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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렬 한의원
 
 
 
카페 게시글
소설쓰기읽기 스크랩 소녀와소년의 사랑이야기(4)
소구미인 추천 0 조회 30 07.10.19 10:06 댓글 4
게시글 본문내용

2007년 또다시 가을이다.

 

사람은 가고 없는데 계절은 돌고 돌아 다시 가을이 왔다.

영취산 밑에 등산복을 차려입은 나이든 남녀두쌍이 신발을 단단히 고쳐매고있다.

등산객인가보다..

 

그중 한 여자분이 말을 한다.

 

"자주 오려고 평상시 운동도 많이 해두었는데도 걱정이 되네요..잘 따라갈수 있으려는지.."

 

딸과 외손주를 보낸 슬픔많은 진희의 어머니다. 그옆에 진희의 아버지와 욱이의 부모님...

그들은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벌써 일년만에 오르는 길이다.

산을 오르며 욱이의 아버지는 지나간 몇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밝힌다.

 학창시절 욱이를 따라 첫인사를 왔던 진희를 보고 참 예쁘고 단아한 아이구나..생각했었다.

 

 "안녕하세요? 아버님! 욱이 친구 이진희예요"

 

"으응 그래? 놀다가라." 속으로 의아했었다.

평소 말도 없고 최씨집안 식구 아니라 할까봐 그런지.. 고집세고 무뚝뚝 아들이였다

어렸을때부터 친구를 집으로 데려오는일이 거의 없었다. 

간식거리를 직접 챙기는 아들을 보며 저 놈이 아주 좋아하는구나.. 웃음이 나왔다.

이쁘게 토닥거리며 지내는 아이들을 보며 언제가는 짝을 지어주리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몇년이 지나 갑자기 아기가 생겼다고 무조건 결혼을 당장 시켜달라는 아들때문에 집이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그 고집을 알기에 누를수도 없어서 일단 군대 제대하고 하자고 타일렀다.

욱이가 정식 휴가를 나오면 그때 진희를 만나러 가야겠다고 마음 먹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날벼락이 떨어졌다. 진희가 사경을 해매고 있다는 비보를..

그렇게 이쁜 며느리 진희는 내가 "며늘아~~" 라고  불러주지도 못했는데 우리 곁을 떠나버렸다.

벌써 18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오늘은 참 힘이 드네요... 살을 더 빼던지 해야지 원.."

 

욱이의 어머니는 그 긴 세월을 견디어낸 아들을 보러 가는길이다.

그해 89년 여름 사랑하는 진희와 아들을 떠나보내고 그 자책감으로 힘들어했으나 욱이는 군인이라 군대로 돌아가야했다.

부모님과   부대장님의 설득으로 군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함께 가겠다는 부모님을 뒤로 하고 친구들도 모두 뿌리친채 혼자 부대로 복귀했다.

사무병이었기에 고된훈련은 없었다. 살아있는 송장처럼 아무런 느낌도 감정도 없이 하루 하루를 살아갔다.

 

어느날 꿈을 꾸었다.

너무나 선명한 꿈...

진희가 작은 아이를 안은채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너무나 행복한 표정으로..

진희야~ 불러보았다. 아무런 대답도 없이 웃기만했다. 다가가면 자꾸 멀어지는 진희를 애타게 부르다 잠에서 깨어났다.

욱이는 아무런 생각없이 그냥 밖으로 나갔다.

연병장옆 새로운 훈련장치가 만들어져 있는것이 보였다. 몹시 높아 보인다..

욱이는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이 높은곳을 오르고있었다. 밑을 내려다보니 까마득해 보인다.

진희에게 가고 싶었다. 여기서 한발만 내딛으면 진희에게 갈수 있을것 같았다. 나즈막히 불러본다.

 

"진희야~ 보고싶어 나 너무 니가 보고싶어!"

"쿵"....

 

새벽에 순찰조가 연병장을 돌아서 갈때 어슴프레 바닥에 무언가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사람이 떨어져있었다.

아들을 군에 보내놓고 마음이 놓이질 않아  겨우 잠이 들곤했던 욱이 아버지는 아침에 눈을 뜨니 왠지 불길한 마음을 누를수없엇다.

