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축구 C조 대해부
누가 16강에 오르든 이상하지 않다. C조는 4개국 실력이 가장 대등한 조다. 역대 월드컵 최고 성적만 놓고 봐도 16강이 전부인 그저 그런 모임이다. 그래서 죽음의 조라 부르기엔 아쉽고 약체가 모인 조라 부르자니 모두 무시 못할 전력을 갖췄다.
콜롬비아
괴물 공격수 팔카오 중심 단번에 골 노리는 다이렉트 축구
1994 미국 월드컵을 마지막으로 침체기를 맞이한 콜롬비아는 새로운 황금기를 맞이했다. 라다멜 팔카오, 하메스 로드리게스, 잭슨 마르티네즈 등 동시간 기량이 만개한 선수로 하여금 일찍이 남미 예선 2위(9승 3무 4패·27득점 13실점)로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전력만 놓고 보면 8강은 거뜬하다. 과연 어떻게 부활한 걸까?
![콜롬비아 축구를 짊어진 팔카오.](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image.chosun.com%2Fsitedata%2Fimage%2F201401%2F16%2F2014011603115_0.jpg)
- 콜롬비아 축구를 짊어진 팔카오.
아르헨티나 출신 호세 페케르만 감독의 공이 크다. 이미 어린 선수를 잘 기용하는 감독이라 정평이 난 인물로 과거 후안 로만 리켈메와 파블로 아이마르 등을 키워냈다. 오늘날 콜롬비아가 월드컵 우승후보를 위협할 다크호스로 떠오른데도 이런 과감한 선수 기용이 빛을 발했다.
비난하는 목소리도 일었다. 일각에서는 단번에 골을 노리는 다이렉트 축구를 비난했다. 기존 짧은 패스 축구를 하던 콜롬비아가 평소 볼 점유와 압박을 강조한 페케르만 감독의 부임으로 더욱 성장하리라 기대한 것과 달라서였다. 게다가 다이렉트 축구는 수비 중심이 낮은 팀을 상대로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드러냈다. 자주 공격과 미드필더 간격이 벌어져 공격전개가 더디거나 쉽게 공격권을 내주는 문제를 낳았다.
콜롬비아는 페케르만 감독 부임 이후 예선서 23골을 터뜨렸다. 이 중 15골이 비교적 수비가 흐트러진 후반전서 나왔고 최전방 공격수 팔카오는 지금껏 단 한 골도 머리로 넣은 적 없다. 그만큼 상대 수비력에 따라 골 결정력 기복이 심했다. 혹여 상대가 역습만 노린다면 맥없이 무너질지 모른다.
남은 6개월간 세밀한 공격을 보완해야 한다. 팔카오는 후방서 찔러주는 긴 패스를 따낼 공중 장악력이 약하고 중원 연계는 프레디 구아린 없인 방도가 없다. ‘설상가상’ 구아린은 징계로 그리스전을 나설 수 없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여러 포메이션을 시험하며 중앙 플레이메이커를 점검한 것도 역부족이다.
남미 예선은 불행 중 다행이었다. 화려한 공격진이 빛을 봤다. 많은 득점 기회를 잡진 못해도 기회를 놓치지 않으며 아르헨티나(35골)와 칠레(29골)에 이어 득점 3위(27골)를 차지했다. 경기당 1.7골인 셈이다. ‘괴물 공격수’ 팔카오(9골)와 테오필로 구티에레즈(6골)를 앞세워 빠른 측면 돌파로 상대 골문을 위협했다.
그러나 사실 가장 주목해야 할 건 바로 수비다. 치열하기로 소문난 남미예선서 최소 실점(13실점)을 거뒀다. 더욱 놀라운 건 이렇다 할만한 핵심 수비수가 없다는 점이다. 측면 수비수는 공격능력이 뛰어난데 반해 수비력이 불안하고 중앙 수비수는 크리스티안 자파타를 빼면 30대 후반이다. 더구나 카드 수집이 잦으며 수비진을 보호하는 아벨 아길라르와 카를로스 산체스도 못미덥다.
수비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경기당 0.81골이라는 수치는 정말 놀랍다. 월드컵서 이 정도 경기력만 유지해도 16강 진출은 무난하다. 이후 결과는 로드리게스가 얼마나 활약하느냐가 관건이다. 주로 왼쪽 공격수로 출전해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어느 하나 모자란 부분 없이 열심이다. 91년생 아직 어린 나이지만, 팀 내 측면 플레이메이커를 맡아 새로운 황금기를 이끌 재목이다.
