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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차없다
“사정을 봐 주거나, 용서가 없다”는 뜻이다
가차에는 여러 가지 뜻이 있으나, 그 중 하나는 한자를 만드는 방법인 육서(六書)의 한 가지를 뜻하기도 한다.
이 때의 가차는 적당한 글자가 없을 때, 뜻은 다르나 음이 같은 글자를 빌어서 대신 쓰는 방법을 말한다.
이를테면 예전에 보리를 뜻하는”來(래)”자를 빌어 ”오다”를 뜻하는 글자로 쓰던 것이 그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가차없다”고 하면 임시로 빌어오는 것도 안된다는 것이니,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 예시문 : 가차없이 그를 처벌해야 한다
2. 감쪽같다
“꾸민 일이나 고친 물건이 조금도 흠집이 없다” 뜻이다.
원래 곶감의 쪽을 먹는 것과 같이 날쌔게 한다는 데서 유래된 말이다.
곶감의 쪽은 달고 맛이 있기 때문에 누가 와서 빼앗아 먹거나 나누어 달라고 할까봐 빨리 먹을 뿐만 아니라 말끔히 흔적도 없이 다 먹어 치운다.
이런 뜻이 번져서 현대의 뜻처럼 일을 빨리 하거나 흔적을 남기지 않고 처리할 때 감쪽같다는 말이 쓰이게 된 것이다.
- 예시문 : 기사님이 망가진 선풍기를 감쪽같이 고쳐 놓았다.
3. 개떡같다
“매우 보잘 것 없다”의 뜻이다.
밀가루나 보릿가루 또는 노깨(밀가루를 곱게 치고 난 찌끼), 메밀 속껍질 등을 반죽하여 둥글넓적한 모양으로 아무렇게나 반대기를 지어 찐 떡을 “개떡”이라고 한다.
농촌 생활이 궁핍할 때에 흔히 해 먹던 떡으로, 맛이 거칠고 형편없었다.
이러한 개떡에 빗대어 마음에 들지 않는 물건이나 일을 가리키는 말로 쓰게 되었다.
처음에는 겨로 만든 떡이라고 해서 “겨떡”이라고 하던 것이 점차 “개떡”으로 변해서 된 말이다.
- 예시문 : 개떡같은 소리를 하다
4. 거덜이 나다
“살림이나 무슨 일이 흔들려 결단이 나다”라는 뜻이다.
조선시대 때 궁중의 말과 마굿간을 관리하던 사복시라는 관청이 있었다.
거덜은 사복시의 하인을 말하는데, 궁중에서 높은 사람이 행차할 때 큰소리로 길을 비키라고 사람들을 몰아세우다 보니 자연히 우쭐거리며 몸을 흔들고 다니게 되었다. 그래서 잘난 체 거드름 피우는 것을 “거덜거리다”라고 하게 되었고, 이렇게 “흔들흔들”한다는 뜻이 더욱 발전하여 살림이 흔들흔들거리고 밑천을 홀랑 들어 먹는 것을 “거덜이 나다”라고 하게 되었다.
- 예시문 : 노름으로 살림이 거덜 났다.
5. 고뿔
지금은 감기라고 하지만, 옛날에는 모두 “고뿔”이라고 했다. 이 “고뿔”은 마치 “코”에 “뿔”이 난 것처럼 생각하지 모르지만, 실제로 이것은 “코”에 “불”이 난 것이다.
즉, “코”에 열이 난다는 뜻이다. 이전엔 “곳블”이었다.
즉, “코”를 뜻하던 옛날 말인 “고”에 “블”이 원순모음화와 된소리가 되어(블―뿔) “고뿔”이 되었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 한자어인 “감기”가 이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 예시문 : 마을에서 제일 고령인 복동 할멈까지도 고뿔 한 번 앓지 않으며 겨울을 보냈다.
6. 고주망태
“술을 많이 마시어 정신을 차릴 수 없이 취한 상태”를 고주망태라고 한다. 물론 이는 고주와 망태의 합성어이다.
옛말이 “고조”였던 “고주”는 “술을 거르거나 짜는 틀”인데 오늘날에는 “술주자”라고 한다. “망태”는 “망태기”의 준말로 “가는 새끼나 노로 엮어 만든 그릇”을 이르는 말이다.
술주자 위에 술을 짜기 위해 올려놓은 망태이기에 언제나 술에 절어 있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술을 많이 마시어 취한 상태인 고주망태란 말은 이에서 연유된 말이다.
- 예시문 : 몸도 못 가눌 만큼 고주망태가 되도록 술을 마셨다.
7. 곤죽
“엉망이 되어 갈피를 잡기 어려운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원래 곤죽은 곯아서 썩은 죽을 뜻하는 말이다.
그러다가 밥이 몹시 질거나 땅이 질척질척한 상태를 가리키게 되었으며, 나아가 사람의 몸이 몹시 상하거나 늘어진 상태를 비유하는 말로 주로 사용하게 되었다.
따라서 “술을 곤죽이 되도록 퍼 마셨군”과 같이 쓰이게 되었다.
- 예시문 : 하수도 공사를 하는데다 비까지 와서 길이 곤죽이 되었다.
8. 골탕먹다
“크게 곤란을 당하거나 손해를 입다”는 뜻이다.
골탕이란 원래 소의 머릿골과 등골을 맑은 장국에 넣어 끓여 익힌 맛있는 국물을 가리키는 말이므로, 골탕을 먹는 것은 맛있는 고기 국물을 먹는다는 말이었다.
그러던 것이 “곯다”라는 말이 골탕과 음운이 비슷함에 따라 골탕이라는 말에 “곯다”라는 의미가 살아나고, 또 “먹다”라는 말에 “입다”, “당하다”의 의미가 살아나서 ”골탕먹다”가 “겉으로는 멀쩡하나 속으로 남 모르는 큰 손해를 입게 되어 곤란을 겪는다”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 예시문 : 그 일을 해내느라 골탕 먹었다.
9. 곰팡이
“몸 구조가 간단한 하등 균류의 총칭으로, 동식물에 기생하며 어둡고 습기가 있을 때 음식물이나 옷이나 가구 등에 생겨나는 것”으로 그 종류가 많다.
“곰팡이”는 그 원래의 형태가 “곰”이었다. 그리고 이 “곰”이란 단어는 늘 “곰피다”, “곰이 피다” 등으로 쓰이었다. 그러면 “팡이”는 무엇일까?
“팡이”는 “피다”의 어간 “피-“에 작은 것을 나타내는 접미사 “-앙이”가 붙은 것이다.
- 예시문 : 장마가 길어져서 벽에 곰팡이가 슬었다.
10. 곱살이 끼다
“남이 하는 일에 곁다리로 끼다”는 뜻이다.
노름을 할 때 판돈을 대는 것을 “살 댄다”고 한다.
여기서 “살”은 노름판에 걸어 놓은 목에 덧 태워 놓는 돈이라는 뜻이다.
노름을 할 때 밑천이 짧거나 내키지 않아서 미처 끼어들지 못하고 있다가, 패가 좋은 것이 나올 때에 살을 댄 데다 또 살을 대고 하는 경우가 있다.
살을 댔는데 거기다 또 살을 대니까 “곱살”이 된다.
그래서 정식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남들이 하는 일에 껴 얹혀서 하는 것을 “곱살이 끼다”라고 하게 된 것이다.
- 예시문 : 나는 연수네 모둠에 곱살이 끼었다.
11. 구두쇠
구두쇠는 구두에 쇠를 붙였다고 해서 나온 말인데, 돈이나 물건을 몹시 아끼는 사람을 “구두쇠”라고 한다.
또 다른 설이 있기도 하다. “돌쇠”, “먹쇠”할 때처럼 “쇠”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따라서 구두쇠 하면 “굳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서, 돈이나 재물에 대해 굳은 마음으로 인색하게 구는 사람을 뜻한다.
- 예시문 : 동생은 소문난 구두쇠였지만 어려운 이웃을 도울 때는 재물을 아낌없이 썼다.
12. 기침
“기침”은 옛말 “깇다”에서 나온 말이다.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이 “깇다”란 단어는 ”기침하다”란 뜻으로 사용되었다.
“기침”은 “깇다”의 어간 “깇-“에 명사형 접미사 “-으”나 “-아(아래 아)”가 붙어서 “기츰”이나 “기참(아래 아)”으로 사용되다가, 그 음이 변화하여 “기침”이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기츰을 깇다”로 사용되다가 17세기에서부터 “기참(아래 아)하(아래 아)다” 등으로 사용되어 오늘날과 같이 “기침하다”나 “기침을 하다” 등으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동사는 사라지고 명사만 남은 경우라고 할 수 있다.
- 예시문 : 창순은 목소리를 가다듬기 위하여 기침을 가볍게 한 번 하고서…. ≪한용운, 흑풍≫
13. 꼬드기다
“남의 마음을 부추겨 움직이게 하다”라는 뜻이다.
