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0 1 5 새 해 가 밝 았 습 니 다...
순한 양( 羊 )처럼 올해 만사가 순 ( 順 ) 하게 잘 풀려 나가기를 빌면서 ,
어른 들을 위해 만든 동화 (童話) [ 풀 어 줘...나 돌 아 갈 래 ! ]
한 편을 삼가 올립니다. 2015.1.4 박 종우 < 겨레 뉴스 기자 >
------------------------------------------------------
“어이 교수! ‘해방 독립 선언문’ 준비해 왔지?”
대학 교수님 댁에서 자란 바비가 선언문을 꺼냅니다.
“수고했어...너 별명이 ‘교수’ 아니야...너 말고 누가 이런 중요한 일을 해 내겠어...
보람있는 일이라고 생각해...그럼 한번 읽어 봐”
“레오 ! 우리 꼭 이래야 하는 거니?”
“나 레오는 말야 이래 뵈도 셰틀랜드 쉽독 출신이야. 셸티 라고도 해.”
“셰틀랜드가 어딘데 ?”
“영국에 있는 섬이야...우리 조상들은 목장에서 양을 지키는 일을 해 왔어.
“아 콜리 같은 목양견 (牧羊犬) 이었구나.”
“맞아 그래서 이런 무료하고 답답한 생활은 참을 수 없어.”
“그렇구나. 넌 아파트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는 살 수가 없겠구나.”
“그래 갑갑하고 지루하고 답답해서 오는 불안과 스트레스로 짖는 일이 더 많아”
“너 그러다 내쫓기면 어쩔러구 그래 ”
“갑갑한 놈이 송사(訟事)한다고 그래서 이번 거사의 선봉에 선거야 ”
“힘들어 혼났어...몸살 앓아 몸져누울 뻔 했어...게다가 주민 등록 한다고..”
“주민 등록?”
“주사기로 내 등에 작은 마이크로 칩 이란 걸 집어넣는데 겁나 혼났어...왜 이래야 돼?”
몸이 좀 안 좋아 보이는 똘이가 힘없는 목소리로 끼어듭니다.
“난 당뇨 때문에 하루에 두 번 인슐린 주사를 맞고 있어.
내 친구 구름이는 얼마 전 동물병원에서 백내장 판정을 받았다나 봐...”
“우리 몸에 칩을 넣고, 당뇨에다, 백내장...
이게 다 우리의 야성을 빼앗기고 사는 대가야.
그러니 내가 진작 말했잖아...훌훌 다 털고 돌아 가자고...저 넓고 푸른 초원으로...”
애견 카페에 오늘 아줌마들이 모였습니다.
“미국 갔다가 할리우드에서 입소문난 편안한 애완견 목줄 사다 줬더니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
“와우! 레오는 엄마 잘 만나 호강 하구나”
레오가 못마땅한 표정입니다.
“호강은 무슨 호강...옛날 목줄이나 새 목줄이나 그게 그건데 뭐...
제발 이 목줄 좀 풀어줘... 나 돌아 갈래”
“은정이 너, 사람이 죽으면 반려동물이 마중 나온다 라는 이야기 혹시 들어 봤니?"
“웬 마중?”
“아이구 망측해라...죽는다니?”
“그러니까 아이한테 늘 잘 해 주라는 거야”
아줌마들은 강아지를 ‘아이’라고 합니다.
“난 말야 우리 해피하고 같은 패션의 옷을 해 입었단다.
빨강 색과 초록색 물방울 무늬가 어울려 얼마나 멋진데...”
“아 ‘패밀리 룩’ 이란 거야?”
“그래 맞아...해피가 얼마나 신나하는지 하루 종일 재주와 애교를...”
“야 모르는 소리 마라. 강아지들은 적록 색맹 이야”
“그게 뭔데?”
“그러니까 레드와 그린은 강아지한테는 그냥 검게만 보여서
엄마랑 같은 옷을 입었는지 그런 걸 몰라...다 사람 좋아라 하는 짓이지
강아지한테는 아무 소용이 없단 말이야...이 벅수야!”
“어이 바비 뭐하냐...선언문 낭독 안 해 ? ”
이제 바비가 선언문을 읽습니다.
“(1)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로 이름이 바뀌면서 사람들과 동격화 되어
우리들의 입지가 격상 되었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달라진 게 없습니다.
어떤 친구는 목청을 잘리어 아예 짖지도 못하는가 하면 중성화수술을 받은 친구도 있습니다.
치약도 싫습니다. 화학 합성 물질이 잔뜩 들어있는 치약을
우리는 사람처럼 뱉지 못하고 삼켜서 먹어야 하니 이 또한 고통입니다.
(2) 사람들은, 방 안이 개판이다 라든가 술 마시고 개판을 쳤다 라고들 하며,
무질서하고 난잡한 상태를 일컬어 흔히 “‘개’판”이라 하는데, 왜 하필 “개” 입니까?
오히려 “‘사람’판”이란 말이 더 어울릴 텐데요. 그 뿐 아닙니다.
국어사전을 자세히 살펴보면 개수작 개죽음등 개를 비하하는 단어나 속담이
무려 50 여 가지나 되는데 이런데도 사람과 우리가 “반려”라고 할 수 있을까요?”
