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천강 카약 르포] 흐르는 강물 되어 산천 유람하는 맛이란! 굴지리~노일리~유일포리 20km 홍천강 카약 투어 | |||||||||||
거뭇거뭇하던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진다. 수면 위로 튀어 오르는 물고기의 군무가 아름다운 날이다. 오늘은 홍천강에서 카약을 타기로 했다. 한 여름 물놀이에는 차라리 이런 날씨가 더 낫다. 어차피 온몸을 강물에 적실 각오다보니, 가벼운 비쯤이야 걸림돌이 안 된다.
카약은 여름철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래프팅에 비하면 조금 생소한 수상레포츠다. 단체로 체험하는 래프팅과 달리 카약은 주로 홀로 즐기는 활동이라 보급이 더딜 수밖에 없었다. 지금껏 일반인들이 카약을 배우거나 구입할 수 있는 기회의 폭도 좁았다. 그나마 최근 몇 해 사이 다양한 형태의 카약이 국내에서 보급되기 시작하며 조금씩 인구가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나라에서 카약은 소수의 마니아들만이 즐기는 특별한 레저인 것이다. 래프팅이나 카약은 같은 종류의 패들링 스포츠지만 그 느낌은 많이 다르다는 것이 경험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보통 단체로 움직이는 래프팅은 팀원들과의 조화와 교류에 무게 중심이 있다면, 카약은 자신을 돌아보고 자연과의 교감을 즐기는 데 훨씬 많은 비중을 두게 된다. 강물에 몸을 맡기고 수면의 눈높이에서 여유롭게 강변 풍경을 감상하는 즐거움은 카약 투어에서만 느낄 수 있는 남다른 경험이다. 급류용 보다 안정성 뛰어난 투어용 카약
일반들에게 카약은 익스트림 스포츠로서의 이미지가 강하다. 급류에서 기문을 통과하며 힘을 겨루는 카약 슬라럼 경기는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될 정도로 인기 있다. 하지만 카약은 급류뿐 아니라 잔잔한 호수나 강줄기 투어에도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 투어용으로 제작된 카약은 가볍고 속도가 잘 나는 것은 물론 안정성도 높다. 카약은 전복되기 쉽고 조정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급류 카약은 방향전환을 쉽게 하기 위해 짧게 만들어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투어용은 훨씬 다루기 쉽고 안전하게 설계되어 있다. 또한 급류 카약과 달리 본체에 공기 주머니가 있어 쉽게 전복되지 않는다. 카약을 즐기는 데 문제점으로 지적되던 보관과 수송도 접을 수 있는 제품을 사용하면 해결된다. 폴딩 카약은 무게가 10~16kg으로 접으면 대형 배낭에 넣을 수 있을 정도로 크기가 줄어들어 휴대가 쉽다. 분해된 카약을 배낭처럼 지고 나를 수 있음은 물론, 승용차 트렁크에 무리 없이 수납할 수 있다. 어느 정도 숙련되면 조립과 해체에 소요되는 시간이 10여 분에 불과할 정도로 간편한 것도 폴딩 카약의 장점이다.