연 날리기는 겨울철에 하는 우리의 대표적인 민속놀이 중의 하나이다.
연을 날릴 때 연줄을 잡아 젖히어 연이 높이 날아오르도록 하는 기술을 가리켜 “꼬드긴다”고 하던 데서 온 말이다.
- 예시문 : 말바우 어미는 벌써 오래 전부터 여러 차례 대불이와 함께 새끼내를 떠나 먼 곳으로 가서 살자고 꼬드겨 왔었다. ≪문순태, 타오르는 강≫
14. 난장판
“여러 사람이 떠들거나 뒤엉켜 뒤죽박죽이 된 곳”을 가리키는 말이다.
옛날에는 관리로 등용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과거를 거쳐야 했다.
그래서 과거를 볼 때가 되면 오로지 급제를 위해 수년 동안 공부를 한 양반집 자제들이 전국 각지에서 시험장으로 몰려들었다.
이렇듯 수많은 선비들이 모여들어 질서 없이 들끓고 떠들어 대던 과거 마당을 “난장”이라고 했다.
따라서 과거 시험장의 난장에 빗대어 뒤죽박죽 얽혀서 정신없이 된 상태를 일컬어 “난장판”이라고 하였다.
- 예시문 : 저녁상에서는 조무래기 애들 여덟이 떠들고 싸우고 울고 웃고 난장판을 쳤다. ≪유진오, 구름 위의 만상≫
15. 너스레
“떠벌려 늘어 놓는 말솜씨”를 뜻하는 말이다.
흙구덩이나 그릇의 아가리 또는 바닥에 물건이 빠지지 않도록 걸쳐 놓은 막대기를 너스레라고 한다.
너스레를 늘어놓듯이 말을 떠벌린다고 해서 생긴 말이다. 흔히 “너스레를 떨다”라고 한다.
- 예시문 : 김치걸이가 대번에 기고 나오며 술대접까지 하겠다고 너스레가 흐드러지자 두 사람은 어리둥절했다. ≪송기숙, 녹두 장군≫
16. 넋두리
“불만이나 불평을 하소연 하는 말”을 뜻한다.
원래는 죽은 이의 넋이 저승에 잘 가기를 비는 굿을 할 때, 무당이 죽은 이의 넋을 대신하여 하는 말을 넋두리라고 한다.
무당이 하는 넋두리가 차차 뜻이 확대되면서 그냥 일반적인 의미로 쓰이게 되었다.
- 예시문 : 함안댁의 넋두리 반, 울음 반에 아낙네들도 더러 눈두덩을 찍어 누르며 돌아선다.≪김춘복, 쌈짓골≫
17. 도루묵
“은어”를 가리키는 말이다.
선조 임금이 임진왜란을 맞아 피난하던 도중에 처음 보는 생선을 먹었는데 그 맛이 별미였다.
그래서 이름을 물어보니 “묵”이라고 하므로, 그 이름이 맛에 비해 너무 보잘 것 없다 하여 그 자리에서 “은어(銀魚)”라고 고치도록 했다.
나중에 궁중에 들어와 “은어”생각이 나서 다시 청하여 먹었으나 예전과 달리 맛이 없었다. 그래서 선조가 “(은어를) 도로 묵이라고 해라”하고 일렀다고 한다.
이런 유래로 인해 “도로묵”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가 발음이 변해 “도루묵”이 되었다.
- 예시문 : 그 일은 말짱 도루묵이 되었다.
18. 돌팔이
“전문 지식이나 기술 없이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파는 사람”을 뜻한다.
아는 것이나 실력이 부족해서 일정한 주소가 없이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며 자신의 기술이나 물건을 파는 것을 “돌팔이(돌다+팔다)”라 했다.
그리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니지 않는데 “돌팔이”가 쓰인 예로 “돌팔이 글방”이란 것이 있다. 조그만 아이들을 모아 자격도 별로 없는 사람이 가르치는 글방을 말하며, 본디는 “돈팔이 글방”이었다고 한다.
“돈팔이”란 학문이나 기술을 본분으로 하지 않고 오로지 돈벌이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으로, 사실은 “돈벌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연유에서 “돌팔이”는 가짜나 엉터리를 뜻하는 말이 되었다.
- 예시문 : 너희 외삼촌은 박사도 아니거니와 전문의도 아니었는걸. 너희 아버지한테 돌팔이라고 무시받기에 적격이었지.≪박완서, 오만과 몽상≫
19. 망나니
“성질이 못된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옛날에 죄 지은 사람의 목을 베는 사람을 망나니라고 불렀으며, 주로 중죄인 중에서 뽑아 썼다. 따라서 망나니는 으레 성질이 포악하고 인상이 험악한 사람이 그 구실을 담당하게 마련이었다.
이런 연유에서 생긴 “사형을 집행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망나니가 지금은 못된 짓을 일삼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로 그 의미가 변하였다.
망나니의 어원은 “막 + 낳은 + 이”로 풀이할 수 있다. “막”은 “막되다”라는 뜻도 있고, “끝”이라는 뜻도 있다.
- 예시문 : 자네 망나니 노릇해서 내 속 썩인 건 말도 말게나.≪박완서, 미망≫
20. 먹통
“목재, 석재 등을 자르거나 다듬기 위해 줄을 긋는 데 쓰는 도구”로서 먹통이라는 것이 있다.
나무를 후벼 파서 두 개의 그릇 모양으로 만들고, 한 쪽엔 먹물에 적신 솜을 넣어 두고 다른 한 쪽엔 먹줄을 감아 놓아 그 줄이 먹그릇을 통해서 나오도록 되어 있다.
먹통이 지니고 있는 “까맣다”라는 이미지를 빌려다가 주로 말이 안 통하는 어리석은 사람을 경멸할 때 쓴다.
또 한 가지 뜻은 사람의 마음이 검어서 남의 재물을 마구 챙기는 사람을 먹통이라고도 한다.
- 예시문 : 아무리 먹통 같은 마 서방이지만, 무슨 짓들을 하는지 대강 알겠는 것이었다.≪하근찬, 야호≫
21. 멍텅구리
“멍청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멍텅구리는 본디 바닷물고기 이름인데, 못생긴데다가 굼뜨고 동작이 느려서 아무리 위급한 때라도 벗어나려는 노력조차 할 줄 모르기 때문에 판단력이 약하고 시비를 제대로 모르는 사람을 이르는 말로 확대되어 쓰이게 되었다.
- 예시문 : 그런 일을 바른대로 말하는 멍텅구리가 어디 있느냐고요. ≪황순원, 카인의 후예≫
22. 무녀리
“언행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못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짐승의 한 태(胎)에서 나온 여러 마리의 새끼 중에 맨 먼저 나온 놈을 무녀리라고 한다.
무녀리는 비로소 문을 열고 나왔다는 뜻의 “문열이(門+열+이)”가 변해서 된 말이다.
그런데 통상적으로 제일 먼저 나온 새끼는 다른 새끼들에 비해 유난히 비실비실하고 몸이 허약하다고 한다. 이에 빗대어 좀 모자라는 듯한 사람을 비유할 때 많이 쓰인다.
- 예시문 : 순평이 같은 그런 무녀리는 이따금 그렇게 혼이 나야만 사람이 돼 갈 것 같기도 했다.≪이문구,장한몽≫
23. 미리내
“은하수”를 가리키는 순 우리말이다.
“미리”는 옛말 “미르”에서 온 말인데, 용이란 뜻이다.
“내”는 개울이나 시내를 뜻하고. 미리내는 “용이 사는 시내”라는 뜻이다.
옛날 사람들은 용이 승천하여 하늘로 올라간다고 믿었다. 하늘로 올라간 용이 살 만한 곳은 은하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은하수가 마치 강이나 시내가 흐르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그래서 은하수를 “용이 사는 시내” 곧 미리내라고 부른 것이다.
- 예시문 : 미리내는 여름 밤 하늘에서 가장 잘 볼 수 있다.
24. 미주알고주알
“꼬치꼬치 캐는 것”에 대하여 미주알고주알 캔다고 한다.
이 말 속에는 조금쯤 끈질기고도 치밀한 느낌이 곁들여 있다.
하여간 뿌리를 캐도, 잔뿌리까지 깡그리 캐 버린다는 생각이다.
본디 “미주알”은 항문을 이루는 창자의 끝부분이다. 따라서 속 창자까지 살펴볼 정도로 꼬치꼬치 따지고 든다는 뜻이며, 고주알은 미주알과 운을 맞추기 위하여 덧붙인 말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고주알에 대해서는, “고조(高祖)알->고주알”이라고 하는 주장도 있다.
곧, 고조할아비까지 캔다는 생각에서였으리라.
