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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장달수의 한국학 카페 원문보기 글쓴이: 樂民(장달수)
일본 지명 표기의 특징
이병운*
Ⅰ. 머리말
우리는 현재 한자를 음으로만 읽고 있지만, 일본어에서는 한자를 읽는 방식이 한자음으로 읽는 방식과 함께 독특하게 훈으로 읽는 방식도 있다. 이러한 방식은 일본에서 문자가 없던 시기에 한자의 음과 훈을 빌려 표기하던 차자표기 방식이 지금까지 유지된 것이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일본어의 독특한 표기 방식을 지명 표기를 통해 살펴보고, 아울러 일본 지명 표기의 특징을 살펴보고자 한다.
Ⅱ. 일본 지명의 표기 원리
일본 지명의 표기 원리는 한자의 훈을 빌려 표기하는 차훈표기와 한자의 음을 빌려 표기하는 차음표기, 이 둘을 혼합한 혼합표기 등이 있다.
1. 차훈표기
차훈표기는 한자의 훈을 빌려서 표기하는 방식으로 그 예를 보이면 아래와 같다. 곧 [ ]속의 어형을 한자의 훈을 빌려 표기한 방식이다.
1)
甘木市 [ama-ki] (福岡) 熊本市 [kuma-moto] (熊本)
江迎町 [e-mukae] (長崎) 長崎市 [naga-saki] (長崎)
岡垣町 [oka-gaki] (福岡) 赤池町 [aka-ike] (福岡)
吉井町 [yoshi-i] (長崎) 前原市 [mae-baru] (福岡)
南小國町 [minami-o-guni](熊本)諸富町 [moro-domi] (佐賀)
鹿本町 [ka-moto] (熊本) 田川市 [ta-gawa] (福岡)
石田町 [ishi-da] (長崎) 平戶市 [hira-do] (長崎)
松僑町 [matsu-base] (熊本) 豊玉町 [toyo-tama] (長崎)
鞍手町 [kura-te] (福岡) 鶴見町 [tsuru-mi] (大分)
玉名市 [tama-na] (熊本) 姬戶町 [hime-do] (熊本)
이러한 표기방식은 우리의 향가표기, 「삼국사기」(三國史記) ‘지리지'(地理志),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의 지명표기에도 나타난다. 먼저 향가표기의 예를 살펴보자.
2) 처용가(處容歌)
ㄱ. ㄴ.
東京明期月良 東京 기 라라
夜入伊遊行如可 밤 드리 노니다가
入良沙寢矣見昆 드러 자 보곤
脚烏伊四是良羅 가로리 네히러라
二肹隱吾下於叱古 두른 내해엇고
二肹隱誰支下焉古 두른 누기핸고
本矣吾下是如馬於隱 본 내해다마
奪叱良乙何如爲理古 아 엇디릿고
ㄱ)은 삼국유사의 기록이고 ㄴ)은 ㄱ)의 기록을 보고 추정한 당시의 노랫말이다. 이는 곧 우리의 문자가 없던 시기에 ㄴ)의 노랫말을 한자의 뜻과 음을 빌려 표기한 것이 ㄱ)이다. 이러한 차훈표기 방식은 「삼국사기」 ‘지리지’의 지명 표기에도 나타남을 볼 수 있다.
3)
ㄱ. 密城郡 本推火郡 景德王改名 今因之 (地理1, 密城)
ㄴ. 水谷城縣 一云 買旦忽(地理4, 高句麗)
위의 ㄱ)에서 密城과 推火는 서로 대응되는데, 密은 차음 표기이고, 火, 推, 城은 차훈 표기라 할 수 있다. 곧, *mirɨ /mir라는 어형을 密은 한자의 음을 빌려 표기한 것이고, 推는 한자의 뜻을 빌려 표기한 것이다. 또한 *pɨrɨ/ pɨr라는 어형에 火와 城은 그 뜻을 빌려 표기한 것이다. 이 때, 火와 城의 차이는 火는 단순히 훈만 빌렸지만 城은 뜻을 고려한 표기라 할 수 있다. ㄴ)에서 水谷城은 買旦忽과 각각 대응하는데, 이 때 水谷城은 어형 *mi-tan-kor의 차훈표기이고, 買旦忽은 차음표기로 보인다. 이 때 ‘城’을 표기한 어형이 *kor와 *pɨrɨ의 두 형이 있는 것은 고구려계와 신라계라는 방언 차이로 보인다.
