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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 6일, 목요일, Almaty, Hotel Transit
(오늘의 경비 US $46: 숙박료 3,800, 점심 750, 식료품 80, 위스키 120, 버스 80, 인터넷 380, 카자흐스탄 마그넷 750, 환율 US $1 = 128 tenge)
여행 경비가 정상화 되고 있는 것 같다. Almaty에 도착한 후 지난 4일 동안에 $109, $71, $35, $46을 썼다. 내일은 우즈베키스탄 비자를 받으면 수수료 $150을 내야하니 다시 올라가지만 $40 정도로 안정되는 것 같다. 그래도 남미나 인도 여행에 비하면 참 돈이 많이 든다.
어제 아침 식사 양이 적은 것 같아서 오늘은 메뉴의 4번 음식을 시켰는데 어제보다 양이 별로 많지도 않고 계란이 안 나온다. 아침엔 그래도 계란을 먹어야 아침을 먹은 것 같은데 내일은 2번을 시켜봐야겠다.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오락가락하고 때로는 제법 세게 내렸다. 전차와 버스를 일곱 번이나 타면서 시내를 쏘다녔다. 그 동안 쓴 3일분 여행기를 내 카페에 올려보려고 인터넷 카페를 찾아 나섰는데 Lonely Planet 지도에 나와 있는 카페가 있다는 장소에 가보니 카페가 없어졌다. 시내 중심에 있는 SilkWay 쇼핑몰 근처에서 Troy라는 새로 생긴 것 같은 인터넷 카페를 발견해서 들어갔으나 한국어는 읽는 것조차 안 된다.
SilkWay 쇼핑몰 옆에 있는 청기와라는 한국 음식점에 들어가서 한국 여자에게 물어보니 근처에 또 한 곳 인터넷 카페가 있다고 가리켜주어서 찾아갔다. 인터넷 카페 직원에게 내 USB 드라이브를 (3일분 여행기와 사진이 들어있는) 보이며 컴퓨터에 연결하겠다고 하니까 바이러스가 있나 미리 검사를 해야 한다고 한다. 바이러스 검사를 하는 인터넷 카페는 처음 본다. 그러나 잘하는 일이다. 직원이 검사를 하는데 내 USB 드라이브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된다. 내 노트북 컴퓨터에서는 발견되지 않은 신종 바이러스다. 내 노트북 컴퓨터에 바이러스가 들어오는 것이 싫어서 한 번도 인터넷에 접촉을 안 시켰는데 USB 드라이브를 통해서 바이러스가 들어온 것이다. 집에 있는 데스크톱 컴퓨터는 인터넷에 연결 돼있어서 바이러스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자주 업그레이드가 되어서 신종 바이러스가 들어와도 곧 제거되지만 노트북 컴퓨터는 인터넷에서 차단되어있기 때문에 바이러스 프로그램이 자동 업그레이드가 안 되어서 신종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발견조차 못 하는 모양이다. 골치 아픈 문젯거리인데 어떻게 해결을 해야 할지 묘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인터넷 카페 직원이 내 USB 드라이브에 발견된 바이러스를 제거해주어서 작업을 시작했지만 인터넷이 너무나 느려서 380 tenge를 내고 (한 시간에 250 tenge) 여행기는 하나도 못 올리고 이메일 하나 보내고 나왔다.
점심은 PBC라는 음식점에서 먹었다. Lonely Planet에 소개된 음식점인데 음식보다도 분위기 때문에 간 것이다. 구소련 연방 때의 무시무시한 분위기를 재연해 놓았다고 해서 갔는데 별로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대문짝만한 쿠바의 Che Guevara 사진이 제일 눈에 띠었다. 뷔페씩 음식점인데 음식 가지 수는 많지 않았지만 음식이 모두 맛있었다. 배불리 먹었는데 가격이 750 tenge이면 (6천 원 정도) 괜찮은 편이다. 점심을 먹을 때는 가능한 한 저녁을 안 먹어도 될 정도로 많이 먹어두는 습관이 생겼다. 돈도 절약하고 저녁을 먹으러 나가는 성가심을 덜기 위해서다.
