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S칼텍스 팬들에겐 성지(聖地), 초록빛 물결... 서울 장충체육관으로 직관을 다녀왔습니다.
2017-18 도드람 여자프로배구 5위 GS칼텍스 대 6위 흥국생명의 12일(일) 경기를 되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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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계 아닌 직관했기 때문에 해설도 방송사의 분석도 없이, 그 자리에서 느낀 그대로의 경기 포인트만 몇 개 짚어보고자 합니다.
우선 양팀의 스타팅 라인업, 나올 선수들이 다 나온 가운데 흥국생명은 1세트 후반 큰 변수를 맞았습니다.
1세트 21 대 18로 끌려가던 흥국생명의 주포, 외국인 선수 테일러 심슨이 부상으로 코트를 떠난 것이 그것인데요. 안그래도 이재영-심슨 말고는 뚜렷한 공격수가 보이지 않는 흥국생명에서 용병선수가 부상으로 이탈하자 현장의 많은 팬들은 확실하고 쉬운 승리를 예상했습니다. 안그래도 GS는 2연승, 흥국생명은 4연패를 기록하며 분위기에 차이가 있는데다가, 전체적인 전력에서도 GS가 확실히 앞선다는 평가가 많았기 때문에 저 역시도 쉽게 생각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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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심슨 대신 코트에 들어온 이한비 선수(좌)가 오히려 분위기 반전을 이뤄냈습니다.
이한비 선수는 백발백중의 강력한 스파이크 서브(서브에이스는 1득점)로 GS의 리시브라인을 마구 흔들어줬고, 공격에서도 파워풀한 공격으로 장충에 모인 모든 팬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오늘경기 11득점(팀내2위)으로 맹활약. 지난 KOVO컵대회 때만큼의 인상깊은 플레이었습니다.
수비에서는 신연경 선수(우)가 빛났습니다. 기존 김해란 & 남지연 리베로도 있지만 GS의 맹공을 놀랍도록 잘 버텨준 신연경 선수의 끈끈한 플레이가 저는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디그 시도 17개, 성공 16개).
결국 외국인선수의 이탈에도 오히려 끈끈하게 뭉친 흥국생명의 3대0 완승! 경기 후 에이스 이재영 선수(25득점)는 눈물의 인터뷰를 했던데, 승리를 위한 이같은 간절함과 단단한 정신력이 오늘의 승리를 만들어낸 것 아닌가 싶습니다.
6개 구단 중 수비 1등, 공격 6등의 흥국생명이 수비 1등 & 공격 1등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준 것과는 반대로
공격 1등, 수비 6등의 GS칼텍스는 이날 경기 수비 6등 & 공격 6등! 가히 최악의 경기력을 홈팬들에게 보였습니다.
확실히 1세트 중후반, 흥국생명에 예상치못했던 악재가 터졌을 때 그것을 본인들 것으로 만들어내지 못한 아쉬움이 컸습니다. 1세트를 따냈더라면 의외로 그리고 예상대로 완승을 거둘 수 있었을 텐데, GS 선수들은 그러지 못했습니다.
경기를 지켜본 많은 팬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선수들 스스로도 손쉬운 승리를 예상했나요? 그래서 방심했나요? 그래서 (쉽게 가져올 수 있겠다고 생각한 승기를 잡지 못하고) 의외로 본인들 예상밖으로 밀리는 경기가 계속되자 당황했나요?
최악의 경기력으로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그대로 완패! 올라가야할 기회에서 오히려 꼴찌로 추락, 흥국과 자리를 맞바꾼 GS입니다. 두고두고 아쉬운 오늘 하루가 아닐 수 없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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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 팬으로서 몇 가지 짚어보자면
일단 이날 경기, 이나연과 안혜진 세터 두 사람 모두 전체적으로 토스가 낮았습니다. 그래서 경기 중간중간에 공격수들의 강타가 네트를 때리는 장면이 많이 보였습니다. 현대건설의 이다영 세터처럼 쭉쭉 힘있게 뽑아주는 토스가 부족했습니다. 신인 한수진 선수의 부상공백을 두고두고 아쉬워하기엔 두 선수 능력이 없는게 아니잖아요? 이나연 & 안혜진 세터 두 선수의 분발을 많은 팬들과 함께 촉구합니다.
그리고 3세트로 진행된 짧은 경기에도 21개나 범실은 저지른 건 참 답답합니다(흥국 14개).
