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國土縱走記
경북 문경 영신숲유원지부터 상주, 구미를 지나 칠곡 석적체육공원까지
'Jiri-깽이' 恩敬의 아름다운 나의 이야기
(4)
천국으로 가는 길이 어떨지
생각해본 적 있나요?
그 길은 분명
가시덤불이 우거졌을거에요
때론 눈이나 진흙탕 속에 푹푹 빠지기도
더러운 물길을 건너야 할지도
크고 작은 바위를 위험하게 건너야 할지도
거센 비바람과 맞서며 가야 할지도 몰라요
그렇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 속을
얼마나 헤매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거 하나는 알 수 있어요
그 길 끝에서 분명
천국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요
그러니 그대여,
아프고 힘들더라도 조금 늦더라도
포기하지 말아요
기다리고 지켜봐주며 옆 사람 손 놓지 말고
끝까지 함께 가세요.
천국으로 가는 길은 그래야 열리니까요.
_Jiri-깽이 恩敬, 아름다운 나의 이야기_
걷는 사람들 중에
산티아고 순례길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고행을 하고 싶다고, 원 없이 걸어보고 싶다고...
행복의 파랑새 찾아 헤매듯
결국 그 파랑새가 어디 있었는지 다들 아시죠?
우리가 찾는 것들은 멀리 있지 않아요.
다만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는 우리가 있을 뿐...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은 어쩜 모두가
파랑새증후군을 앓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1구간은
경기도 파주 임진각부터 서울 한강구간을 지나
하남 덕풍교(팔당대교 전)까지 100km
2구간은
경기도 하남 덕풍교에서부터
양평, 여주, 강원도 원주 일부를 지나
충청도 충주 비내섬까지 103km
3구간은
충북 충주 비내섬부터 수안보, 괴산 일부를 지나
문경 새재를 넘어 문경 영신숲유원지까지 101km
이번 4구간은
경북 문경 영신숲유원지에서부터 상주, 의성, 구미를 지나
칠곡 석적체육공원 지나 왜관낙동강교 아래까지 92km
4구간까지 토탈 396km를 진행했습니다.
경기도와 서울 , 강원도 원주 일부구간,
충청북도를 지나며
임진강과 (남)한강, 달천(남한강에 합류)을~
백두대간 문경새재 제3관문을 지나며
충청북도에서 경상북도로,
조령천이 영강으로.
이번 걸음 문경 남쪽 일부를 지나 상주로
낙동강칠백리공원 옆에서 영강은 낙동강으로 합류.
의성, 구미, 칠곡~
이후 구간 모두 낙동강권으로 대구를 지나고
창녕, 창원, 밀양, 양산
그렇게 경상남도를 지나 부산 을숙도까지 약 640km
아름다운 우리나라 국토종주길입니다.
10월 16일(금) 저녁
대전역(저녁6시41분 출발)-김천역(저녁7시48분)
김천역(저녁8시5분)-점촌역(저녁9시8분 도착)
대전역에서 미주언니를 먼저 만났네요.
언니의 저 짐보따리
모두 엘리 언니와 저를 위해 준비한 선물들~
대전역에서 그렇게 김천역으로.
김천역에서 환승 대기하며,
따끈한 아메리카노 한 잔씩 사서
기차 식당칸으로 오릅니다.
식당칸 한 번 맛본 사람들은 어쩔 수 없나봐요.
셋이 조르르~ 앉아서~
엘리언니의 특급 조제^^ 베이글 빵
아보카토의 그 맛이, 식감이 완전 환상입니다.
벌써부터 행복 처발처발~
점촌역 인근 편의점으로 고고씽~
미주 언니에게 이번에 배운 꿀팁 하나
"전자렌지좀 써도 되나요?"
물건은 아직 사지도 않았는데...
떡과 고구마가
말랑말랑 뜨끈뜨끈 익어가는 동안
편의점 한 바퀴 돌며
각자 뭔가 하나씩 배낭에 챙겨 넣습니다.
국토종주 4구간 문경 영신숲유원지 앞에서
대전의 엘리, 익산의 미주, 논산의 깽이
제삼리 뽀시래기 언니야들이 간다~
우렁차게 뿌잉뿌잉~ 출발^^
점촌역에서 영신숲유원지 입구까지는 1km
부담없이 딱 좋은 거리.
국토종주 구간 나누는 것 중 제일 중요한 게 바로
들머리 날머리 교통의 편이.
영신숲유원지는 조선 선조 때
고성군수를 역임하고 1576년 낙향한
고흥운 선생이 전원생활을 하면서
영신 들녘에서 일하는 농민들을 위해 소나무를 심어
휴식공간을 마련한 것이 그 시초구요.
영강 따라 옆길로 걷다보니
퀘퀘한 이상한 냄새가 진동ㅠㅠ 하수도사업소를 지나고.
들머리에서 2.5km쯤 걷다보면
문경시 점촌동에서 상주시 덕통리로 지역이 바뀝니다.
멋진 굴곡미를 자랑하며 서 있던 소나무 무리
태봉숲을 지납니다. 인근에 태봉산도 있네요.
백두대간 속리산 형제봉 남동쪽에서 분기하여
동쪽으로~ 작약산을 거쳐 마지막 산인 태봉산
이안천이 영강으로 합수하는 지점까지의 작약지맥.
작약지맥 이정표(준희 오라버니의) 기억납니다.
백두대간길을 걸었더니~ 오오~ 신기
작약지맥도 한 번 걸어보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그래서 산꾼 선배님들이 대간을 하고
정맥을 하고 지맥을 하고 그러는구나
한 번씩 이렇게 궁금증이 생기니까^^
작약지맥을 중심으로
북쪽으로는 영강이, 남쪽으로는 이안천이 흐르다 만나
낙동강으로 합류
영강의 제1지류인 이안천(57km)
백두대간 속리산 인근의 형제봉 부근
갈령 삼거리 동쪽 계곡에서 발원
상주 지역의 이 강물이 영강에 합류합니다.
출발전, 점촌역 앞에서 따끈하게 뎁혀온
미주 언니표 쑥절편~
언니 엄마가 올봄 직접 뜯어 말린 쑥으로 만든거래요.
깽이표 고구마
지인분께서 직접 농사지은 고구마 보내주셨던 거.
봄 들판의 향과 가을 땅 속의 그 진한 향이 음~ 냠냠~
따뜻하니 목구멍으로 쑥쑥~ 잘도 넘어갑니다.
