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했던 경기와 전쟁 소식 등은 올 한해 달콤하고 화사한 ‘로맨틱’감성을 한층 더 진화시켰다. 전 세계 디자이너들은 자연주의가 가미된 ‘뉴 로맨틱(New Romantic)’ 스타일을 대거 선보이며 올 한해 패션 테마로 선택했다.
가볍고 부드러운 소재와 달콤하고 화사한 파스텔 컬러 그리고 여성스럽고 로맨틱한 디테일등으로 ‘뉴 로맨틱’ 스타일은 압축된다. 자연주의 영향으로 코튼, 실크, 린넨처럼 가벼운 천연 소재들과 쉬폰, 새틴처럼 얇고 부드러운 소재들로 여성스러움을 강조한 것이 특징적이다. 패턴은 화려한 꽃을 비롯해 은은한 들풀, 풍성한 과일, 풍경화 등 자연의 이미지를 담은 프린트물이 다수를 이루며 컬러는 달콤한 파스텔톤이 주목을 받고 있다.
프릴·러플 장식은 불규칙적이고 화려하게 레이어드 돼 독특하게 표현되고 있으며, 액세서리로 역시 리본 벨트등 여성스러움을 한껏 더할 아이템들이 인기를 얻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복고가 밀려온다…20·40·50년대 주목
뉴욕·런던·밀라노·파리 등에서 선보인 2004 S/S 여성복 컬렉션에서는 20년대의 우아한 여성과 40∼50년대 클래식한 여성미에성 영감을 얻은 다양한 스타일이 눈에 띈다.
라튤, 오브제 등 국내 패션계 역시 20·40·50년대의 클래식한 스타일과 우아한 이미지가 주를 이룬 컬렉션을 제안했다.
무릎 길이의 스커트가 미니스커트 자리를 대체했으며, 재킷은 내추럴한 스타일로 새롭게 탄생됐다. 허리가 잘록하게 들어간 테일러드 재킷 역시 핫 아이템으로 주목받을 전망이다.
둥근 어깨, 잘룩한 어리, 풍성하게 퍼지는 스커트가 인상적인 40년대 대표 스타일인 ‘뉴 룩’과 상체는 딱 맞고 아래로 갈수록 퍼지는 스타일의‘피트 앤 플레어’ 실루엣이 부활해 글래머러스한 스타일을 새롭게 탄생시키고 있다.
패션의 시작과 끝 ‘액세서리’ 전성시대
스니커즈 열풍에 이어 가방, 모자, DIY 비즈 액세서리 등이 핫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소비자들의 패션의식이 성숙해감에 따라 옷뿐만 아니라 가방, 구두, 액세서리에 이르는 영역이 부상했다. 구두, 가방 등 잡화 선호도 및 유행에 대한 관심은 경기에 무관하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의류와 잡화, 모자, 시계, 안경·선글라스, 여성 소품, 캐릭터 아이템 등에 관심이 늘면서 브릿지 군을 형성하는 중·고가대 수입 잡화가 국내에 속속 진출하고 있으며, 이것은 남성 잡화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이러한 현상은 내셔널 브랜드에서 수입 명품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보여지고 있다. 「케네스콜」「마크제이콥스」「안나수이」「바네사부르노」 등 잡화를 강세로 한 해외 브랜드의 행보가 주목을 받았으며, 「아가타」「폴리폴리」「블루마린」 등 기존 전통적인 귀금속 장신구에 비해 트렌디하고 아기자기한 수공예적 패션 쥬얼리도 소비자들에게 환영받는 아이템이다.
이처럼 소비자 패션 감성이 높아짐에 따라 토털 코디네이션에 대한 관심은 더욱 증가돼 소비자들은 다양한 액세서리가 갖춰진 브랜드 매장을 선호하고 있으며, 토털 코디네이트 능력이 강한 브랜드를 인정하고 있는 추세다.
작은 명품으로 사치를 부린다
경기 침체로 호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게 된 소비자들은 명품 브랜드의 작은 소품을 구입해 심리적 만족을 느끼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들은 기존 최고급 브랜드 중 소품을 구입하거나 가격대가 낮은 카테고리 중 고급 제품을 구입하는 등 최소 비용으로 ‘소유욕’을 충족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고급 보석 브랜드 티파니의 수천만원짜리 보석반지를 살 수 없는 사람이 같은 브랜드의 값이 싼 은제품으로 대리만족하는 식이다. 오프라인 매장보다 고객의 나이층이 낮고 구매력이 적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지갑이나 머플러가 많이 팔리는 것도 마찬가지 현상.
이러한 현상은 패션계 뿐만 아니라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면면에서 보여지고 있다. 일반 분유를 밀어낸 프리미엄 분유가 대표적인 사례이며, 요즘 히트하고 있는 드럼세탁기나 최신형 카메라폰 등에서도 나타난다.
‘사랑’을 잘 팔면 대박!
매달 14일을 차지하는 발렌타인 데이, 화이트 데이, 빼빼로 데이 등 외에도 다양한 커플 행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정 ‘데이’를 앞두고 혹은 런칭 이벤트 등을 기념해 벌어지는 각종 커플 이벤트들은 다양한 아이디어로 전쟁을 방불케할 정도다. 커플링, 커플룩, 커플장갑, 커플속옷, 커플석 심지어 커플증까지 나오고 있다.
이것은 ‘커플’이 확실한 시장성을 약속하기 때문이다. 가격 저항력이 적을 뿐만 아니라 세트로 팔리니 이보다 더한 일석이조도 없는 셈. 이런 까닭에 더욱 치밀한 전략과 아이디어로 전 업계에서는 ‘사랑 쟁탈전’에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지난해 패션업계 역시 이러한 이벤트를 많이 펼쳤으나 타 업계에 비하면 전략과 전술이 아쉬운 상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