취재팀이 답사한 홍천강 굴지리유원지~팔봉산 20km 구간은 초보자도 큰 어려움 없이 카약 투어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여울이 몇 곳 있긴 하지만 크게 어렵지 않고 유속도 비교적 느린 편이다. 강폭이 널찍하고 수심도 얕다. 무엇보다도 매력적인 것은 서울에서 2시간 거리라 당일로 충분히 다녀올 수 있다는 점이다. 본격적인 투어에 들어가기 전에 패들링 요령과 운행시 주의점 등을 조구룡 사장에게서 배운 뒤 카약에 올랐다. 먼저 굴포리 앞의 넓은 소에서 방향전환과 패들젓기를 충분히 연습했다. 뼈대 위에 얇은 외피를 씌운 폴딩 카약은 가볍고 다루기 쉬웠다. 크게 힘들이지 않고 패들을 저어도 미끄러지듯이 물살을 갈랐다. 힘들이지 않고 물 흐르듯 하는 패들링이 장거리 투어의 요령이다. 속도를 내겠다고 잠깐이라도 무리하면 결국 막판에 힘이 빠져 탈진하게 된다. 2시간 이상 같은 속도로 꾸준히 패들링할 수 있을 정도의 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려한 홍천강은 멋진 카약 투어 대상지 굴지리에서 큰 물굽이를 하나 돌아 남쪽으로 곧바로 흐르는 강을 따라 내려가기 시작했다. 장마철 초입에 몇 차례 비가 내린 뒤라 약간 물살이 빨랐다. 오른쪽으로 산사면에 난 도로 옆으로 펜션들이 간간히 눈에 띈다. 현재 공사 중인 곳도 있었다. 이 깊은 산중 오지까지 찾아오는 도시인들이 제법 많은 모양이다. 얕은 물을 지날 때는 자신의 영역을 침범당한 물고기들이 강바닥을 이리저리 헤엄쳐 다닌다. 한가하게 강가에 않아 있던 물새들도 깜짝 놀라 자리를 뜬다. 조용히 나타난 침입자를 경계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바람소리와 물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고용한 강이다. 정말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멀리 장항리의 잠수교가 보였다. 잠수교나 보, 다리 교각 등 강에 설치된 구조물들은 카약 투어의 최대 장애물들이다. 사전에 충분히 전략을 세워 통과 경로를 정하는 것이 좋다. 약간의 위험 요소가 보인다면 우회하는 것이 최선이다. 아무런 대책 없이 그냥 지나칠 경우 사고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항리의 잠수교는 수면과 다리 상판과의 간격이 제법 높아 배를 타고도 충분히 통과할 수 있었다. 물의 흐름도 순탄하고 좋았다. 선두에 선 조구룡씨가 몸소 통과지점과 요령을 손짓으로 알려줬다. 일행들은 차례로 잠수교를 지나 다리 아래로 빠져나갔다. 잠수교를 지나 잠시 나아간 뒤 강줄기는 북쪽으로 크게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는 잠시 후 또 하나의 잠수교가 나타났다. 이번 다리는 상판이 너무 낮아 아무래도 통과가 어려운 듯했다. 하는 수 없이 오른쪽 기슭으로 배를 올린 뒤 다리를 넘어 하류로 내려갔다. 이후 잠시 동안 강 양편으로 사람을 찾아볼 수 없는 적막강산 무인지경이 펼쳐진다.
산으로 둘러싸인 강물 속에 고립되어 흘러가다 거대한 남노일대교 밑을 지났다. 다리 밑에는 제법 배를 흔드는 여울이 형성되어 있었다. 이어 크게 물굽이가 지는 곳에서 또 한 번의 여울을 통과하니 오른쪽으로 넓은 자갈밭이 형성된 노일강변유원지를 지나게 된다. 굴지리를 출발한 지 어느덧 3시간쯤 지났다. 시각은 이미 오후 3시를 향하고 있었고 슬슬 시장기가 돌기 시작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는데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남노일리 강가에 배를 대고 근처 식당에서 홍천강을 내려다보며 여유 있게 식사를 마쳤다. 느긋한 점심을 마친 뒤 취재팀은 다시 카약을 타고 노를 젓기 시작했다. 노일리에서 목적지인 팔봉산 입구까지는 11km 쯤 남아 있었다. 지금까지 온 것보다 조금 더 먼 거리를 가야했기에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날씨도 슬슬 나빠지며 빗방울이 잦아지니 점차 패들링이 빨라졌다. 노일리 펜션단지를 지나 여울을 통과하고 나니 강폭이 넓어졌다. 잔잔한 물살을 치고 나가기 위해 노를 깊게 저으니 바닥이 긁히는 소리가 났다. 