이 음식점의 한 가지 나쁜 점은 담배 피우는 손님들이 너무 많은 것이다. 남자 손님은 모두 담배를 피운다. 음식 먹으로 들어왔는지 담배 피우러 들어왔는지 모를 정도다. 그러고 보니 이곳 사람들은 담배를 참 많이 피운다. 남자들은 누구나 다 피우는 것 같다. 그것도 줄담배다. 담배 가게에는 세계 담배들이 다 집합한 것 같다. 40년 전에 우리가 많이 피던 Kent와 Salem이 보여서 약간의 향수도 느꼈다.
이곳 사람들은 남녀가 겁은 가죽점퍼를 많이 입는다. 싸구려로 보이는 가죽점퍼이다. 청바지도 많이 입는다. 여자들이 입는 청바지는 배꼽이 나오고 몸에 딱 붙는 그런 종류다. 그래서 금발과 푸른 눈의 소위 “쭉쭉 빵빵”한 여자들이 많이 보인다. 내일은 SilkWay 쇼핑몰 앞으로 사람구경이나 나가야겠다.
이곳 젊은이들은 버스나 전차에서 자리 양보를 잘한다. 한국보다 훨씬 더 잘 하는 것 같다. 한국에서는 20대가 60대에게 자리양보 하는 것은 자주 보지만 20대가 40대에 양보하는 것은 보기 힘들다. 이곳에서는 20대가 40대에게 하는 것은 물론 20대가 30대에 하는 것도 볼 수 있다. 도대체 누가 그런 교육을 시켰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한 번도 자리 양보를 못 받아보았다. 왜 그런지 궁금하다.
저녁에는 오페라나 발레를 보러 Abay State Theater of Opera and Ballet에 갔다. 거대하고 장엄한 규모의 건물이다. 오후 6시 반에 시작한다고 Lonely Planet 책에 쓰여 있어서 6시쯤 갔더니 극장 앞에 한국의 삼성이 기증한 것 같은 대형 간판에 발레 광고가 보인다. 러시아어로 쓰여 있어서 잘 모르겠지만 “Swan Lake” 같다. 그러나 극장에 들어가 보니 오늘은 발레나 오페라는 없고 대신 조그만 독창회가 있다고 한다. 표를 사려하니 매표원이 표를 팔지 않는다. 뭐라고 하는데 매진되었다고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표가 없으니 들어가지를 못하고 입구에서 머뭇거리고 있으니 어떤 여자 노인이 여유 표가 하나 있다고 나에게 표 한 장을 공짜로 준다. 고마운 노인이었다. 들어가 보니 100명 정도 들어가는 조그만 방인데 자리를 잡고 기다리니 음악회가 시작할 때는 빈자리가 하나도 없이 만원이 되었다. 음악회가 시작되었으나 나는 노래도 잘 모르겠고 재미도 없어서 조금 듣다가 나왔다. 오페라는 못 보았어도 오페라 극장 구경은 했다.
구소련의 무시무시한 분위기를 재연했다는 PBC 음식점
그러나 쿠바의 국기와 Che Guevara 사진이 제일 눈에 띠었다
웅장한 규모의 Abay State Theater of Opera and Ballet
2006년 4월 7일, 금요일, Almaty, Hotel Transit
(오늘의 경비 US $203: 숙박료 3,800, 점심 560, 커피 100g 290, 한국 컵 라면 4개 528, 버스 190, 입장료 100, 치약 70, 우즈베키스탄 비자 $50, 14,000)
이틀 전에 Panfilov 공원에서 만났던 한국 교포 처녀에게 내가 카자흐스탄어와 러시아어 둘 중에 하나만 배운다면 어느 말을 배우는 것이 나에게 이로울 것이냐고 물었을 때 러시아어라고 대답했다. 러시아어는 모두 조금씩이라도 하는데 카자흐스탄어는 모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란다. 이 말은 아마 다른 중앙아시아 나라들에서도 해당될 것이다. 그러니 러시아어 하나만 배우면 된다는 얘기다. 정식으로는 배울 필요도 시간도 없고 필요한 말 몇 마디와 도로 표지판 정도나 읽을 수 있으면 된다. 그런데 러시아어가 너무 어렵다. 우선 러시아어 알파벳이 매우 혼란스럽다. 영어 N은 러시아어에서는 H, R은 P, S는 C, 이런 식이다. 그래서 러시아어 단어를 하나를 읽는데도 러시아어 알파벳 대조표를 한참 들여다 봐야한다. 읽는다 해도 무슨 뜻인지 모를 때가 대부분이다. 단어는 또 왜 그렇게 긴지 모르겠다. 영어의 hello는 스페인어로는 hola, 독어로는 hallo, 프랑스어로는 bonjour인데 러시아어로는 zdrastvuyte다. “즈드라스트부이테” 맞는 발음인지도 잘 모르지만 발음하기도 어렵다. 아직도 한 번도 못 써 먹었다. 지금 까지 써먹은 말은 “니 파니마유 - 이해 못합니다” “스콜카 - 얼마에요?” “스파시바 - 감사합니다” “드바 - 둘” “스토 - 100” “투알렛 - 화장실” 정도다.
