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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 및 척수 종양
뇌 및 척수에 생기는 종양을 뇌종양 또는 척수 종양이라고 부릅니다. 뇌/척수 종양은 소아에서 가장 흔하게 생기는 고형 (덩어리로 발생하는) 종양입니다. 대부분의 뇌/척수 종양은 수술적 치료를 필요로 합니다. 방사선 치료는 대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일부의 암종에서는 항암 약물치료를 병행하여야 합니다. 뇌 또는 척수에 발생하는 종양 들은 신경 기능 손상을 초래하므로, 진단 당시, 치료 도중, 그리고 치료 이후에도 많은 신경학적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고 따라서 환자를 위한 다각도의 접근이 중요합니다. 치료에 있어서, 수술, 방사선요법, 항암화학요법 (항암제치료)가 필요하고, 재활치료, 완화의료, 정신과, 심리학과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동해야 하는 어려운 병입니다. 따라서 이를 치료하기 위한 전문가들의 협조 아래 많은 노력이 요구됩니다.
병태생리
뇌/척수 종양
뇌/척수 종양은 다른 종양과 마찬가지로 양성 종양과 악성 종양으로 나뉘어 집니다. 양성 종양은 종양이 자라고 주위 뇌/척수 부위에 압력을 가하지만 다른 곳으로 전이되지는 않으나, 악성 종양은 매우 빨리 자라고, 다른 부위로 빨리 전이되는 성질을 갖습니다. 문제는 양성종양이라 할지라도, 뇌/척수 종양은 치료하는 과정에서 신경학적 후유증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양성종양조차도 치료가 쉽지 않은 경우를 흔히 접하게 됩니다. 뇌/척수 종양은 세계보건기구 (WHO)에서 마련한 등급(grade)로 종양의 악성도를 논하게 되며, 1,2 등급은 저등급으로 양성에 속하고, 3,4등급은 고등급으로 악성에 속합니다. 등급이 높아질수록 악성도가 심하고 일반적으로 예후가 좋지 않지만, 일부 4등급 종양은 치료에 잘 반응하여 생존률이 높은 경우도 있습니다.
대뇌 : 뇌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곳으로, 사고, 학습, 문제해결, 감정, 언어, 읽기, 쓰기, 자율적 운동 등을 조절합니다.
소뇌 : 뇌의 아래쪽에 자리잡고 있으며, 운동, 균형, 자세를 담당합니다. 따라서 소뇌 병변이 발생하거나 치료 중 소뇌 절제를 하는 경우 균형이나 자세 잡기가 곤란해 집니다.
뇌간 : 뇌와 척수를 연결하는 부위에 있는 뇌부위로 호흡, 심장박동 등을 조절하는 생명 유지의 중추 부위입니다. 또한 뇌간에서 나오는 뇌신경들은 얼굴과 목 부위의 움직임, 감각 등을 담당하며 보기, 듣기, 말하기, 먹기 등 눈, 귀, 입의 영역을 조절합니다. 따라서 뇌간의 이상이 발생하면, 얼굴 부위의 운동, 감각 이상이 나타나고 심하면 호흡, 심장박동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호발 부위
1 : 대뇌반구 - 성상세포종, 아교모세포종(glioblastoma)
2 : 터키안 상부 - 머리인두종, 배아세포종, 시신경교종, 시상하부 종양
3 : 송과체 부위 - 배아세포종, 기형종, 배암, 내배엽동 종양, 융모막암
4 : 시상부위, 기저핵 종양
5 : 소뇌 충부 – 수모세포종
6 : 소뇌 반구 – 성상세포종
7 : 뇌실 – 뇌실막세포종
8 : 뇌간 종양
증상과 징후
종양이 발생한 뇌/척수의 위치, 종양의 크기, 종양이 자라는 속도, 환아의 연령과 발달 정도 등의 요소에 따라서 다양한 증상과 징후가 나타납니다. 뇌종양의 증상과 징후로는 위에 설명한 대뇌, 소뇌, 뇌간의 역할을 하지 못하거나, 뇌압 상승에 의한 증상 (두통, 구역, 구토, 안구를 아래로 향한 모습), 경련/경기, 머리 크기의 과도한 증가 (특히 영아인 경우) 등이 나타납니다. 척수 종양인 경우, 척추/등의 통증, 다리 마비/약화, 운동 장애, 걷기 곤란, 대/소변 등 배뇨/배변 곤란이 나타납니다. 모든 증상과 징후는 나타나기 전에 조치하는 것이 최선이나, 증상/징후가 나타나기 전에 종양이 있다는 것을 알기 (즉 조기 진단)는 매우 어려우며, 일부 증상/징후는 치료 시 회복되지만, 많은 경우 후유증을 남기게 됩니다.