- 예시문 : 털이가 안 된다는 까닭을 미주알고주알 캐내서 수다 늘어놓는데 주만은 참다 못하여 소리를 빽 질렀다.≪현진건, 무영탑≫
25. 민며느리
“앞으로 며느리 삼으려고 민머리인 채로 데려다가 기르는 계집아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옛날에 시집 안 간 처녀를 미리 데려다 기르며 일을 시키고 어느 정도 나이가 차면 며느리를 삼는 제도가 있었는데 이것을ꡐ민며느리ꡑ라고 한다.
“민”이란 아무 꾸밈새나 덧붙여 딸린 것이 없음을 나타내는 접두어이다.
그리고 민며느리라고 하면 “민머리”인 채로 데려 온 처녀를 말한다.
민머리는 쪽을 찌지 아니한 머리를 뜻하므로 시집 안 간 처녀를 이르는 말이다.
- 예시문 : 딸아이는 부잣집에 민며느리로 시집가서 편안하게 생활하고 있다.
26. 바가지 쓰다.
“손해 보다, 피해를 당하다”는 뜻으로 쓰인다.
개화기 이후에 중국에서 “십인계(十人)”라는 놀음이 들어왔다.
이 놀음은 1에서 10까지의 숫자가 적힌 바가지를 엎어 놓는다.
그리고 물주가 어느 수를 대면 그 수가 적힌 바가지에 돈을 댄 사람은 못 맞춘 사람의 돈을 모두 가지며, 손님이 못 맞출 때에는 물주가 다 가지게 된다.
이렇게 바가지에 적힌 수를 맞추지 못할 때에는 돈을 잃기 때문에 손해를 보는 것을 “바가지 썼다”고 하게 되었다.
예시문 : 시세를 모르면 엄청나게 바가지를 쓴다.
27. 바라지
“일을 돌봐 주는 일”을 가리키는 말이다.
“바라지”는 원래 불교 용어로 절에서 영혼을 위하여 시식할 때에 시식법사가 앉아서 경문을 읽으면 그 다음의 경문을 받아서 읽는 사람 또는 그 시식을 거들어 주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 후 바라지가 일상용어로 자리 잡게 되면서 뒤에서 일을 돌봐 준다는 뜻을 나타내게 되었다. 이런 뜻에서 자식 바라지, 옥바라지, 뒷바라지 등의 말이 생기게 되었다.
※ 시식(施食) : 부모나 그 밖의 외로운 혼령을 위해 음식을 올리며 경전을 읽는 일
- 예시문 : 아내는 병석에 누운 남편 바라지에 온 정성을 쏟았다.
28. 바람맞다.
“남에게 속거나 약속이 어그러지다”의 뜻이다.
“바람맞다”는 말은 원래 중풍에 걸린다는 뜻이며, 지금도 그렇게 많이 쓰고 있다.
한자어 중풍(中風)의 풍(風)이 바로 바람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중풍에 걸리면 사람의 육신이 마비되면서 비참한 지경에 이르게 된다는 데서, 남으로부터 속거나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 당했을 때의 손해나 허탈감을 중풍에 연결시켜서 “바람맞았다”고 하게 되었다.
- 예시문 : 선보기로 한 여자에게 바람맞고 돌아오는 길이다.
29. 바보
“멍청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밥+보”에서 “ㅂ”이 탈락된 형태이다.
바보란 말의 원래 의미는 “밥만 먹고 하릴없이 노는 사람”을 가리키며, 그런 사람을 경멸하여 현재와 같이 어리석은 사람이나 멍청이를 가리키게 되었다.
같은 이치로 “밥통”이라는 속된 표현을 쓰기도 한다.
- 예시문 : 아이가 세 살 때 지독한 열병을 앓고 나서부터 아주 바보가 되었다는 것이다.≪유현종, 들불≫
30. 보람차다.
“자기가 한 일의 결과가 매우 뜻 깊고 좋다”는 뜻이다.
“보람”은 원래 눈에 보이는 어떤 표적이나 잊지 않기 위해서, 또는 다른 물건과 구별하기 위하여 두드러지게 하여 두는 표를 말한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처음에는 유형의 물체를 가리키던 것이 차차 마음속에 느껴지는 어떤 흡족한 상태를 나타내게 되었다.
읽던 곳을 표시해 두기 위해 책갈피에 끼워 두는 줄이나 끈을 “보람줄 (보람끈)”이라고도 한다.
- 예시문 : 보람찬 새해가 되길 빕니다.
31. 봉사
“장님”을 일컫는 말이다.
봉사는 원래 조선조 때 관상감, 전옥서, 사역원 등에 딸린 종8품의 낮은 벼슬 이름이다. 그런데 이 봉사 직책에 장님들이 많이 기용되었기 때문에 그 후 벼슬 이름이 그냥 장님을 뜻하는 말로 되었다.
- 예시문 : 개천을 건너다가 잘못하여 빠진 봉사가 제 눈 탓은 하지 아니하고 개천을 나무란다.
32. 부랴부랴
“매우 급히 서두르는 모양”을 가리키는 말이다.
“불이야 불이야”가 줄어서 된 말이다.
즉 불이 났다고 소리치면서 내달리듯이 매우 급한 일로 서두를 때 쓰는 말이다. “부리나케”라는 말도 같은 이치에서 나온 말이다.
옛날에 불씨가 귀할 때 부시를 쳐서 불을 일으키는데 빨리 쳐야 불이 일어나는 데서 생긴 말이다. “부리나케”는 “불이 나게”가 바뀐 말이다.
즉, “불(火)+이(토씨) +나(出)-게”의 구조를 가진다.
- 예시문 : 겨울 초입에서는 이른 추위가 닥쳐서 부랴부랴 김장들을 재촉하고 쌓아 놓은 배추를 얼리더니….≪한수산, 부초≫
33. 부질없다.
“쓸데없고 공연한 행동”을 가리키는 말이다.
옛날 대장간에서는 쇠붙이를 만들 때, 강하고 단단한 쇠를 얻기 위해서 쇠를 불에 달구었다 물에 담갔다 하기를 여러 번 했다.
따라서 횟수가 많을수록 더욱 단단한 쇠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불질을 하지 않은 쇠는 물렁물렁하고 금세 휘어지기 때문에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이래서 “불질없다”가 변해서 된 “부질없다”라는 말은 공연히 쓸모없는 짓을 했을 때 쓰는 말이 되었다.
- 예시문 : 후성이한테도 저런 형이나 삼촌이 있었으면 좀 좋을까 싶은 부질없는 욕심으로 해주댁의 잠자리도 편치가 못했다.≪박완서, 미망≫
34. 불현듯
“갑자기, 걷잡을 수 없게, 느닷없이”의 뜻을 지닌 말이다.
낱말 분석을 해 보면 “불 + 현 + 듯”으로 나누어진다. 그리고 “혀다”는 “켜다”의 옛말이다. 따라서 불을 켜면 갑자기 환해지듯이 어떤 일이나 생각이 느닷없이 이루어질 때 사용하는 말이 되었다.
- 예시문 : 나는 불현듯 다방에서 뛰어나와 택시를 잡으려고 했다.≪이병주, 행복어 사전≫
35. 사랑니
“입 속의 뒤쪽 맨 구석에 나는 작은 어금니”를 말한다.
사랑니는 대개 다른 어금니가 다 난 뒤, 성년기에 새로 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사람마다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많을 때며, 특히 새로 어금니가 날 때 마치 첫사랑을 앓듯이 몹시 아프다고 하여 “사랑니”라는 명칭이 붙게 되었다.
- 예시문 : 맨 안쪽 끝에 난 사랑니가 충치라서 뽑아야 한다.
36. 산통깨다.
“일을 그르치게 하다”는 뜻이다.
길이 10cm 가량의 향목(香木)이나 금속 혹은 대나무를 베어 괘(卦)를 새긴 것을 산가지 또는 산대라고 한다. 그리고 이 산대를 넣는 통을 산통이라고 한다.
점을 칠 때 산통을 대여섯 번 흔든 다음 산통을 거꾸로 들면 그 구멍으로 산가지가 나온다. 이 산가지의 괘로 점을 치는 것을 산통점이라고 한다.
이 때 산가지를 집어넣는 산통을 깨 버린다는 것이므로 어떤 일을 이루지 못하게 뒤틀어 버린다는 뜻으로 쓰게 되었다.
- 예시문 : 이런 식으로 정신이 흐트러지기로 하면 큰일이 이런 작은 일에서 산통이 깨집니다.≪송기숙, 암태도≫
37. 삼수갑산을 가다.
“매우 힘들고 험난한 곳으로 가거나 어려운 지경에 이르다”라는 뜻이다.
삼수는 함경남도 북서쪽에 있는 고장으로 대륙성 기후의 영향으로 국내에서 가장 추운 지대에 속한다. 또한 교통이 불편하여 옛날에는 유배지로 유명했다.
