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비단 책 뿐만이 아니라 음악,영화,책 등 여러 문화 미디어를 몹시 다양하게 보는 편이 아니라
아주 좋아하는 작품을 여러번이고 반복해서 감상합니다. 몇년이고, 십수년이고.. 닳아 없어질때까지..
이것이 좋은 습관이 아니고 매너리즘에 쉽게 빠질수 있다는 것을 잘 알지만 그래도 제겐 이러한 제 방식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더군요.
영화라면 브레드 피트가 주연한 SE7EN 이나 브루스 윌리스의 12 monkeys 등이 있고,
책 이라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입니다.
하루키(이하 하루키)는 결혼을 하고나서도, 가게를 운영하면서도 글을 그리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어느날 문득 야구 경기장에 가서 맥주를 마시면서 시합을 관전하다가 거의 반드러누웠을때 한 타자선수가 2루타를 치는것을 보고 어느순간 그 광경자체가 뇌리를 스치면서 '그래 소설(글)을 쓰는거야' 하고 다짐하게 됩니다.
그후 상실의 시대, 태엽감는새, 해변의 카프카, 댄스x3 등 굵직한 장편소설과 단편소설묶음집, 엣세이 묶음집, 외국소설 번역서 등 정력적인 작가 활동으로 이웃나라인 우리 한국의 작가들에게 또한 영향을 매우 끼쳤다고 합니다..
설명이 길어졌군요.
제가 말할려고 하는것은, 우리나라에 '상실의 시대'란 이름으로(원제 : 노르웨이의 숲) 번역되어 발매 되면서 하루키가 특별히 친히 '한국의 독자들에게'란 이름으로 따로 두세페이지 정도 글을 적은것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요점되는 부분을 한번 적어 보지요.
[그러나 나는 그와 동시에 하나의 시대를 감싸고 있었던 공기(空氣)라는 것을 그려 보고 싶었습니다.
사람을 진실로 사랑한다는 것은 자아(自我)의 무게에 맞서는 것인 동시에, 외적 사회의 무게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누구나가 그 싸움에서 살아 남게 되는 건 아닙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참으로 괴로운 일이긴 하지만.]
저는 여지껏 살아오면서 이처럼 '사랑'이란 단어에 대해 정확한 정의를 본적이 없습니다.
(만약 사랑의 정의란게 있다면.)
실로 이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에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부모자식간의 유대적인 사랑, 스승과 제자 간의 사랑, 남녀간의 그 흔한 사랑, 인기 스타와 팬들간의 사랑 등..
아마도 하루키가 저기서 말한 '사랑' 은 저 많은 사랑들 가운데서도 특별한, 인생에 있어서 단한번 뿐인 사랑을 말하는 것이겠지요.
요즘 세상엔 많은 젊은이들이 인스턴트식 사랑을 하고있습니다.
자극적인 맛에 이끌려 단 맛의 껌을 씹듯이 한꺼풀 벗겨 입에 집어넣고는 단물이 다 빠져 써지면 뱉어 버립니다.
저도 어쩌면 저런 인스턴트식 사랑의 경험자라고 할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저에게 하루키는 저 문장들과 소설로써
"너는 과연 너의 내적 자아의 무게에 맞선적이 있느냐, 외적사회의 무게에 맞선적이 있느냐, 그 싸움을 해보긴 해봤냐"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20여년 살아온 제 인생에 있어서는 매우 슬픈 대목이었습니다. 저는 그 어느것도 해본적이 없습니다.
처음엔 [저 싸움에 대해 달콤한 승리자와 초라한 패배자가 있다면 나는 패배자에 속할것이다] 라고 생각했었지만 오랫동안 생각해보니 저는 그 어느 싸움 하나 시작조차 못하고 패배자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다시 이 싸움을 시작할수도 있겠지만 이미 저에겐 속의 중요한것이 즉 알맹이가 없고
껍데기만 있는 사람같이 느껴졌었습니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자체에 급급할수밖에없고
표정을 감추고 감정을 가둔채, 제 마음을 수많은 감정의 쓰레기장으로 만들어왔습니다..
아직은 이것들이 과거 완료형에 불과 합니다. 현재진행형인 상태로 둘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전장에서 싸움을 시작하게 되면 어색한 미소는 버리고 살아있는 눈빛으로 살아갈수 있을것 같은데..
그 날이 아직은 쉽사리 보이지 않아 하루키의 책 한 구절이 생각나는 진성이였습니다..
첫댓글 진성이가 생각이 깊네.. ^^ 그 전장에서의 싸움도.. 예수님과 함께 하렴.. 말씀으로 널 만드셨고.. 니가 없는 영원한 천국보다 죽음을 택할 만큼 널 사랑한 예수님의 사랑과 함께.. 우린 하나님의 사람들이니까..^^
진성이 멋지군.... 전도사님도 "상실의 시대"라는 책이 집에 있어... 읽은 지 꽤 오래 되어 내용이 기억이 잘 아나는데 너를 통해 새롭게 다가오는군... 깊이있는 네 생각을 볼 수 있어서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