진단
자기공명영상촬영 (MRI)
종양 병변의 위치, 크기, 치료 방침, 합병증 여부 등을 알 수 있는 중요한 검사입니다. 가돌리눔 (gadolinium) 이라는 조영제를 혈관으로 주입하여, 병변을 더 뚜렷이 관찰할 수 있습니다. 뇌와 척수를 촬영하게 됩니다. 뇌 종양은 전이를 보통 척수액을 타고 떠다니는 종양 세포가 척수나 뇌 표면에 안착하여 씨앗을 뿌려 싹을 틔우는 형태로 나타나며 이를 파종형 (seeding, 播種) 전이라고 부릅니다. 따라서 뇌종양인 경우 척수MRI도 함께 촬영하여 전이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며, 이러한 척수전이 여부는 예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전산화단층촬영 (CT)
MRI에 비하여 시간이 짧아 간단히 촬영할 수 있으므로, 응급 상황에서 출혈 등 큰 이상 상황을 판단하거나, 뇌수종이 진행하여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한지 판단하는 경우, 의식이 저하된 원인을 빨리 찾아야 하는 경우 CT를 흔히 촬영하게 됩니다. CT와 MRI는 서로 장단점이 있으므로, 증상/징후, 환자의 상황에 맞게 선택하여 촬영합니다. 특히 의식이 저하된 경우 MRI는 최소 30분~1시간이 소요되므로, 부득이하게 CT를 우선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종양표지자 검사 (tumor marker)
일부 종양은 특정 물질을 분비하여, 혈액과 척수액에서 측정할 수 있으며, 진단 및 치료, 예후 예측 등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치료가 잘 되는 경우 종양 표지자는 감소하여 정상이 됩니다. 재발하는 경우 종양표지자의 수치가 다시 상승하므로, 경과 관찰에도 중요합니다.
척수액 검사 (spinal tap)
뇌 및 척수는 두개골과 척추뼈로 보호되고 있으며, 뼈안의 공간에는 물이 채워져 있어 (척수액), 충격으로부터 뇌와 척수를 보호합니다. 종양이 발생하면 척수액에 종양세포가 녹아 떠다니게 되며, 이 세포들은 뇌 및 척수 표면에 안착하여 싹을 틔우게 됩니다. 척수액을 검사함으로써 암세포를 검출할 수 있는데, 검사의 정확도는 1회에 50% 정도로 알려져 있으므로, 좀 더 정확한 판정을 위해서는 3회 정도의 검사가 필요합니다. 때에 따라 척수액에서 종양표지자를 검사 하기도 합니다.
뇌/척수 외부의 전신 전이
매우 드물지만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간, 뼈 등에 전이가 되며, 간에 대한 전산화단층촬영 (CT)또는 초음파 (US), 뼈에 대해 전신뼈검사 (whole body bone scan)을 진행하게 됩니다.
뇌/척수 종양 조직검사
대개의 경우 조직검사 없이 바로 수술로 종양을 절제하고, 절제된 조직을 병리학과에서 검사하는 방식으로 조직 확인이 이루어 집니다. 하지만 일부의 경우 수술이 합병증을 초래하므로, 부득이하게 조직검사만을 진행하거나, 조직검사마저도 불가능한 경우가 있습니다. 조직검사만을 진행하는 경우는 정위조직검사 (위치를 3D로 확인하여 탐침을 이용 조직 검사), 내시경적 조직검사, 절개 조직검사 (직접 두개골을 열어 조직을 채취) 등 여러 방법이 있습니다. 병리학전문의는 조직 슬라이드를 확인하여 진단하며, 뇌/척수종양의 진단에는 다양한 특수염색이 필요하므로, 진단이 어렵고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에 따라서, 종양 조직 검사가 어렵기 때문에 많은 조직을 확보할 수 없어, 진단이 잘 되지 않거나 재조직검사가 필요하거나, 예비 진단과 달리 최종 진단이 변경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수술
뇌/척수 종양의 치료에 가장 중요한 방법입니다. 여타의 종양에서 종양 및 정상 조직을 광범위하게 절제함으로써 생존률을 향상시키고자 하지만, 뇌/척수 종양인 경우 신경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합병증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정상조직과 함께 광범위 절제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수술적 조치만으로 완치되는 양성종양이 있는 반면, 수모세포종(medulloblastoma), 원시성신경외배엽종양 (PNET), 비정형기형성횡문근양종양 (ATRT)와 같이 수술, 방사선, 항암약물치료가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 종양이나, 배아세포종(germ cell tumor)처럼 약물 및 방사선 치료 등으로 완치되어 수술적 조치를 가급적 생략하는 종양이 있습니다.