갑산은 함경남도 북동쪽에 있는 고장으로 삼수와 마찬가지로 매우 춥고 교통이 불편한 지역이다. 두 지역 모두 지형이 험한 데다 유배지로 이름이 나서 사람들이 가기를 꺼려하는 곳이다.
이러한 사정으로 인해 “삼수갑산을 가다”고 하면 아주 멀고 험한 곳으로 가거나 아니면 매우 어려운 지경에 이른다는 뜻을 나타내게 되었다.
- 예시문 : 삼수갑산을 가더라도 꼭 그 일을 하고야 말겠다.
※ 참고 : 삼수갑산인가, 산수갑산인가요?
흔히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일을 꼭 해야겠다'고 할 때 '삼수갑산에 가는 한이 있더라도 그 일을 꼭 해야겠다'고 말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삼수갑산(三水甲山)'을 '산수갑산(山水甲山)'으로 잘못 알고 쓰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아마도 '삼수갑산'을 경치가 좋은 곳으로 잘못 알아 듣고 '산수갑산'일 거라고 생각하고 쓰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삼수갑산'의 '삼수'는 한자의 '석 삼(三)'자와 '물 수(水)'로 이루어진 말입니다. 원래 '삼수갑산'이라는 말은 '삼수'와 '갑산'이라는 고장의 이름에서 온 것입니다.
'삼수(三水)와 '갑산(甲山)'은 모두 함경남도에 있는 오지로 매우 춥고 또 교통도 불편한 지역이었습니다.
옛날부터 중죄인들을 이곳으로 귀양 보냈기 때문에, 이곳은 한번 가면 살아 돌아오기가 힘든 곳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자기 일신상에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경우를 각오하고 어떤 일에 임하려고 할 때 '삼수갑산에 가는 한이 있더라도'라는 표현을 쓰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어떤 힘든 일을 각오하는 마당에 경치가 좋은 산수갑산에 간다는 것은 전혀 이치에 닿지 않습니다.
'삼수갑산'의 '삼'은 '뫼 산(山)'자가 아닌 '석 삼(三)'자라는 것을 염두에 두시고 '산수갑산'이라는 잘못된 표현은 쓰지 않아야겠습니다.
38. 삿대질
“말다툼을 할 때 주먹, 손가락, 막대기 따위로 상대방의 얼굴을 향해 내지르는 짓”을 말한다.
“삿대”는 “상앗대”의 준말이며 상앗대는 물가에서 배를 떼거나, 또는 물이 얕은 곳에서 밀어 갈 때에 쓰는 장대를 말한다. 따라서 삿대질은 원래 “상앗대로 배질을 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었다.
말다툼을 할 때에 주먹이나 손가락 또는 막대 등을 상대편의 얼굴 쪽으로 내지르는 짓이 마치 상앗대로 배질을 하는 것과 같다 하여 생긴 말이다.
- 예시문 : 두 봉의 무덤 사이에서 망부석이라도 된 듯 서 있는 칠보에게 삿대질을 하며 대들었다.≪한승원, 해일≫
39. 샌님
“매우 얌전하며, 융통성이 없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샌님은 원래 “생원(生員)님”이 줄어서 된 말이다. 생원은 조선 시대 과거 시험을 볼 때 소과 종장(終場)의 경의(經義) 시험에 합격한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었으며, 뒤에 흔히 나이 많은 선비를 대접하느라 그 성 밑에 붙여서 부르곤 했다. 따라서 생원이라고 하면 대개 공부도 많이 하고 행실도 점잖은 선비에 속했다.
이로부터 선비처럼 얌전한 사람을 일컬어 “생원님”, 즉 “샌님”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지금은 여자처럼 숫기가 없고 활발하지 못한 성격의 남자를 비아냥대는 말로 쓰인다.
- 예시문 : 나라 상감님도 어쩌지 못하시는 일을 샌님이 걱정하신다고 안 될 일이 되겠습니까. ≪박경리, 토지≫
40. 설
“설날”의 “설”은 “새로운”의 뜻이다. “설날”은 “새로운 한 해가 시작하는 날”의 의미가 될 것이며, 신라의 수도였던 “서라벌”도 “설”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설”은 모음교체가 되어 나이를 나타내는 “살”로 쓰인다.
즉, “설”이 되면 한 “살”더 먹는 것이다.
- 예시문 : 설이나 추석만 되면 귀성 차량들로 고속도로가 몸살을 앓는다.
41. 소매치기
“혼잡한 곳에서 남의 물건을 슬쩍 훔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옛날 사람들이 입고 다니던 두루마기 따위 웃옷의 좌우에 있는 옷소매는 품이 크고 넓어서 흔히 그 안에 돈이나 다른 귀중한 물건들을 넣어 가지고 다녔다.
그러므로 그 옷소매 안에 있는 돈이나 물건을 훔친다고 해서 생긴 말이 “소매치기”이다.
- 예시문 : 소매치기가 복잡한 지하철 안에서 핸드백을 털다가 잠복근무 중인 형사에게 붙잡혔다.
42. 손 없는 날
“손을 타지 않는 길일(吉日)”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사를 하거나 무슨 큰 행사가 있을 때, 어른들이 “손 없는 날”을 골라야 한다고 말하는 것을 자주 들을 수 있다.
여기서 “손”은 날수(日數)에 따라 4방위로 돌아다니며 사람의 활동을 방해한다는 귀신을 일컫는 말이다.
손은 음력으로 1이나 2가 들어가는 날은 동쪽에 있고, 3이나 4가 들어가는 날은 서쪽에 있다. 그리고 5나 6이 들어가는 날은 남쪽에 있고, 7이나 8이 들어가는 날은 북쪽에 있다. 9와 10이 들어가는 날은 하늘로 올라가 있으므로 귀신의 방해를 받지 않는다고 한다.
때문에 아무 손도 타지 않는다는 9일과 10일이 길일이 되는 것이다.
- 예시문 : 할머니께서는 손 없는 날 이사를 해야 별 탈이 없다고 하셨다.
43. 수릿날
“단오 명절”을 달리 가리키는 순 우리말이다.
음력 5월 5일, 즉 단오를 나타내는 우리말인 수릿날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쑥으로 수레 모양의 떡을 해서 먹기 때문에 생겨난 이름이라고 하는가 하면, 이 날은 전통적으로 수리치로 떡을 해 먹었기 때문에 만들어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이 날은 해가 머리 정수리에 오는 날이라는 뜻을 나타낸 말이다.
단오는 단양(端陽) 또는 천중절(天中節)이라고도 하며, 이 말 자체가 정수리 바로 위에 있는 태양을 뜻하는 것임에서도 알 수 있다.
- 예시문 : 할머니께서는 수릿날 정오에 창포물에 머리를 감으면 좋다고 하셨다.
44. 술래
“술래잡기” 놀이에서 “숨은 아이를 찾아내는 차례를 당한 아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조선 시대에 도둑이나 화재 등을 경계하기 위해 밤에 궁중과 서울 둘레를 순시하던 군인을 순라(巡邏), 또는 순라군이라고 했다. 순라가 변해 술래가 되었으며, 찾으러 다닌다는 행위의 유사성으로 인해 지금과 같은 뜻을 지니게 되었다.
- 예시문 : 술래가 다가오자 아이들의 가슴은 조마조마했다.
45. 시집가다.
“여자가 혼인을 하다”라는 뜻이다.
시집은 시댁(媤宅), 즉 결혼한 남자의 집을 말한다.
결혼을 하면 여자가 남자의 집에 들어가 산다고 하여 여자가 혼인하는 것을 “시집간다”고 표현하게 되었다.
시집은 여자가 새로운 어른들을 섬기며 사는 새로운 가문을 뜻하는 “새로운 집”을 의미하며, “새집(아래 아)→싀집→시집”으로 변한 것이다.
그리고 시집을 한자로 표기하기 위해, 여인이 늘 마음을 써 섬겨야 한다는 뜻을 살려 “시(媤)”자를 만들어서 시댁(媤宅)이라고 쓰게 되었다.
- 예시문 : 평강 공주는 바보 온달에게 시집갔다.
46. 시치미를 떼다.
“알고도 짐짓 모르는 체하다”의 뜻이다.
백제시대 당시에 웬만한 벼슬아치나 한량은 매 사냥을 즐겼다.
그러다 사냥을 시키기 위해 길들인 매를 다른 사람들이 탐을 내는 일이 생기게 되었고, 매가 마치 요즈음의 사냥개 이상으로 귀하게 대접을 받았다.
이에 따라 매를 도둑맞거나 서로 뒤바뀌는 것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매의 주인을 밝히기 위한 특별한 표지가 필요했다. 이런 표지로 매의 꼬리 위의 털 속에다 소뿔로 얇게 만든 명패를 매달았는데, 이것을 “시치미”라고 한다. 따라서 시치미를 떼면 누구의 매인지 알 수 없게 된다는 사실로부터 지금과 같은 뜻이 생겨났다.
