 제작자들은 한 영화에 대한 특별한 음악의 제작, 즉 오리지널 스코어에 관심을 가졌다. 특히 대형 극장들을 중심으로 오케스트라의 영화 반주가 일반화되면서, 음악은 무성영화를 위한 실용적인 이유에서 나아가 점차 영화와 직접적이고도 독창적인 관계를 발전시켰다.
콘서트의 연주 장면에 맞추어 같은 음악이 연주되는데, 이를 위해 극장에서 반주 오케스트라 뿐 아니라 합창단까지 함께 연주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 공간의 바깥에서 첨가된 분위기 음악, 즉 비디제시스적 음악사용이 지배적이던 무성영화 초창기에, 내러티브의 내부 공간을 활용해 음악 효과를 창조하려는 시도는 주목할 만하다.
산업적 배경을 토대로 끊임없이 이윤을 추구하는 헐리우드 영화의 제작 관행은, 흥행을 담보 받기 위한 나름대로의 관습과 틀을 정착시켰다. 이러한 관습과 틀에 따라 고전 헐리우드 영화는 대단히 표준화된 내러티브를 지니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 조명, 편집, 영화음악 등의 개별적인 기술요소들 또한 표준화된 패턴을 따르고 있다.
영화 전체에 있어서도 음악은 연속성을 부여한다. 한 장면에서 다른 장면으로 넘어갈 때, 매끄러운 음악사용은 시공간적 불연속을 무마해준다. 또한 반대로, 장면과 장면 사이를 효과적으로 구획 짓기 위해서, 음악을 단절하기도 한다.
상이한 시간대를 보여주는 방법엔, 흑백과 칼라의 대비라든가 대조적 배경을 이용한 몽타주가 있다. 이처럼 물리적인 화면의 진행으로서만 이루어질 수 있는 시간 층은 영화의 순수한 기술적 기법에서 발견될 수 있다. 그러나 영화의 시간 층은 스토리와 연관되어 있으므로 스토리 전개와 섞여 있는 시간적 구조를 살피는 일 역시 필요할 것이다. 전위영화는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순수하게 물리적인 의미에서의 화면 기술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기술적으로는 돌비(Dolby) 사운드 시스템의 도입으로, 극장 전체를 둘러싼 스피커를 통해 섬세하고 강력한 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 돌비 사운드 시스템은 ‘스타워즈<Star Wars>’ (조지 루카스 감독, 1977)로 큰 화제가 되면서 그 영향력을 인정받았다.
실제 음악에는 단순한 현장음악에서부터 스토리에 직접 영향을 주는 음악에 이르기까지 사용될 수 있다. 그는 뮤지컬, 오페라 영화, 음악을 동영상으로 표현하는 애니메이션 등은 따로 설명하고 있으나, 뮤지컬과 오페라영화에 주로 쓰인 것은 실제 음악이며, 애니메이션으로 표현된 음악은 주석 음악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배경음악의 원래 목적은 시간과 장소의 분위기를 환기시키되 눈에 띄지 않게 보조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야기의 배경이나 인물에 대해 보조적으로 쓰이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배경음악은 분위기의 변화를 예시하거나 극적인 반전을 암시할 수도 있다. 관객은 변화 혹은 반전에 대한 자신의 예감에 영향을 준 것이 바로 음악이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할 수도 있지만, 전개될 내용의 방향은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영화에서 동시에 두 장면을 보여주는 경우는 드물다. 브라이언 드 팔마의 <캐리>와 톰 티크베어의 <롤라런>에서 화면을 반으로 나누어 두 장소의 상황을 함께 보여주는 예가 있기는 하지만, 대사가 필요 없는 극적인 상황에서 특이하게 쓰인 기법으로 전체 영화의 관점에서 보면 장식적인 부분이다. 또한 같은 시간대의 다른 장소를 보여주는 것으로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시간 층을 이루는 예가 되지는 못한다.
음악은 영상의 감정표현을 심화시켜 관객에게 강한 느낌을 준다. 영상으로 보여주는 상황과 인물의 감정이 단지 상상적인 것인 반면, 음악은 그 자체가 관객의 정서에 직접 호소함으로써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영화에서 음악과 영상을 결합시키는 힘이 근본적으로 음악에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음악은 영상 자체가 명백한 표현을 하지 않아도 거기에 적당한 주석을 달며, 시각적인 것을 풍부하게 하고, 숨은 의미를 덧붙여 말한다.
커트 런던(Kurt London)은, 시간 예술로서의 영화는 리듬의 인식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이 때 청각적인 리듬이 없이는 영화를 하나의 형태로서 이해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시각적인 모든 움직임은 소리, 또는 청각적 리듬이 없이는 예술적 형식으로 이해되기가 어려운데, 무성의 모든 볼거리들(판토마임, 마술, 서커스, 리듬체조 등)이 항시 음악을 수반한다는 점은 이를 설명한다.