(3) 반려 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천만 명을 웃돌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버림받아 내쳐지는 동물들이 연간 십만 마리를 넘는다고 합니다.
십만여 마리중 개가 절반 이상입니다. 이래도 “반려”라고 믿고 함께 할 수 있을까요?...”
초롱초롱한 눈으로 가만히 듣고 있던 반달이가 머쓱한 표정으로,
선언문을 계속 읽어 나가고 있는 바비를 막습니다.
“야 난 말이야, 아무래도 못하겠어...이번 거사에서 빠질까 봐...
난 안 돌아갈래. 이렇게 사는 게 좋아...그냥 이대로 살래... 난 이게 편해...
먹여 주고 재워 주고 입혀 주고 뽀뽀해 주고...”
“어이 반달! 너 완전히 맛이 갔구나...
조금 편한데 길들여져 가지고 본성도 내팽개치고 자기가 누군지도 모른 채
그렇게 살아 갈래? 내추럴 발란스 1등급 먹이에다...영양제에다...넌 완전 물들었어...
목줄이 좋아? 목줄이 지겹지도 않아?”
똘이가 레오를 거듭니다.
“면(綿) 소재에 방수 코팅이 된 레인 코트에다 맛있는 상큼 사과 쿠키 ...
그리고 천연 치약...그렇게 지성으로 아끼고 사랑해주다 언제 봤냐는 듯
내동댕이쳐 버릴 때는 어쩌려고 그래”
해피도 나섭니다.
“내 친구중 하나는 여주인한테서 첫 애기가 태어나자 바로 쫓겨나 버려졌대.
난 사실 유기견 이었어. 스트레스로 이유도 없이 짖다가...
너무 많이 짖어댄다고 또 어떨 땐 지나치게 활발하다고...
이런 저런 핑계로 버려지곤 하지. 사람들은 자기 기분에 들떠서 충동적으로
우리를 들여 놓고는 좀 힘드니까 버리고...반려라 하지만 믿을 게 못돼”
이번에는 바비가 반달이를 다그칩니다.
“아프리카 어린이들이 굶어 죽어 간다는 데도 아랑곳 않고 우리한테는
고급 명품의 고가의 의식주를 제공하면서 과소비의 자기만족에 빠져 사는
사람들을 어떻게 믿고 사느냐고...”
“할아버지! 너무 불쌍해요. 강아지들이요. 이제 어떻게 해야죠?”
“이제 내가 쟤들을 도와줄 차례구나. 주인들로 하여금 꿈을 꾸게 할 거야”
“꿈...이요?”
어느 날 밤, 주인들은 무서운 꿈에 가위눌려서 몸서리쳤습니다.
주인들은 조그마한 강아지가 되고 강아지들은 큰 몸체로 주인이 되어 있었습니다.
생시에 주인들이 강아지를 끌고 다녔으나
꿈속에서는 강아지들이 주인들을 끌고 다녔습니다.
이제 꿈이 바뀌면서 주인들 보다 몇 백배나 큰 괴물들이 나타나
자기들을 끌고 다니는 악몽에 시달렸습니다. 이런 일이 있은 다음 날부터 어른들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반려동물들을 풀어주자는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풀돌원” ( ‘풀’어 줘 ! 나 ‘돌’아 갈래 공‘원’ )은 축구장 만 했습니다.
공원 안은 8 등분 하여 각 구역 마다 자연 친화적으로 특색 있게 꾸며졌습니다.
동물들을 위한 편의 시설을 최대한 갖추고 있었습니다.
각 구역에는 큰 원형 형태로 자리 잡은, 쉬기 편한 벤치가 마련되어 있어
옛 주인들이 옛 반려동물 들을 찾아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반려 동물들을 풀어 주고 놓아 주어 자연으로 돌아가게 해 준 주인들은,
그 옛날 같이 함께 하며 보낸 시간 중에 반려 동물들이 얼마나 답답하고
불안했을까를 생각하며 자원봉사로 교대로 공원 관리 일을 맡아,
자연의 품으로 돌아간 동물들이 쾌적하고 안락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사람과 동물과 자연이 비로소 모두 함께 행복하게 되었습니다.
국어사전에서 개에 관한 항목이 많이 고쳐졌습니다. 개를 비하 ( 卑下 )하는
표현들이 많이 수정되었습니다.
동물원에 수용하고자 하는 목적의 동물 수입 수출을 금지하는
국제 협약이 체결되었습니다.
동물원에 갇혀 있던 모든 동물들은 자기 고향으로 되돌아갔습니다.
이제 어떤 동물들도 자기 고향을 떠나 환경이 다른 이역만리 타향에서
고통 받고 신음하는 불행을 당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동물원도 사라졌습니다.
아이는 할아버지를 찾아 다녔으나 공원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
..... “풀 어 줘...나 돌 아 갈 래 !”
...가만히 귀 기우려 보면 저만치 북녘 동포 ( 同胞 ) 들의
속삭임 인지도 모릅니다.
----------------------------------------------------
위 < 동화 童話 > 지은이 = 박 종우 < 겨레 뉴스 > 기자 [ 2015. 1. 4 ]
무단 복사(複寫) 나 전재(轉載) 를 삼가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015 ( C ) 박 종 우 dreamagehope@naver.com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