날 추울 때는 걷기 바로 전,
편의점에서 이렇게 살짝 뎁혀가는 센스 꼭 챙기세용~
이 언니야들~
별빛 쏟아지는 너무도 맑은 가을 하늘 아래
노래에 아주 제대로 푸욱~ 빠지셨습니다.
김건모의 ‘아름다운 이별’
가사가 감성을 간질간질~
털팔이 저와는 인생의 깊이가 어쩐지
많이 달라보이는 이 언니들
이 밤 지금도 그윽하게 영글어 가는 듯 보이고.
저 하늘 누군가의 별이 이곳으로 시간여행을 하듯
우리의 별 하나, 하나, 하나
시간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별 바라보며 걸음하며 별 헤는 밤~
이번엔 여진의 '그리움만 쌓이네' 노래가
발길따라 영강 물줄기와 함께 걸음하고.
10월 밤에 걷기 많이 추울거라 생각했는데...
바람이 잠자니~ 춥지않고 딱 좋네요.
노래처럼 진짜 그리움만 쌓일까요?
우리들의 걸음마다 추억도 다복다복 쌓여갑니다.
밤에 걸으면 어둠속에서 아무것도 못 보며 갈 거 같지만...
보세요. 멈춰서서 자세히 보면 보입니다.
신기할 정도로 나름 잘 보여요.
길은 걷는 자의 것이니
지금은 온전히 우리 셋만의 길이 되고.
영강 곁에 든든하게 서 있는 산의 능선이며
그 위를 수놓은 별들.
영강 위로 빛들이 내려앉아
반짝반짝 흔들다리를 하나 만들어 놓았네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강인 북한의 압록강
그 다음으로 긴 강인 남한의 국가하천인 낙동강
총길이 525km 유역면적 2만 3,860㎢
강원도 태백시 매봉산(천의봉) 동쪽 삼수령에서 발원
가장 최상위 물줄기인 백두대간길이지요^^
<삼수령-한강, 낙동강, 오십천 물줄기의 꼭짓점>
보통은 낙동강 발원지로 태백시의 황지연못을 가리킵니다.
낙동강은 경상북도 봉화군, 안동시, 예천군,
상주시, 구미시, 대구시, 고령군
경상남도 밀양시, 김해시를 지나며 낙동강 하구둑을 지나
남해로 흘러듭니다.
크고 작은 742개의 강을 거느리는 대하(大河)로
삼국시대에는 황산강, 황산하로
고려, 조선시대에는 낙동강으로 불렸습니다.
낙동강으로 합류하는 100km이상의 긴 강줄기로는
반변천 109km. 내성천 108km.
금호강 116km. 황강 111km.
남강 186km. 밀양강 101km. 위천 113km.
낙동강 칠백리 짜잔~
여기 꼭 와서 인증해보고 싶었는데^^
어둠속이라 잘 안보일줄 알았더니만
가로등이 밝아서 사진찍고 놀기 딱 좋습니다.
완전 처발처발 전세내고 쇼쇼쇼~합니다.
비석에 보니
이곳 상낙(上洛)의 동쪽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강다운 모습을 갖추었다.
또, 낙양(洛陽)이라고도 불렸는데
상낙과 낙양은 모두 상주의 옛 이름.
낙동강(洛東江)은 상낙 또는 낙양의
동쪽에 흐르는 강이란 뜻
흐르는 물길이 오백이십키로미터 천삼백리에 이르되
칠백리 낙동강 본류의 시작은
이곳 상주시 사벌면 퇴강리임을 밝히고
새 시대 번영의 물길이 이어지는 기원을 담아
여기에 표지석을 세운다~
雲城冿亭
(구름운/ 성성/ 나아갈첨/ 정자정)
운해가 장벽을 이루어 지키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고~
정자위에 자리펴고 누운 우리 셋의 꿈길??^^
자다보니 찬기운이 스멀스멀~
밤에는 걷기 춥지 않았는데, 새벽이 되고 자고 일어났더니
급격하게 기온이 내려갔습니다.
가을의 밤은 이렇게 뚜벅이들 마음 안심시켜놨다가는
쎄게 한 방 먹이네요. 추위 준비 제대로.
담요 두르고 최대한 바람 들지 않게 꽁꽁 싸매고~ 출발~
새벽은 아무에게나 오지 않는다는데
우리에게는 이렇게 새벽이 왔고...
묵하리 숲길(작은 야산 정도) 따라
경천대 방향으로 오르막 조용히 오릅니다.
찬데서 먹고 자서 그랬는지 미주언니 체기가 올라와
잠시 앉히고 주물러주며 손에 피좀 빼주며 쉬었다 갑니다.
어? 가다보니 경천대가는 길이라고 이정표가 있고 갈림길.
언니들과 같이 지도 살펴보며 잠시 멈춤.
그런데 이렇다할~ 길은 보이지 않고.
그냥 안전하게 자전거길 따라 이동합니다.
나중에 방장님께 여쭤보니 경천대 바로 가는 지름길이었대요.
상주박물관을 지나고 경천대 방향~ 경천대국민관광지
우리들 셋 모두의 눈에 딱~ 들어오는 곳이 있었으니...
화.장.실.
들어가니 엄청 깨끗해요.
일단 자리 펴고~
미주 언니가 몸이 계속 안좋아서 좀 쉬었다 가기로 하고.
이정도면 거의 노숙계의 호텔급^^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유리문 밖으로 날이 밝아오고
언니들 깨워 일어섭니다.
밖으로 나가 자판기 보이길래
따뜻한 거 있을까 싶어 가봤지만 모두 cold.
관리사무실 직원 한 분이 건물로 들어가는게 보입니다.
냉큼 따라가며... 우선 인사하고
몸이 안좋은 사람이 있어서
따뜻한 물좀 얻을 수 있는지 여쭤보니
들어오라며 주방으로 안내해주시네요.
정수기에서 따뜻한 물 받아서
미주 언니 먹이고 우리들도 같이 잠시 몸좀 녹입니다.
감사한 마음에 드릴건 딱히 없고
귤 가져왔던거 3개 꺼내놓으며
그 중 하나에 스마일~^^~ 웃는 얼굴 그려
테이블 위에 놓고 나옵니다.
미주 언니~ 따뜻한 물 마시며 좀 쉬니 급 좋아졌네요.