오늘은 정말 아름다운 날이다. 푸른 하늘, 산들바람, 맑은 공기, 25도 정도의 대낮 최고 온도, 더 이상 바랄 수가 없는 완벽한 봄 날씨다. 이곳에 온지 4일째인데 그 동안에 봄이 성큼 한 걸음 다가온 듯하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산 구경을 가기로 하고 나섰다. Almaty 남쪽에 보이는 설산이다. 스키장이 있는 Shymbulak은 버스가 없다니 갈 수 없고 그곳에서 4km 못 미쳐서 있는 Medeu까지 버스로 가기로 했다. Almaty 남쪽 15km 지점에 있는 Medeu에는 옛날에 소련의 빙상 국가 대표선수들이 훈련하던 스케이팅 장이 있는 곳이다. 그곳에 가는 버스가 Almaty 시내에 있는 Hotel Kazakhstan 건너편에서 떠난다고 Lonely Planet에 나와 있어서 우선 Hotel Kazakhstan으로 향해서 걸어갔다. 가는 도중에 있는 Independence Monument에 잠간 들려서 사진을 몇 장 찍었다. 한국의 독립기념관과 비슷한 곳인데 설산이 잘 보이는 경치 좋은 곳이다. 그곳에 있는 조각물들은 카자흐스탄 원주민들을 모델로 한 것인데 Almaty에 사는 러시아인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독립운동을 헤서 얻은 독립이 아니라 하루아침에 등을 떠밀리다시피 해서 된 독립이니 말이다.
Hotel Kazakhstan에 들어가서 영어를 조금 하는 직원 도움으로 쉽게 Medeu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15km 거리인 Medeu까지 버스요금이 40 tenge인데 공항에서 12km 거리인 시내까지 오는데 5,000 tenge를 뺏겼으니 정말 바가지다. 공항 교통은 전 세계적으로 인천 국제공항만큼 잘된 곳도 드물다. 인천 국제공항에서는 버스를 타고 저렴하고 편하게 국내 거의 어디나 갈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거기다 전철 운행까지 시작되면 정말 세계 최고다. 거기에 비하면 후진국 공항은 택시요금 바가지 쓰는 공항이다. 더구나 밤에 도착하면 꼼짝없이 당하게 마련이다. Almaty 공항에 낮에 도착했더라면 시내 가는데 택시를 안 탔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이 마음대로 안 되니 문제다.
Medeu까지 가는 산길은 매우 아름답다. 25분 만에 Medeu 도착이다. 버스에서 내리니 Shymbulak로 가는 택시가 있었지만 Medeu (고도 1,700m) 산 경치만 해도 좋고 또 택시기사와 가격 흥정하기가 싫어서 그만 두었다. 100 입장료를 내고 스케이팅 장 구경을 했다. 굉장히 큰 규모였다. 시즌이 지나서 사용은 안하고 있었다. 그런데 입장료는 왜 받는담. 스케이팅 장 너머로 거대한 댐이 보이는데 물을 저장하는 댐이 아니고 눈사태를 막는 댐이란다. 특수한 지형 때문에 눈만 있으면 눈사태가 언제나 날 수 있단다.
