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시지 건너편에서 담은 전경. 서탑 너머 수리ㆍ복원 중인 동탑이 보인다.
일본 국보인 동탑은 2020년 수리가 완공될 예정이다.
야쿠시지(藥師寺)
도다이지(東大寺) 대불(大佛), 나라(奈良) 사슴공원, 고후쿠지(興福寺) 아수라상(阿修羅像) 등 나라하면 떠올려지는 상징물이 여러 가지가 있다. 그 가운데 내가 제일 먼저 떠올리는 것은 연못 뒤에 나란히 있는 야쿠시지 쌍탑의 아름다운 풍경이다.
藥師寺, 황후의 치유 위해 건립
국보 동탑 수리… 2020년 완공
中감신 화상 건립ㆍ주석 唐招提寺
日 最古ㆍ最大 천수관음입상 눈길
야쿠시지(藥師寺)는 개인 여행으로도 쉽게 갈 수 있는 곳에 위치한다. 긴테쓰(近?) 나라역에서 멀지 않은 니시노쿄(西ノ京)역에서 내리면 바로 야쿠시지가 나온다.
야쿠시지는 일본 천황이 황후를 위하여 건립한 최초의 사찰이다. 680년에 덴무(天武)천황이 황후의 병이 치유되는 것을 기원해 당시 건설 중이었던 후지와라쿄(藤原京)에서 야쿠시지 건립을 발원했다. 그러나 발원한지 6년 후 덴무 천황이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황후는 황위를 계승해 지토(持統)천황이 되고 본존 약사여래의 개안(開眼)을 봉행했다.
698년에 손자인 몬무(文武)천황에 의하여 야쿠시지가 완성되고 710년에 수도가 헤이조쿄(平城京)로 천도된 것에 따라 야쿠시지도 718년에 현재 있는 위치로 옮겨졌다.
창건 이래 장려한 모습을 자랑했던 야쿠시지는 전란이나 화재로 황폐했고, 특히 1528년의 병화(兵火)로 동탑(東塔) 외에는 대부분 소실되었다. 1967년에 스님이 야쿠시지 재건을 발원하면서 금당(金堂), 서탑(西塔), 중문(中門), 회랑(回廊) 그리고 대강당(大講堂)이 복원되었다.
야쿠시지에서 유일하게 현존하는 창건 당시의 동탑(東塔, 국보로 지정)은 육중탑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삼중탑이고 작은 지붕이 ‘모코시(裳階, 일본건축 특유의 차양)’다. 동탑은 모코시 때문에 율동적인 아름다움이 있고 그로 인해 ‘얼어붙은 음악(frozen music)’이라는 예술적인 애칭을 얻어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안타깝게도 지금 수리 중이라 볼 수 없고, 안내하는 스님에 따르면 2020년에는 수리가 끝날 예정이라고 한다.
동탑 창건 시기에 대해서는 후지와라쿄에 있던 것을 그대로 옮긴 것인지 후지와라쿄에 있던 탑을 모델로 현재 위치에서 새로 지은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꽤 오랫동안 벌어졌다.
2016년 12월에 나온 신문 기사에 의하면 연륜 년대 측정으로 730년 무렵에 지은 것이라는 조사 중간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아무튼 야쿠시지가 장려한 하쿠호(白鳳, 6세기 중반~7세기 초) 가람인 것이 사찰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 중요한 게 아닌가.
야쿠시지 금당의 본존불인 약사여래좌상.
본존불 옆에는 일광ㆍ월광 보살이 협시로 있다.
야쿠시지 금당에 들어가면 하쿠호시대의 최고(最高)일 뿐만 아니라 일본 불상 조각을 대표하는 국보 약사삼존상(藥師三尊像)을 만날 수 있다. 가슴을 펴고 당당한 모습으로 앉아 있는 약사여래좌상을 중심으로 일광(日光)보살, 월광(月光)보살이 있다. 일광보살과 월광보살의 허리를 비트는 육감적인 모습이 아스카시대의 불상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삼존불 하나하나가 정말 아름다워서 하나씩 봐도 괜찮지만 삼존이 함께 있는 모습도 잘 조화되어 있어서 참 좋다.