- 예시문 : 원장이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시치미를 떼면 그것으로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었다.≪윤후명, 별보다 멀리≫
47. 신기료 장수
“신을 깁는 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대개 떠돌이 장사치나 기술자들은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동네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와 직업을 알리기 위해 특이한 발음이나 억양을 사용하여 소리를 외치곤 했다. 그러다 보니 소리만 듣고는 언뜻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 신기료 장수도 신을 기우겠냐는 뜻으로, “신 기리오?”하고 외치고 다니던 데서 온 말이다.
- 예시문 : 할 수 없이 이번엔 궤짝 한 개 짊어지고 신기료 장수로 나서고 말았다.≪채만식, 미스터 방≫
48. 실마리
“일의 사건의 첫머리, 단서”를 뜻하는 말이다.
실마리는 실의 첫머리를 말한다. 감았거나 엉클어진 실뭉치를 풀 때 실의 첫부분을 찾으면 그 뒤부터 쉽게 풀어 나갈 수 있다는 뜻에서 어떤 일이나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단서를 뜻하게 되었다.
- 예시문 :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
49. 십년감수
“몹시 놀라거나 위태로운 일을 겪었을 때”쓰는 말이다.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유성기가 들어 왔을 당시의 일이다. 고종 황제가 일본에 와 있던 빅터 회사의 기사인 코란을 초청하여 어전에서 원통식 녹음기를 설치하도록 하였다.
그 당시 명창이던 박춘재가 뽑혀 나와, 나팔통에 입을 대고 원시적인 녹음을 했다. 나중에 원통식 납관에서 박춘재의 판소리가 다시 흘러나오자 고종은 깜짝 놀라며 “춘재야, 네 수명이 십 년은 감했겠구나”라고 했다. 박춘재의 정기가 녹음기에 빼앗겼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로부터 십년감수라는 말이 생겼다.
- 예시문 : 난 이틀 밤을 계속해서 어떻게나 꿈자리가 사나웠는지 십년감수는 실히 했을 거요.≪장용학, 위사가 보이는 풍경≫
50. 썰매
지금은 시골의 깊은 산촌에나 가야 어쩌다 발견하는 것이어서 젊은 사람들 중에는 이 “썰매”를 구경도 못한 사람이 꽤나 있을 것이다. 최근에 어느 텔레비전에서 초등학교 학생에게 “인두”를 보이며 이것이 무엇에 썼던 것인 것 같으냐고 물으니까, 한참 들여다보다가 “화살촉”이 아니냐고 되묻는 광경을 본 적이 있다. 그 어린이들에게 “썰매”를 보이면, “나무깔판”이 아니냐고 되물을 것 같다. “썰매”는 엉뚱하게도 한자어이다. 즉, “설마(雪馬)”의 음이 변화한 것이다. 그러니까 “눈 위에서 달리는 말”이란 뜻이다.
- 예시문 : 얼어붙은 개울물 위로 동리 꼬마들이 썰매를 타고 있었다.≪최인호, 지구인≫
51. 악바리
“이악스럽다”와 “약삭빠르다”가 합쳐진 “악빠르다”에서 나온 말로서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이면 끝까지 기를 쓰고 달라붙는다는 뜻을 지니며 성미가 깔깔하고 고집이 세며 모진 사람, 지나치게 똑똑하고 영악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 예시문 : 아휴, 그 사람 악바리라서 악착같이 따지고 대들면 당할 수가 없어. 그는 보통 악바리가 아니라서 손해나는 일은 절대 안 해.
52. 아퀴를 짓다.
바느질을 할 때 끝매듭을 짓는 일을 “아퀴를 짓는다”고 하여 어떤 일을 끝내어 확실하게 맺는다는 뜻이다. 또는 진행하던 일의 끝매듭을 짓거나 어떤 일의 가부를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 예시문 : 이번에 가면 지난 번 그 일에 대해서는 단단히 아퀴를 짓고 오너라.
53. 안성맞춤
경기도 안성은 유기(鍮器: 놋그릇)가 튼튼하고 질이 좋기로 유명하여 장에 내다 파는 기성품 ‘장내기’와 주문에 의해 만드는 ‘맞춤’이 있었다. 보통사람들은 장에서 사다 사용했으나, 서울양반들은 직접 안성에 와서 식기나 제기를 맞추어 사용하였는데, 이러면 그릇이 꼭 맘에 들었다고 한다. 이처럼 요구하거나 생각한 대로 아주 튼튼하게 잘 만들어진 물건이나 조건이나 상황이 어떤 경우에나 계제에 잘 들어맞아 잘된 일이란 뜻이다.
- 예시문 : 그 양복이 너한테는 딱 안성맞춤이로구나. 보부상과 같은 장사꾼들은 오히려 우리가 이용하기에 안성맞춤일 수도 있소.
54. 안달이 나다.
“안달”은 “안이 달아오르다”란 뜻을 가진 말이다. “안”은 온갖 장기가 있는 “몸 속”을 가리키는 말이니, 이 말은 곧 속이 타서 달아오른다는 뜻이다. 어떤 일의 결과를 느긋하게 기다리지 못하고 속을 태우며 안타깝게 고민하는 것을 나타내는 말이다.
- 예시문 : 해삼 장수는…밀린 외상값을 받아 내려고 안달이 났다. ≪김원일, 불의 제전≫
55. 안절부절 못하다.
”절부절”이란 말 자체가 마음이 썩 초조하고 불안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양을 의미한다. 그런데 여기에 “못하다”가 덧붙어서 “안절부절”한 것을 강조하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엄밀하게 보면 “안절부절 못하다”는 초조하고 불안하지 않다는 뜻이 된다. 그러나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는 이 말이 불안하고 초조함을 극도로 강조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 예시문 : 마치 그것이 뭔가 단단히 잘못된 일이기나 한 듯이 익삼씨는 얼른 대답을 가로채면서 안절부절 못하는 태도였다.≪윤흥길, 완장≫
56. 알토란 같다.
막 흙에서 파낸 토란은 흙이 묻어 있고 잔뿌리가 많아 지저분하기 짝이 없다. 그 토란에 묻은 흙을 털고 잔뿌리를 다듬어 깨끗하게 한 토란을 알토란이라고 한다.
그렇게 가다듬은 토란은 흙에서 막 캐어냈을 때보다 훨씬 더 보기가 좋고 먹음직스럽다. “부실한 데가 없이 옹골차고 단단하다”는 뜻과 “살림살이를 규모 있고 알뜰하게 하다”는 두 가지 뜻이 있다.
- 예시문 : 그 땅은 알토란 같은 땅이다. 안사람이 얼마나 알토란 같게 살림을 꾸려가는지 혀를 내두를 정도다.
57. 애가 끊어질 듯하다
애는 창자를 가리키는 옛말로 애가 끊어질 듯하다는 말은 창자가 끊어질 듯 고통스럽다는 뜻이다. 즉 몹시 슬퍼서 창자가 끊어질 것처럼 고통스럽다는 뜻이다.
흔히 ‘애가 끓는다’, ‘애 먹다’, ‘애 타다’ 등에 쓰이는 ‘애’는 근심에 쌓인 마음 속을 가리키는 말로서 그런 경우는 창자를 가리키는 ‘애’와는 다르다.
예시문 : 어디서 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 애가 끊어지게 울어대는 그 소리에 이씨는 그만 밤을 하얗게 새웠다.
58. 애물단지
“애물”은 “어려서 부모보다 먼저 죽은 자식 또는 매우 애를 태우거나 속을 썩이는 물건이나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지금은 물건보다는 사람에 한해서 주로 쓰고 있다.
- 예시문 : 아이구, 이 애물단지야. 그래 거기가 어디라구 이 에미한테 말 한 마디 없이 갔다 와? 에미가 애간장이 타서 죽는 꼴을 봐야 하겠니?
59. 야코가 죽다.
야코는 “양코”가 줄어서 된 말로 서양인의 높은 코가 낮아졌다는 말이다.
뻣뻣한 사람이나 자만심이 강한 사람을 “콧대가 세다”, “콧대가 높다”는 말로 표현하듯이 코가 낮아졌다는 얘기는 그때까지 뻣뻣하던 태도나 기세가 많이 수그러들거나 일이 잘못되어 풀이 죽은 상태를 나타내는 말이다.
어떤 사람이나 일에 압도당해서 기를 펴지 못하는 상태를 표현하는 말이다.
- 예시문 : 그 사람, 컴퓨터에선 자기가 최고인 줄 아는 모양인데 언제 한번 야코를 팍 죽여주자구.
60. 약방에 감초
한약을 짓는 데 빠지지 않는 약재 중에 달콤한 맛을 내는 감초가 있다.
감초는 성질이 순하여 모든 약재와 잘 어울리며 약초의 쓴 맛 등을 없애주기 때문에 웬만한 약방문(처방전)에는 꼭 끼어있다.
