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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9월 5일, 화요일, Lahore, Lord's Hotel
(오늘의 경비 US $105: 숙박료 1,200, 버스 570, 택시 50, 200, 점심 20, 저녁 115, Lahore-Karachi 기차표 1,975, Karachi-Peshawar 기차표 2,135, 환율 US $1 = 60 rupee)
오늘은 대우버스로 Peshawar를 떠나서 Lahore로 아주 편하게 왔다. 아침 7시 15분 경 호텔을 나와서 호텔에서 잡아준 오토바이 릭샤를 타고 쉽게 대우버스 정류장까지 갔다. 나는 대우버스는 이란이나 터키의 볼보버스처럼 고급버스를 칭하는 것인 줄 알았더니 그것이 아니고 대우버스를 사용하는 한국과 파키스탄의 합작 버스회사 이름이었다. 버스에 Sammi라는 이름도 있는 것을 보니 한국 측 회사는 삼미인 모양이다. 파키스탄의 최고급 버스회사다.
승객이 약 반 정도밖에 안 타서 널찍하게 앉아서 왔다. 여자 승무원이 음료수와 간단한 식사를 대접했다. 중간에 약 30분 동안 휴게소에서 쉬었다 갔는데 시간도 아주 철저하게 지켰다. 아침 8시 정각에 Peshawar를 떠나서 예정 도착시간인 오후 2시 30분에 정확하게 Lahore에 도착했다.
파키스탄의 수도인 Islamabad 근처에서부터는 멋있는 6차선 고속도로를 달렸는데 고속도로가 너무나 멋있어서 물어봤더니 한국회사가 세웠단다. 이 고속도로는 인도와 중앙아시아를 통 털어서도 제일 멋있는 고속도로다. 터키와 그리스에서도 이렇게 멋있는 고속도로는 못 봤다. 한국 기술이 매우 앞섰다는 얘기다. 파키스탄에서 한국과 합작한 버스회사 소속의 한국에서 만든 버스를 타고 한국회사가 세운 고속도로를 달리다니 믿어지지가 않는다. 이 고속도로에는 오래된 차는 올라오지 못하게 되어있다고 한다.
버스에 오르는데 보안이 공항보다도 더 철저하다. 짐 검사는 물론이고 몸 검사까지 하고 중간에 내렸다 다시 탈 때도 또 몸 검사를 한다. 버스가 출발하기 전에 직원 한 친구가 캠코더를 가지고 버스에 올라와서 좌석에 앉아있는 승객을 모두 촬영해간다. 이렇게 철저한 보안은 처음이다. 너무 철저하니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어야하는데 오히려 그 반대의 기분이 든다.
이 버스에는 TV를 보여주는데 다른 버스와는 달리 비행기처럼 헤드폰을 사용해서 듣게 하기 때문에 버스 안이 조용하기 짝이 없다. 나는 버스 안에서 TV나 음악 소리가 너무 클 때 사용하기 위해서 귀마개를 가지고 다니는데 이 버스에서는 필요 없다. 헤드폰을 사용하는 버스는 처음 본다.
버스 안에서 노인 한 사람을 만났는데 파키스탄에서 대학교수로 일하다가 근래에 은퇴한 사람이다. 지질학 박사학위 공부를 하느라고 영국과 독일에서 11년 간 살았다 한다. 얘기를 나누며 왔는데 파키스탄의 핵무기 개발에도 참여한 것처럼 암시를 한다. 내가 Lahore에서 기차로 Karachi로 갈 예정이라고 했더니 기차표 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자기가 커넥션이 좀 있으니 도와주겠다고 한다. 인도에서 기차여행을 많이 해서 기차표 사는 것은 나 혼자도 잘 할 수 있지만 도와주겠다니 거절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서 고맙다고 하고 Lahore에 내려서 이 사람과 함께 Lahore-Karachi 기차표와 Karachi-Peshawar 기차표를 쉽게 샀다. Lahore-Karachi 기차는 금요일 오후 4시에 떠나서 16시간 걸리고 Karachi-Peshawar 기차는 일요일 오후 10시 반에 떠나서 30시간이 걸린다. 이제 Lahore에서 Karachi에 갔다가 다시 Peshawar로 돌아가는 교통편은 해결된 셈이다. 헤어지기 전에 이 대학교수는 Peshawar에 돌아오면 꼭 전화를 걸어달라고 한다. 내가 못한 Peshawar 구경을 시켜주겠다 한다. 그의 이름과 주소는 Dr. Hanif Gul Quresh, 95 Defense Colony, Peshawar이고 전화는 0321-969-7636이다. 내주 Peshawar에 돌아가면 전화연락을 해봐야겠다.
