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10. 9.
추석 전날(5일) 정식으로 추석 연휴가 시작 되던 날 아침 갑자기 수도 모터가 망가졌습니다.
조금 전 까지만 해도 말라가는 배추 밭에 열심히 물을 주었는데 아내가 아침밥을 하려고 하자
갑자기 안나온다는 것입니다.
무슨 소리야 하며 수돗가를 가니 정말 물이 쫄쫄쫄 나오며 모터 소리가 이상하게 들렸습니다.
뚜껑을 열어보니 모타 아랫 부분에서 연기가 펑펑 올라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모터가 망가지면 모든 물은 올스톱. 아직 세수도 못하고, 밥도 못 지었는데
물이 안나오니 어찌하오리까? 순간 당황이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오늘이 추석 연휴 시작하는 날이 아닙니까?
모터 수리점이 거의 문을 닫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거 큰일인데, 연휴가 끝나려면 며칠을 기다려야 하는거야,
모처럼 아이들이 내려와 좋은 시간 가지려 했는데 명절 이브에 이게 무슨 해괴망칙한 일이란 말인가?
막막했습니다. 왜 하필 오늘 같은 날에 - 짜증이 나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순간 제 마음에 마법을 걸었습니다. "세상에 해결 못할 일은 없다. 하면 된다. 해보자"
그리고 114에 물어 여기 저기 전화를 걸기 시작하였습니다.
드디어 "명절이라고 놀면 뭐합니까? 앉아서 노닥거리기나 하지" 하는 사장님을 만났습니다.
정말 행운이었습니다. 그런데 모터를 떼어 오라는 것입니다.
들여다 보니 어디를 돌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와서 해 주시면 안됩니까? 하니 출장비를 많이 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타버린 모터 고치는데 만도 상당히 달라고 할텐데 출장비 까지?
안되겠다 싶어 알았다고 하고 비슷한 곳을 돌려 댔습니다.
이곳 안되면 저곳 - 하다 보니 떨어져 나왔습니다. 가지고 갔습니다.
가게도 없이 남의 가게 한쪽 구탱이에 간판만 걸어 놓은 곳이었습니다. - 아! 이래서....
그래도 기술은 좋았습니다. 5만원 들었습니다. 금쪽 같은 돈인데 아깝기도하고 아깝지 않기도 했습니다.
미리 걱정한 것과는 달리 잘 달았습니다. 지금은 물 잘 나옵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모터 떼어내는 중입니다.
제가 당한 이 일을 길게 늘어 놓는 것은
귀촌하면 이런 일도 당하고 저런 일도 해야 한다는 것 몸소 체험하여 알았기 때문입니다.
언제 이런 일을 해 보았나요. 그러나 당하면 다 하게 되더군요.
여름 장마때는 수시로 물 을 퍼내야 했고,
위성 인터넷은 번개 맞아 수시로 고장이 나 애를 먹였습니다.
(구하기 힘든 56k 모뎀이 3번이나 나감)
돈은 들고, 애는 좀 먹었지만
아파트에만 살던 저로써는 새로 해보는 낯선, 그러나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농촌 살이에 치루어야 할 작은 댓가려니 생각해야 할것 같습니다.
이젠 원인을 알았으니 많이 시정 될 것입니다.
오후에는 동네 길가에 있는 은행나무에서 은행을 주었습니다.
저는 졸지에 명절맞이 은행털이 범이 되었습니다.
꽤 많이 수확하였죠? 냄새는 좀 났습니다.
은행 털던 곳에서 찍은 가을 들녘입니다. 저 위에 보이는 집이 제가 사는 집입니다.
고구마 줄기도 삶았습니다.
해질 무렵 부터 송편을 빚기 시작 하였습니다.
저는 솔잎 따오는 일과 반죽하는 일을 하였습니다. 여자들 하는 일 결코 쉽지 않습니다.
다음날 추석 - 이른 아침 출발하여 수원 연화장에 모신 장모님 알현하고, 성남 공원
묘지에 모신 부모님 뵈었습니다.