*영화음악의 작곡가로 유명한 한스 팔머
영화음악의 구조적 리듬과 정서적 자극
80년대 이후 영화음악 연구의 주요 쟁점들을, 고브만은 <Oxford guide to film studies>에 실린 “film music"에서 다음과 같이 9가지로 구분 했다. 왜 영화는 음악을 가지고 있는가. 좋은 영화음악을 구성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영화음악의 발전은 어떠한 방식으로 역사화 되어야 하는가. 영화음악 이론이 밝혀낼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영화에서 음악이 행하는 내러티브적 기능은 어떤 것인가. 영화와 음악 사이의 형태적, 미학적 관계는 어떤 것인가. 지난 20년 간 미국의 상업영화에서 볼 수 있는 팝 음악의 유행은 어떤 미학적, 이데올로기적 결과를 수반하는가. 텔레비전, 만화영화, 기록영화, 그리고 실험영화 등에서 음악은 어떻게 기능하는가. 미국의 영화음악과, 유럽의 영화음악, 그리고 다른 지역의 영화음악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는 어떤 것인가.
영화에 음악을 사용하는 방법에는 각 시퀸스의 정서적, 운율적, 극적 요구에 알맞게 기존 음악을 선택하는 경우, 작곡가들에게 그 영화에 맞는 창작곡을 의뢰하는 경우, 기존 음악과 창작곡을 혼용하는 경우가 있다. 보그스는 개별 작품을 위해 작곡되는 영화음악에 한정해서 서술했지만 이것은 기존의 음악을 선택해서 사용하는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다. 플레이백 기법을 이용하여 리듬을 중시한 영화를 만들 수 있고, 각 장면의 정서적 요구에 따라 적합한 음악을 선택하여 정서를 중시한 영화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리듬과 정서를 분리시켜 살필 수는 있지만 작품이라는 전체 구조 속에서 긴밀하게 혼합되어 있다. 영화음악은 구조적 리듬과 정서적 자극이라는 두 가지 기능을 상호보완적으로 수행할 때 가장 효과적인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대사와 음악을 병치시킬 때도, 철저하게 대사를 우위에 놓도록 조정되었다. 영화에서의 청각적인 요소를 대사, 음향, 음악으로 나누어 볼 때, 극의 전개상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대사이다. 따라서 대사와 음악이 함께 있는 경우, 대사가 중심에 놓일 수밖에 없고, 음악은 그것을 압도하지 않도록 뒤에 있어야 한다. 이러한 대사와 음악의 역학 관계는, 대사와 음악의 음량을 조절함으로써 해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사는 극의 전개상 음악보다 대부분의 경우 더 중요하므로, 대사가 나타날 때 음악은 작게 줄여 녹음하거나 아예 없애기도 한다. 아주 중요한 대사의 경우 음악은 거의 예외 없이 사라지고, 대사가 끝나면 다시 음악은 크게 들린다. 음악은 늘 존재하되 대사를 방해하지 않도록 음량을 통해 조절 한 것이다. 음량 뿐 아니라, 음색이나 음고에 있어서도 대사 중 사람의 목소리와 비슷한 음색, 음역을 피하기도 하였다.
헐리우드 영화에서의 오리엔탈리즘은, 동양에 대한 몰이해와 왜곡된 비하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로 자주 비난의 대상이 되는 <007> 연작은 1962년 테렌스 영(Terence Young) 감독의 살인번호 <Dr. No>로 시작되어 20편의 영화가 발표되었는데, 동양을 배경으로 할 때마다 5음으로 된 국적 불명의 선율과 동양의 현악기를 흉내낸 바이올린의 글리산도 등은 시공간적 정보와 더불어 동양 문화를 진지하게 보지 않는 태도까지 함께 전한다.
특히 배경 음악은 영화의 다른 기표들보다 더 드러나지 않게 만들어져야 하는데, 그 이유는 음악은 영화가 만들어내는 허구 세계의 직접적인 일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극영화에서 음악은 관객에게 최면을 거는 목소리로, 관객은 그 목소리를 믿고, 집중하고, 동일시하게 된다.
음악이 유도하는 감정은, 등장인물의 관점과 일치하는 경우가 많다. 등장인물이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그 상황에서 인물이 갖는 감정을 음악을 통해 드러냄으로써, 등장인물에게 감정을 이입하고 등장인물의 관점과 관객의 관점을 일치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고전 이론인 평행주의와 대위법의 이분적 모델이, 영화에서 음악의 역할을 시각적 이미지와의 관계에 한정하여 연구했다면, 80년대 이후 나타난 이들의 연구에서는, 음악이 시각적 영상뿐만 아니라, 내러티브 전체와 어떻게 관계를 맺는가 하는 점에 초점을 맞춘다. 주류 극영화들에서 내러티브는 가장 중심에 놓이게 되며, 영화의 모든 요소들은 관객에게 내러티브를 이해시키기 위한 방향으로 사용된다. 따라서 음악도 그러한 기본적인 기능을 수행하도록 장치된다.
글/ 정 순영(작곡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