약사여래좌상이 앉아 있는 대좌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리스, 페르시아 문양, 사신(四神) 등이 조각되어 있어 당시의 국제 교류를 엿볼 수 있다. 동탑의 동쪽에 있는 동원당(東院堂)에 안치되어 있는 기품이 있고 예쁜 국보 쇼칸세온(聖觀世音)보살상도 놓치지 말고 실견하기를 권한다.
야쿠시지에는 가람이 더 하나 있다. 서유기(西遊記)로 유명한 스님 겐조산조(玄奬三藏)의 분골(分骨)이 봉안되어 있는 겐조산조인(玄奬三藏院) 가람이다. 야쿠시지 종파를 홋소슈(法相宗)라고 하는데 홋소슈가 겐조산조 스님의 가르침을 계승하는 종파라 붙여진 이름이다. 이 가람에 있는 대당서역벽화전(大唐西域壁畵殿)에서 히라야마 이쿠오(平山郁夫, 1930~2009) 화백이 그린 장대한 회화 실크로드를 볼 수 있다. 관람 가능 기간은 1/1~1/15, 3/1~6/30, 8/13~8/15, 9/16~ 11/30.
도쇼다이지(唐招提寺)
야쿠시지에서 북쪽으로 10분 정도 걸어가면 도쇼다이지에 이른다. 759년에 건립된 것이며 창건 시기가 야쿠시지와 다르지만 거리가 너무 가까워 이번에 동시에 소개한다.
도쇼다이지 개산조는 당나라에서 처음 정식으로 불교 계율을 전해준 유명한 스님 감진화상(鑑眞和上)이다. 대학 시절에 중국 문화 전공이었던 나는 중국인을 접할 기회가 많았는데 만나면 인사말처럼 감진 스님을 언급하는 중국인이 많았다. 이처럼 감진 스님은 중국과 일본 교류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도쇼다이지 소개는 감진 스님이 일본에 건너온 이야기부터 시작하자.
688년에 강소성(江蘇省) 양주(揚州)에서 태어난 감진은 14세에 출가했고, 26세에 계율 강의를 시작했다. 이후 강좌는 130회, 감진 스님이 수계를 내린 제자가 4만 명에 달했다. 아스카시대, 나라시대 초기의 일본 불교도 수계는 ‘자서수계(自誓授戒)’였으며 정식으로 스승을 모시고 의식을 갖춘 수계가 아니었다. 그래서 일본 스님은 신라나 당나라에 가면 승려라는 인정을 받지 못하였다. 일본 스님들은 수계의 중요성에 대해서 깨달았다. 742년 감진스님이 양주 대명사(大明寺)에서 강의를 했다.
감진 스님의 주석처인 도쇼 다이지에는 중국 양주 명화인 경화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때 감진 스님은 일본에서 파견된 유학승으로부터 계율을 세워줄 사승을 일본에 파견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 후 스님이 제자들에게 물어봤더니 가겠다고 나서는 제자가 한 명도 없었다. 이에 감진 스님은 아무도 가지 않는다면 내가 가겠다고 결연히 말했다. 그 때 이미 스님의 나이는 55세였다.
도항은 다섯 번 실패했고 다섯 번째 도항 때는 감진 스님이 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지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753년 여섯 번째 도항 때 드디어 일본에 도달했고 754년에 헤이조쿄(平城京)에 도착했다. 감진 스님이 도다이지(東大寺) 대불전 앞에 계단을 만들어 쇼무(聖武)태상황을 비롯하여 400여 명 승속들에게 수계를 내렸다. 이것이 전계사(傳戒師)를 모시고 여법하게 치른 일본 최초의 수계이다. 감진 스님은 도다이지에서 5년을 지낸 후 칙명으로 받은 곳에 가람을 짓고 계율의 강의, 연구를 하는 도량을 만들었다. 도쇼다이지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763년 5월 세납 76세로 감진 스님은 결가부좌한 채 세상을 떠났다.