어떤 일에나 빠짐없이 끼어드는 사람이나 사물을 가리키는 말이다.
- 예시문 : 그 사람은 약방에 감초처럼 안 끼는 데가 없단 말이야.
61. 얌체
얌체는 “염치”의 작은 말 “얌치”에서 온 말이다.
얌치는 마음이 깨끗하여 부끄러움을 아는 태도로 “얌체”라 할 때는 얌치, 즉 염치가 없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거리낌 없이 자기 이익만 따져서 행동하는 사람이나 그런 일을 하면서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 예시문 : 그 애는 왜 그리 얌체짓을 하니? 정말 얄밉더라.
62. 어깃장을 놓다.
옛날 집의 광이나 부엌의 문은 대문이나 방문처럼 좋은 나무를 쓰거나 네 아귀를 딱 맞춰서 만든 것이 아니라 잡목으로 대충 만들었다. 거기에다가 비바람과 햇빛에 사정없이 노출되다 보니 쉽사리 비틀어지거나 휘어지기 일쑤였다.
그런 비틀림이나 휘어짐을 방지하기 위해 문에 대각선으로 붙이는 나무를 어깃장이라 한다.
대각선으로 붙인 어깃장의 모양에서 착안하여 어떤 일을 어그러지게 한다거나 바로 되지 못하게 훼방놓는 것을 어깃장을 놓는다고 한다.
- 예시문 : 사람이란 늙으면 대개의 경우 어깃장도 놓고 이기적으로 된다고들 한다.≪박경리, 토지≫
63. 어안이 벙벙하다.
“어안”은 정신을 가리키는 말로서 정신이 빠져서 어쩔 줄 몰라 한다는 뜻이다.
뜻밖의 일을 당해 정신을 차릴 수가 없거나 기가 막혀서 말문이 막히는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 예시문 : 졸지에 벌어진 광경에 어안이 벙벙해 있던 식구들은 다시 한 번 깜짝 놀란다.≪박경리, 토지≫
64. 어처구니 없다.
“어처구니”는 상상 밖으로 큰 물건이나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너무나 엄청나서 기가 막히다는 뜻이다. “어이없다”도 같은 뜻이다.
- 예시문 : 하는 짓이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화도 내지 못하고 있다.
65. 억수
원래는 호우를 가리키는 “악수(惡水)”에서 나온 말이다.
너무 많이 오는 비는 생활에 이로움을 주기보다는 해를 주는 경우가 많으므로 악수(惡水)라 했다. 하늘이 뚫어진 것처럼 퍼붓듯이 세차게 내리는 비를 가리키는 말이다.
- 예시문 : 간밤 그 억수 같은 비로 인해 새로 넓힌 농로가 온통 수렁을 이루었고….≪전상국, 바람난 마을≫
66. 억지춘향
고대 소설 <춘향전(春香傳)>에서 변사또가 춘향으로 하여금 억지로 수청을 들게 하려고 구스르고 얼르다가 끝내는 핍박까지 한 데서 나온 말이다. 이처럼 안 되는 일을 억지로 우겨서 겨우겨우 이루어지게끔 만든 일을 말한다.
- 예시문 : 일은 하고 싶은 사람을 시켜야 하는 법이야. 그 일에 맞지도 않는 사람을 억지춘향으로 시켜봐야 뭐 하나 제대로 해내는 일이 없다구.
67. 얼간이
소금을 약간 쳐서 조금 절이는 것을 “얼간”이라 한다.
제대로 절이지 못하고 얼추 간을 했다는 뜻이다.
여기에 사람을 나타내는 명사 ‘이’가 붙어서 얼간이가 된다는 것이다.
제대로 맞추지 않고 대충 맞춘 간처럼 됨됨이가 변변치 못해 모자라고 덜 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낮춰 부르는 말로 쓰인다. 다른 말로는 ‘얼간망둥이’라고도 한다.
- 예시문 : 웬만한 일은 참고 넘어갔으므로 사람들은 그를 숫제 얼간이 취급 하였다.
68. 엉터리
엉터리는 본래 “사물의 이치나 근거”라는 뜻을 가진 말이다.
여기서 나온 “엉터리 없다”란 말은 “터무니가 없다, 이치에 닿지 않는다”는 뜻이다.
“엉터리”는 본래 긍정적인 뜻으로 대강의 윤곽을 가지고 있는 말이었으나 “엉터리 없다”란 말에 파묻혀 “터무니가 없는 말이나 행동 또는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뜻이 바뀌었다.
- 예시문 : 일주일 만에 일이 겨우 엉터리가 잡혔다. 이가 아프니까 무조건 이를 뽑으라니? 그 의사 완전히 엉터리 아냐?
69. 에누리
옛말에 “베어내다, 잘라내다”라는 뜻으로 “어히다”가 있다. “어히다”는 “어이다”에서 “에다” 혹은 “에이다”로 변했다. 즉 “잘라내다”’라는 뜻을 가진 “에다”의 어간 “에”에 별다른 뜻이 없는 접미사 “누리”가 붙어서 이루어진 말이 “에누리”다. “물건 값을 깎는 일” 또는 “어떤 말을 더 보태거나 축소시켜 얘기하는 것”을 말한다.
- 예시문 : 옷감은 키 큰 사람의 것보다 절반쯤밖에 아니 들 터인테, 값은 언제든지 전액 에서 일 분의 에누리도 없다. ≪이희승, 벙어리 냉가슴≫
정말 소중한 얘기는 그렇게 아무한테나 쏟아 놓지 않는 법이야. 설사 하더라도 에누리를 두는 법이지.≪최인훈, 광장≫
70. 열통 터지다.
재래식 화장실에 어느 정도 대소변이 쌓이면 그걸 퍼내야 한다. 오물을 치우기 위해서 커다란 작대기로 그 속을 휘휘 젓는데 그 때 메탄가스가 발생해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을 “열통”이라 한다. “열통 터지다”는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라 폭발할 지경이거나 폭발하는 것을 가리킨다.
- 예시문 :일을 왜 제대로 못하냐? 정말 열통 터진다.
71. 오금을 박는다.
“오금”은 말 그대로 “구부린 무릎의 안쪽”을 가리키는 말이다. 누군가가 넋을 놓고 있거나 다른 일에 열중해 있는 틈을 타서 슬며시 그의 뒤로 돌아가 무릎께를 툭 치면 중심을 못 잡고 휘뚝하는데, 여기서 “오금을 박는다”는 말이 나왔다. 누군가가 모순된 얘기를 하거나 언행이 불일치할 때 그 허점이나 잘못된 점을 들어 따끔하게 공박하는 것을 말한다.
- 예시문 : 마침 그는 공 노인에게 오금을 박기에 충분한 공 노인의 행적이 생각났던 것이다.≪박경리, 토지≫
72. 오랑캐
“오랑캐”는 본래 “만주 지방에 살던 여진족(女眞族)의 일부”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여진족”만을 가리키던 고유명사였는데 후대로 오면서 예의를 모르는 미개한 종족들을 멸시하는 보통명사로 쓰였다. 조선 후기 서양인들이 몰려올 때는 특별히 그들을 가리켜 서양 오랑캐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 예시문 : 서양 오랑캐들이 몰려온다는데 무슨 대책이라도 있는 건지 궁금 하다.
73. 오지랖이 넓다.
“오지랖”이란 “옷의 앞자락”을 말하는 것으로 앞자락이 넓은 옷은 그만큼 많이 다른 옷을 덮을 수 있다. 이처럼 주제넘게 남의 일에 간섭하는 것으로 아무 일에나 쓸데없이 참견하는 것을 가리킨다.
- 예시문 : 얼마나 오지랖이 넓기에 남의 일에 그렇게 미주알고주알 캐는 거냐? ≪심훈, 영원의 미소≫
74. 올곧다.
실의 가닥가닥을 이루는 올이 곧으면 천이 뒤틀림 없이 바르게 짜여진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무엇이든 반듯한 것을 이르는 말로 바른 마음을 가지고 정직하게 살아가는 사람의 바르고 곧은 성품을 나타내는 말이다.
- 예시문 : 그는 한눈팔지 않고 올곧게 외길을 걸어온 국악인이다. 올곧은 마음가짐을 가진 자라면 어떤 일이든 일단 믿고 맡길 만하다.
75. 용빼는 재주
“용빼는 재주”의 “용”은 전설상의 동물인 용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고, “새로 돋은 사슴의 연한 뿔을 가리키는 녹용의 준말”이다. 살아 있는 사슴의 머리에서 이 녹용 뺄 때는 날랜 솜씨와 묘한 방법이 동원되어야 하는데 그런 기술을 일러 “용빼는 재주”라 한 것이다. “용빼는 재주”, “용빼는 재간” 등으로 널리 쓰이는 이 말은 남다르게 큰 힘을 쓰거나 큰 재주를 지니고 있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 예시문 : 제 아무리 용빼는 재주가 있더라도 이번 일은 어려울 걸.