이러한 고대국어의 지명 표기는 그 어형을 완전하게 재구할 수 없으나 「용비어천가」의 지명 표기에는 한자 표기의 지명과 한글 표기의 지명이 함께 나오므로 그 대응을 확실히 밝힐 수 있다. 이러한 두 표기로 보아 한글 창제 이전에 차자표기법에 의해 한자로 표기되었던 것을 한글이 창제되어 그 어형을 완전하게 보일 수 있었던 것이다. 「용비어천가」에 보이는 차훈표기의 몇 예를 보이면 다음과 같다.
4)
楸洞 래올 窄梁 손돌
岐灘 가린여흘 鼎山 솓뫼
荒山 거츨뫼 鐵峴 쇠재
熊津 고마 車踰 술위나미
竹田 대 炭峴 숫고개
猪灘 돋여흘 酸水 쉰믈
石浦 돌개 孤島 외셤
北泉洞 뒷 城串 잣곶
赤池 블근못 兎兒洞 투골
箭灘 살여흘 泥峴 고개
松原 소두듥 大灘 한여흘
2. 차음표기
한자의 음을 빌려 표기하는 일본지명의 차음표기의 몇 예를 보이면 아래와 같다.
5)
江北町 [koo-hoku] (佐賀) 夜須町 [ya-su] (福岡)
桂川町 [kei-sen] (福岡) 苓北町 [rei-hoku] (佐賀)
球磨村 [ku-ma] (熊本) 玉東町 [gyoku-too] (熊本)
久住町 [ku-ju] (大分) 龍北町 [ryu-hoku] (熊本)
崎宿町 [ki-shiku] (長崎)宇久町 [u-ku] (長崎)
南關町 [nan-kan] (熊本)宇美町 [u-mi] (福岡)
富士町 [fu-ji] (佐賀) 佐多町 [sa-ta] (鹿兒島)
西鄕市 [sai-goo] (宮崎) 天水町 [ten-sui] (熊本)
蘇陽町 [so-yoo] (熊本) 淸和村 [sei-wa] (熊本)
新宮町 [shin-guu] (福岡)筑後市 [chiku-go] (福岡)
阿蘇町 [a-so] (熊本) 太良町 [ta-ra] (佐賀)
安崎町 [a-ki] (大分) 喜界町 [ki-kai] (鹿兒島)
이러한 일본 지명의 차음표기와 같은 「용비어천가」의 차음표기를 보이면 아래와 같다.
6)
甲州 가쥬 兀兒忽里 울후리
紉出闊失 닌시 移蘭豆漫 이란투먼
實眼春 산츈 泰神 탸신
常家下 상갸하 禿魯 투루
薛列罕 설헌 童巾 퉁컨
阿木剌 아모라 婆猪 포쥬
阿赤郞貴 아치랑귀 火兒阿 홀아
阿都哥 어두워 回叱家 횟가
斡朶里 오도리 厚叱只 훗기
阿木回 옴회 洪肯 훙컨
위의 지명은 그 유래가 여진어나 몽고어에서 유래한 것이 많아 우리에게는 생소하다. 이와 같이 차음 표기는 외래어의 표기에 많이 쓰인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현재 일본어의 표기에서 외래어의 표기를 음으로만 읽는 카타카나로 표기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3. 혼합표기
차훈표기와 차음표기를 섞어서 하는 일본지명에서의 혼합표기의 예는 다음과 같다.