경내 어영당(御影堂)에 국보 감진화상좌상이 안치되어 있다. 나라시대에 탈활건칠조법으로 제작된 이 작품이 일본 초상조각 작품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다. 평소에는 볼 수 없지만 매년 6월 5일에서 7일까지 사흘만 공개한다. 여기의 장벽화도 유명하다. 히가시야마 가이이(東山魁夷, 1908~1999)화백이 10년을 들여서 완성한 장벽화는 일본 바다와 산, 감진 스님 고향인 양주와 중국 산수를 그린 것이다. 나는 아직 못 가봤지만 올해 6월에 꼭 가보고자 한다.
감진 스님 이야기를 많이 했다. 도쇼다이지 답사는 남대문부터 시작하는데 남대문에서 들어가면 국보 금당의 위용에 압도당한다. 나는 이 금당을 너무 좋아한다. 금당 정면에 나란히 있는 8개의 기둥이 벽면 앞에 뻗어 나온 겹처마를 받치는데 기둥과 벽면 사이가 마치 회랑인 것 같고, 이 사이에 서서 보는 금당 모습이 정말 아름답고 다른 사찰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풍경이다.
금당 내부에는 노사나불좌상(盧舍那佛坐像)을 중심으로 약사여래입상(藥師如來立像), 십일면천수관세음보살입상(十一面千手觀世音菩薩立像)이 봉안되어 있다. 이런 불상 배치는 드물어서 도쇼다이지 특색이라고 할 수 있다. 노사나불 앞에는 범천·제석천입상(梵天·帝釋天立像)이 있고 네 구석에는 사천왕입상(四天王立像)이 불상을 지키고 있다. 금당 불상이 모두 다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천수관음입상은 일본 최고(最古) 최대의 천수관음입상이다. 큰 손 42개, 작은 손 911개가 있는데 정말 장관이다.
금당 주변에 있는 건물도 국보나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고 경내 분위기도 좋아 즐겁게 답사할 수 있다. 특히 여름에 피어난 연꽃이 정말 예뻐서 많은 사람이 사진을 찍으려고 찾아간다. 나도 그 중의 하나이다.
# 야쿠시지ㆍ도쇼다이지 주변 볼거리
오사카 난바(難波)역에서 니시노쿄역까지는 40분 정도이며 나라 답사 코스 중에서도 쉽게 갈 수 있는 편이다. 야마토사이다이지(大和西大寺)역에서 한 번 갈아타야 하는 수고로움은 있다.
야쿠시지에서 도쇼다이지에 이어지는 길은 고도(古都) 나라(奈良)다운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가득하다.
야쿠시지와 도쇼다이지는 호류지처럼 답사 시간이 길게 필요하지는 않지만 한 곳에서 대략 40분에서 1시간 정도 걸린다.
도쇼다이지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수이닌(垂仁)천황의 묘가 있다. 여기서 20분 정도 더 걸으면 기코지(喜光寺)가 나온다. 기코지는 나라시대를 대표하는 명승인 교키(行基)스님에 의하여 721년에 창건된 사찰이다.
기코지에서 주택가가 이어지는 길을 따라 15분 정도 걸어가면 사이다이지(西大寺)에 도착한다. 올해 4월15일부터 도쿄를 시작으로 오사카, 야마구치에서 나라 사이다이지전(西大寺展)이 열린다. 이번 전시회에 아이젠명왕좌상(愛染明王坐像)도 출품된다고 한다.
행기 스님이 세운 기코지 본당.
글ㆍ사진=나카노 요코/ 감수=홍은미 동북아불교미술연 motp79@hyunb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