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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선교사로 계시는 목사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항상 이때 쯤이면 겨울 수련회를 하기에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도 하여
전화통화를 하면서 서로의 안부와 반가움을 나누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속내는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지난 번에 한국을 방문 했을 때의 약속 때문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때의 일입니다. 온 가족이 고국땅을 방문하여 저녁에 같이 식사를 하고 집에서 다과를 나누었습니다.
저희 집에 초대하기 며칠 전에 혹시 필요하신 것이 있느냐고 여쭈었더니
그곳에서 목사님 자녀들을 가르칠 우리나라의 학습지가 필요하다고 하였습니다.
아이들 학습 때문에 고민인데 구할 수가 없다고 한국에서 사갔으면 하는 바램이셨습니다.
마침 아시는 분 중에 학습지를 취급하는 분이 있어 전화를 했더니 흔쾌히 주겠다고 하였습니다.
덕분에 두 분에게 큰 선물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뿌듯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진정 감사한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그분은 선교사님으로 가기 전부터 인형극에 대해서 관심이 많으셨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귀국했을 때 인형극 세트를 사서 남아공으로 가고 싶어 하셨나 봅니다.
그런데 인형극 세트가 너무 비싸서 사지를 못하시고 계속 어루만지다 그냥 오셨다고 합니다.
"오 주여!"
인형극을 하는 아내 덕분에 마침 집에 새로 후원받은 인형극 세트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새 인형극 세트를 후원받은 얼마 후에 바로 강남의 어느 기관에서 또다른 세트를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집에 있는 인형극세트는 사용하지 않고 깨끗하게 보관중이었습니다.
그 인형극 세트를 가져가시라고 드렸더니 두 분이 사실려고 욕심내셨던 것과 똑같은 것이라고 놀라셨습니다.
자동으로 된 제법 큰 인형극 세트로 무게가 나갔지만 목사님은 비행기안에서도 꼭 안고 타시겠다고 하셨습니다.
너무 좋아하시는 모습이 꼭 어린아이 같았습니다. 그리고 내가 며칠전에 선물 받았던 문구 세트를 드렸더니
동대문시장에서 살려고 했다가 돈이 부족해서 못 샀던 그 문구세트라면서 사모님은 눈물을 글썽거리셨습니다.
얼마나 놀라운지요! 남들은 우연이랄지도 저희들에게는 우연이 아니였습니다.
인형극 세트를 선물로 받은 것도, 제가 저희 집에는 필요없는 문구세트를 받은 것도.
같이 기도를 하면서 그저 감사를 드릴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필요한 인형들을 만들어서 보내드리겠다고 약속을 하였습니다.
그 약속이 생각나서 다시 전화를 드렸더니 그 때 드린 인형을 지금도 사용하고 있고
나중에 대본을 바꾸면 다시 부탁을 하겠다고 하셨습니다.
며칠 전 다른 선교사님과 통화를 했는데 친정이 없어져 버린 선교사님들이 생겨난다고 합니다.
해외 선교사로 파송을 받고 활동 중이신 분들 중에서 파송한 교회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자
후원을 중단한다고 합니다. 그분들을 두고 친정이 없어져 버린 선교사님들이라고 지칭을 하였습니다.
또한 받고 있는 선교비도 환율 때문에 어려움이 많고, 고국의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내년에는 후원을 중단하거나 후원금을 줄이겠다는 연락도 받는다고 합니다.
우리의 현재 환경과 사정이 어쩔 수 없지만 그분들을 위해서 한 번쯤은 기도를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 대신에 그곳에 계신 그분들에게 우리들은 잠깐 하는 기도이지만
그분들에게는 가장 큰 힘이 될수도 있는, 그런 기도를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