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이 지나고 꽃피는 춘삼월이 되면 그동안 움츠려 있던 낚시인들이 바다를 찾으며 갯바위는 활기를 띠게 된다. 오랜만에 설레는 마음으로 찾은 갯바위인지라 처음에는 모두들 눈에 파아란 불꽃을 피우며 열심히 낚시를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고기가 낚이지 않으면 그때부터는 밤새워 달려온 피곤함으로 인해 졸음이 오게 된다.
특히 나른한 봄날 따뜻한 햇살이 비칠 때 잠시 갯바위를 돌침대 삼아 눈을 붙이는 낮잠은 그야말로 꿀맛 같은 유혹이다. 갯바위에서 자는 낮잠은 낚시인들이 아니면 그 편안하고 달콤한 맛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낚시의 또 다른 묘미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주의하지 않으면 평생을 후회하게 만드는 일이 생길 위험도 있다. 차가운 갯바위에서 아무런 안전대책 없이 그냥 자다 보면 소위 말하는 ‘와사풍(구안와사, 안면 마비로 입일 돌아가는 증세)’이란 게 올 수도 있다.
일반인들이야 어떻게 저토록 차가운 갯바위에서 낮잠을 잘 수 있을까 생각하겠지만, 피곤하다보면 눕게 되고 누우면 잠이 오기 마련이다. 문제는 차가운 갯바위에 피부가 접촉된 상태로 오랫동안 있다 보면 신경에 손상이 가는 심각한 증상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도 오래전 겨울철 갯바위에서 따뜻한 햇살에 의지해 잠시 눈을 붙였다가 평생 안고 살아가는 고질병을 얻었다. 그때 왼쪽으로 누워 잔 탓인지 찬바람만 불면 왼팔이 시려오는 고통을 지금도 겪고 있다.
봄 햇살을 따사롭지만 갯바위는 아직 차다. 꿀맛 같은 단잠이 예기치 않은 고질병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얼굴과 상반신만은 차가운 갯바위와 직접 접촉하는 것을 반드시 피해야 한다. 단열재로 만든 깔판을 준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구명복을 벗어 깔고 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때 반드시 얼굴은 모자나 수건 등으로 가리고 자야만 한다. 갯바위는 육지에 비해 자외선이 매우 강하다. 따뜻한 햇살에 취해 잠시 자고 일어났을 뿐인데 얼굴에 심각한 화상을 입어 고생하는 사람을 본 적도 있다. 움직이고 있을 때는 별 문제가 없지만, 햇볕에 얼굴이 노출된 상태로 잠을 자면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는 점도 상식 삼아 알고 있어야 한다.
지난 시간엔 반유동낚시에 대해 알아봤다. 이번 시간에는 찌매듭 없이 하는 ‘전유동낚시’와 ‘전층낚시’ 중 전층낚시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전유동낚시’와 ‘전층낚시’
전유동낚시와 전충낚시의 공통점은 찌매듭이 없는 가벼운 채비를 사용하면서 표층에서부터 바닥층까지 모든 수심층을 탐색하는 것이다. 그러나 방법은 비슷하지만 사용하는 찌의 모양과 입질형태, 그리고 테크닉을 비교해 보면 두 낚시방법은 서로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전유동낚시는 찌 중간에 있는 찌구멍이 수직형태인 구멍찌를 사용하는 낚시방법(조법)이고 전층조법은 찌구멍이 수평에 가깝도록 옆으로 뚫린 대구경 기울찌를 사용하는 낚시방법이라는 차이가 있다.
찌를 사용하는 모든 바다낚시(전유동낚시 포함)는 대상어종이 미끼를 물면 찌를 보고 입질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유독 전층조법은 원줄이 통과하는 찌구멍이 큰 대구경기울찌를 주로 사용한다. 바로 여기서 결정적인 차이가 발생한다.
전유동낚시는 수평운동에 중점을 둔 찌의 구조상 입질이 왔을 때 원줄에 전해지는 저항이 고스란히 어신찌에 전달된다. 하지만 전층낚시는 원줄이 수평에 가깝게 찌구멍을 통과하면서 꺾이는 부분 없이 비스듬히 가라앉는 때문에 대상어가 입질을 하는 과정에서 채비에 전해지는 저항이 확실히 적다. 하지만 입질이 왔을 때는 먼저 찌 주변의 여윳줄이 쑤~욱 빨려 들어가고 난 뒤에 원줄이 팽팽해지면서 비로소 찌가 물 속으로 들어가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런 현상을 전층조법에서는 ‘체감쇼크’라는 표현한다. 지금까지 찌가 들어가는 모양을 보면서 눈으로만 느끼던 쾌감에 비해, 먼저 원줄을 타고 전해오는 경쾌한 줄 풀림은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짜릿한 쾌감을 전해준다.
