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의 똑똑함은 인간의 방심과 무관심보다 훌륭하지만 고도의 지적 능력과 판단 능력을 발휘하는 경우엔 제 기능을 못 하는 경우가 있다‘
의료정보와 관련된 실무나 자문을 오랫동안 해 오면서 늘 상기하게 되는 제 나름의 생각이었습니다. 이지스 전자차트에 사전심사를 도입하고 자문과 함께 실제 심사 실무를 구축하면서 이런 생각에 더욱 동감하게 됩니다.
사전 심사규칙을 만들었을 때 사용자로부터 크게 세 가지 반응을 얻습니다.
첫 번째 반응은 심사 점검에 대한 긍정적 반응입니다. 당연히 이런 반응을 기대하고 심사규칙을 만들기 때문에 크게 반응에 대한 느낌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두 번째 반응은 무관심입니다. 애써 만든 심사규칙이 별 반응이 없어서 심사정보를 직간접적으로 담당하는 저로서는 상당히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우선, 정말로 불필요한 심사규칙을 만들었나 하는 자기반성을 하게 되고, 또 애써 만든 소중한 심사규칙이 잘 쓰여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홍보해야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반응은 바로 심사의 긍정적인 부분을 외면하고 부정적인 면 때문에 심사규칙을 없애달라거나 그런 쓸모 없고 불편한 심사를 왜 만들었느냐 하는 비난을 받을 때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예기치 않은 심사정보의 오류나 정의로 인해 심사정보가 오류심사를 발생할 때의 사용자 반응도 포함됩니다.
최근 일부 골다공증 치료제 처방 시 지난 1년간 골밀도 검사의 처방 내역(급여, 검진)을 확인해서 알림창을 띄워주는 심사창을 구현하여 제공하고 있습니다. 골밀도를 시행하고 해당 약제를 처방 후 1년이 지나도 검사 시기를 놓쳐 검사 오더를 제때 챙기지 못하거나 심지어 삭감되는 일도 있었기 때문에 이런 기능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사용자의 요구로 새로운 규칙까지 개발해서 어렵게 신설된 항목이었습니다.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처방의 경우 PSA 검사 점검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가장 긍정적인 효과는 저도 그렇지만 골밀도 검사가 1년이 지나는 시점을 매번 체크해서 1년이 딱 지났을 때 적정시점에 골밀도 검사를 내기가 여간 골치 아픈 문제가 아니었는데 이게 해결되었고 골다공증 치료제 복용 후 1년 지나도 골밀도를 시행하지 않아서 전산 삭감될 우려가 없어졌다는 것입니다. PSA검사도 이와 같습니다.
이처럼 아주 좋은 점검기능이라고 생각하는 데 전산의 한계로 인해 해결할 수 없는 경우가 딱 한 가지 있습니다. 바로 비급여로 발생하는 골다공증, PSA 검사, 혹은 위탁이나 외부에서 시행한 검사의 경우는 지난 1년간의 급여 또는 검진으로 발생한 검사코드를 전제로 검사 발생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기준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이로 인해서 해당 검사가 없다고 판단해서 다음 골밀도 검사를 급여로 처방하기 전까지 최대 12개월간 사전점검 심사 창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해결책은 사실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불편함을 호소하는 일부 사용자들의 요구대로 규칙을 삭제하거나 혹은 사용자를 잘 설득해서 어느 정도의 불편함을 감수해 달라고 읍소하는 방법의 하나를 택해야 합니다. 가능하면 후자를 선호하지만 사실 저나 담당자로서는 여간 괴로운 일이 아닐 수 없고 견디다 못해서 전자를 택하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골다공증 검검 규칙도 요즘 같은 고민 중인 항목 중 하나입니다.
최근에 여기 단톡방에도 계시고 제가 잘 아시는 원장님께서 이지스 콜센터로 골밀도 사전점검에 대한 불만건으로 수차례 콜이 들어왔다고 담당자가 어려움을 호소해서 이지스 전체 단톡방에서 이런 입장과 해명을 드리고자 길게 글을 올렸습니다. 물론 다른 사용자들에게는 이런 어려운 부분이 잘 전달이 안되겠지만 최소한 여기 계신 분들이라도 사전심사 업무의 고충을 조금이라도 헤아려 주셨으면 합니다.
끝으로 사전심사의 한계를 극복하여 오점검과 과잉 점검이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전산의 한계로 아직 사용자의 수준을 뛰어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 많이 헤아려 주시고 저나, 담당자 그리고 사전심사 업무와 관련이 없는 콜센터 직원들에게 야단과 호통이 아닌 긍정적이고 대안적인 의견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