그리스포르투갈 출신 산토스 감독 영입한 뒤 포르투갈 축구 아바타로… 사마라스가 호날두역 맡아 골 노린다유럽 예선 G조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 골 득실이 밀려 2위(8승 1무 1패 12골 4실점)를 차지했고 뒤이은 루마니아와 벌인 플레이오프 경기에서는 합계 4-2로 앞서며 브라질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총 9승 2무 1패. 뚜렷한 강적은 없었지만, 서서히 세대교체를 시도하며 안정적인 경기운영을 펼쳤다. 여러 언론에서 “경험이 전부다. 그리스는 기적 같은 유로 2004 우승 이후 당시 멤버 그대로 추락했다.”라 하는 말은 그다지 와 닿는 표현이 아니다.
![2010남아공 월드컵 당시 포트 엘리자베스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한국과 맞붙은 그리스.](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image.chosun.com%2Fsitedata%2Fimage%2F201401%2F16%2F2014011603115_1.jpg)
- 2010남아공 월드컵 당시 포트 엘리자베스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한국과 맞붙은 그리스.
그리스는 새로운 감독 지휘 아래 변하고 있다. 10년간 팀을 이끈 오토 레하겔 감독을 내치고 포르투갈 출신 페르난도 산토스 감독을 선임했다. 올해 나이로 환갑. 오랫동안 포르투갈과 그리스 리그 팀을 이끈 명장이다.
그래서인지 그리스는 포르투갈과 많이 닮았다. 두 중앙 미드필더와 수비형 미드필더 한 명으로 이루어진 역삼각형 미드필더진과 활발한 윙 플레이, 전형적인 4-3-3 포메이션은 포르투갈 축구 주 특징이다. 게오르기오스 사마라스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역할을, 카추라니스가 미구엘 벨로소 역할을, 디미트리스 살핑기디스가 나니 역할을 한다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차이는 개인 기량뿐이다. 더 느리고 덜 기술적이며 경기를 좌지우지할만한 특출난 유명 선수도 없다. 그러나 공중볼 장악력만큼은 압도적이다. 콜롬비아와 일본이 공중볼 다툼에 서투르고 코트디부아르가 힘을 앞세운 거친 축구에 고전한다는 걸 보면 호재다. 선 굵은 축구는 딱히 내세울 것 없는 그리스가 16강 진출을 노려볼만한 유일한 힘이다. 그리스는 충분히 이변을 낳을 수 있다.
![그리스 경기분석](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image.chosun.com%2Fsitedata%2Fimage%2F201401%2F16%2F2014011603115_2.jpg)
- 그리스 경기분석
무엇보다 이기는 방법을 안다. 큰 점수 차를 거두진 못해도 한 골 차 승부로 상대를 괴롭힐 순 있다. 우선 수비가 강하다. 최전방 공격수를 제외한 모든 선수가 가담한 수비는 여전히 조직력이 뛰어나다. 상대가 느린 경기에 적응 못 하거나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승점확보는 오로지 그리스 몫이다.
또, 콘스탄티노스 미트로글루, 사마라스, 살핑기디스로 이루어진 공격진은 결코 만만히 볼 전력이 아니다. 특히 미트로글루는 같은 조를 대표하는 공격수 팔카오, 디디에 드록바 못지않다. 한순간 수비 뒷공간으로 침투하는 움직임이 일품이다. 189cm 86kg이라는 건장한 체격이 무색할 정도로 빠르고 기술이 뛰어나며 강력한 중거리 슈팅까지 갖췄다.
한마디로 다재다능하다. 미트로글루는 현재 소속팀 올림피아코스서 16경기(챔피언스리그 포함)에 출전해 16골 1도움을 기록하며 팀(18경기 17승 1무 57득점 6실점)을 ‘무패’ 리그 선두로 이끈 리그 최다 득점자(13골)이자 대표팀서는 유럽 예선 656분 출전 5골 1도움을 기록한 팀 내 최다득점자다.