날 추울 때는 따뜻한 물도 보온병에 가지고 다녀야하려나봐요.
그렇게 감사한 마음 담아
경천대 전망대 방향으로 돌탑 사이길을 오릅니다.
전망대에 오르자 오늘의 해가 떠오르고
타이밍 참 절묘했습니다.
사실 전망대를 올라야할까 싶었었는데^^
안개가 바다를 이루어 섬 안에들어와 있는 듯 하네요.
조망이 좋은 날은 여기서 낙동강 너머로
소백산이며 도솔봉 형제봉까지 모두 볼 수 있다고.
3층 전망대 안에 뺑~ 둘러가며
그곳에서 방향마다 볼 수 있는 조망 사진들도 같이 있었습니다.
이곳 일출 명소인듯^^ 참 좋았어요.
1층 휴게실에서 잠시 쉬었다가~
우리 미주 언냐~ 잘 먹어야 빨리 회복하죠.
역시 해의 기운을 받으니 쫌 반짝반짝해진듯^^
이제 먹은 힘으로 부지런히 가야지요.
하늘이 만들었다 하여 일명 자천대(自天臺)라...
낙동강변에 위치한 경천대(擎天臺)
조선 인조 14년(1636) 당대의 신묘한 침술로
국난에 특채된 명의 우담 채득기 선생(1604~1647)이 은거하며
학문을 닦던 곳이며
춤을 추며 비를 빈다는 뜻의 무우정(舞雩亭)이 있고
승명사상으로 자천대 정상에다
"대명천지 숭정일월(大明天地 崇禎日月)"
여덟자의 경천대비를 세우니
후세 사람들이 자천대를 경천대(擎天臺)라 불렀다고 합니다.
경천대는 명장 정기룡 장군(임진왜란 때)이 젊었을 때
용마와 더불어 수련을 쌓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며
용마는 경천대 아래,
물이 휘돌아가는 공간인 '용소'에서 나왔다고 하는데
경천대 아래 모래사장에서 뛰어노는 용마를 발견한 정기룡 장군
전쟁시에 쓰겠다는 생각으로 잡을 계획을 세웠었다고 합니다.
그냥 뛰어 드세요. 가을 안으로~
머뭇거리지도 망설이지도 말고
그냥 뛰어 들어 어린아이처럼 즐기세요
하루가 어떻게 시작하고 잠이 드는지
강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계절이 얼마나 아름답게 소리없이 변해가는지...
26차 백두대간팀 졸업 축하하러 저 위쪽 동네 가야하는^^
오늘 엄청 바쁠 예정인 추산대장님이 잠시 와주셨어요.
몸 안좋은 미주 언니를 위해
따뜻한 꿀물도 가져오셨는데
근데 우짜노. 미주언니가 꿀을 못 먹는대요.
에잇!!~ 몹쓸 몸땡이 같으니라고 ㅠㅠ
덕분에 처발처발 엘리언니랑 저랑만 신나서 달달함 즐겼네요.
이로써 추산대장님~
우리들에게 “미스터 츄~”라는 애칭 하나 추가 득템.
^^
같이 아래로 내려와 라면 처발처발 아침 식사~
사실 빵 먹어서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먼길 달려와준 우리 츄~대장님 식사는 해서 보내드려야하니
먹자 먹자~그 마음으로 즐겁게~
이런 감사함 행복함이라니... 좋다~
참 좋은 분, 참 감사한 분
무표정, 인상 쓰지 마시고요.
그렇게 늘 환희 웃으세요.
세상 다 가진 것처럼~ 얼마나 보기 좋아요.
인물 사네~ 멋지네요.
미스터 츄~ 옵빠~도 되셨다가...
사랑받는 사람들은 다들~ 이유 있음요^^
반가웠습니다. 고마웠습니다. 추~대장님
이렇게 단체 인증으로 아쉬움 달래며 보내드리고.
알바라는 것이 참 요물입니다.
절대 알바할 곳이 아닌데...
상주자전거박물관이 저 앞에 보이며
자전거길이 2개로 갈라집니다.
딱 보니 쭉~ 가다보면 만날 듯 보여집니다.
지도도 계속 확인했어요.
근데... 상주자전거박물관 앞 경천교 다리를 보니
나름 자전거모양도 하고 신경써서 만들었네요. 멋지구리~
아무생각없이 다리를 건넙니다.
당연히 그래야하는 것처럼~
우리는 낙동강 따라 그냥 직진이었는데...
이 다리를 그냥 건너기만 한 것도 아니고 건너 좌측으로
낙동강 이정표가 있어 따라 들어가기까지~
생각이 어디로 실종된 거였는지... 이해할 수 없음요.
경천(擎天)의 자천(自天)이라..
근데 이 모두가 다~! 하늘의 뜻이 있었던가 봅니다.
우리가 경천대 전망대에 올랐을 때
안개에 가려 보지 못한 모습 보여주기 위한
하늘의 깊은 뜻
좀전 저 위에서 제대로 만나지 못했던 그 모습을
아래에 내려와 알바하며 만나며 갑니다.
알바했을 때 잠시 멈춰 주위를 둘러보세요.
뭔가 뜻이 있어 우리가 지금 이곳에 서 있는 걸 수도 있으니...
예전 4대강 사업하기 전에 이곳에는 물길을 휘돌아
모래톱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었더랬습니다.
지금은 어딘가로 퍼올려져 사라지고만 그 모습
그 모습이 궁금하신 분들은 검색 한번 해보세요.
아~ 알바를 해서 참 다행이다~
이곳을 만나고 갈 수 있어서...
왕복 2km 정도 행복한 알바를 좀 하고^^
경천대, 전망대에서 보지 못했으니...
일부러라도 잠시 와서 보고 가야 할 곳이었네요. 이곳.
경천교 다시 되돌아나오니, 이제 몸에 열기좀 납니다.
다들 외투 벗는데 엘리언니 옷 입은 모양 보자마자
셋다 웃음보 터집니다.
그냥 딱~ 통아저씨 같아서~
ㅎㅎㅎㅎㅎ
상주보오토캠핑장 지나며 엘리언니랑 화장실 들렀다 나오니
먼저 나온 미주 언니 퉁퉁거리고 있어요.
캠핑장 직원인듯한 어떤 분이 언니보고 그랬대요.
“애들은 잘들 걸어요?”
애들?? ㅎㅎㅎ 엘리언니랑 제가?? 오예~~
국토종주 최대의 수혜자는 역시나 엘리언니.
