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지도(欲知島), 이름부터 '묘한 끌림'이 있는 섬 욕지도의 동쪽 끝 망대봉 산자락이 보인다.
에 뜬금없이 선문답에나 등장할 법한 접속사를 쓴 이유. 그것이 내내 궁금했는데 드디어 지난주 그 섬에 발을 디뎠다. 섬은 이름 그대로 ‘욕지’를 설(設)했다. 하는 법. 묘한 끌림이 있는 이 섬을 찾지 않고서야 어찌 그 섬을 알겠느냐는 평범한 진리를 섬은 가르쳐 주었다.》 출항했다. 목적지는 욕지도의 동항. 평일 오전이라 배는 한산했다. 조타실에서 만난 배 주인인 정 씨. 욕지도에서 태어나 자란 그는 20여 년째 통영과 욕지도를 오가는 배만 몰고 있다. 처음에는 여객선, 그 다음은 화물선, 지금은 카페리. 올 4월에는 이보다 훨씬 크고 좋은 배로 업그레이드 한다. 삼덕항을 빠져나오자 한려수도 푸른 바다가 열렸다. 정면으로 희끗희끗 보이는 크고 작은 섬 무리. 우도 연화도 상노대도 하노대도…. 그 뒤에 버티고 있는 큰 산, 아니 큰 섬이 욕지도다. 연화열도라 불리는 이 섬 집단에서 가장 크다. 통영에서 뱃길로 불과 55분 거리. 뱃길의 풍광은 여심(旅心)을 절로 불러일으킬 만큼 서정적이다.
흩어진 39개의 섬을 아우르는 욕지면의 본섬이다. 통영항에서 직선거리로 27㎞, 뱃길로는 32㎞쯤 떨어진 망망대해에서 연화도· 상 노대도· 하노대도· 두미도· 초도 등과 함께 연화열도(蓮花列島)를 이루고 있다. 면적이 14.5㎢에 해안선의 길이가 31km나 되고, 연화열도에서도 가장 큰 섬인데 도 외지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렇다 할만 한 관광지도 별로 없거니와 같은 통영시에 속해 있는 한산도·비진도· 매물도 등의 유명세에 눌려 있는 탓이다. 달리 찾는 사람도 많지 않아 호젓하다. 시끌벅적한 여행보다 조용한 여행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딱 맞는 여행지다. 순간 에게해(지중해의 일부) 크루즈여행길에 정박했던 그리스의 섬 로도스가 생각났다. 산 아래 동그랗게 둘러싸인 항구와 거기 정박한 수많은 고깃배, 그리고 항구 주변 산과 언덕자락을 하얗 게 채색한 작은 집. 그 이미지가 동항의 아침풍경과 거의 일치했다. 어항이었다. 지금도 1200가구 가운데 500가구는 전업어민이고 반농반어민도 200가구나 된다. 이유는 바로 이 일주도로 투어 때문이다. 31km 해안을 7할쯤 커버하는 21km의 일주도로. 내가 달려본 국내 섬 일주도로 가운데 울릉도를 빼고 최고라 평가할 만 했다. 도로(불무개. 동구지 쪽을 제외한 총 연장은 약 16Km)가 형성되어 있다. 대부분의 길들이 시멘트로 포장 이 되어 있으나 간혹 비포장인 구간도 여럿 있다. 게 형성됐다. 들고 남이 복잡한 리아스식 해안이 게서 온 것임은 주지의 사실. 그런 섬의 산허리를 돌았으 니 그 일주도로가 구절양장의 꼬부랑길임은 불문가지다. 모퉁이를 돌 때마다 비경 선경이 잇따르니 점입 가경이란 이를 두고 한 말이다. 개성미를 자랑하는 갯바위, 섬 둘레에 점점이 떠있는 새끼 섬들, 그리고 티 없이 파란 바다가 마치 지중해 의 어느 해변인 듯한 정취를 자아낸다. ‘푸른작살’(고유지명)이라는 청사 언덕에서 조망하는 펜션 배경의 해안. 에게해의 그리스 섬 풍광을 꼭 닮았다. 솔 끝에서 본 하노대도와 모도 등 작은 섬의 무리 진 풍경은 ‘바다의 정원’이라는 팔라우(괌섬 남쪽)를 쏙 빼닮았다. 이런 이국적인 바다 풍경. 국내에선 좀처럼 만나 기 힘들다. 울릉도 도동항과 엇비슷했다. 옴폭 파인 계곡 지형의 만 깊숙이 자리 잡은 포구, 그 포구로 잦아드는 산기 슭의 감귤 밭이 인상적이다. 노란 감귤은 아직도 가지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이 귤이 ‘씨 없는 수박’을 만든 세계적인 육종학자 우장춘 박사의 작품임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1968년의 일이다. 제주 것에 비해 산도와 과즙이 훨씬 진하다. 만하고 유난히 동글동글할 뿐 아니라 모래한 점 없을 정도로 촘촘히 몽돌이 깔려있어 아름답다. 좀 더 가 면 깎아지른 절벽의 돌출지형인 고래머리다. 뜻밖에도 ‘해수사우나’가 있었다. 청정바닷물을 끌어올려 쓰 는데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풍치 좋은 목욕탕이 아닐까 싶다. 삼면으로 바다가 보이는 이곳에는 숙소 (고래머리 관광농원)도 있다. 풍광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만하다. 여기서 길은 동쪽으로 고개를 오른다. 욕지도 최고의 비경 삼여도 와 해맞이 전망대인 새천년공원은 이 길가에 있다. 삼여도는 송곳처럼 수면을 뚫고 불쑥 솟은 바위 두 개 가 해안 쪽의 작은 바위를 감싼 형국. 공원을 지나면 도로는 개미허리처럼 잘록 들어간 개미목을 경유해 섬 동단의 망대봉 산악을 끼고 북쪽 해안을 달린다. 걸 볼 수 있다. 욕지도 흑염소는 섬 지역 특성상 순종의 혈통을 유지하고 있다. 염소중탕이 유명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다. 눈에 띄는 것은 자리돔과 물메기. 욕지밤고매(고구마) 한 상자(5kg 1만원)를 샀다. 지구상 가장 비싼 욕지고구마는 밤처럼 빡빡하고 단맛이 돈다. 논 없는 욕지도의 비탈 밭은 몽땅 고구마 밭. 뱃길 끊겨 곡식 이 떨어지거나 춘궁기에 곳간이 바닥날 때 섬사람의 허기를 채워주던 고마운 고구마는 시집갈 때까지 쌀 서 말을 먹지 못했다는 욕지 처녀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통영여객선터미널과 삼덕항에서 연화도와 욕지도를 오가는 배가 있다. 시내에선 미륵도 관광특구 표지판 을 따르면 통영대교를 지나고 대교를 지나 오른쪽으로 5분 정도 달리면 삼덕항이다. 욕지해운의 욕지호가 삼덕항에서 오전 9시, 낮 12시30분 출항하며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선 오전 6시50분, 오전 11시, 오후 3시30 분 배가 있다. 여객운임은 출발지에 따라 7천~9천원. 승용차 2만1천~2만2천원. 욕지도에 도착하면 섬 일주버스가 대기 하고 있어 굳이 승용차를 가져가지 않아도 섬일주관광이 가능하다. |
출처: 배낭여행(김학철) 원문보기 글쓴이: 배낭여행
첫댓글 조병무님 욕지도 가실때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