코르디부아르드록바·투레·보니 등 개인 전술 탁월…문제는 수비진 이번 대회가 황금세대의 결정판코트디부아르를 아프리카 강호로 이끈 ‘황금 세대’가 어느덧 30대 중반으로 접어들었다. 황금 세대가 맞는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이다. 비록 지난 두 번의 월드컵 본선 무대(2006 독일 월드컵과 2010 남아공 월드컵)서 각각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 브라질과 포르투갈을 만나 체면을 구겼지만, 이제는 진가를 보여야 한다.
그동안 발목을 잡았던 죽음의 조도 피했다. C조는 전력상 차이가 거의 없어 투레 형제, 제르비뉴 같은 일부 주축 선수의 이탈만 없으면 나름 순탄한 행보가 예상된다. 하지만 다르게 보면 누구나 16강을 노릴 수 있는 혼돈의 조다. 따라서 골 득실로 16강 진출국이 갈릴 가능성이 매우 커 상황에 따른 감독의 대처 능력이 주목된다.
![2010년 6월 16일 남아공 포트 엘리자베스의 넬슨 만델라 베이스타디움에서 열린 포르투갈과 코트디부아르의 G조 첫 경기. 포르투갈의 호날두(휜색 유니폼)와 코트디부아르의 기 드멜이 경기 도중 말다툼을 하고 있다.](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image.chosun.com%2Fsitedata%2Fimage%2F201401%2F16%2F2014011603115_3.jpg)
- 2010년 6월 16일 남아공 포트 엘리자베스의 넬슨 만델라 베이스타디움에서 열린 포르투갈과 코트디부아르의 G조 첫 경기. 포르투갈의 호날두(휜색 유니폼)와 코트디부아르의 기 드멜이 경기 도중 말다툼을 하고 있다.
코트디부아르의 감독은 프랑스 출신 사브리 라무치 감독이다. 40대 초반 어린 감독으로 이번이 첫 감독직이다. 그렇다 보니 월드컵 예선서 종종 미숙한 경기운영을 보였다. 과연 월드컵이라는 큰 대회선 문제없이 선수단을 장악할 수 있을까?
다행히 시작은 좋다. 큰 탈 없이 세대교체를 진행해 신구 조화가 돋보인다. 기존 선수단은 여전히 뛰어나고 제르비뉴, 체이크 티오테 등 젊은 세대가 전력을 보강했다. 특히 공격진은 여느 우승 후보국 못잖다. 드록바, 윌프레드 보니, 라시나 트라오레, 살로몬 칼루 등 공격 재능이 넘친다. 아프리카 최종 예선만 따져도 경기당 2.4골(총 19골)을 터뜨리며 이집트와 공동 최다득점 2위를 차지했다.
주 포메이션은 4-3-3을 거쳐 최근 4-2-3-1 사용한다. 공격형 미드필더 야야 투레를 중심으로 두 명의 미드필더가 수비진을 보호하고 좌우 측면은 칼루와 제르비뉴 등 발 빠른 공격수가 자리해 공간 패스를 따라 침투한다. 또, 수비는 중앙선 부근서부터 4-5-1 포메이션으로 압박한다.
그러나 대부분 개인 능력이 빛을 발했다. 경기 운영면에서는 공격과 수비 모두 엉망이다. 우선, 수비는 미드필더 압박이 어수선하다. 누가 누구를 압박하고 상황에 따라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 모습이다. 선수가 많음에도 쉽게 공간을 허용하고 쉽게 공을 넘겨준다. 특히 측면 수비가 그렇다. 가뜩이나 크로스 수비가 약한 수비진에 치명타다. 이집트, 모로코, 탄자니아 등 여러 경기서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한편, 공격은 이렇다 할만한 전개 과정 없이 적극적으로 측면을 파고들어 골을 노린다. 주로 제르비뉴가 깊숙이 침투해 골라인을 타고 수비진을 흔들면 쇄도한 공격수가 패스를 받아 골을 넣는다. 아주 단조롭다.
결국, 이 모든 건 어정쩡한 미드필더 탓이다. 미드필더가 중심을 확실히 잡지 못하니 선수진이 공격과 수비 단둘로 나뉘어 빌드업은 빌드업대로 애를 먹고 수비는 수비대로 넓은 공간을 메우지 못한 채 역습을 허용한다.