7)
福岡 [fuku-oka] ; 차음 + 차훈
筑穗 [chiku-ho] ; 차음 + 차훈
福島 [fuku-shima] ; 차음 + 차훈
杷木 [ha-ki] ; 차음 + 차훈
相知 [ou-chi] ; 차훈 + 차음
北波多 [kita-ha-ta] ; 차훈 + 차음 + 차음
大牟田 [oo-mu-ta] ; 차훈 + 차음 + 차훈
大野城 [oo-no-joo] ; 차훈 + 차훈 + 차음
那珂川 [na-ka-gawa] ; 차음 + 차음 + 차훈
이와 같은 혼합표기의 예를 「용비어천가」의 지명 표기에서 보이면 아래와 같다.
8)
加莫洞 가막골 三田渡 삼받개
廣津 광 箭竹籔 삿대수
金谷浦 김곡개 草閑 새한
韃靼洞 다대골 善竹 션
達川 달내 按板灘 안반여흘
答相谷 답샹골 斡島城 오도잣
堂山 당뫼 滓甓洞 골
德巖 덕바회 哈蘭北 하란뒤
德積 덕물 鶴橋 학리
東良北 동량뒤 合浦 합개
綠楊峴 로양재 泥城 셩
이와 같이 일본의 지명 표기 방식은 문자가 없던 시기에 우리가 사용하던 차훈표기, 차음표기, 혼합표기의 방식과 같음을 알 수 있다. 우리가 고대에 일본에 한자를 전해주었듯이 일본의 지명 표기 방식은 우리의 차자표기 방식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우리는 신라 경덕왕 때 우리말 지명을 본래의 어형과 어원과는 다른 2음절식의 한자말로 바꾸게 되자, 한자말 지명을 음으로만 읽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우리의 차자표기법을 오늘날까지 그대로 유지하여 한자를 훈과 음의 두 방식으로 읽게 된 것으로 보인다.
4. 기타 표기
일본 지명 표기에서 특이한 현상은 한자의 음과 훈을 빌려 표기하는 방식과는 전혀 다른 것이 있다. 예를 들면 일본을 중국에서는 ‘倭’라고 표기하였는데, 이 ‘倭’를 일본에서는 한자음이 같은 ‘和’[wa]로 바꾸고, 앞에 ‘大’를 넣어 ‘大和’라고 표기하고 /yamato/라고 읽고 있으나 /yamato/의 어원은 잘 알 수 없다.
그리고 일본의 지명에 사용되는 ‘城’은 음[joo]으로 읽는 방식, 훈[ki, shiro]으로 읽는 방식이 있는데, 沖繩縣[oki-nawa]의 지명에는 ‘城’을 /gusuku/라 하여 ‘玉城’을 /tama-gusuku/, ‘豊見城’을 /tomi-gusuku/라고 하는데 그 어원을 알 수 없다. 이것은 그 계통이 다른 언어에서 온 어원이 아닌가 생각된다.
또한 ‘武藏’을 [mu-sashi]라고 읽는데, ‘武’는 [mu]라는 음을 빌린 것이나, ‘藏’의 음은 [zoo]이고, 훈은 ‘倉’과 같이 /kura/이므로 [sashi]가 무슨 뜻이며 어떠한 원리에서 표기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春日’을 [kasuga]라고 읽는데 이것의 어원이나 표기 원리도 알 수 없다.
Ⅲ. 같은 표기의 이형태
일본 지명에는 같은 표기가 다른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고, 다른 표기가 같은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1. {hara}(原)의 이형태
일본 지명에 쓰이는 ‘原’은 그 어형이 아주 다양하게 나타난다.
9) {hara}(原)의 이형태
ㄱ./hara/ ;宮原[miya-hara], 西原[nishi-hara], 日原[nichi-hara]
ㄴ./bara/ ;中原[naka-bara], 島原[shima-bara]
ㄷ./wara/ ;佐土原[sado-wara], 小石原[koishi-wara]
ㄹ./haru/ ;高原[taka-haru], 野津原[notsu-haru], 岡原[oka-haru]
ㅁ./baru/ ;南風原[hae-baru], 與那原[yona-baru],
世知原[sochi-baru], 前原[mae-baru]
이러한 이형태가 생긴 것은 닿소리의 약화현상과 홀소리의 열림도의 좁힘현상으로 인한 변화로 추정된다. 일본어의 hara는 우리말의 고대어 * para에서 약화하여 hara로 되고 이것이 약화되어 10-ㄱ)과 같이 bara>wara로 변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어에 탁음(濁音)으로 /b/가 있지만 한자음의 성모(聲母) /p/는 대부분 [h, b]로 나타난다. 또한 hara에서 끝 홀소리의 열림도를 좁혀서 haru가 되고 닿소리의 약화로 baru가 된 것으로 생각된다.