76. 우거지
김치를 담기에는 조금 억센 배추의 겉대나 무청 등을 가리키는 우거지는 본래 “위에 있는 것을 걷어낸다”는 뜻인 “웃걷이”에서 나온 말이다.
푸성귀를 다듬을 때 따로 골라놓는 겉대나 떡잎 등을 가리키는 말로 골라놓은 우거지는 대개 새끼줄에 꿰어서 볕에 말려 국을 끓일 때 쓰거나 나물로 무쳐 먹거나 사골를 곤 국물에 우거지를 넣고 끓인 “사골 우거지국”이 대중적인 음식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한편 잔뜩 찌푸린 얼굴을 표현할 때 그 모습이 마치 햇볕에 말린 우거지를 닮았다고 하여 “우거지상”이라고 한다.
- 예시문 : 우거지에다 뜨물이나 된장을 풀고, 풋고추를 듬성듬성 썰어 넣어 먹으면 기막히지.≪최일남, 서울 사람들≫
77. 웅숭깊다.
이 말은 본래 우묵하고 깊숙하여 잘 드러나지 않는 장소나 물건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이었으나 요즘에 와서는 주로 사람의 성품을 가리키는 말로 쓰여 온화하고 도량이 넓고 속이 깊은 성품을 가리킨다.
- 예시문 : 설악산의 계곡은 아주 웅숭깊다. 홍 거사는 웅보를 종놈치고는 어딘지 웅숭깊은 데가 있다고 생각 했는지 그날부터 밤을 이용하여 글을 가르쳐 주겠다고 하였다. ≪문순태, 타오르는 강≫
78. 을씨년스럽다.
을씨년은 1905년 을사년(乙巳年)에서 나온 말로 우리나라의 외교권을 일본에 빼앗긴 을사조약(乙巳條約)으로 이미 일본의 속국이 된 것이나 다름없었던 당시 온 나라가 침통하고 비장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그날 이후로 몹시 쓸쓸하고 어수선한 날을 맞으면 그 분위기가 마치 을사년과 같다고 해서 “을사년스럽다”라는 표현을 쓰게 되었다.
남이 보기에 매우 쓸쓸한 상황, 혹은 날씨나 분위기 따위가 몹시 스산하고 쓸쓸한 데가 있는 경우에 사용된다.
- 예시문 : 날씨가 을씨년스러운 게 곧 눈이라도 쏟아질 것 같다
79. 이야기
“이야기”를 경상도 지방에서는 “이바구”라고 하는데, 이바구의 원래 형태는 “입아구”이다.
“입아구”란 입의 양쪽 귀퉁이인 아귀를 가리키는 것으로, 입의 양쪽 아귀를 놀리면 자연히 이야기가 이루어진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이 “입아구”가 연음되어서 “이바구”로 변했고 이것이 오늘날의 “이야기”가 된 것이다. 어떤 사물이나 상황에 대해서 상대방에게 설명하는 일을 말한다.
- 예시문 : 아저씨를 나는 무척 좋아했다. 그것은 아저씨가 이따금 내게 들려 주는 전쟁 이야기 때문이기도 하였다.≪김인배, 방울뱀≫
80. 잡동사니
조선시대 실학자 안정복이 쓴 <잡동산이(雜同散異)>에서 온 말이다.
<경사자집(經史子集)>에서 문자를 뽑아 모으고, 사물의 이름이나 민간에서 떠돌아다니는 패설(稗說) 등 여러 분야의 다양한 내용을 기록한 책이다. 순수하게 한 가지나 한 분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가 한데 뒤섞인 것을 가리킨다.
- 예시문 : 그 트럭 주위에는 방 세간에서부터 부엌 살림 도구에 이르기까지 잡동사니 가재들이 어수선하게 널려 있었다.≪김원일, 불의 제전≫
81. 재미
재미는 원래 “자양분이 많고 맛이 좋은 음식”을 가리키는 “자미(滋味)”에서 나온 말이다.
이처럼 좋은 맛이나 음식을 가리키던 말이었는데, 어떤 이야기나 일이 감칠맛이 나고 즐거운 기분이 날 때 그것을 표현하는 말로 바뀌었다.
- 예시문 : 음식이 맛있으면 먹는 일이 훨씬 즐거운 것처럼 하는 일이 재미 있으면 사는 맛이 한결 더한 법이지요.
82. 저승
불교 용어에서 온 “저승”은 사람이 죽은 뒤에 그 영혼이 가서 살게 되는 곳을 가리키는 말이다.
“저승”은 지시대명사인 “저”와 “삶”을 뜻하는 한자어 생(生)이 합쳐져서 이루어진 말로서 “저생”의 소리가 변해서 “저승”이 되었다. “이 세상”을 가리키는 “이승” 역시도 같은 이치로 이루어진 말이다. 오늘날 이승이나 저승은 종교적인 의미보다는 오히려 아주 일반적으로 “삶의 세계”와 “죽음의 세계”를 가리키는 말로 널리 쓰이고 있다.
- 예시문 : 고달픈 이승을 하직하고 저승으로 떠나는 길에 입고 가는 수의는 치자 물을 들인 마포로 짓는다 하나….≪최명희, 혼불≫
83. 조바심
옛날에는 타작하는 것을 “바심”이라고 했다. 조를 추수하면 그것을 비벼서 좁쌀을 만들어야 하는데, 조는 좀처럼 비벼지지는 않고 힘만 든다. 그래서 조를 추수하다 보면 생각대로 마음먹은 만큼 추수가 되지 않으므로 조급해지고 초조해지기 쉽다.
즉, 어떤 일이 뜻대로 이루어질까 염려하여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졸이는 것을 말한다.
- 예시문 : 최 참판 댁에 도착했을 때 조바심을 내며 기다릴 줄 믿었던 최치수는 의외로 냉담했다.≪박경리, 토지≫
84. 조용하다.
한자 “종용(從容)”이 “죵용”으로 표기되다가 오늘날의 표기에 맞춰 “조용”이 되었다. “종(從)”은 거역하지 않고 말을 들어 따른다는 뜻이요, “용(容)”은 떠들지 않고 가만히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종용(從容)”이라는 말은 행동거지가 안온하고 부드러우며 자연스럽고 유유자적하게 지내는 모양을 뜻하는 말이다. 행동이나 성격이 수선스럽지 않고 얌전하다는 본래의 뜻 외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잠잠하다는 뜻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 예시문 : 너희들 오늘따라 이렇게 조용한 것이 뭔가 수상쩍은데,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거 아니니?
85. 조촐하다.
“조촐하다”는 본래 뜻이 “아담하고 깨끗하다. 행실이나 행동이 깔끔하고 얌전하다. 외모가 맑고 맵시가 있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이 말이 “변변치 못하다”는 겸양의 뜻으로 쓰이고 있어 그 의미가 걸맞는 말은 아니다. 흔히 회갑연(回甲宴)이나 축하연(祝賀宴) 같은 자리를 마련하면서 “조촐한 자리를 마련하였사오니 부디 오셔서 축복해주시기 바랍니다” 하는 인사말을 하는데 자리를 마련하는 당사자가 쓸 수 있는 말은 아니다.
- 예시문 : 조촐하게 차려 입고 나온 그녀의 모습이 멋있다.
86. 조카
형제의 아들, 딸을 일컫는 호칭인 조카라는 말의 어원은 중국의 “개자추(介子推)”로부터 시작된다. 개자추(介子推)는 진나라 문공이 숨어 지낼 때 그에게 허벅지 살을 베어 먹이면서까지 그를 받들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후에 왕위에 오르게 된 문공이 개자추를 잊고 그를 부르지 않자 이에 비관한 개자추는 산 속에 들어가 불을 지르고 나무 한 그루를 끌어안고 타 죽었다. 그때서야 후회한 문공이 개자추를 끌어안고 죽은 나무를 베어 그것으로 나막신을 만들어 신고는 “족하(足下)! 족하!” 하고 애달프게 불렀다. 문공 자신의 사람됨이 개자추의 발 아래 있다는 뜻이었다. 여기서 생겨난 족하(足下)라는 호칭은 그 후 전국시대에 이르러서는 “천자 족하”, “대왕 족하” 등으로 임금을 부르는 호칭으로 쓰였다가 그 이후에는 임금의 발 아래에서 일을 보는 사관(史官)을 부르는 호칭으로 쓰였다. 그러다가 더 후대로 내려오면서 같은 나이 또래에서 상대방을 높여 부르는 말로 쓰이기 시작했다.지금은 형제자매가 낳은 아들, 딸들을 가리키는 친족 호칭으로 쓰인다.
- 예시문 : 조카딸의 남편을 조카사위라고 부르던가?