라이딩하는 어린녀석들에게 "쟤네들~" 동급대우 받고
이제는 미주 언니 딸이 되네요~
도대체 나이를 어디로 먹는건지
그라믄 레드카드 반칙인디...
배낭에 깃발 달고 다니니 관심 갖고
이렇게 이야기 걸어주시는 분들도 종종 만납니다.
저 앞에 경천섬으로 들어가는 범월교 다리가 보이고.
경천섬은 낙동강 상주보 상류에 위치한
약 20만㎡의 생태공원 하중도(河中島)
경상도라 하면 경주와 상주(尙州)
상주시의 총면적은 1,254.78㎢
서울특별시의 2배 크기
쌀, 누에고치(명주), 곶감 삼백(三白)의 고장
곶감이 왜 흰색이냐고 하시는 분들 있는데
곶감 표면에 하얀 분 생각하시면 될 듯.
저는 백두대간하며 삼백이 뭔지 이미 알았었네용^^
상주라는 이름은 신라 때부터 이미
행정구역으로 설치되어 불려졌었다고 하네요.
도남서원(道南書院)은
1606년(선조39)에 창건된 인재양성 교육기관
정몽주, 김굉필, 정여창, 이언적, 이황, 노수신, 유성룡,
정경세, 이준 등 아홉 선생을 모시고 있습니다.
정허루 2층 누각 위에서의 조망이 으뜸
낙동강 중심에 떠 있는 경천섬 넘어~
비봉산자락이 앞으로 함께하고.
낙동강 12경중 10경에 해당되는 경천경
<사진은 인터넷 발췌>
낙동강 12경으로는...
1경(철새의 낙원)-부산 을숙도 철새도래지 생태습지
2경(갈대의 노래)-양산 오봉산 임경대(최치원 선생이 극찬)
3경(은빛 물결)-김해, 밀양의 삼랑 하중도
4경(갈대 향연)-창녕군 화왕산 억새 숲
5경(들꽃 향연)-합천보 주변 우포늪(천연기념물 따오기)
6경(상생의 노래)-강정보가 있는 고령·달성군 달성습지
7경(물과 노래의 향연)-모래사주와 갈대숲, 칠곡군 호국의 다리와 호국공원
8경(두루미의 군무)-해평들과 구미보 흑두루미 등의 철새
9경(낙동나루의 부활)-낙단보와 낙동나루터(구미)
10경(자전거나라와 억새숲)-상주보 주변의 억새 숲
11경(삼강 자연경관)-안동 부용대와 하회마을
12경(5천년 문화의 만남)-안동 병산서원(유성룡 선생)
상주보 다리 빙~ 돌아 올라 가다보니
그 주위로 사과며 감, 당근 등...
지금 이곳에 비어 있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는거 같아요.
가을은 온 들녘에 풍성함으로~ 넉넉함으로~
저 사과 따 먹을 수는 없고, 가져온 사과 꺼내 먹으며.
낙동10경의 경치에 포함되는 상주보 다리
낙동강 물이 녹조라떼라더니... 녹조라떼는 어디가고
더러운 건더기 둥둥~
악취가 올라오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로 더럽습니다.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 면적에 비해
인구 밀도가 높은 나라이기에
지역적, 시기적으로 물 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국제연합 환경계획(UNEP)의 보고서에 따르면
‘물 부족국가’는 아직 아니고
우리나라는 ‘물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되어 있다고 하네요.
세계 각국의 연간 1인당 이용 가능한 수자원량을 기준으로 분류.
물 기근국가/ 물 스트레스 국가/ 물 풍요국가
2025년경에는 전세계 국가들 중 2/3가
물 부족에 시달리게 된다고 전망~
과연 우리나라에 깨끗한 물이 어느 정도나 있을지...
한강의 이포보, 여주보, 강천보를 지났었고
이번에 낙동강에서 만나볼 상주보, 낙단보, 구미보
그리고 다음에 칠곡보를 또 만날테고...
이렇게 만들어진 보들을 만나면
어떤 기분이 들까.
도대체 어떤 모습으로 서 있을까 했었는데.
생각과는 다르게 너무도 멋지게 서 있었던 보들
그런 보들 주변~ 성형 미인 재단된 듯
어쩐지 정감없이 보였던 쭉쭉 뻗은 강의 모습
우리나라의 강은 역시 굽이굽이 흐르며
모래톱도 만들어 놓고 그래야 제대로인데...
상주 사람들 집에는 감나무가 없는 집이
거의 없을 정도라고 하는데...
걷다보니 이렇게 쉽게 곳곳에서
상주의 대봉감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상주보 지나 걷다보면 낙동강으로 합류하는
병성천이 보이고요.
병성천(34km)은 백두대간길인 국수봉(웅이산) 남쪽 계곡 아래
50미터 지점에서 발원하여
상주 땅을 흐르는 갈대와 모래를 만날 수 있는 모래강~
서로가 서로에게 물들어가고 있는 가을의 강가
알록달록 현란함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지만
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세요~
그냥 우리 모두의 정원이예요.
몸 누일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언제고 세상 편한~ 방이 되기도 하고!!
먹을 것을 거저 주기도 하네요.
길가 한 쪽에 누군가 놓고 간 듯 있던
잘 익은 멀쩡한 홍시 하나
그 달달함 기꺼이 나눠 함께 하고.
작은 야산 오르막 올라갔다가 내려서면
간상리 마을~ 집이나 건물은 아니보이고
온통 밭이고 논입니다.
밭에는 뿌려놓았던 농작물 수확이 한창~
이런 시골의 보통 모습들 마저
발길 잠시 멈추고 미소 띠게 하고
한폭의 편안한 그림 같아요.
시간 있으면 할배와 같이 철푸덕 앉아서
일손좀 거들어 드리고 싶은데...
자전거길은 좌측이지만...
우리는 뚜벅이니 못 갈 길이 없죠.
앞으로 앞으로~ 밭 사잇길로.
이길도 선답자인 방장님의 꿀~팁^^.
혹시 그동안 변수가 생겼을지도 모르니...
^^
밭에서 일하시는 동네 어르신께 인사드리며
구미쪽으로 가는데 직진해서 가도 되느냐 여쭤보니
가면 된다고 너무 친절히도 알려 주셨습니다.
이 가을의 풍성한 들녘 그 넉넉함~더 만나봐야지요.
