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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나발루산이 워낙에 유명하고 인기가 있기에 이곳 산장은 몇 개월전부터 예약을 해야만 하는데 우리팀은 산장안의 숙소에 예약을 못해 산장뒤에 있는 몇채의 예비막사에 들게 되었는데 출발때 침낭을 갖고 갔으나 고산의 밤은 추웠다. 막사에 옮겨 잠자리 준비를 하고 일행들은 춥지만 소주도 한잔씩 하는데 난 속도 메스껍고 머리도 아파 밖에 나가서 올려 버리니 속이 좀 시원하고 편한것 같았다.
자리에 누웠지만 이번에는 속도 허하고 배도 고프니까 잠이 안와 어둠속을 더듬어 비스킷을 꺼내 먹고 물을 마시니 조금은 나아진듯 하다. 그렇게 뒤척이다 잠이 들었는가 싶었는데 모두들 부시럭 거리며 밖에서는 사람들 말소리와 발자욱 소리가 계속 이어지는데 시간은 이제 겨우 1시를 조금 지났다.
할수없이 나도 주섬 주섬 챙겨 일행들과 어제 혼자 올랐던 길을 다시 오르기 시작하는데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랜턴 불빛이 앞뒤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게 또 하나의 멋진 볼꺼리가 되겠다. 고도가 높아질 수록 주저 앉으며 헤메는 사람들이 늘어 나는데 그래도 나는 뒤에 쳐지는 사람을 부추키며 올라간다.
멀리 동쪽 하늘이 희뿌옇게 여명이 밝아 오는듯 하고 이제 랜턴 없이도 갈수 있고 저 위 하늘과 맞다은 곳 정상에 먼저 올라간 사람들이 보인다. 드디어 또 한번 정상을 밟으며 먼 동녘을 바라보니 어둠을 헤치고 아침노을(?)이 시작되고 정상 표지판을 사이에 두고 다들 기념 촬영하기에 빠쁘다.
정상에 몇 나라 사람들이 올랐는지 굳 모닝, 니 하오, 곤 니찌와, 반갑습니다 등등 각국의 인사 소리 그중에도 본토인 말레이 사람 못지 않게 한국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요일별로 다르다는데 한국에서 비행기가 떠는 날과 떠지 않은 날의 차이라는데 가는날이 바로 장날이었던가 봅니다.
여기 저기 감탄사가 연발이고 벌린 입을 못 다무는데 나는 어제 황홀경을 봤기에 그저 무듬듬이고 일출도 언젠가 지리산 천왕봉에서의 구름이 벌겋게 엉켜 용암이 흐르듯한 멋진 장면에 비하면 오늘 키나발루의 일출은 사실 나에겐 별로였다. 키나발루산 첫 등반자는 1851년에 라부안섬의 영국 식민지 관리였던 휴로경이며 첫 정상 정복인은 1881년경 영국의 동물학자인 존 화이트헤드라고 한다.
더운 나라지만 키나발루 정상의 새벽 기온은 얼음이 얼기전의 겨울 날씨 같이 추웠다. 이제 일출도 봤겠다 내려가는 일만 남았는데 날씨가 너무 좋아 주위의 멀리까지도 볼수가 있고 사진 찍기에도 그만이었다.