기차표를 산 다음에 Lonely Planet에서 추천하는 숙소 Regale Internet Inn에 들었으나 너무나 마음에 안 든다. 배낭 여행자로 만원인데 너무나 지저분하다. 방은 기숙사 방밖에 없는데 에어컨도 없고 침대는 문가에 있는 것 하나만 남았다. 이 숙소에 머물다가는 너무 고생을 하겠다. 오늘밤은 이곳에서 자고 내일 다른 숙소로 옮길 생각을 하고 나가서 늦은 점심식사를 하다가 근처에 호텔이 보여서 들어가 보니 하루 밤에 1,200 rupee로 비싸기는 하지만 Regale Internet Inn에 비하면 천국 같은 곳이다. 독방에 TV, 냉장고, 에어컨, 욕실 등 모든 편의시설이 다 있다. 당장 이 숙소로 옮겼다. 날씨가 덥지만 않았더라면 그냥 Regale Internet Inn에 있을 수도 있었는데. 더운 것은 못 참겠다.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여정인데 막판에 너무 고생하기도 싫다. 그 동안 고생은 할 만큼 했다.
넓고 넓은 Indus 강, 작년 인도 Ladakh에서 Indus 강 상류를 봤는데 이젠 하류를 본다
차에서 본 차도 가에 있는 빈민촌
바람에 휘날리고 있는 아름다운 갈대 밭
인도 대륙의 최대 곡창지대인 Punjab 평야는 파키스탄과 인도 양국으로 갈라져있다
파키스탄의 최고급 버스인 대우버스
대우버스는 한국 제 대우버스를 사용하는 한국과 파키스탄의 합작 버스회사의 이름이다
한국 회사가 만들었다는 Islamabad와 Lahore를 연결하는 시원스런 고속도로
2006년 9월 6일, 수요일, Lahore, Lord's Hotel
(오늘의 경비 US $44: 숙박료 1,200, 오토바이 릭샤 70, 30, 50, 점심 250, 책 925, 식료품 65, 인터넷 20, 환율 US $1 = 60 rupee)
Lahore는 파키스탄의 문화의 중심지이고 볼거리가 제일 많은 곳이다. 오늘은 Lahore 시내 관광을 하는데 아침 8시에 떠난다는 단체관광을 따라갈까 하다가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그냥 혼자 하기로 했다. Lonely Planet을 보니 Old City에 있는 Lahore Fort에서 시작하는 것이 제일 좋을 것 같아서 10시경에 나가서 Lahore Fort까지 70 rupee를 내고 오토바이 릭샤를 타고 갔다. 30분 정도 걸려서 갔는데 오토바이 릭샤는 큰 길로는 못 다니는지 좁고 복잡한 뒷길로만 갔다. 사람, 소, 차, 모터사이클, 오토바이 릭샤로 범벅이 되어 꽉 막힌 길을 내가 탄 오토바이 릭샤는 잘도 뚫고 나간다. 이들을 간발의 차이로 피해 가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해서 피해 가는데 스치지도 않고 잘도 피해간다. 무더운 날씨에 매연과 소음으로 머리가 어질어질 해진다. 이러면서도 구경을 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Lahore Fort에 도착했다고 내리라고 해서 100 rupee 짜리 지폐를 냈더니 두말 안하고 30 rupee 거스름돈을 준다. 인도 같으면 무언가 구실을 만들어서 거스름돈을 안 주려 할 텐데 이곳은 안 그런 다. 입구 같은 곳으로 들어가 보니 정원 겸 광장 같은 곳인데 왼쪽은 Lahore Fort이고 오른쪽은 Badshahi Mosque이다. Lahore Fort의 입장료가 200 rupee란다. 너무 비싼 것 같아서 밖에서 사진만 몇 장 찍고 들어가지 않았다. 인도에서 Delhi의 Red Fort와 Agra의 Agra Fort에 갔을 때에도 밖에서 사진만 찍고 안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대부분 Fort는 밖이 볼만하지 안에는 별로 볼 것이 없다. Badshahi Mosque는 안에 있는 광장에 잠깐 들어갔다. 10만 명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는 규모라는데 세계에서 둘째로 크단다. 첫째는 어디인지 기억이 안 나는데 인도에 있는 어느 회교사원 같다.
Lahore Fort 주위의 Old City를 잠깐 둘러보았다. Old City는 어디나 마찬가지로 혼잡하기가 이를 데 없다. 이렇게 혼잡한 곳에서 사람이 어떻게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나는데 그것은 내 생각일 뿐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다. 오히려 선진국가 도시에 사는 사람들보다 더 여유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생활환경이 매우 나쁜 것은 틀림없다. 혼잡, 소음, 냄새, 매연, 쓰레기, 먼지, 거지로 꽉 찬 이 도시, 지옥이 있다면 바로 이런 곳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Lahore Fort를 떠나서 Wazir Khan Mosque로 오토바이 릭샤를 타고 갔다. 30 rupee를 주고 갔는데 첫 번째 흥정을 한 오토바이 릭샤는 100 rupee를 달랬다. 불과 1km 거리밖에 안 되는데 100 rupee라니, 너무 했다. Wazir Khan Mosque 구경을 잠깐하고 바로 옆에 있는 Tourist Information Center에 갔더니 옛날 목욕탕 자리다 (Royal Baths). 국기 내리는 예식이 (Flag-lowering Ceremony) 열리는 Wagah에 가는 차편에 관한 정보를 얻었다. 작년에 인도 쪽에서 보았는데 이번에는 파키스탄 쪽에서 보려는 것이다. 다른 여행객들과 어울려서 택시로 갈 수 있으면 좋고 안 되면 혼자 미니버스를 타고 가야한다.