이 아름다운 색채에 현혹되어
정신없이 걸어가며 사진 찍다가
옆으로 콰당~ 자빠졌어요.
우이씨~ 제게 발 건 게 누구??
바람이더냐? 햇살이더냐?
무르팍 종아리에 흙 처발처발~
ㅠㅠ
그래도 좋아요
이렇게 가을 속을 거닐며 향유한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온 세상을 다 가진 듯.
이 언니야들 왜이렇게 해맑게 웃고 있죠?
1분만 뒤로 돌려볼까요?? 휘리리릭~~
넘어졌던 저는 올라와서 처발처발 멀찍이 서서 흙 털고 있고요.
아스길 위로 뱀 한마리가 꿈틀꿈틀
"어우~ 어우~ 어떻게~" 하며...
이 언니야들 뱀 따라 시선 고정 발길 옮기고 있어요.
동영상까지 찍어가면서...
뱀이 길 옆 풀속으로 들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이 언니들 뱀 무서워하는 거 맞아??
뱀 한 마리 이미 과~ 드신거 같기도 하고.
무서븐 언니야들.
이맘 때 가을 뱀은 독기가 풀풀 오른 상태라~ 조심해야해요.
감밭이예요. 저는 이곳 상주에 와서 이런 모습 처음 봅니다.
산에서 만나는 감나무보다
이렇게 들에서 모여 자라는 감나무가
어딘지 더 어여쁜듯 보이고.
우리가 좀 전에 걸어왔던 논과 밭의 드넓은 땅~
국방부 공군 땅
이곳이 국방부 공군전투기사격훈련장
지금은 민간에 임대 중...
이렇게 농작물들이 재배되고 있는데
언제 이 드넓은 논과 밭이
철조망으로 묶일지 모르게 생겼네요.
사격장 부지를 둘러싸고 농민들의 각종 비리 의혹이 원인이 되어
소유권을 가진 국방부가 철조망을 치기로
결정했다는 기사가 있네요.
(2019.11.28 한국일보)
여기도 감, 저기도 감... 온통 감 천지
이 모습이 바로 전국 곶감 생산량의
60프로를 차지한다는 상주네요.
오늘 밤에는 자다가도 감꿈을 꿀 거 같습니당.
걸음하며 처음 만나게 된 삼거리슈퍼~
가게 들어가기 전, 두 번은 없다!!~
가위 바위 보!!~
저보다 더 똥손인 우리 엘리 언니가 있었네요.
여기 사장님 부지런도 하시지~
새벽 6시 30분 에 문 열고, 저녁 8시에 문 닫으신대요.
오예~ 역시 이기는 맛!! 공짜로 먹는 맛!!
상주시 중동면 말지천이 합류하고 있는 낙동강~
강가로 이어지는 절벽이 꽤나 멋집니다.
모래톱이 없다는 게 한가지 흠이라면 흠~
사라져버린 모래톱의 그 아쉬움
중동교 낙동강을 건너며~
차들이 꽤나 다니는 다리인데,
갓길이 없어 사람이 걸어 건너기에는 좀 위험했습니다.
깃발 하나 꺼내서 흔들며 신속하게 통과.
우와~ 낙동강가 바위 절벽 그 멋스러움에 감탄이 절로~
자연은 어쩜 이렇게 소리없이 눈길을 잡아 끄는지...
마침 그 곁을 유유히 지나가는 황토돛단배며...
이렇게 길마다 우리 발길을 유혹하는데
우리 국토종주 진행은 어떻게 하라고!@@
절벽 오른족 끝으로....합류하는 위천
위천(113km)은 금호 북지맥 726봉에서
100미터 아래 석간수로부터 발원
군위군 학암리 마을 방향으로,
군위-의성-상주로~ 낙동강에 합류하는 물줄기
낙단보자전거민박~ 들꽃민박식당^^
국토종주길과 아주 쬐끔 떨어져 있기는 한데~
꼭 한 번 들러보길 추천 드립니다.
사장님들도 좋고(부부가 같이 운영 중)
우리는 식사 한 끼 하고 가려고 들렀었는데
음식이 정갈하고 밑반찬도 깔끔합니다.
우리가 갔을 때는 청국장이 나왔었네요.
식사만 하면 1인 6천원씩^^
방도 깨끗~ 픽업도 가능하다고 하니...
오늘밤 숙식 장소로 급~ 낙점.
우리 뜨끈뜨끈한 원룸형 온돌방 1개(욕실 포함)
3명 1인당 3만원씩.
9만원이라고 하면 비싼 듯도 보이지만...
저녁, 새벽 밥 2끼에
오늘밤 날머리 태우러오고, 새벽 들머리 다시 태워다주고.
완전 큰 맛난 주먹밥 1개씩 개별 포장까지.
이따 밤에 구미보에서 전화하면 픽업해주시기로.
우리는 오늘 가야할 길 걸으러 다시 출발~
이런 안심형 맞춤 숙박~ 얼마나 좋아요^^
가을이 우리 곁에 있어요.
우리와 같이 걷고, 호흡하며 함께 웃고 있어요.
가을에 걷는 이 국토종주길은 한시도 지루할 틈이 없어요.
눈을 뗄 수가 없어요.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고...
가을엔 먼 산이 가까이 다가선다더니
산 뿐만이 아니었네요.
산이며 들에 피어난 모든 것들이 너무나 친근합니다.
내가 아끼는 보물인듯, 너무 사랑스러워요.
산다는 것은 계절을 느끼며
그 속에서 공감하며 매 순간 감사하는 것
지난번 강천보를 지나며 만났었던 물고기들의 길인 어도를
이곳 낙단보에서도 만나며.
라이딩 하는 멋진 남자분이 저희를 지나치다가는
자전거에서 내리며 깃발에 대해 물어보시네요.
소아암돕기는 어떻게 하는 거냐며.
좋은 일에 관심 표하는 착한 분들이 이렇게 종종 계십니다.
같이 사진 찍자고도 하시며, 넷이서 셀카~
나이들면서 이쁜 사람이 되고 싶다기보다는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보는 요즘입니다.
삶을 멋지게 사는 사람들
삶을 맛있게 사는 사람들
대구의 이 멋진 분과 함께!!
낙단보 건너며 상주에서 의성으로 ^^
의성 관수루(觀水樓)
고려시대의 누각으로 이규보, 안축, 김종직,김일손, 이황 등
시인 문객들이 시문을 남겼으며
시판 13점이 이 정자 안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낙동강의 3대 누각으로는...
