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나이 눈물
제주꿈 목장 이준엽집사
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 울어야 한다던가, 그 말이 많이도 무색하게 지난 5주 동안 그 3번의 눈물을 다 써버렸다.
빡빡 깍고 나타난 녀석의 파리리한 두상. 머리를 깎아 주어야 더 풍성하게 난다며 갓 돌 된 녀석의 머리를 빡빡 밀어주고는 20년 만에 처음 보는 민머리. 짠한 마음은 있었지만, 그때만 해도 괜찮았다. 다 가는 군데 뭐 울며 불며 유난 떨고 보낼 필요있나. 쿨하게 하이파이브 한번 하고 보내줘야지 다짐을 하였더랬다. 3시간 걸려 도착한 31사단 광주 신병교육대. 도데체 왜 6.25 참전 용사 유해를 발굴하는 영상을 보여주는지 이유 모를 영상을 보고있는데, 앞 의자 아빠가 옆에 있는 아들 손을 꼭 잡고 연신 눈물을 훔치고 있다. 아! 안되는데... 일차 고비! 여기저기서 훔치고 있는 눈물 한 가운데서 꾹 참았다. 그런데 마지막 보고 말았다. 녀석의 붉어지는 눈시울과, 엄마를 안아주며 건강하셔야 된다며, 울음을 참고 있는 살짝 일그러진 표정. 이런 세상에.. 쿨하지 못하게 보내버렸다.
그리고 2주 뒤 전해온 편지. 한 통의 편지봉투에 담긴 세 장의 편지. 엄마, 아빠, 누나,
녀석이 이렇게 세심했었나. 모두에게 딱 맞춤형 감동을 전해주고 있었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우리 아빠~~’ 첫 구절에서 오는 찡함은 쉽사리 참아 넘겼다.
‘나도 꼭 나중에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면 아빠처럼 가족 위해서 기쁘게 일하고 가족들에게 행복을 주는 그런 아빠가 되고 싶어~’
알고 있다. 군대 가면 모두 효자가 되고, 그런 감정들이 막 솟구쳐 평소에 안 하던 말들을 쏟아 낸다는 것을... 아는데... 너무 고맙다. 별 성과 없이 단조롭고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며 과연 내가 잘하고 있나 라는 생각을 안 할 수 없는 형편이기에, ‘아빠처럼’이라는 저 4글자가 매운 떡볶이를 먹고 마시는 쿨피스처럼 그간의 쓰린 마음을 감싸주듯 위로를 느끼게 되고 또다시 나는 쿨하지 못하게 되어 버렸다.
참 길게 느껴진 5주가 지나고 다가온 수료식. 왜 이런 다짐을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번 수료식 만큼은 울지 않으리라. 또 다짐했다. 왜 또 6.25 참전용사 유해발굴 영상을 보여주는지 이해하지 못하였지만, 그 뒤 보여지는 5주간의 훈련 영상을 보며 혹 녀석의 모습이 보일까 뚫어져라 찾아봤지만 똑같은 헤어스타일, 똑같은 유니폼. 아쉽게도 찾지는 못하였다.
그리고 아이들을 맞이하기 위하여 모여든 연병장. 이제 곧 변한 녀석의 모습을 보게 되리란 기대감으로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저 멀리서 들리는 우렁찬 함성소리. ‘와~~~~’
그 소리가 얼마나 우렁차고 크게 들리던지, 왜 이 대목에서 눈물이 나는지 정말 모르겠는데
나의 다짐은 아들을 만나기도 전에 무너져 버렸다. 5주 만에 완벽하게 변신한 절도있는 모습들. 짝대기 하나인 계급장을 직접 달아주러 녀석에게 다가갔을 때 ‘이병’을 외치며 ‘보고싶었습니다’ 하는 녀석을 보며, 그냥 참지 않기로 했다. 이까짓 눈물 아껴서 무엇하리...
그랬다. 나는 녀석을 많이 사랑하고 있었다.
그러기에 내가 겪어본 고통과 힘든 시간을 경험하게 하는 것에 마음이 많이도 아팠으리라.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이 세상이 얼마나 썩어 있는지 알면서도 독생자를 보내어 주신 그분은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셨을까? 그 아버지께 나도 감동의 고백을 전해 드려야 할텐데...
‘저도 주님이 하신 것처럼 섬김의 자리에서 기쁘게 일하고 행복을 느끼는 자가 되고 싶다고..’
새로운 공동체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아들! 군대 오니 기도가 절로 나온다는 그 마음처럼 하나님 향한 믿음 놓지 않고 ‘아빠처럼’이란 편지글처럼 ‘예수님처럼’이란 고백도 함께 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