10)
ㄱ. hara ――> bara ――> wara (닿소리의 약화현상)
ㄴ. hara ――> haru ――> baru (홀소리의 열림도 좁힘현상과 닿소리의 약화현상)
2. {hi}(日)의 이형태
{hi}(日)에는 다음의 이형태가 지명에 나타난다.
11) {hi}(日)의 이형태
ㄱ. /hi/ ; 日吉[hi-yoshi], 日田[hi-ta], 日之影[hi-no-kage]
ㄴ. /he/ ; 日置[he-ki]
ㄷ. /hyuu/ ; 日鄕[hyuu-ga]
이것으로 보아 우리말의 /hʌi/가 ―> he ―> hi ―> hyuu로 바뀌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이 다양한 어형이 같은 표기로 나타나는 것은, 한자의 훈만 빌린 표기는 고정되어 있으나, 말소리는 계속 바뀌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표기를 통해서 우리는 통시적인 어형의 변화를 알 수 있는 장점도 있다.
3. 단축형의 이형태
{mitsu}(三), {mizu}(水) 등에는 단축형의 이형태 /mi/가 있다.
12) {mitsu}의 단축형
ㄱ. /mitsu/ ; 三橋[mitsu-hashi], 三瀨[mitsu-se]
ㄴ. /mi/ ; 三根[mi-ne], 三股[mi-mata], 三甁[mi-kame],
三井樂[mi-i-raku]
13) {mizu}의 단축형
ㄱ./mizu/; 水上[mizu-kami], 垂水[taru-mizu], 水卷[mizu-maki]
ㄴ. /mi/ ; 出水[izu-mi], 水股[mi-namata]
Ⅳ. 같은 어형의 다른 표기
같은 어형이 다른 표기로 나타나는 것 가운데 우리말에서 유래한 어원으로 추정되는 것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1. {ki} ; 木, 來, 城, 岐, 杵
일본지명에 {ki}/{gi}의 어형에 쓰이는 한자는 다음과 같다.
14)
ㄱ. 城 ; 小城[o-gi], 築城[tsui-ki], 益城[mashi-ki], 天城[ama-gi]
ㄴ. 木 ; 加治木[kaji-ki], 甘木[ama-gi], 多良木[tara-ki], 大木[oo-ki], 嚴木[kyuura-gi], 津奈木[tsuna-ki], 黑木[kuro-gi]
ㄷ. 來 ; 高來[taka-ki], 入來[iri-ki], 市來[ichi-ki]
ㄹ. 岐 ; 安岐[a-ki]
ㅁ. 杵 ; 臼杵[usu-ki], 東彼杵[higashi-sono-gi]
14-ㄴ)의 木이나, 14-ㄷ)의 來가 본래의 ‘나무’나 ‘오다’라는 뜻보다는 지명에 쓰이는 접미사로 보이는데 이러한 {ki}의 표기는 「삼국사기」‘ 지리지’에도 많이 보인다. 아래의 只, 支, 己는 당시의 음이 [ki]로 추정되며 일본 지명에 쓰인 {ki}와 같은 계통의 지명접미사로 보인다.
15)
金溝縣本百濟仇知只山縣 (地理3 ; 全州)
靑音縣本百濟伐音支縣(地理3 ; 熊州)
闕城郡本闕支郡(地理1 ; 闕城)
潔城郡本百濟結己郡(地理3 ; 潔城)
悅城縣本百濟悅己縣(地理3 ; 夫餘)
儒城縣本百濟奴斯只縣(地理3 ; 比重)
더구나 城이 支, 己, 只 등에 대응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ki}는 고대 한국어에서도 ‘城’을 뜻하는 말로 해석된다. 그러므로 위의 일본 지명에 쓰이는 木, 來, 支, 杵도 장소를 뜻하는 접미사 또는 ‘성(城)’을 뜻하는 표기로 생각된다.