방사선치료
고에너지의 엑스선이나 다른 형태의 방사선을 사용하여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형태의 치료를 통칭합니다. 방사선의 종류에 따라 광선(photon)치료 및 입자(particle)치료로 나뉘어 집니다. 흔히 말하는 방사선을 엑스선을 이용하여 전달하는 경우 광선치료로 지칭하고, 방사선을 양성자, 중성자를 이용하여 전달하면 양성자, 중성자 치료로 부릅니다. 광선은 통과하는 경로에 비슷한 정도로 에너지를 전달하며, 입자는 통과하는 끝부분에서만 주로 에너지를 전달합니다 (Bragg Peak).
광선치료는 조사하는 방식에 따라 다음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고식적 방사선치료 (conventional radiotherapy)
방사선을 전후/좌우로 조사하여 치료합니다.
3D CRT (3D conformal RT, 3D 입체 조형 RT)
방사선을 360도로 회전시키며, 그 중앙부위에 집중시켜, 중앙부위 용량을 높이고, 주변부위 정상조직을 보호하는 방식입니다.
IMRT (intensity modulated radiation therapy)
3D RT의 발전 형태로 다양한 각도에서 다양한 강도의 방사선을 조사하여 정상 조직을 보호합니다. Image guided RT (IGRT)는 CR, MRI, PET등을 치료 중에 수행하여 보다 정확하게 종양 조직을 표적으로 하고 주위 조직을 보존하는 치료 입니다. 토모테라피는 영상에 의해 조절되는 Image-guided IMRT의 한가지 방식입니다.
방사선수술 (Sterotactic radiosurgery)
국소 부위에 강한 방사선을 조사하여 국소 부위 종양을 파괴하는 방식입니다.
항암약물치료
항암약물치료는 경구 복용 또는 정주 (정맥 주입) 방식으로 항암약물을 투여하여, 분열하는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치료를 말합니다. 수술이나 방사선치료는 국소부위 종양을 절제하거나 파괴하는데 비하여, 항암약물치료는 전신에 퍼져 작용하므로, 이론적으로는 전이되었을지도 모르는 미세전이/미세잔존세포를 사멸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뇌/척수종양 치료에 있어 중요한 점은, 뇌/척수를 선천적으로 유독 물질 침입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뇌/혈관 장벽 (blood brain barrier, BBB)가 있다는 점입니다. 이 BBB는 항암약물의 뇌/척수 종양으로의 진입을 막는 장벽으로 작용하므로, 다른 종양에 비해 항암약물치료의 효과가 제한적입니다. 하지만 소아의 뇌/척수 종양은 생존률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입증되어 항암약물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여럿 있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수모세포종 (medulloblastoma)입니다.
고용량항암약물치료 및 조혈모세포 이식
자가조혈모세포 이식술은 고용량 항암화학요법을 하기 위한 방법 입니다. 통상적인 용량으로 암을 치료하기 어려운 경우 상용량의 5~10배에 달하는 고용량의 항암제를 일시에 투여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항암제에 의하여 조혈모세포 (골수에서 혈액을 만들어내는 조상 세포)가 항암제에 의해 모두 파괴되므로, 이를 보충해주는 방법을 써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자가조혈모세포 이식입니다. 자가조혈모세포 이식을 위해서는 자가조혈모세포 채집 (또는 수득)을 해야 하는데, 세브란스병원 성분헌혈실에서 누워 4시간 정도 채집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은 마치 헌혈과 같아서 크게 위험하거나 힘들지 않지만, 연령이 어리거나 상태가 불안한 경우, 합병증이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서 시행하게 됩니다.
자가조혈모세포 채집의 시기는 백혈구의 생성을 자극하는 생성촉진제 (G-CSF)를 투여하여 백혈구 수치가 상승하는 때를 적기로 판단하지만, 사람에 따라서 그 반응이 다르므로 쉽게 채집되기도 하고 수회에 걸쳐 반복 채집하여도 잘 채집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