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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진리회 포천수도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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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진리회를 믿는 도인(道人)들은 도장에서 참배를 통해 신앙의 대상에게 배례를 드리고 각종 치성행사를 갖는다. 기자가 포천도장을 방문해 취재협조를 요청했을 때 대순관계자는 본전에 대한 사진촬영은 끝내 허락하지 않았다. 그곳은 신성한 곳이어서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다는 설명이었다. 얼마만큼 본전을 신성시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포천도장을 찾아가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경기도 의정부 역사에서 포천가는 버스를 타고 대진대학교 정문에 내리면 됐다. 한옥식 기와를 얹어 고풍스럽게 지어진 건물 안에는 대진대학교와 포천수도장으로 향하는 꽤 넓은 길이 뚫려 있었다. 걸어서 가기에는 너무 먼 거리여서 학교와 정문을 왕복하는 셔틀버스를 이용해야 했다. 대순진리회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도장에 도착하자 엄청난 규모의 건물과 화려한 단청이 기자를 맞이했다. 가히 왕조시대 임금이 머물던 궁궐을 연상케 했다. 포천수도장은 포천군 포천읍 선단리 왕방산(旺方山) 남쪽 산록에 자리잡고 있다. 선단리(仙壇里)는 예부터 신선에게 제사를 지내는 제단(祭壇)이 있었다는 데서 유래한 지명이라는 관계자의 설명이 있었다. 실제로 포천수도장 뒤로 난 산 길을 따라 1㎞정도 올라가면 아름드리 큰 소나무가 두 그루 있고 그 아래에 자연적으로 생겨난 제단석이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동리 주민들이 해마다 치성을 드렸다는 얘기도 전해온다. 대순관계자는 특히 이곳의 풍수적 의미를 강조했다. 포천수도장은 풍수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길지라는 것이다. 금강산, 설악산, 오대산 태백산의 양기맥(陽氣脈)이 뻗어오고 삼각산, 도봉산의 음기맥(陰氣脈)이 치받은 곳에 위치했다는 것이다. 여주본부도장은 매화낙지혈(梅花落地穴)인데 포천도장은 선인독서혈(仙人讀書穴)이라는 것. 선인독서혈은 풍수지리에서 양팔을 벌리고 편안히 앉아 책을 보는 형국으로, 이런 혈에서 오랜기간 공부를 하면 신선이 될 수 있고 인연이 있는 사람은 신선이 승천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고 관계자는 밝히기도 했다. 포천도장을 들어서면 좌측에 3층으로 된 종의원(임원들이 회의를 하는 건물)이 자리잡고 있다. 오른쪽에 선정원(종무행정을 보는 곳), 종-고각, 특수수련 기도실(순감들이 시료를 보기 위해 수련을 하던 건물)이 있으며 전면에는 계단 위로 숭도문이 본전앞에 떡 버티고 있다. 숭도문은 도를 많이 펴라는 의미가 담겨 있으며 선녀직금(仙女織錦), 금의창생(錦衣蒼生), 무병장수(無病長壽), 오선위기(五仙圍碁)의 벽화가 새겨져 있다. 숭도문 뒤에는 임금이 거처하던 대궐을 연상시킬 만큼 웅장한 본전이 위용을 자랑한다. 이 본전에는 대순진리회에서 신앙의 대상으로 받들고 있는 구천상제를 비롯한 신위가 봉안되어 있다. 대순관계자는 본전 왼쪽 담너머에 박한경도전이 재세시에 기거했던 내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숭도문 오른쪽에는 명심당이 다소곳이 앉아 있다. 포천수도장은 건립과정이 거의 기적에 가까웠다. 1992년 3월 기공식을 하여 약 4개월만인 7월(음력 6월 24일)에 모든 공사를 끝마쳤다. 대순진리회 관계자는 "대지 약 1만평, 연건평 5,098평에 9개동의 건물을 불과 4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은 박한경도전의 뛰어난 영도력과 모든 도인들의 신앙심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포천수도장에서는 완공된 후 특수수련공부가 있었다. 1994년부터 72명을 1개반으로 2박3일에 걸쳐 수강(授講)을 실시해 오고 있다. 수강은 대순진리회에서 신앙심을 돈독히 하고 교리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기 위해 2박3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일종의 수련회라고 보면 된다. 대순진리회는 범증산교 계열이다. 증산계열 종단은 수십개에 달해 그 전모를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분파되어 있다. 그러나 단순히 구분하면 강증산의 직계제자 계열이 세운 종단과 그렇지 않은 종단으로 구분할 수 있다. 대순진리회 모체가 된 태극도 창시자 조철제는 강증산의 직계제자가 아니다. 꿈에 강증산을 만나 도를 계승한 것으로 전하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태극도에서 갈려 나온 대순진리회 역시 다른 증산종단으로부터 정통성시비에 시달려 왔다. 대순진리회를 창시한 박한경 도전은 1917년 11월 30일 충북 괴산군 상모면 문강리 207번지에서 출생했다. 원명은 경호(景浩)이고 호는 우당(牛堂)이다. 박한경은 1946년 30세 되던 해에 정산 조철제가 세운 태극도(太極道)에 입도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탁월한 종교적 능력을 갖고 있던 박한경은 조정산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고 결국 종통을 계승해 종단 최고지도자인 도전이 됐다. 그러나 박한경의 교단운영에 불만을 가진 세력들에 의해 법정시비가 일었고 결국 태극도를 떠나 대순진리회라는 교단을 창립한 것이다. 대순진리회 자료에 의하면 1969년 4월 대순진리회를 창설하고 그해 6월 중곡동에 중앙본부도장을 창설한 것으로 되어 있다. 신앙대상은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강성상제(九天應元雷聲普化天尊姜聖上帝)라 하는데 간략히 구천상제(九天上帝)라 하기도 한다. 그리고 태극도를 창시한 조철제를 옥황상제라 해서 신앙대상으로 여긴다. 최근 벌어진 종단의 갈등은 이들 두 신앙대상 외에 최근 화천한 박한경 도전을 신앙대상으로 영대에 모시느냐 하는 문제가 배경에 깔려 있다. 포천수도장은 박한경 도전을 박성상제라 해서 영대에 봉안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삼위상제가 되는 것이다. 대순진리회는 창립된지 30여년의 세월의 지나는 동안 각종 시비와 흉흉한 소문에도 불구하고 대진대학교와 각종 교육시설을 비롯해 분당 제생병원 등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또한 5개 도장은 그 규모나 건축양식에 있어 국내에서 보기 드문 웅장하고 화려한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증산계열 한국신종교로서 교세로만 보면 가장 성공적인 교단을 일궈냈다. 대순진리회 훈회(訓誨)를 보면 △마음을 속이지 말라 △언덕(言德 )을 잘 가지라 △척()을 짓지 말라 △은혜를 저버리지 말라 △남을 잘 되게 하라고 되어 있다. 포천수도장을 떠나 서울로 내려오면서 대순진리회 도인들이 훈회의 가르침만 제대로 실천한다면 종단내부의 대립과 갈등을 치유하고 화합된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가져봤다.
/김형수기자 kakim@segye.com
<사진>경기도 포천읍 선단리 왕방산 남쪽 기슭에 조성된 대순진리회 포천수도장, 도장 옆으로 대진대학교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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