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학술답사] 비스바덴의 가로수와 공원 녹지
도시의 온도를 낮추는 가로수와 공원 녹지,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관리방법을 경험하다
2008년 7월 23일, 첫 번째 답사는 비스바덴시의 가로수와 공원 녹지를 살펴보는 일이다.
비스바덴는 프랑크푸르트에서 가까운 고급 온천 휴양도시로 유명하다. 1880년대에 러시아의 귀족들이 오락과 휴양을 목적으로 비스바덴을 많이 방문하였는데, 당시 러시아의 짜르(황제)와 비스바덴 사이에 정치적인 교류가 있으면서 혼인관계를 맺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였다고 한다. 150~200년 전에 건설된 비스바덴의 랜드 마크로도 유명한 러시아 정교회 건물이 네로 파크 내에 있으며, 지난 2007년에는 고르바초프와 푸틴 대통령이 방문하는 등 러시아와 관계가 깊은 도시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로마시대 건설된 역사도시라는 특징으로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준비하고 있다.
과학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공원의 나무들
오전 8시 30분 KUR Park에서 비스바덴시 공원녹지과 팀장인 MR. Thomas Baeder와 MR. 프랭크 프리치 씨를 만났다.
KUR Park는 130여년 전 조성된 공원으로, 과거는 도시의 외곽지역이었다. 공원의 기본구조는 유지하여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공원녹지과에서 관리하는 녹지는 호수 5개, 공원, 묘지 공원 20군데, 놀이터 150개 등 220명이 담당하고 있으며, 산림은 산림과에서 60여명의 인원이 배치되어 별도로 하고 있다. 도로 가로수는 16,000주로 1년 1~3회 관리가 이뤄지고 있으며, 직접 혹은 외주를 통해서 관리하고 있다. 나뭇가지 낙화로 인한 사고도 관리하고 있는데, 2주 전에 아까시 나무 가지의 낙화로 인하여 사망사고가 발생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안내를 맡은 직원은 꽤 긴장한 모습이었다.
우리는 팀장의 안내를 받으며 공원을 둘러보았다. 공원에 있는 가장 오래된 붉은너도밤나무 두 그루가 있는 곳으로 안내하였다. 곧 벌목할 예정이라고 말하여 우리들을 놀라게 했다. 이유인즉, 겉은 멀쩡하나 버섯곰팡이균이 뿌리에 침투하여 나무가 병들었다는 것이다. 전문기관에 의뢰하여 35개 부분에 관한 조사를 진행한 결과 그렇게 나타났다고 한다. 그는 목질측정기를 사용하여 나무 속의 병든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측정해 보여주었다. 독일 전체의 수목관리에 목질측정기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러한 측정기기는 수목관리에 있어 중요하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공원 나무의 과학적인 관리방법이 인상적이다.
나무를 베내는 것에 대하여 시민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특히 이런 거대한 나무를 벌목해야 할 때는 그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설득과 이해를 위한 근거자료가 필요한데, 이번의 경우는 붉은너도밤나무의 뿌리까지 버섯균이 퍼져있기 때문에 언제 쓰러질지 모른 상황에 대한 과학적 조사결과가 필요하다고 한다. 버섯균은 여러 나무들로 옮기기 때문에 공원 내 다른 나무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는데, 버섯균이 퍼진 부분만 제거하고 외과수술을 하지 않느냐는 우리 쪽의 질문에 독일에서 현재의 수목관리는 외과수술을 하지 않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고 했다. 이유는 외과수술을 하면 그 안에서 더 썩기 때문이다.
계획으로는 9월 경에 나무를 벨 예정인데, 이는 그 전까지는 새들이 나무에 둥지를 짓고 사용하고 있어서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나무를 벌목하게 될 경우는 자연보호법에 따라야 하나 이번의 경우는 급박한 상황이어서 일찍 벌목하게 되었다고 한다. 벌목을 할 때에는 나무의 1.5배 범위에 팬슬을 치고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접근을 금지한다고 한다.
시민들에게 이해를 구하기 위해 구체적인 자료를 준비하고 그 상황을 적극적으로 설명하려는 행정가들의 모습이 돋보였다.
2주전의 인명사고 여파인지, 팀장은 현대적 관점에서 도시의 수목관리는 나무를 서있게 하느냐 벌목하느냐에 온통 집중해 있다. 이번 사고는 공원녹지과에서 봄에 한번 관리검사를 했음에도 발생한 사고여서, 관리검사를 간과한 상황이 되었다고 한다. 책임을 물을 경우, 담당공무원이 책임을 지게 된다고 한다. 도시 공원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도시 내의 가로수 등 수목관리에 있어 안전이 중요하다는 것을 특별히 강조하였다.