물속으로 손을 뻗으니 강바닥이 만져진다. 수심이 무릎에 닿지 않을 정도로 낮은 곳이다. 하지만 카약은 바닥에 걸리지 않고 매끄럽게 나아갔다. 30cm 깊이면 배를 띄울 수 있다고 하니 웬만한 갈수기에도 투어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돌고개 마을에서 휘돌아가던 물길은 노일교 인근에서 왼쪽으로, 도롱골에서 오른쪽으로 크게 방향을 틀며 S자를 그린다. 도롱골 앞 다리를 통과할 때는 폭이 좁고 바위로 층이 져서 약간 까다로웠다. 조금만 코스를 비켜나가도 바위에 선체가 걸렸다. 하지만 바닥이 닿는 것만 감수하면 큰 무리 없이 물 속 바위 위를 미끄러져 나갔다. 폴딩 카약의 강도는 기대 이상이었다. 바위가 많은 지역을 통과해도 프레임은 물론 외피에도 거의 손상이 없었다. 방탄소재인 케블라로 선체의 천을 보강해 철근과 같은 날카로운 물건에 충돌해도 1cm 이상 찢어지지 않는다. 겉으로 보면 약할 것 같아도 의외로 믿음이 가는 탄탄한 물건이었다. 도롱골을 지나 긴 물굽이가 끝날 즈음 왼쪽으로 보이는 펜션 밀집지역이 검실 마을이다. 이곳을 지나며 팔봉산 줄기가 서서히 눈에 들기 시작한다. 거울 같은 물에 비친 팔봉산 그림자와 다섯 척의 카약은 멋진 그림을 만들어냈다. 멀리 목적지인 어유포리의 밤벌유원지가 보였다. 한여름 낮의 산천 유람은 그곳에서 막을 내리게 된다. 카약 투어는 강물과 하나 되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 좋은 기회였다. # 홍천강 카약 투어 가이드 안전수칙 지키고 기본교육 받아야 홍천강은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카약 투어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반드시 경험이 풍부한 사람과 동행하고, 안전수칙과 기본적인 운행요령을 철저히 배운 뒤에 도전하는 것이 좋다. 헬밋과 구명조끼 등의 안전장비는 필수다. 물에 빠졌을 때 상처를 입을 수 있으니 반바지는 피하고 가능하면 아쿠아슈즈도 갖추도록 한다. 식수와 간식은 미리 준비해야 한다. 패들링은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해야 쉬 지치지 않는다. 초보자에게 가장 두려운 대상인 여울의 물결은 맞서기보다 부드럽게 타고 넘는다는 생각으로 통과한다. 물이 얕아 바닥이 닿는 구간은 카약을 들고 이동하는 게 좋다. 투어 도중 나타나는 잠수교는 기본적으로 우회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도록 한다. # 투어용 폴딩 카약 분해하면 배낭 하나에 넣을 수 있는 크기 배낭에 넣어 운반하는 폴딩 카약은 부품들을 차곡차곡 조립해 완성한다. 조립은 본체의 뼈대를 먼저 만들고 그 위에 외피를 씌우는 방식이다. 외피는 폴리에스터 소재로 전기접합으로 무게를 줄이고 물이 스며드는 것을 방지했다. 폴딩 카약을 조립하는 데는 보통 1인승의 경우 10~15분 정도면 충분하다.
투어용 폴딩 카약은 알루미늄 소재와 파이버글라스, 나무 등을 이용한 일본제 후지타 카약과 독일제 클래퍼 제품이 수입되고 있다. 가격은 종류에 따라서 180만~400만 원 정도. 폴딩 카약은 후지타카약(www.fujitakayak.co.kr, 02-6242-9098)을 판매하는 조구룡씨가 주말 신청자에 한해 진행하는 투어행사를 통해 체험할 수 있다. 장소는 홍천강과 춘천 소양호, 청평~이포대교 등의 수도권 일대로 비용은 1인 1일에 50,000원(점심 포함)이다. # 찾아가는 길 홍천강으로 가는 길은 여러 가닥이나 경춘국도에서 북한강을 가로질러 강촌을 거쳐 들어가는 길이 비교적 한적하다. 강촌에서 남쪽 도로를 따라 추곡고개를 넘어 팔봉산 입구 어유포리까지 약 18km. 취재팀이 카약 투어를 시작한 굴지리유원지는 팔봉산 입구에서 다시 15km 정도 떨어져 있다. 어유포리에서 상류인 굴지리로 이동하려면 팔봉산 입구에서 북쪽 신동면 방향으로 2km쯤 진행해 주유소 앞 삼거리에서 우회전한다. 이후 구만천을 따르다 작은 고개를 넘어 15분쯤 직진하면 중앙고속도로 밑을 지나게 된다. 고속도로를 지나자마자 역전평보건소 부근 사거리에서 우회전해 2차선 포장도를 따라 들어간다. 구불구불한 마을길을 5분쯤 따라 들어가면 뜨락 마을 민가들이 밀집한 곳에서 왼쪽으로 강변으로 내려서는 길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