안동의 영호루(映湖樓)
밀양의 영남루(嶺南樓)
의성의 관수루(觀水樓)
해가 많이 짧아졌습니다.
빠르게 산 뒤로 넘어가고 있어요.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손 흔들며...
하루종일 따뜻하게 함께해줘서 고마워~안녕~
낙단보 건너면서부터 여기까지 잠시 의성을 지났네요.
이제 한발만 떼면 우리는 구미 땅으로~
칠곡 석적에 살고 계시는 신평산님~
후기글에 종종 댓글 남겨주셨던 분으로
언젠가 한 번 걸음 같이 걷고 싶다고 하셨는데
이번 구간 연락을 주셨습니다.
지금 저녁 식사 후 이곳으로 오고 계시다고...
계속 뒤돌아보며 걷고 있는데 언제쯤 오시려나..
오늘 새벽 댁에서부터 걷기 시작~ 우리랑 길이 잠시 어긋나
저희 뒤에 계셨네요.
낙단보 인근 식당에서 식사하시고
저희 따라 되돌아오고 계시는 중~
이렇게 계속 진행하다가는 언제 만나게 될지 몰라
주위 풍경도 좋고~ 근데 쉴만한 의자가 없어요. 이구간~
바닥에 앉아 기다렸다 같이 움직이기로 합니다.
아고고 뛰어 오셨네요. 땀흘리시는 것좀 봐라~
기다리고 있는데 그냥 걸어오시지.
반갑습니다. 신평산님~
닉네임 보고 알았죠.
저희 집안 분이시구나. 제 이름 신은경(평산 신씨^^)~
날은 금방 어두워지고 렌턴불빛 밝히며 걸어갑니다.
오늘의 일정은 구미보까지.
신평산님도 우리 묵을 민박집에 방 하나 예약해
(저도 방장 스승님께 배운대로~
이제 슬슬 협상의 달인이 되어 갑니다^^)
대기하고 있던 민박집 픽업 차량으로 같이 이동.
얼큰한 육개장~ 저녁 식사 후
따뜻한 온돌방에서 꿀잠~
새벽 3시 30분 알람에 일어나 준비하고
4시 따끈한 미역국에 아침 식사~
엄청 큰 주먹밥 1개씩 챙겨 넣고.
물도 좀 보충하고.
여자사장님께서 이 새벽 저희 태워다 주신다고 하네요.
그런데 안개가~ 엄청나요.
여기가 상습 안개 지역이라고.
한치앞이 안보이니...
길을 모르는 사람은 운전하기 많이 힘들 듯 합니다.
구미보에서 길 이어갑니다.
간밤 숙소에 들어가서 보니 물집에 핏물고름까지
미주 언니의 발 상태가 많이 안좋습니다.
구미보까지는 어찌어찌 진행은 했었는데...
새벽 미주 언니의 발 상태가 별로라
어떻게 진행하게 될지 알 수 없어
신평산님께는 양해 구하고 먼저 진행하시라 보내드리고~
거북이의 걸음으로, 달팽이의 걸음으로
셋 이서, 많이 더디게 한걸음씩 한걸음씩
구미보 지나 조금 진행하다보면
어둠속 안개속이라 아무것도 보이지는 않지만
감천이 낙동강으로 합류~
감천(78km)은 수도산 서봉 북쪽계곡에서 발원하여
김천땅을 지나는 가장 긴 강~
배워서 남주자!!
그 말 실천하며 살아야죠.
미주 언니 한걸음의 무게에 땅이 꺼질 듯 하고
그대로는 아니되겠어서
길 옆으로 살피며 가다가는
이슬 축축히 내려앉은 울타리 뛰어 넘어가
적당한 나무 골라 지팡이 하나 만들어 줍니다.
백두대간 길 걸음하며
방장님이 제게 만들어줬던 수많은 지팽이들~
고녀석들 생각도 잠시 하며^^
제 엉뎅이 쪼매 젖었어유~
^^
언니의 걷는 모습을 보니 의지가 되는 듯
언니야 조금만 힘내봅시당~
사실 언니 새벽에 눈 뜨고는
진행못하겠다고 말하고 싶었다고...
차마 입밖으로 꺼내놓지 못하고 같이 하고 있는 걸음이었네요.
그 마음이 또한 고맙고 이쁩니다.
그냥 언니 편한대로 오늘은 갈데까지만 가자고 하며.
참고 인내하며 걷는 언니와 앞뒤로 조금씩 거리두고
침묵의 길을 한동안 이어갑니다.
언니 지금 말하기도 힘들어유~
힘들면 쉬어가자고 이야기하라~ 하며...
그 걸음에 맞춰...
아프고 힘들어도 걸어야 한다
그대가 있기에
걸어야 한다
멈춰서는 시간이 많더라도 기다려야 한다
그대가 있기에
기다려야 한다
해는 이미 떠올랐어요.
안개가 우리에게 물들었는지 느리게 걷혀가고~
주위 모습들이 조금씩 윤곽을 드러냅니다.
성인의 거룩한 장소를 찾아가는
산티아고로 향하는 800km 순례길 못지않은
인내의 한 걸음~ 한 걸음
너무도 아름다운 대한민국 국토종주길
어느 순간부터 엘리 언니가 보이질 않아요.
저는 미주 언니 뒤에서 좀 떨어져서 계속 걷다보니
그것도 몰랐네요.
편의점이 1.5km 앞에 있다는 말에
먼저 가서 배낭 놓고 와서 미주 언니 배낭 들어주려고
갔다고 하네요.
역시 우리의 맏언니...
그러니 미주 언니가 참고 걸을 수 밖에요.
우리 느린 걸음으로도 1.5km 지난지가 언제인데...
엘리언니가 오질 않아요.
미주 언니와 걸음하며 이제는 엘리 언니 걱정~
전화 연결도 안되고
왔어도 진작 왔었어야 하는 시간인데...
엘리 언니가 이제야 모습을 드러내며
뛰어오고 있어요. 얼마나 뛰어온걸까요!!
결국은 편의점 못찾고 배낭은 어디에 던져놓고 왔는지...
우리 엘리 언니...^^ 멋지죠~
이제 미주 언니의 배낭은
엘리 언니 등짝에 딱 붙어서 가고~
힘겹게 걷는 자와
그 곁에서 묵묵히 기다려주는 자
그 모습을 지켜보며 뒤에서 미주 언니의 그림자처럼 걷는 저는
너무나 그 모습이 아름다워서...