빌헬름 스트라세의 양버즘나무 가로수 길에 감동하다
공원 옆의 빌헬름 스트라세(빌헬름 거리)로 이동하였다. 이 거리는 비스바덴의 전통있는 거리라고 한다. 가로수로 양버즘나무(플라타너스)가 2열로 식재되어 있었다. 좁은 도시의 가로수를 이용하여 그늘을 많이 드리우기 위한 방법이다. 가로수는 잔가지가 많은 형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어린 나무일 때부터 관리하여 같은 높이를 유지하도록 하고 있으며, 1년에 1회 관리를 하고 있었다. 한국의 경우는 매해 새롭게 자란 나무의 가지 치기가 어찌보면 관리의 전부가 아닐까 싶다. 그 이유도 태풍 피해를 예방과 간판을 가리는 것에 대한 주변 상점으로부터의 민원, 복잡한 전선 정리 등과 관련되어 있지 않을까. 여하튼, 이렇게 가지치기하여 나무 줄기만 남아 있는 상태를 흔히 볼 수 있다. 가로수 관리의 목적과 방향이 많이 다른 것 같았다.
비스바덴의 녹지축은 중앙역을 지나 라인강으로 연결되도록 하고 있는데, berg(산)->bach(하천)로 계획되어 있다. 우리의 경우, 산림과 공원을 중심으로 녹지축이 형성되어 있는 반면 독일은 하천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게 특징이었다.
일행은 차를 타고 NERO Park로 이동하였다. 도시를 조망할 수 있는 그러나 높지 않은 네로 산에 위치한 공원으로 체험과 휴양공간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공원 안에는 40여년 전 만든 야외 원형 광장이 있었는데, 이용율 낮아 이 공간에 대한 새로운 이용계획을 수립중이라고 하였다. 공원을 둘러보던 중 4~500년 된 참나무를 벌목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참나무 애벌레가 나무를 갉아 먹어 나무가 갈색화(말라가는)되고 있었다. 전체를 자르지 않고 나무의 일부 가지를 남겨놓았는 데 이는 살아날 수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라고 한다. 잘 이해했는지 모르겠으나 다른 점은 한국의 경우는 보호수, 천연기념물 지정 등을 통해 오래된 나무를 관리할 뿐 아니라 외과수술 등으로 살리려고 애를 쓰는데 비해, 이곳은 오래된 나무에 대한 특별한 관리제도가 없다는 점이었다.
비스바덴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좋은 곳으로 안내를 해주었다. 비스바덴 시는 성장 중이라고 한다. 건너편의 빌라촌 너머로 아파트가 보였다. 그러고보니 아파트가 매우 드물었던 것 같다. 독일에서의 아파트는 1960년대 유행했으나 더 이상 인기를 얻고 있지 않다고 한다.
가로수 중에 외래종인 가중나무가 많이 관찰되었다. 서울의 경우, 기후가 온난해지면서 가중나무가 급속히 번져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해 볼 때 비스바덴시에서 가로수로 이용하는 것은 특이하게 보였다.
비스바덴 시청 공원녹지과 방문하다
현장 답사를 마치고, 오전 11시 비스바덴 시청 공원녹지과를 방문하여 비스바덴의 녹지 시스템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을 들었다. 시청 건물은 새로 지은 건물로 에너지, 우수 녹화 시스템을 적용하였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온도와 공기 흐름을 자동으로 작동하여 21℃를 유지하고 있다. 공원녹지과에서는 토목, 건축, 도시계획, 원예 등의 업무를 담당하며, 220명이 속해 있고, 이중 행정은 30명이며 이외는 야외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녹지과 계획분야를 담당자하고 있는 아우 바허 씨가 동석하였다. 그녀는 어린이 놀이터, 도로, 호수 등 담당하고 있었다.
2007년에는 공원녹지과의 예산이 부족했으나, 2008년 1백만 유로(16억원)의 프로젝트(특별회계)를 책정하여 증가하였다고 한다. 많은 비용은 아니나 어린이 놀이터, 도로, 호수 등의 관리비용에 사용된다.
도로 녹지의 경우, 느슨하게 관리할 경우 잡초들이 많이 자라 이를 놓고 의견이 달라 어떻게 할 것인지 과제라고 한다. 도로가 포장된 곳과 잡초들이 자라는 곳에 대하여 파악 중이며, 이를 바탕으로 평가 분석하여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현재, 가로녹지 재조정을 위한 도면과 계획을 작성 중이다. 또한 도심 내에 위치한 150개의 어린이 놀이터 활성화 계획을 갖고 학술용역을 진행 중에 있었다. 기존의 부서진 놀이터 보완차원이 아닌 전체 운영 차원의 계획이라고 했다. 비스바덴 시의 출생률이 안정적이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그런 면에서 어린이 놀이터의 활성화 계획은 의미 있는 정책임을 강조하였다. 어린이 놀이터 활성화 사업을 위해 유치원 어린이들과 직접 워크샵을 진행하여 그 의견들을 설계면에 반영하였다고 한다. 이 공간을 이용하게 될 어린이, 유치원생들과 토론하고 그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과정을 거치는 행정가들의 자세와 분위기가 부러웠다. 그녀(아우 바허)는 도면을 갖고 설명을 해 주었는데, 낙후 시설의 재사용, 중앙 부위 모험시설, 주위 모래사장, 줄타기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전문가의 도움과 계획, 디자인 과정에서 전문가와 시민의 참여 그리고 관리․행정가의 참여를 적극 이끌어 내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