전화벨이 운다. 갑자기 가슴이 쿵쿵거리며 불안해진다.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제3.... 부대장 입니다. 최욱이 통합병원 중환자실에 있습니다."

~~~~~~~

 

그날부터 욱이의 재활은 2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몸만 남아있고 정신은 죽어버린 아들을 보며 애원도 하고 울기도 하고 때리기도 하며 긴 싸움을 했다..

진희가 떠나고 3주기가 되기 몇일전 아들이 처음 말문을 열었다.

 

"아버지 저 진희랑 결혼시켜주세요.."

 

이젠 정말 미쳤나보다 생각했었다. 떠나고 없는데 무슨 결혼...

 

"어제 불교방송을 들었습니다. 영혼결혼식도 있다는데 전 진희와 약속 했습니다.

제대후 결혼 하기로.. 너무 긴 시간을 돌아왔습니다.지금이라도 약속을 지키고 싶습니다."

 

3년만에 내뱉는 아들의 말을 그 고집을 꺽을순 없다는걸 아버지는 잘안다.

3주기 되는날 영취산 밑 통도사의 작은 암자에 부모님들과 친구들이 모였다. 진희와 욱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진희와 욱이는 영혼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 내내 하염없이 우는 욱이를 보며  욱이와 진희 부모님, 친구와  하객모두 울었다.

결혼식이 끝나고 욱이는 법당에 앉아 기도를 했다.

 

"진희야 이제야 우리의 약속을 지켜서 미안해. 널 따라 가고 싶었는데 그것도 내 맘대로 되는것이 아니구나..

누가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처음 해보는 삼천배를 하면서 마음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다음 생에는 절대 먼저 가지말고 함께 하자고..

하루~ ,이틀.. ~~~

꼬박 자지도 먹지도 않고 한배, 한배 , 진희를 떠올리며 기도를 했다.

법당 밖에서 지켜보는 부모님은 가슴이 아팠다.

또다시 아들을 잃어버릴까 두려웠다.

말리고 싶었다.

지켜보는 또 한사람.. 암자 큰스님은 그런 부모님을 말없이 고개를 가로저어 보였다.

전생의 인연을 풀어나가야 한다고.. 누구도 아닌 욱이 스스로 ....

그러기를 삼일째 욱이는 쓰러졌다.

의식을 찾고나니 몸이 새털처럼 가벼워지고 마음속의 슬픔이 느껴지지 않았다.

 

진희.. 

나의 사랑!

나의 아내!

나의 슬픔!

"이 진 희"... 전생에서도, 이생에서도, 다음 생에도  너만을 사랑할거야...

다음 생엔 절대 널 혼자 두지 않을께.. 나의 여인이여...

 

그렇게 세월이 흘러 부부의 연을 맺은지15년이 지난 지금 영취산 꼭대기에 조그만 움막을 짓고 세상과 등을 지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사랑하는 여인을 가슴에 담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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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7.10.21 08:24

    첫댓글 다음 작품에서는 이렇게 애절한 사랑은 시러요, 중간이 슬퍼도 해피엔딩이었으면 더 좋겠슴다. 음악과 함께 읽는 소설은 또 다른 느낌으로 와 닿습니다. 처녀작치고는 너무 훌륭한 것같아 달리 평을 할 수 없어 불평만 늘어 놓습니다요...짱

  • 작성자 07.10.21 19:03

    두번쩨 소설은 어긋난 중년의 사랑을 쓰려고 구상을 하고 설정 해 놓았는데.. 기획을 다시 해야겠네요,,. 다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 07.10.23 21:04

    정말 대단한 필력입니다. 큰머슴님 말씀에 한표를 더합니다. 훌륭합니다...다음 작품이 기대됩니다. 재미나고 유쾌한 그런 것 없을까요?..눈물을 쏟는 것도 건강에 매우 좋다지요. 몸에 독소가 나온다고 들었습니다만..그래도 이담에 재미난 걸로 부탁합니다...^^

  • 작성자 07.10.24 11:08

    네 한번 해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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