흐뭇합니다.
감동스럽습니다.
안개가 걷히며 미주 언니 발걸음에도 조금씩 힘이 붙는 듯
엘리언니는 앞에서
저는 뒤에서
미주 언니 아픈 거 잊으며 걷게 정신 줄 빼 놓으며^^
제가 미주 언니보고 뭐랬는 줄 아세요?
언니, 언니가 아파서 너무 좋아~ 아~ 좋다.
언니 지금 모습 너무 멋있는 거 알아~
이건 사진으로 남겨야해. 최고다 최고!
서봐봐~ 사진 찍어줄께. 어 그렇게!!
주댕이 나불나불~ 처발처발~
그런데 아픈 미주 언니도
또 시키면 시키는대로 다~ 합니다.
간다라의 승려?
ㅋㅋ
ㅋㅋ
운동하며 지나가던 어느 여자분께서
미주 언니와 저를 보시더니 외국인인 줄 알았다고.
담요 두르고 모자 눌러쓴 그 묘한 패션~
엘리 언니의 미주 언니를 향한 애교 발사~
우리 이래요.
아픈 사람보고" 아파서 어쩌냐" 그러는 대신~
안아픈 사람 대하듯
^^
저 앞에 해평리 버스정류장 보이죠.
미주 언니 여기서 잠시 잠좀 자며 쉬라고
자리 만들어주고는...
엘리 언니와 저는 울타리 뛰어 넘어 낙동강가로 갑니다.
낙동강 강가로 가는 들판 길이 생각보다 길어요.
우와~ 안개와 더불어
자연의 경이로움을 만끽하며~
저 앞이 낙동강인데...
안개로 그냥 저기까지 가을의 들판 같습니다.
순간 안개가 걷히며...
매봉산이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내고
낙동강가~
구미 고아마을과 해평마을을 잇는 숭선대교가 멀찍이 보이고
저는 이런 물안개는 처음봐요.
강물 위에 낮게 깔려
누군가 반대쪽에서 입김을 불듯 밀려오는...
꼭 살얼음이 언듯 그리 보이기도 하고
그동안은 어느 정도 자욱한 안개가 물가에 가득한 것만 봐왔었는데...
감탄에 감탄~
낙동강을 이렇게 만날 수 있는 이 시간이 천국입니다.
미주 언니가 아프지 않았다면 만날 수 있었을까!
이렇게 들어와 볼 수 있었을까!
미주 언니도 같이 봤다면 얼마나 좋았을꼬.
토종 코스모스인가? 꽃이 작아요. 그래서 더 어여쁜...
손대지 않음의 그 맑고 청초한 아름다움
가만히 다가가 쭈그리고 앉아 바라봅니다.
30분 이상을 그렇게 있다가 왔는데...
미주 언니는 아직도 한밤중~
움직임이 없습니다. 좀더 기다려야죠.
이렇게 울타리에 걸터 앉아 따뜻한 아침 햇살 아래서
민박집에서 싸준 주먹밥 먹습니다.
꼭 소풍 나온거 같아요.
이렇게 하고 싶은거 다~ 하며~ 걸어갈래요.
그렇게 시간은 1시간여를 흘러~
언니 깨워 출발합니다.
미주언니도 이 꿀같은 1시간이 천국이었대요.
우리들 모두에게 천국이었던
이 시간에 감사하며.
엘리 언니 배낭 숨겨 놓은 장소에 도착~
참 많이도 왔었네요.
남자 열 몫은 톡톡히 하는 우리들의 큰언니
미주 언니 몸 회복도 어느 정도 됐고~
이제 라이딩하시는 분들도 보이기 시작합니다.
길 가는 나그네들에게
가을의 끝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합니다.
아직은 떠나지 말고 조금 더 머물러줬으면 좋겠어요.
아~ 딱 봐도 한이름 할 거 같은 모습으로 서 있네요.
구미 하면 금오산(金烏山)
아~ 멋있네요. 잘생겼네요.
제겐 이곳도 미지의 산이네요.
저녀석 속은 또 어떠려나?
휴게소 500m 표지판~
저거 너무 믿지 마세요. 발등 여러번 찍힙니다.
있다가 없어진건지.. 생기려다 안생긴건지...
어쩐지 이번주가 지나고나면 들녘은 언제 가득차 있었나 싶게
텅 비어있을 듯하고...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해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김현승의 가을의 기도가 절로 나옵니다.
우리들의 이 비옥한 시간~
잠시 잠깐씩 쉬어가며...
저거 뭐냐고요? 민박집표 주먹밥~
걷다보니 풀 숲에서 새소리들이 들려옵니다.
어떤 녀석들이 숨어 있을꼬~
낙동강 집단 철새 도래지인 해평제를 지납니다.
철원 민통선 이외 유일하게
두루미를 관찰할 수 있다는 이곳
이제 겨울이 오면
천연기념물인 재두루미, 흑두루미와 큰고니 등과
독수리, 원앙, 왜가리, 백로 등 텃새들도
볼 수 있는 생태공간.
자전거 타고 지나가는 아버지와
초등학생이나 되었을까!~ 아이 하나...
아이가 힘들어했는지 우리를 지나가며 아이에게
"쟤네들은 걸어간다~"
조금만 더 걸어가면 점심 점방~ 털이 할 수 있어요.
미주 언니가 살아나니 강물 바라보며 잠시 낭만~ 음악도 줄줄~
우와~ 드뎌 도착했습니다.
우리들의 점방 편의점.
가서 먹고 싶은거 싹다~ 먹기로 하며~
우리들의 점심.
즉석식품들 뿐이지만
우리들에게는 더 할 나위 없는 축복입니다.
호박죽이며 짱구 과자에 끼워서 먹는 달달 매운떡볶이
양지 바른 곳에 테이블 끌어다 앉아
테이블 가득 채워놓고 ~ 세상 다~ 가진 부자들 됐습니다.
편의점 건물앞에서 길 떠나기 전 인증~
아픈 미주 언니~ 어디가나??
낙동강~ 푸른 물에 노젓는 뱃~사공~
뱃사공은 어데가고~ 가다보니 쓰레기만 둥둥~
걷다가는 갑자기 언니야들~
빛의 속도로 흙더미 아래로 걸어 내려가는데..