2. {moto} ; 本, 元(基)
16)
ㄱ. 本; 鹿本[ka-moto], 栖本[su-moto], 熊本[kuma-moto], 坂本[saka- moto]
ㄴ. 元; 松元[matsu-moto]
일본어에서 {moto}는 처음, 기본, 본래, 밑천의 뜻으로 사용되고, ‘本, 元, 基’ 등의 한자의 훈을 모두 /moto/로 부르고 있다. 그러므로 이 {moto}의 어원은 중세국어의 ‘, 밑’과 같은 어원으로 보인다. 17)의 ‘’은 원래는 ‘처음, 기본, 본래’의 뜻이었으나 ‘맏이’의 뜻으로 의미가 축소가 된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18)에서 보는 것처럼 ‘밑’은 ‘처음, 기본, 밑천’의 뜻으로 사용되어 일본어와 그 뜻이 같은 것이다.
17)
디 병 되얫거늘(삼강해실도 烈7)
내 아리 비록 디라도 사오나(월인 2 : 5 )
든 나히 열아홉이오(소학언해 6 : 60)
18)
本은 미티라(월인 序 : 14)
本末은 믿과 귿괘니(석보상절 13 : 41)
德으로 믿 삼고(법화 1 : 14)
믿과 길헤 여듧량 은에(本利八兩銀子)(두초 상 : 34)
믿 본(本)(석봉천자문 28, 유합下 : 50)
3. {kami} ; 上, 頭, 神
19)
ㄱ. 上峰[kami-mine], 上關[kami-seki], 上對馬[kami-tsushima],
ㄴ. 具志頭[gushi-kami], 國頭[kuni-kami], 中頭[naka-gami]
ㄷ. 神岡[kami-oka], 神山[kami-yama], 神川[kami-kawa]
{kami}의 어형이 일본 지명에 사용된 한자는 위와 같이 다양하다. 이 말의 어원도 우리말의 ‘神, 大, 上’의 의미인 [검, 가마]와 같은 어원으로 생각된다. 더구나 일본의 인명(釜足[kama-tari])이나 지명(釜戶[kama-do])에서 사용되는 {kama}는 우리말과 동일하다.
4. {ka} ; 鹿
20)
ㄱ. 鹿島 [ka-shima], 鹿本[ka-moto], 鹿屋[ka-no-ya],
鹿兒島[ka-go-shima], 鹿央[ka-oo], 鹿北[ka-hoku]
ㄴ. 嘉島[ka-shima], 嘉手納[ka-de-na], 嘉穗[ka-ho]
일본 지명의 {ka}는 ‘크다’란 뜻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고대 지명에서도 이러한 표기가 보인다.
21)
ㄱ. 唐嶽縣本高句麗加火押 (史記, 地理2 取城)
ㄴ. 機長縣本甲火谷縣(史記, 地理1, 東萊)
21-ㄱ)의 ‘唐’은 ‘크다’라는 뜻으로 ‘加火’는 *ka-para/pərə로 재구되고, 21-ㄴ)의 ‘甲火’도 ‘큰 마을’이라는 뜻의 *ka-para/pərə로 재구된다. 20)의 ‘鹿, 嘉’도 우리말의 ‘크다’라는 뜻의 *ka와 어원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Ⅴ. 맺음말
일본어에서 한자를 음뿐만 아니라 훈으로도 읽는 독특한 방식은 한글이 창제되기 이전에 우리가 사용하던 차자표기 방식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명에서 우리는 신라 경덕왕 때 2음절식의 한자말로 바꾸게 되자 한자음으로만 읽게 되고, 일본은 차음과 차훈의 차자표기법이 그 뒤에도 유지되어 오늘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지명의 표기에서 한글로만 표기하게 되면 지명의 유래를 잘 알 수 없으므로 한자의 병기도 생각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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