산장에 내려와 베낭을 찾아 메고 천천히 내려 가면서 우리 가이드가 말하길 자기가 가이드 하면서 정상을 두번씩 올라가는 사람은 처음 봤단다. 맑은 아침 어제 왔던 길을 되돌아 내려가며 이것 저것 볼꺼리도 많은데 일행중에 무릎이 아파 고생하는 사람도 있어 천천히 내려왔다. 다시 어제의 출발점인 팀폰 게이트를(1,890m)를 빠져나와 이틀간의 모든 산행을 끝내고 버스로 국립공원관리소에서 일련번호와 이름 날짜가 프린트로 깔끔하게 인쇄된 등정확인증을 받았다. (최근에 다녀온 사람의 확인증은 디자인과 그림이 조금 달랐다)
라플레시아 (Rafflesia) 는 세계에서 가장 큰 꽃으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의 열대우림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희귀종으로서 만개하면 그 모양이 양배추와도 같은데, 꽃 한송이의 지름이 1미터 정도에 무게가 자그만치 10킬로그램 정도 잎과 줄기가 없이 커다란 꽃만 피우는데 나무에 기생하며 그 수액을 빨아 먹으며 자라난다. 라플레시아는 꽃이지만 향기가 아닌 고약한 냄새를 피워서 곤충을 유혹하여 꽃가루를 옮겨 번식한다고 한다. 이 꽃은 열대 정글이라 하여도 아주 깊숙한 곳에만 서식해 찾아보기 힘들 뿐 아니라, 싹이난 후 6~7개월이 걸리며 만개 후에도 며칠만에 저 버리는 특징 때문에 좀처럼 꽃이 활짝핀 광경을 목격하기는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고 한다. 원주민들의 민간요법인 약용(산후조리)으로 채취하여 거래도 하고 관광객의 빈번한 왕래로 점차 사라져가 보호가 시급하다고 한다. |
정상에서 그렇게 아프던 머리도 별다른 약이 없고 다만 고도를 낮추는 하산길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 팀폰
게이트를 통과 하면서 언제인지 모르게 나아졌다
식당으로 이동해 좀 늦은 식사인 '아점'(?)을 말레이 토속주(우리 막걸리와 비슷한)를 곁드려 해결하고 코타키나발루
시내로 돌아오는 길에 어제의 과일 노점상에 들려 바나나 값을 계산하는 동안 작은병이 몇개 있어 물어보니 꿀이란다.
여기도 꿀이 있나 싶어 신기하기도 하고 생각보다 값도 싸기에 한병을 삿다.
혹시 여기도 가짜꿀이 있을까? 우리에게 꿀은 형제 친척간에도 믿을 수 없는 건데 그러나 이곳에선 농산물 보다
공산품이 훨씬 비쌀터이니 가짜꿀을 만들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데 바보가 아니라면 누가 만들겠나 하고 믿어 본다.
어느새 버스가 시내로 들어와 숙소인 '탄중아루' 리조트앞에 도착했다.
코타키나발루 시내 외곽 해변에 자리한 '탄중아루'호텔에 여장을 풀었는데 가이드 말로는 세계의 10대 호텔에 든다고
해서 그런지 야자수 우거진 해변에 골프 코스 수영장 해변 카페 등 열대 식물들이 즐비하고 투숙객은 골프, 수영장,
헬스, 사우나등을 누구나 마음대로 사용할 수가 있다고 했다.
'탄중아루'는 우리말로 바닷가의 돌출된 지역 즉 '곶'이라는 말레이어 란다.
대부분의 여행사에선 산행이 끝나면 다음 코스로 맑은 바다에 떠있는 작은섬으로 해양 관광을 가는데 우리팀은
'키우루(KIULU RIVER)강'으로 레프팅을 떠났다.
키우루강은 그리 큰강은 아니나 몇군데 급류도 있어 레프팅을 처음으로 해 보고픈 사람들에겐 빼 놓을 수 없는
코스중의 하나라고 했다.
보트에는 현지 레프팅 리더까지 6명이 타고 4명이 노를 저어 가이드의 구령에 따라 강약을 조절하고 방향도
잡아가며 급류에서는 물에 빠지기도 했지만 정말 재미 있었으며 레프팅이 끝나 보트를 끌어 올리고 양고기 즉석
바베큐와 얼음에 채워간 음료수와 팩소주를 곁드리니 천하일미 였다.
레프팅 투어 리더에게 팩소주를 한개 주니 엄지를 치켜 세우며 좋아한다.
한국 식당에서 한개에 5천원 하니 우리에게도 비싸게 느껴지는데 이들에게는 거금이 아닐 수 없겠다.
여기서는 레프팅도 마스터하면 인쇄된 용지에 이름과 날짜를 프린트한 확인증을 주는데 어찌보면 상술 같지만
기분은 좋았다.
우리의 레프팅 Tour Leader의 이름은 NICHOLAS TEO라는 청년이며 바베규판 뒤에 앉아 모자를 들고 웃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OP디지탈 포토에 저장 했었는데 몇개월 확인을 안했더니 사진이 모두 사라져 다시 올려야 하는데
이사하며 많은 사진을 어디에 뒀는지...???]