산 구경을 끝내고 시내로 돌아왔다. 아침에 발견한 인터넷 카페에 들어갔는데 직원과 말이 잘 안 통한다. USB 드라이브를 사용할 수 있고 한국어가 되는 컴퓨터가 있느냐고 물으니 우선 돈부터 내란다. 돈부터 내고 어쩐단 말인가. 고생만 하고 아무 것도 안 될 것 같아서 그냥 나와 버렸다. 이곳에서는 “Korean"하면 못 알아듣는다. 참 이상한 일이다. 한국제 전자제품들이 판을 치고 길 여기저기에 Samsung과 LG 표지판들이 즐비한데 Korean을 모르다니 알 수 없다. 아마 발음 때문인 모양이지만 너무 하다. ”코리아“ ”꼬레아“ 해서 아직까지 못 통한 적이 없었는데 이 나라에서는 안 통한다. 어쩌면 Samsung, LG를 일본회사로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 점심은 어제 봐둔 Dastarkhan Supermarket 식당에서 먹었다. 자기가 원하는 음식을 집어서 돈을 내는 카페테리아 식인데 싸지도 않고 음식 맛도 시원치 않았다. 어제 먹은 PBC가 조금 더 비싸지만 훨씬 낫다. 식사 후에 Almaty에서 제일 크다는 수퍼마켓에 들어가 보니 한국 컵라면이 보여서 많이 살수는 없고 Almaty에 있는 동안에 먹을 4개를 샀다. 저녁으로 먹으면 딱 좋겠다.
오후 3시에 우즈베키스탄 비자를 찾으러 갔다. 대사관밖에는 경비원 두 명과 비자를 내러 온 사람 두어 명이 있었다. 그중 한 명이 영어를 한다. 미국 Gillette 회사의 카자흐스탄 지점에서 일하는 친구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오늘 비자를 받으러 오라고 해서 왔다고 하니 경비원은 자기는 모르는 일이니 들여보낼 수 없다는 것이다. 전화로 담당영사에게 연락을 해보란다. 그러나 담당영사 이름도 모르고 전화번호도 모른다. 알아도 전화를 걸 방도도 없다. 이런 문제가 생기리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비자 받으러 왔다고 하면 경비원이 들여보내 주거나 영사에게 연락을 해 줄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다. 이런 대화도 영어를 하는 Gillette 사원이 있기에 가능했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말조차 붙여보지도 못하고 그냥 기다리다가 영사로부터 나를 들여보내라는 연락이 없으면 모든 것이 허사가 될 뻔했다. 다행히 Gillette 사원이 자기 휴대폰으로 영사관에 전화를 해서 내 사정을 설명하니 나를 들여보내라는 연락이 와서 들어갈 수 있었다. 결국 비자는 받았지만 내가 원한 3번 입국할 수 있는 복수비자는 못 받고 한 번 입국할 수 있는 단수비자만 받았다. 기간은 그래도 여유가 있는 7월 1일부터 9월 30일 까지다. 일단 입국하면 30일 체류할 수 있다. 연장이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30일 이면 충분하다. 왜 복수비자가 안 되느냐고 물었더니 본국에 신청은 했는데 허락이 안 났다는 것이다. 세 번 들어오고 싶으면 들어올 적마다 $100씩 내라는 심사인 것 같다. 수수료가 급행료 포함해서 $150인데 $50은 미화로 내고 나머지는 카자흐스탄 돈으로 내려하니 환율을 140대 1로 계산한다. 현재 환율이 128대 1인데 바가지 환율이다. 우즈베키스탄은 완전히 비자 장사를 하는 나라이다. 그래도 비자를 받으니 한숨 놓인다. 밖에서 기다리는 동안 어느 나라 여자인지 여자 여행객 두 명을 만났는데 10일 전 비자 신청할 때는 초청장 없어도 된다고 하더니 오늘은 초청장 없이는 비자를 내줄 수 없다고 해서 돌아간단다. 나도 초청장이 없이 비자 신청을 했는데 나는 나오고 그 여자들은 신청조차 못했으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서울서는 우즈베키스탄 비자를 내려다가 뒷돈을 받으려는 영사를 만나서 고생만 하고 포기해 버렸는데 이곳에서는 돈은 들었지만 큰 속 안 썩이고 됐으니 다행이다.
Independence Monument 조각 물 포즈가 재미있다
어린애와 Independence 가 무슨 관련이 있을까?
조각물이 모두 카자흐스탄 사람들이 모델이다
오늘은 날씨가 청명해서 설산이 깨끗이 보인다
Medeu 스케이팅 장, 뒤로 보이는 댐은 눈사태를 막기 위한 것이다
Medeu 근처에 있는 아담한 산
Medeu 가는 버스
Almaty에는 오락실과 도박장들이 많이 보인다
"쭉쭉 빵빵“한 러시아계 백인여자들
공원 벤치에서 담화를 즐기는 노인들
제법 오래된 아파트 건물이지만 에어컨과 위성 TV 안테나가 많이 보인다
공원길을 걷는 칭기스칸 후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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