그리고 하남 형님 댁에가서 형제들과 함께 추석을 잘 지내고 밤 늦게 돌아 왔습니다.
길이 많이 막혔습니다.
해바라기2
울 엄마 아빠도 수원 연화장에 모셨는데 저는 가보지도 않했군요. 며칠 있다가 추도일이니 겸사겸사 가렵니다. 님의 생활이 자잘한 행복으로 도배한 듯 보고 읽는 제 마음도 행복해 집니다.06.10.09 19:11
답글
오월의 꽃
어쩌다 연화장에서 스처 지나갔을지도 모르겠군요. 좋은 인연입니다.06.10.10 20:15
하늘을보자..
글 을 읽으며 아름다운 삶이 느껴지네요....행복하세요.06.10.09 21:49
답글
오월의 꽃
아름답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귀촌한지 얼마되지 않아 모든것이 서툴지만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드리며 귀농 혹은 귀촌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신 분들과 이렇게 라도 공유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06.10.10 20:26
산적의 딸
은행 겉껍질(주황색)은 약도 되고, 농약도 됩니다. 버리지 마셈~ 깨끗한 비닐에 은행을 통째로 넣고 바늘로 구멍을 세개쯤 낸다. 걸어놓고 그곳서 새어나온 물을 받아 펫트병에 담아 한수저씩 먹으면 천식에 특효!/// 커다란 고무통에 은행을 넣고 뚜껑을 덮는다. 물을 조금 넣어도 된다. 냄새고약. 며칠뒤 푹 삭아 있으면 고무장갑을 반드시 끼고 주물러 은행만을 건져낸다. 물통에 은행겉껍질 추축액을 넣어 보관한다. 다음해 200배 물을 타서 농작물에 뿌리면 강력한 살충제가 된다.06.10.10 03:00
답글
띠울
우와~~ 꼭필요한 레시피...ㅉㅉㅉ 저이거 복사해서 블로그 저장해놓을래유~~ 허락해주셈...^^06.10.10 02:46
산적의 딸
당근 허락합니다. 고무장갑을 끼지 않으면 손이 헤져요...나도 쪼매 나누어 주면 안잡아 묵지~어흥!06.10.10 03:02
띠울
그러실줄알고 벌써 저장했지유..ㅋㅋ 은행 떨어지기전에 갈수잇을라나 모르것내...잡아먹히고 싶은디..;;; 오또카지....깨 갱~06.10.10 04:10
오월의 꽃
진짜 좋은 정보 입니다. 실천해 보겠습니다. 딸님은 모르는게 없으신것 같습니다. 06.10.11 06:07
띠울
하이고 은행털러(한국은행아닙니데이..;;;)가야하는딩...울집 은행 다떨어져삘것내...아고아고...;; 올해 부쩍 은행이 많이 열렸드만...아고~~06.10.10 02:44
답글
오월의 꽃
수고가 많으시겠네요. 길가가 아니면 그냥 떨어지게 하고 나중에 거두면 안되는 것입니까?06.10.12 05:54
팝맨
가을 들판이 그림같네요. 송편 빚는 모습도 보기 좋고요. 근데 TV 받침으로 쓰시는게 웬지 탐난다는... ^^06.10.10 08:57
답글
오월의 꽃
80년 묵은 소나무를 재제소에서 잘라 온 것입니다. 4쪽으로 갈랐는데 1쪽만 남은 것입니다.06.10.10 21:05
어도
상노리 오월의 꽃님 안녕하세요 지난번 핸폰으로 인사드렸던 하노리 어도 입니다. 먼저 귀촌하시여 멋지게 사시는 모습이 부럽기만 하네요 일간 내려가면 인사드리러 찾아뵙겠으며 많은 지도편달 바랍니다..06.10.10 23:04
답글
오월의 꽃
지도편달은 기대하지 마시고 그냥 놀러 오세요. ^^06.10.12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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