*말레이시아는 자국의 문자가 없어 말레이어에 영문으로 표기를 하는데 지명이나 사물의 이름중에
라양 라양(Layang Layang)무인대피소 (제비 서식지), 사얏 사얏(Sayat Sayat)무인대피소, 아피 아피(Api Api)
오랑우탄(숲속의 사람)은 인니어라는데 동어가 반복되는게 많으며 아래와 같이 뜻이 달라진단다.
오랑(사람) 오랑 오랑(사람들)
대만(친구) 대만 대만(친구들)
뽀혼(나무) 뽀혼 뽀혼(나무들)
부꾸(책) 부꾸 부꾸(책들)
잘란(길) 잘란 잘란(산책. 여행)
카메라(카메라) 카메라 카메라(카메라들)
동어가 반복되는게 많아 재미있게 느껴지는데 뜻이 일정하지는 않단다.
그리고 이곳의 시골 집들은 네 기둥위에 얹혀 있는듯 하고 네 기둥이 모두 사각형인데 그것은 뱀이 타고 오르지
못하게 기둥을 사각으로 짓는다고 했다.
키나발루 시내의 해변이나 작은섬에는 수상 가옥들이 다닥 다닥 많이 있었다.
* 탄중아루 리조트
그렇게 즐거운 레프팅을 끝내고 호텔로 돌아와 휴식을 취한 후 옥외 수영장옆 바닷가 카페에서 4시반쯤에 모두 모여 뭘로
할까 메뉴판을 뒤지다가 종업원에게 맥주와 안주를 주문했는데 조금후 아가씨가 다시 오더니 지금 바로 가져 올까요 아니면
5시 이후에 가져 올까요 하고 묻길래 이건 또 무슨 말이냐니까 5시 이후 부터 마칠때까지는 (?)% 할인이라고 말한다.
* 우리나라 같으면 낮 시간 보다 밤 시간에 더 비쌀것 같은데...!!!ㅎㅎ
*탄중아루 리조트 해변 카페
그때가 4시45분경이라 그럼 5시 이후에 가져오라고 그 동안 수영이나 하면되겠다 하고 수영을 하면서도 생각할수록 기분이
좋은 반면 만약에 우리나라의 업소에서 그런 할인 제도가 있었다면 주인이나 종업원 모두가 얼런 갖다 주고 계산할 때는 손님들이 5시 이전에 주문을 했으니 할인이 안됩니다. 하고 오리발을 내밀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탄중아루 리조트 해변 풀과 카페
이런 생각을 하면서 놀고 있는데 땡 땡 땡 하며 종소리가 들리며 이제부터는 마칠때까지 할인이라고 알려 주는데 어찌보면
지극히 당연한듯 하면서도 한국에서는 느끼지 못한 때묻지 않은 신선함에 큰 감동을 받아 참으로 흐뭇했었다.
한편 바닷가 카페 앞에선 콘트라 베이스 한사람 기타 두사람이 한 조가가 된 트리오 로스판쵸스(?)같은 사람 셋이서 조금
지난 노래이긴 했지만 우리 가요를 유창하게 불러대니 기분이 좋아서 우리팀은 연신 잔을 비우기 바쁜데 서양인들은 한잔씩 놓고 마주앉아 초저녘부터 아예 제사를 지내고 있다.
서양인들의 눈에는 어떠 했을지 모르겠으나 우리는 우리대로의 문화(?)가 있으니 어쩌겠는가...?
맥주 몇잔 마시고 취할것도 아니기에 대충 끝내고 저녘 식사후 노천 야시장으로 구경을 나갔는데 전부가 먹거리 뿐이다.
알고 보니 이곳에선 집에서는 아예 밥을 안 해 먹느냐니까 집에서 해 먹으면 되레 비싸기 때문에 아주 특별한 날이 아니면
모두가 이렇게 밖에서 사 먹거나 싸가서먹는다고 했다.
닭고기나 양고기 등 (이슬람 국가라 우리가 즐겨먹는 돼지고기는 없다) 바베큐를 꼬치를 굽는 연기와 냄새가 좋았으나 식사후라 별로 구미는 안 당기지만 호기심에 몇꼬치 먹어 봤는데 기호에 맞는것도 있고 그렇치 않은 것도 있었다.