라무치 감독이 4-3-3에서 4-2-3-1로 포메이션을 바꾸고 야야 투레를 전방에 배치한 이유도 불안한 중원 장악력을 조금이나마 개선하려는 의도였다. 조금 더 안정적인 공 소유를 통해 실점을 줄이고자 했다.
코트디부아르는 평소 짧은 패스를 통한 빌드업을 이어가려 했다. 하지만 빌드업은 전적으로 콜로 투레의 몫이고 더구나 중앙 수비수 술레이만 밤바의 잦은 실수가 더해져 경기 내내 안정감 있는 수비를 선보인 적 없다. 그나마 포메이션 변화 이후 미드필더 공간을 내주는 빈도가 줄어들었지만 짧은 패스가 아닌 긴 패스가 늘어난 점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분명 16강 진출은 이번이 적기다. 그러나 이미 드러난 문제만 해도 너무 많다. 반드시 남은 6개월간 조직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 콜로 투레의 어깨가 무겁다.
일본오카자키 등 기술력 같춘 미드필더진… 4년 동안 자케로니 지휘하 전술적 성장 16강 무난할 듯’아시아 최강’ 일본은 개최국 브라질 외 가장 먼저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했다. 6월 치른 최종 예선서 호주•요르단•오만•이라크와 한 조를 이뤄 5승 2무 1패로 조 1위를 차지했다. 지역 예선 포함 총 30득점 8실점이라는 압도적인 경기력이다.
일본은 지난 약 4년간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의 지휘 아래 전술적으로 성장했고 선수단 대부분이 해외 유명 리그에 진출하면서 더욱 강해졌다. 비록 지난 2013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는 실패를 맛봤지만 좋은 자극제였다. 이후 2013 동아시안컵 대회서 우승을 차지하고 최근 벌인 평가전서 네덜란드와 벨기에를 상대로 1승 1무를 거두며 ‘조 1위 후보’ 콜롬비아를 위협할 대항마로 떠올랐다.
![2006년 당시 일본 대표팀.](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image.chosun.com%2Fsitedata%2Fimage%2F201401%2F16%2F2014011603115_4.jpg)
- 2006년 당시 일본 대표팀.
주 포메이션은 4-2-3-1이다. 경기장을 넓게 사용하며 전방에서부터 서서히 압박해 공을 소유하고 짧은 패스로 경기를 풀어간다. 뛰어난 경기운영 능력이 특징이다. 전방에선 카가와 신지와 혼다 케이스케가 창의력을 불어넣고 후방에선 ‘베테랑’ 엔도 야스히토와 하세베 마코토가 경기를 조율한다.
하지만 중앙 수비수와 최전방 공격수는 여전한 고민거리다. 우선, 곤노 야스유키•요시다 마야•이노하 마사히코•모리시게 마사토로 구성된 수비진은 이전 대표팀을 이끈 다나카 툴리오와 나카자와 유지보다 무게감이 떨어진다. 라인유지, 대인방어, 공중볼 장악 등 부족한 경험과 개성의 한계를 드러냈다.
또, 최전방 공격수 부재도 아쉽다. 마이크 하베나르, 마에다 료이치, 이충성은 아시아 예선과 컨페더레이션스컵서 저조한 활약을 보이며 최근 대표팀 소집 명단서 제외됐다. 다행히 지난 동아시안컵을 시작으로 ‘90년생 공격수’ 사이토 마사부, 오사코 유야, 카키타니 요이치로가 새롭게 떠올랐지만, 아직 더 두고 봐야 한다.
공격진은 오카자키 신지를 빼면 마땅한 골잡이가 없다. 지난여름 독일 분데스리가 마인츠 05로 이적한 오카자키는 이번 시즌 엄청난 공격본능을 과시하고 있다. 소속팀 마인츠에서는 8골 1도움을 기록 중이고 아시아 예선서는 8골을 터뜨리며 소속팀과 아시아 예선 모두 최다득점자 자리에 올랐다.
일본이 과연 월드컵 무대서 어떤 경기력을 선보일지 기대된다. 오카자키와 기술이 뛰어난 미드필더진은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 이제 ‘기복 없는’ 경기력과 수비 보완만 이루어진다면 16강 이상의 성적도 노려볼만하다.
![월드컵 조편성표](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image.chosun.com%2Fsitedata%2Fimage%2F201401%2F16%2F2014011603115_5.jpg)
- 월드컵 조편성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