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신문학관을 찾아, 다시 고향 마천에서~~
2026년 7월 30일, 나는 고향 함양군 마천면에 머물고 있었다.
그때 오동춘 짚신문학회 명예회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짚신문학관의 앞으로의 운영을 함께 의논했으면 한다는 연락이었다. 마침 고향에 와 있던 터라 더욱 반가운 마음으로 자리에 함께하기로 했다.
지금은 제주에서 토종벌을 돌보고 송악꿀을 연구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마천은 언제나 내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고, 부모님의 숨결과 어린 시절의 기억이 산과 들, 골목마다 남아 있는 곳이다.
그 마천에는 나와 특별한 인연을 맺은 또 하나의 공간이 있다. 바로 짚신문학관이다.
옛 의탄초등학교에 다시 켜진 불빛
짚신문학관은 지리산둘레길에 자리한 옛 마천 의탄초등학교 건물에 있다.
내가 금계영농조합법인 대표를 맡아 함양군으로부터 이곳을 위탁받아 관리하던 시절, 여러 사람의 뜻이 모여 이곳에 짚신문학관이 문을 열었다.
아이들이 떠난 폐교는 한동안 조용했다. 한때 책 읽는 소리와 웃음소리가 가득했을 교실과 운동장에는 옛 추억만 남아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생각하곤 했다.
이 좋은 공간에 다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게 할 수는 없을까.
그러던 중 문학과 인연이 닿았다. 내가 관리하던 공간에 책이 들어오고, 사람들이 찾아와 시와 문학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학교는 문을 닫았지만 그곳에서 배움과 이야기가 다시 시작된 것이다.
나는 짚신문학관을 혼자 만든 사람이 아니다. 다만 고향의 오래된 공간이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살아나는 과정에서 작은 힘을 보탤 수 있었던 사람이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하고 보람 있는 일이었다.
다시 모여 문학관의 앞날을 이야기하다
세월이 흘러 위탁관리 주체도 바뀌었고, 나 역시 제주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짚신문학관은 처음 문을 열던 과정에 함께했던 곳이기에 남의 일처럼 생각할 수 없었다.
이날 오후 1시, 짚신문학관의 앞날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오동춘 명예회장, 오동해 자문위원, 설성경 고문을 비롯한 짚신문학회 관계자들과 김복수 마천면장, 허태오, 문호성, 곽옥근, 나 백승철, 박은하 등 지역 인사들이 함께했다.
차 한 잔을 사이에 두고 오후 3시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현재 공간의 무상사용을 이어가는 방안, 장차 함양문학관으로 발전시키는 방안, 마천도서관 설치, 국비·도비·군비를 확보하여 새로운 문화공간을 조성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었다. 서울에서 먼 마천까지 오가며 관리하는 어려움을 덜기 위해 마천면과 지역사회, 지리산문학관이 함께 힘을 보태는 방안도 이야기했다.
나는 이야기를 들으며 문학관이 처음 문을 열던 시절을 떠올렸다.
그리고 한 가지를 다시 깨달았다.
무엇인가를 만드는 것도 어렵지만, 오랫동안 지켜가는 것은 더 어렵다는 사실이었다.
문학관도 결국 사람이 지킨다. 문을 열어 주는 사람, 책을 정리하는 사람, 찾아오는 이를 맞아 주는 사람, 그리고 그 공간의 의미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짚신문학관이 몇몇 사람의 노력에만 의지하지 않고 고향 사람들이 함께 아끼고 지켜가는 공간으로 오래 남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고향을 떠나 다시 제주로
육지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나는 다시 제주로 돌아왔다.
익숙한 제주 바람을 맞으며 다시 토종벌을 살피고 송악덩굴을 바라보는 일상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여전히 지리산과 마천이 남아 있었다.
생각해 보니 꿀벌도 꽃을 찾아 멀리 날아갔다가 자신의 벌통으로 돌아온다.
사람에게도 그런 곳이 있는 것 같다.
지리산 마천은 나를 낳고 키운 삶의 뿌리이고,
제주는 내가 오늘의 꿈을 일구며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다.
나는 제주에서 살아가지만 내 마음속에는 언제나 고향 마천이 있다. 부모님의 기억이 있고, 어린 시절 뛰놀던 산길이 있고, 옛 의탄초등학교가 있다. 그리고 그 한편에는 짚신문학관이 있다.
훗날 누군가 그곳을 찾아 책 한 권을 펼쳐 들었을 때,
“이 작은 문학관을 만들고 지키기 위해 애쓴 사람들이 있었구나.”
그렇게 기억해 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제주에서 다시 벌통 앞에 서니 꿀벌들이 꽃을 찾아 날아갔다가 제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다시 고향을 생각했다.
사람은 고향을 떠나 살아도
마음속 고향까지 떠나는 것은 아니었다.
지리산 자락에 심어진 작은 문학의 씨앗이 사람들의 손길 속에서 오래 살아남기를, 그리고 다시 마천을 찾는 날 옛 의탄초등학교에서 책장을 넘기는 소리와 문학을 이야기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것이 제주에서 살아가는 초암의 작은 소망이다.
2026년 7월 30일의 마천을 돌아보며
제주에서
초암 백승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