사람들의 생김이야 동남아 특유의 까무잡잡하고 깡마른 편에 행색 역시 별로지만 성격이 낙천적이고 표정들이 밝은게 대체로 친절하고 순박했다.
호텔(2인1실)로 돌아와 샤워하고 말레이의 세번째 밤을 맞아 잠자리에 들었다.
마지막날 아침은 어제 마신 술로 컨디션은 별로였지만 다들 분주하게 움직인다. 아침부터 호텔이 워낙에 넓다 보니
사우나를 한참만에야 찾아 목욕하고 식사 후 짐을 챙겨 체크 아웃하고 오전중 시내 백화점이며 상가들을 둘러 봤는데
뭐 별로 사고싶은 물건도 없고 해서 그냥 가자니 그렇고 애들 그림 티셔츠나 사줄까 하고 기웃거리다 백화점의 조그만
코너에서 티셔츠를 고르고 부산서 출발전 지인으로 부터 싱가폴 돈 소액권 한장을 얻은게 있어 내미니 인건비가 싸기
때문인지 조그만 가게에 점원이 둘이나 있는데 한 아가씨가 얼런 환전을 해 오더니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리며 땡전 한푼까지
철저하게 거슬러 주는거ㅔ 너무나 신기하게 느껴졌다.
우리네 같으면 대충 얼마 해 가지고 또 사사오입하면 끝따리 땡전 같은 것은 아예 생각 조차 할 수가 없을게고 남는다고 해도
무시하고 안 줄것 같다는 생각에 또 한번 이네들의 솔직하고 정확한 샘 문화에 감동을 먹었다.
백화점 부근의 난장에는 어디서나 마찬가지로 지저분 하면서도 서민들의 사람사는 맛이 느껴지는 그런 곳인데 여기서도
낡은 미싱에 앉아 옷수선을 하거나 기타 여러가지 잡일 등으로 벌어 먹고 사는 사람들 대부분이 필리핀에서 배를 타고 온
밀입국자들로서 이들은 해가 지면 바로 집으로 가야 하는데 이들에겐 시에서 작은 섬을 한개 지정해 그곳에서 수상 가옥을
짓고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시내 관광과 동남아의 지붕 키나바루산
먼저 시내 중심가의 쇼핑몰이나 신수란가 인근의 필리핀 시장과 어시장(Wet Market), 중앙시장을 찾는게 좋다. 필리핀 시장에서는 손으로 깍아 만든 원숭이 인형이나 수공예품, 말레이시아 전통의상이나 옷감을 칭하는 바틱 등을 싼값에 살 수 있다. 어시장 2층에서는 생선으로 만든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예전엔 그렇지 않았지만 밀입국자가 날로 늘고 할일이 없으니 시내를 배회하다 사고나 치고 범죄를 저질러 고육지책으로 이렇게 법으로 정했다고 한다. 빤히 바라다 보이는 에메랄드 빛 바다위에 떠있는 아름다운 섬에 평화롭게 다닥 다닥 붙은 수상 가옥들이 관광객에겐 남국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낭만으로 보이겠지만 그 내면에는 밀입국자들의 불안한 나날속에 가난과 애환이 함께 숨쉬는 서글픈 현실이 있다는 것이다.
오후에 공항으로 가니 시간 여유가 조금 있어 쇼핑도 하고 더러는 냉동 수산물을 사기도 하며 삼삼오오 이리 저리 시간을 보낸다.
말레이시아에 머무는 동안 운이 좋아 첫날의 차량 이동중에 소나기 한번 왔을뿐 산행과 여행중 비를 한번도 맞지 않고 하늘이 내린 최상의 날씨로 즐거운 여행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는 것은 평소에 지은 죄가 없었음이 아닐런지...! ^^
*처음부터 별로 재미도 없는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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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키나발루 산행일기 너무 잘 보았습니다. 참 행복한 시간을 보내신것 같군요.평소 선행만 하신덕에 하늘이 도와 일정에 차질없이 무사히 마칠수 있었을것입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소원성취를 빌겟습니다.
ajtwlsrhtdp eksu dhtuTrnsdy cnrgk emflaslek.....gg 용용..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