찌가 먼저 들어가는 것과 원줄이 먼저 들어가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찌가 먼저 들어간다는 것은 아무리 잔존부력을 줄이더라도 고기가 이물감을 느끼고 미끼를 뱉어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하지만 원줄이 먼저 들어간다면 고기가 느끼는 찌에 대한 거부감이 없기 때문에 더욱 시원하고 적극적인 입질을 유도할 수 있다.
그리고 대구경찌가 어째서 유리한가?
작은 구멍 보다는 큰 구멍이 원줄 빠짐이 좋다. 그렇다고 무작정 큰 구멍이 유리한 건 아니다. 길이가 작은 찌에 큰 구멍을 낸다든지 큰 구멍이 유리하다고 엄청 큰 구멍을 찌에다 낸다면 원줄이 너무 빨리 통과하므로 테크닉을 구사하는데 더 불리할 수도 있다. 때문에 찌 크기에 비례해서 적당한 구멍을 적용 시켜야만 정상적이 테크닉을 발휘할 수가 있다.
가벼운 봉돌을 달고 침력이 적은 수중찌를 달더라도 손쉽게 표층부터 바닦층까지 공략할 수 있는 찌의 구조와, 가벼운 탐색형 수중찌를 사용함으로써 조류를 쉽게 태울 수 있고 대상어가 미끼를 흡입할 때 이물감을 덜 느끼게 만들 수 있기에 입질이 예민할 때 전층조법은 특히 위력을 발휘한다.
전층조법도 단점은 있다. 대구경 기울찌를 사용하므로 줄 빠짐이 너무 좋아 숙달이 되지 않으면 밑걸림이 자주 발생한다는 것과, 바람이 많이 불 때는 가벼운 밑채비 때문에 채비의 내림이 어렵다는 것이다.
왜? 찌매듭 없이 불편한 낚시를 할까 ?
바늘에 끼워진 먹음직스러운 미끼일지라도 물고기들이 함부로 덥석 물지는 않는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점이 눈에 띄면 경계를 하게 되고, 미끼를 건드려 보거나 조심스럽게 조금씩 입 안으로 빨아들인다. 이 과정에서 무거운 수중찌 밑에 달려있는 미끼와 가벼운 봉돌 밑에 달려있는 미끼 중 어느 것이 이물감이 덜할지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것이다.
바닷속 지형은 아스팔트 포장을 한 듯 평탄하지가 않고 굴곡이 심하다. 그런 지형을 골고루 탐색을 하기 위해서는 찌매듭이 없이 전유동조법이나 전층조법을 구사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 가벼운 채비로 빠른 조류와 전층을 탐색하는 고난도의 테크닉이라 여겨져 초보자들이 쉽게 접근을 하지 못할 것 같아도 밑걸림 방지법과 원줄관리 요령만 알고 나면 누구나 쉽게 구사할 수 있는 조법이 전층조법이다.
전층조법과 전유동 낚시를 처음 접하는 분들이나 사용하는 분들 중 무조건 가벼운 봉돌만을 사용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계시는 분들을 많이 보게 된다.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빠른 조류에서 가벼운 B 이하 봉돌만으로 대응을 한다는 생각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겠다는 것과도 같다. 조류가 없거나 느릴 때는 작은 봉돌로도 충분히 바닦층까지 공략이 가능하지만, 조류가 빠른 곳에서는 조류에 맞게 무거운 봉돌을 달아 내 채비를 원하는 수심층까지 내려보내야만 한다.
봉돌 다는 법은 전유동조법이나 전층조법에서 가장 핵심적인 테크닉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수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겠지만, 자신이 없다면 조금 무거운 봉돌을 달아서라도 밑채비를 가라앉히는 연습을 하는 게 좋다. 미끼를 대상어가 있는 수심층까지 내려보내지 못하고 그냥 흘려보내는 것 보다는 밑걸림이 생기더라도 조금 무거운 봉돌을 달아 사용하는 방법을 권장해본다.
첫댓글 잘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