87. 주변머리
“주변”이란 본래 일을 주선하고 변통하는 재주를 가리키는 말이다. 뒤에 붙은 “머리” 일종의 접미사로서 “소갈머리”, “인정머리” 등에 쓰이면서 그 뜻을 강조하는 역할을 하는 접미사이다. ‘주변머리’는 ‘주변’의 속된 표현으로서, 일을 이끌어 가거나 처리하는 데 융통성을 발휘하는 재간을 말한다. 그러나 이 말은 보통 변통하는 재주나 융통성이 없어 일을 답답하게 처리할 때 ‘주변머리가 없다’는 식의 부정적인 표현으로 널리 쓰인다. 비슷한 말로는 ‘수완(手腕)’이 있다.
- 예시문 : 주변머리가 없어서 일을 제대로 처리할 수나 있을지 걱정이네.
※ 참고 : “뜻밖의 한국사”(김경훈 지음)에는 주변머리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무더운 여름에 상투를 틀 때 정수리부분의 머리는 빡빡 밀어버리고 주변에 있는 머리로만 상투를 트는 데, 밀지 않은 정수리 주변의 머리를 주변머리라고 한다는 것이다.
88. 중뿔나게
말 그대로 “가운데 뿔이 나게”의 뜻이다. 가운데 뿔이 났다는 건 다들 고른 가운데 갑자기 하나가 툭 튀어나와 눈에 띄는 것을 말한다. 어떤 일에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이 주제넘게 나서는 것 등을 가리키는 말이다.
- 예시문 : 어른들 말씀하시는데 중뿔나게 나서지 마라.
89. 지름길
원의 한가운데를 지나는 두 점을 잇는 가장 짧은 직선을 지름이라고 한다. 이처럼 원 둘레를 빙 돌아 맞은편에 닿는 것이 아니라 원의 한가운데 지름을 질러가는 길을 지름길이라 한다. 어떤 목적지까지 가장 가깝게 통하는 길을 말하며 한자로는 첩경(捷徑)이라고 한다.
- 예시문 : 떡집엘 가려거든 고개 너머 왼쪽 지름길로 질러가거라.
90. 진이 빠지다.
식물의 줄기나 나무껍질 등에서 분비되는 끈끈한 물질을 진(津)이라고 한다.
진이 다 빠져나가면 식물이나 나무는 말라서 죽게 된다. 그러므로 진이 빠진다는 것은 곧 거의 죽을 정도로 기력이나 힘이 없다는 뜻이다.
어떤 일에 지쳤거나 맥을 못 출 정도로 기운이 빠진 상태, 싫증이 나거나 실망해서 혹은 지쳐서 더 이상 일할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 예시문 : 그 일은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더니 진이 빠지더라.
91. 진저리
“진저리”는 “찬 것이 별안간 살에 닿을 때나 오줌을 누고 난 뒤에 무의식적으로 몸을 부르르 떨리는 현상”을 말한다. 겁나거나 징그러운 것을 봤을 때 자기도 모르게 온몸이 움츠러들며 떨리는 현상이나 어떤 일에 싫증이 나서 지긋지긋해진 상태를 가리키기도 한다.
- 예시문 : 그는 추위에 몸을 떨며 부르르 진저리를 쳤다.≪최인호, 지구인≫
92. 짬이 나다.
“짬”은 “물건과 물건 사이에 틈이 생긴 것”을 의미하며 어떤 일에서 손을 떼거나 다른 일에 손을 댈 수 있는 겨를을 가리킨다.
원래는 물건 사이에 벌어진 틈을 이르던 말로 바쁜 일 사이에 낼 수 있는 시간을 말하는 것으로 변화되었다.
- 예시문 : 야, 너 오전에 잠깐 짬 좀 낼 수 있니? 아주 급한 일이라 그래. 시골에 계신 어머님을 뵈러 한 번 다녀와야 할텐데 도대체 짬이 나야 말이지.
93. 칠칠하다.
채소 따위가 주접이 들지 않고 깨끗하게 잘 자랐다는 의미로 사람이나 푸성귀가 깨끗하고 싱싱하게 잘 자란 것이나, 일을 깔끔하고 민첩하게 처리하는 것 등을 모두 “칠칠하다”고 한다.
흔히 깨끗하지 못하고 자신의 몸 간수를 잘 못하는 사람이나 주접스러운 사람을 보고 “칠칠맞다”고 하는데 그것은 “칠칠치 않다”, “칠칠치 못하다”라고 써야 한다.
- 예시문 : 텃밭에 심은 시금치가 칠칠하게 아주 잘 자랐어요. 그 사람은 무슨 일을 시켜도 칠칠하게 해내니 믿고 맡길 수가 있다구.
94. 터무니가 없다.
터는 본래 집이나 건축물을 세운 자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집을 헐어도 주춧돌을 놓았던 자리나 기둥을 세웠던 자리들이 흔적으로나마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런 흔적조차 없는 경우에는 그 자리에 집이 있었는지 어떤 구조물이 있었는지 알 길이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터의 무늬(자리)가 없다는 말은 곧 근거가 없다는 뜻이 되는 것이다.
- 예시문 : 이러구러 하는 동안에 일본의 터무니 없는 주장이 터무니를 갖추게 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유진오, 구름 위의 만상≫
95. 통틀어
사고자 하는 물건이 조금 남아있을 때 “이거 통털어 얼마예요?” 하는 말을 많이 쓴다.
“통틀다” 보다 “통틀어”라고 많이 쓰는데, “통을 탈탈 털어서”의 준말이 “통틀어”라고 생각한 데서 온 결과인 듯싶다. 그러나 표준말은 엄연하게 “통틀어”이다.
여기에서의 “통”은 “온통”의 뜻이며, “틀다”는 어떤 것을 한 끈에 죽 엮어 맨다는 뜻이다. “어떤 물건이나 사물을 있는 대로 모두 합해서”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말이다.
- 예시문 : 이 참외 통틀어 얼마에 주실래요?
96. 트집 잡다
한 덩이가 되어야 할 물건이나, 뭉쳐야 할 물건의 벌어진 틈을 가리켜 “트집”이라 한다.
공연히 조그마한 흠집을 잡아내어 말썽을 일으키는 일을 가리키는 말로 뜻이 확대되었다.
- 예시문 : 저편에서 처음부터 트집 잡고 싶어 애쓰는 눈치가 보였지만 워낙 이편에 실수가 없으니까 무슨 트집을 잡을 수 있습니까.≪홍명희, 임꺽정≫
97. 판에 박다.
우리나라 고유의 음식 중에 떡이나 다식(茶食) 종류는 떡살이나 다식판에 박아서 일정한 모양을 만들었다. 이렇게 다식판에 박아서 만들면 그 모양이 똑같게 나오기 때문에 “판에 박은 듯하다”는 말이 나왔다. 여럿이 한 판에 박아낸 것처럼 그 모양이 똑같은 경우를 일컫는 말이다.
- 예시문: 정희는 얼굴이 제 어머니를 판에 박았더군.
98. 푸념
“푸념”은 우리 나라 무속(巫俗) 신앙에서 온 말로서, “무당이 굿을 할 때 신의 뜻이라 하여 그 굿을 청한 사람에게 꾸지람을 해대는 말”을 가리킨다.
푸념은 보통 죽은 자의 혼령이 그의 억울한 심경이나 가슴에 맺힌 한(恨)을 늘어놓고 그것을 풀어달라는 내용으로 되어있다. 무속에서 쓰는 특수 용어가 일상 생활에서 쓰이기 시작하면서 마음 속에 품은 불평이나 생각을 길게 늘어놓는 것을 가리키게 되었다.
- 예시문 : 허어 이 사람, 그렇게 비감해할 건 없네. 그건 그저 이 앓고 있는 늙은것의 푸념에 지나지 않는 거고…….≪안수길, 북간도≫
99. 푼돈
“푼”이란 옛날의 화폐 단위로서 돈 한 닢을 가리키는 말이다.
한 냥, 두 냥 할 때 한 냥의 10분의 1이 한 푼으로 아주 작은 돈의 액수를 푼이라 하는데, 예전에 거지들이 손을 내밀며 “한 푼만 줍쇼!” 하곤 했다. ”무일푼”의 푼도 곧 한 냥이 채 못 되는 정도의 아주 작은 “돈”을 가리키는 말이다. 많지 않은 몇 푼의 돈을 가리키는 말이다.
- 예시문 : 한 번에 목돈을 빌려 주고 나중에 푼돈으로 받으니 손해가 막심하다.
100. 한참동안
본래는 “역참(驛站)”에서 나온 말이다. 한참은 “한 역참과 다음 역참 사이의 거리”를 나타내는 말이었다가 나중에는 “한 역참에서 다음 역참까지 다다를 정도의 시간”을 나타내는 말로 바뀌었다. 지금은 ‘상당한 시간이 지나는 동안’을 이르는 말로 쓰인다.
- 예시문 : 약속 장소인 조계사 앞에서 한참동안 기다려도 그가 나타나질 않자 초조한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