이기고 있을 때는 물론이고, 겨우겨우 따라붙는 타이밍에서도 실수 또 실수. 그리고 강한 서브도 아니고 평범한 서브에서도 그렇게 허무하게 범실을 하면 도대체 어떻게 이기겠다는 건지... 선수들 본인들은 또 얼마나 답답하겠습니까만, 지켜보는 팬들은 심장이 철렁, 숨이 탁 막히는 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 경기에서도 몇 차례 그런 장면이 나왔죠.
p.s. 경기 후 일부 온라인 상에서는 강소휘 선수가 범실이 많다고 하는데, 사실 매경기 꼬박꼬박 범실이 참 많죠. 또 차상현 감독은 그래도 강 선수를 믿고 많은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요. 저도 다 동의하고, 또 강 선수가 범실을 좀 줄였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오늘의 이한비 선수처럼 범실은 없고 공격과 서브는 강하게 매경기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아직 어린 선수이고(1997년생), 그리고 이소영 선수의 부상공백으로 졸지에 에이스 역할을 맡아야했던 부담감과 책임감도 엄청날 것이고, 그리고 강소휘 선수의 장점은 확실히 '그래도 당돌하게 때리고 또 때리는 직진 공격본능'이 아닐까 싶네요.
올시즌, GS도 다른 구단들과 같이 우승을 노리고 있겠지만, 올시즌 강소휘 선수는 한 번 참고 지켜보고 싶습니다. 개인적인 생각.
그리고 마지막으로 선수 기용과 관련해.
GS 차상현 감독님이 한다혜나 김채원, 이영, 정다운 같은 교체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점은 참 마음에 들고 또 좋아 보입니다.
이날 경기에서도 강소휘 선수 서브 타이밍에 한다혜 선수나 김채원 선수가 대신 원포인트 서버로 들어가 서브와 함께 후방 수비를 보강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교체로 들어간 선수들이 몇 번의 랠리에서 몇 차례 좋은 수비를 보여주기도 했고요.
하지만 (두 선수를 참 좋아하긴 하지만) 김채원 & 한다혜 선수는 원래 리베로 포지션이고 이영-정다운은 김유리-문명화 선수와 함께 중앙에서 로테이션되는 센터 자원입니다.
제가 든 생각은 GS가 공격에서 풀리지 않을 때 이를 뚫고 나가게 해줄(=분위기 반전용) '공격성향이 강한' 교체자원이 뚜렷이 안보인다는 점입니다. 이소영 선수가 있었다면 이소영-강소휘-듀크 삼각편대에 표승주 선수가 틈틈이 조커 역할을 해줄 수 있었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해당사항 없는 이야기이고. 흥국생명에서 이한비 선수가 그랬던 것처럼(오늘 이한비 선수 많이 언급하네요), 기존 공격수들이 무언가 답답하고 막힐 때 한두번씩 교체로 들어가 분위기를 바꿔줄 수 있는 선수가 GS에는 안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김진희 선수를 한 번 활용해봤으면 하는데요. 물론 175cm로 신장이 작고, 또 이번 정규시즌에서 무언가 뚜렷한 활약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올시즌 3득점), 사실 단 3경기 4세트만으로 평가하기엔 선수에게 너무 가혹한 것 아닌가 싶네요.
지난 2016-17 시즌 KGC에서는 그래도 142득점(21경기)이나 했던 쏠쏠한 활약의 보조공격수였습니다. 나름 경력도 있고요. 어떤 부상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김진희 선수를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보는 것도 어떨까 싶네요. "듀크 선수가 처음부터 집중력이 떨어졌다"거나 선수들의 경기력에 대해 "최악이었다"는 그런 사후약방문도 안되는 말씀하시지 말고요.
다음 경기는 확실히 많이 나아져야 하는, 반전된 모습을 보여줘야하는 GS칼텍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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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의 에이스 이재영 선수는 이제는 확실히 폼이 올라온 모습입니다. 게다가 무거운 책임감까지 느끼며 팀을 이끄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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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까지만 해도 기복에 부상 걱정을 해야했던 조송화 세터는 이제는 어엿한 국가대표 후보군으로까지 성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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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의 두 신성(新星) 강소휘 선수와 문명화 선수에겐 바라는 게 많습니다. 공격과 수비 모두 발전하는 한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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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의 차세대 에이스, 강소휘 선수. 오늘 경기 아픔은 소리 한 번 지르는 것으로 또 잊어버리고. 다음 경기 또 최선을 다해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