호텔 근처에 있는 KFC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고 근처 책방에 가서 Karachi 기차 여행을 하면서 읽을 책 세 권을 샀다. 내일 Wagah에만 고생하지 않고 잘 다녀오면 Karachi 기차여행 준비가 다 된 셈이다.
19세기의 Lahore Old City 조감도, 전면 오른쪽이 Lahore Fort와 Badshahi Mosque이다
Lahore Fort의 서쪽 문인 Alamgiri Gate
Alamgiri Gate와 정원
Lahore Fort의 성벽
Badshahi Mosque 외부 모습
Badshahi Mosque 정문
멋있는 제복을 입은 경비군인이 나를 위해서 포즈를 취해주었다
Badshahi Mosque 내부, 십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내부 광장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다고 한다
Badshahi Mosque 오른쪽에 있는 건물은 무슨 건물일까?
Wazir Khan Mosque
Wazir Khan Mosque는 타일 조각이 아름답기로 이름나 있다
Lahore Old City의 13 성문의 하나인 Delhi Gate 밖의 풍경
모터사이클 정비소의 아이들
대형 독에 냉차를 넣고 판다
금주의 나라이니 술꾼은 아닐 텐데 대낮부터 낮잠이다
내가 묵었던 Lord's Hotel 건물에 Pizza Hut도 있다
오토바이 릭샤에서 나오는 매연으로 연기가 자욱한 길거리
오토바이 릭샤는 이 나라 도시에는 아주 중요한 대중교통 수단이다
오토바이 릭샤는 지독한 매연과 소음을 낸다
상상을 초월하도록 혼잡한 길거리
2006년 9월 7일, 목요일, Lahore, Lord's Hotel
(오늘의 경비 US $26: 숙박료 1,200, 점심 250, 인터넷 10, 식료품 75, 환율 US $1 = 60 rupee)
파키스탄 사람들은 인도 사람들보다 훨씬 더 내 마음에 든다. 그 동안 파키스탄 사람들을 상대해보니 인도 사람들 보다 훨씬 더 정직하고 바가지를 별로 씌우려고 하지 않고 친절하다. 멀리서부터 다가와서 악수를 청하고 말을 거는 등 아무 이유 없이 친절해 한다. 내 기차표를 사는데 도움을 준 Dr. H.G. Quresh도 좋은 예다. 아무 이유 없이 자기가 택시요금을 내면서 내 기차표 사는 것을 도와주었다.
올 가을부터 캘리포니아 UC Davis에서 박사학위 공부를 시작하는 작은 아들에게서 이메일이 왔다. 자기 엄마와 형의 도움으로 이사를 잘 끝낸 모양이다. 학교가 마음에 들고 도시와 아파트도 마음에 든단다. 앞으로 5년 정도 살 곳인데 마음에 들어야지. Stanford 대학에도 지원을 했는데 안 되었다. 박사과정 학생을 단 3명 뽑는데 200여명이 지원해서 작은 아들은 6명까지에는 들었는데 3명에는 못 들었다. Stanford 대학에 되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쉽다. 그러나 UC Davis와 Stanford 중에 어느 쪽이 정말 좋은 선택인가는 지금보다 5년 후에 더 잘 알게 될 것이다. (2017년 추신, 현재 작은 아들은 Harvard 대학교 Asian American Studies 전임강사이다.)
오늘 계획은 오전에는 쉬고 오후에 Wagah에 가서 국기하강 예식을 (flag-lowering ceremony) 보고 밤 9시 반부터 자정까지는 Sufi Show를 보러 가는 것인데 둘 다 취소하고 점심때 잠깐 나가서 인터넷을 하고 Pizza Hut에서 점심을 푸짐히 먹고는 하루 종일 에어컨이 시원스럽게 돌아가는 호텔 방에서 쉬었다. 점심 때 잠깐 나갔는데 10여분도 안돼서 옷에 땀이 죽 배일정도로 덥다. Wagah에 갔다가는 너무나 고생을 할 것 같아서 그만 두었고 Sufi Show는 밤중에 나가는 것이 마음에 안 내켜서 포기해 버렸다. 나중에 후회할 것 같다. 그러나 날씨가 너무 더우니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다. 빨리 찜통 같은 이 지역을 벗어나서 시원한 서북부 지방으로 가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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