한자리씩 차지하고 누워버리네요.
내껀??
저 앞에 쪼그만게 제꺼래요.
ㅠㅠ
새벽의 화장실만큼이나 깨끗하고 이번엔 럭셔리하기까지 한~
노숙의 성지?^^
다리 밑에 이런 쇼파가 있어요.
에라이~ 나도 모르겠다~ 이번 구간 얼마나 진행하려는지...
거리는 일단 포기다 포기~
서로 자기 다리가 굵다며 언성 높이다가는...
자~ 하나 둘 셋~ 찰칵.
근데.. 아무리 봐도 제 다리가 가장 굵어요.
코끼리다리~ 뭐든 하나는 일등 먹어야죠.
별로 기분좋은 일등은 아니지만...
원래 오늘 여기까지만 진행하려고 했던 산호대교~
미주 언니 몸 회복이 어느정도 돼서
걸을 수 있다고 하니... 좀 더 걸어보기로 하며 갑니다.
다리 건너 구미 안쪽 동네로 이동~
구미 강변체육공원 야구장. 코로나가 구미에는 없는지..
야구장마다 경기중입니다.
잠시 난간에 기대 빨갱이팀, 파랭이팀 응원~
누가 이기든 크게 상관은 없지만
재밌잖아요.
3루에 있던 선수가 홈으로 도루 시도~
홈에 있던 심판은 세입 판정~
경기는 잠시 중단되고
구장에 있던 다른 심판과 한참 이야기를 나누기까지~
결과는?? ㅎㅎㅎ
야구에서도 홈에서 시작~ 홈까지 가야 끝나죠^^
득점을 하든 삼진아웃으로 끝나든.
여행도 비슷한 거 같아요.
여행의 시작은 역시 집.
집으로 돌아와야 여행이 끝이 납니다.
눕고, 눕고, 또 눕고~
남한에서 가장 긴 강인 낙동강을 포함한
국내 100km이상인 5대 강으로는
낙동강 510km
한강 494km
금강 397km
섬진강 223km
영산강 136km
--------------
=>합이 1,760km
4대강 사업으로 보들이 설치되고 재단되어지며~
예전의 그 모습은 찾아볼 수 없는 강길
굽이굽이 돌아가던 그 아름답던 길이
시멘트로 처발처발~ 떡칠~
그 떡칠된 구간 거리만 600km가 넘는다고...
눈으로 발로 확인하며 모두 걸어보고 싶은 길입니다.
낙동강 하구둑까지 이제 금방이네요^^
뭐든 시작해놓으니 착착~
다른 사람들은 별 것 없다 시시하다 하는 그런 길에서도
즐거움과 재미가 피어오르고
그냥 서로의 얼굴만 봐도 좋으니 어째요~
나무가 좋으면 그 열매도 좋고
나무가 나쁘면 열매도 나쁩니다.
열매로 그 나무를 또한 알 수 있습니다.
걸어보니 인심이 좋으면
그 곳을 흐르는 물도 좋았습니다.
내가 좋은 사람이면
내 주위 사람들도 좋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냥 다~ 좋아요. 모든 것이.
핑크뮬리~가우라 꽃밭들!~
꽃 싫어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겠지요.
이렇게 많은 핑크뮬리와의 만남은 처음이네요.
그 속에 들어가 아주 신났습니다.
미주언니는 밖에서 사진 찍어주며 걸어가고~
남구미대교 위~
우리 핑크뮬리밭에서 신나하고 있을 때
지팡이 짚고 걷는 언니를 본 어떤
쪼만한 아가가(장윤정 딸 닮았대요^^)
언니보고 "할머니~" 라고 그랬대요.
언니 진짜 할머니처럼 꼬깃꼬깃 사탕 꺼내 주니
고녀석이 꽃을 선물로 주더랍니다.
이 꽃~
우리들 엄마로도 부족해, 이젠 할머니까지...
우리 미주 언니 우짜냐...
이 소중한 꽃 잎이 떨어졌어요
ㅠㅠ
앞에서 걷다가 뒤돌아 보니
낙동강 물에게 이 꽃 고이 보내주고 있었습니다.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쪼매니 아가~ 꼭~ 안아주고 싶었더라며...
코로나가 사람들간에 이렇게 벽을 만들어버렸어요.
엘리 언니가 부정식품이라고 해서
미주 언니가 엄청 웃겨했는데...
저는 또 이 맛난 브이콘을 불량식품이라고 하는 것을 부정한다며
부정식품이라 떠들고...
근데 찾아보니 불량식품 부정식품 둘 다 맞는 말이예요.
불량식품을... 식품위생법에서는 위해식품,
보건범죄 단속 특별조치법에서는 부정식품이라고 하네요.
쫀드기며 아폴로...도
아!~ 먹고 싶다~
나는 길 가는 나그네~
그대 일렁이는 가을빛 따라 길 내며 노 저어 오오~
그대들은 늘 그대-로
클럽 회원이신 신평산님, 만나 뵈어서 반가웠구요.
날머리에서 왜관역으로 차량 택배까지^^ 감사드립니다.
같이 저녁 먹고 가려고 했었는데
시간이 빠듯하여 그렇게 못해 죄송~
빵과 커피 대접까지 잘 먹었습니다.
이번에 저희 마중한다고
처음으로 걷기 100키로를 하셨대요.
집에서 시작~ 집까지^^
멋지다~ 첫 100키로 축하드립니다.
클럽 소아암돕기도 하신다고 즐거워 하셨었는데...
이번 제4구간 문경 영신숲유원지부터~칠곡 석적체육공원까지
깜짝 적재적소~ 도움 주셨던
미스터 츄~ 대장님 과 첫만남의 신평산님께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드리며
감사했습니다. 고마웠습니다.
힘든 몸 인내하며 한발 한발
곁에서 같이 걸음 옮기며
안개 자욱했던 그 길에서
천국을 맛보았던 이번 여정~
우리 어느 힘든 순간이 와도
쉬이 포기하지 말고 앞으로도 함께 가요.
언니들이 힘들 때
그 짐 기꺼이 나눠지며 갈께요.
언니들이 내게도
그렇게 해줄 것을 알기에... 믿기에...
그렇게 함께.
다음 제5구간은 11월 둘째주 예정
칠곡 석적체육공원에서부터 약 100키로~
칠곡 왜관을 지나~ 대구.. 합천~입니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