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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感想
韓國의 漢詩
作墨戱題其額 贈姜國鈞
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시를 한 수 적어
강국균에게 주다.
강희맹 姜希孟
1424(세종6) ~ 1483(성종14)
胡孫投江月 강 속의 달을 지팡이로 툭 치니(원숭이 한 마리 강물에 뛰어드니 )
波動影凌亂 물결 따라 달그림자 조각조각 일렁이네.
飜疑月破碎 어라, 달이 다 부서져 버렸나?
引臂聊戱玩 팔을 뻗어 달 조각을 만져보려 하였네.(팔을 뻗어 달 조각을 만져보려 하는구나.)
水月性本空 물에 비친 달은 본디 비어있는 달이라
笑爾起幻觀 우습다. 너는 지금 헛것을 보는 게야.
波定月應圓 물결 갈앉으면 달은 다시 둥글 거고
爾亦疑思斷 품었던 네 의심도 저절로 없어지리.
長嘯天宇寬 한 줄기 휘파람 소리에 하늘은 드넓은데
松偃老龍幹 소나무 늙은 등걸 비스듬히 누워 있네.
花園帶鋤 (화원대서) 꽃밭에 호미
강희맹 姜希孟
1424(세종6) ~ 1483(성종14)
荷鋤入花底 (하서입화저) 호미 메고 꽃 속에 들어가
理荒乘暮回 (이황승모회) 김을 매고 저물녁에 돌아오네.
淸泉可濯足 (청천가탁족) 맑은 물이 발 씻기에 참 좋으니
石眼林中開 (석안림중개) 샘이 숲속 돌 틈에서 솟아나오네
嘲鼠 쥐를 비웃다.
권구 (權구)
1672(현종13)∼1749(영조25)
爾本無家依我屋 너는 집도 없어 내 집에 사는데
旣依胡乃反穿爲 네가 사는 집에 구멍은 왜 뚫나.
固知爾亦無長慮 너 정말이지 생각이 짧구나.
我屋顚時爾失依 내 집 무너지면 너도 살 곳 없는데.
권구는
자는 방숙(方叔), 본관은 안동(安東)입니다.
위의 시는 그의 문집인 <병곡집(屛谷集)>에 실려 있습니다.
鬪者 싸우는 두 사람
권구
1672(현종13)∼1749(영조25)
怒臂相交千인側 성난 두 사람 천길 벼랑 위에서 싸우니
懸知飄碎在須臾 떨어지면 그 자리서 가루가 되는 거야.
可憐利害相形處 정말 불쌍쿠나. 이익 손해 따지는 것
只見絲毫不見軀 터럭같은 이익 앞에 제 몸을 아니 보네.
忍字 참아야지 참아야지
권구 (權구) 672(현종13)∼1749(영조25)
工夫須向一忍求 공부란 모름지기 참을 인 자를 찾아야 해
忍到熟時方自好 참는 것이 익숙하면 참으로 좋은 거야.
看他衆人煩惱處 저 많은 사람들은 번뇌 속을 헤매지만
自家胸中還浩浩 내 마음은 도리어 넓고 넓은 바다 같애
自詠 내 모습
권호문
1532(중종27)~ 1587(선조20)
모난 성격 홀로 고상함을 지켜
偏性獨高尙
텅 빈 골짜기에 집 짓고 살지.
卜居空谷中
숲속엔 벗 찾는 새소리 맑고
전林鳥求友
섬돌엔 나풀나풀 어여쁜 꽃잎들.
落체花辭叢
주렴 드니 들에는 지나가는 빗줄기 簾捲野經雨
옷깃 가득 안겨드는 시원한 냇바람. 襟開溪滿風
일없이 청아한 한 수 시를 읊으니 淸吟無一事
구절구절 참 이렇게 한가로울 수가. 句句是閑功
* 전(口+轉), 체(石+切)
苔磯釣魚 이끼 낀 물가에서 낚시 드리우고
김류
1571(선조4)~ 1648(인조26)
日日沿江釣 날마다 강가에서 고기 낚는데
呑釣盡小鮮 낚시 무는 놈은 모두 잔챙이.
誰知滄海水 누가 알까, 저 푸른 바닷물 속에
魚有大於船 배보다 더 큰 고기 있음을.
김류(金流+玉)는 자는 관옥(冠玉), 호는 북저(北渚),
본관은 순천(順天)이며, 시호는 문충(文忠)입니다.
인조반정의 주역입니다.
위의 시는
그의 문집 <북저집(北渚集), 한국문집총간79집 10p>에
나옵니다.
끝 구절은
/누가 알어? 저 푸른 바닷물 속에
배보다 더 큰 고기 혹시 있을지?/
이렇게 번역해도 될지? 아직 해결치 못했습니다.
有客 나그네
김시습 金時習
1435(세종17)~1493(성종24)
有客淸平寺 나그네 청평사에서
春山任意遊 봄 산 경치 즐기나니.
鳥啼孤塔靜 새 울음에 탑하나 고요하고
花落小溪流 지는 꽃잎 흐르는 개울물.
佳菜知時秀 때를 알아 나물은 자랐고
香菌過雨柔 비 지난 버섯은 더욱 향기로워.
行吟入仙洞 시 흥얼대며 신선골 들어서니
消我百年憂 씻은 듯이 사라지는 근심 걱정.
牙중 벌레먹은 어금니
김시습 金時習
1435(세종17)~1493(성종24)
이석소년일
伊昔少年日 옛적 젊은 시절에는
당미결체견
당眉決체肩 눈 부릅뜨고 돼지다리 뜯었는데
자종아치우
自從牙齒우 어금니 벌레 먹은 뒤로는
이택취감연
已擇脆甘嚥 무르고 단 것만 가려서 먹는다네.
세우팽중란
細芋烹重爛 작은 토란도 삶은 걸 또 삶고
아계자부전
兒鷄煮復煎 어린 닭도 익히고 또 익히네.
여사득자미
如斯得滋味 이렇게 해야 먹을 수가 있으니
생사가감련
生事可堪憐 사는 일이 참 불쌍타 하겠네.
중(蟲/3+中) 벌레 한 마리 '충'자 + 가운데 '중' 자
당(目+堂), 체(돼지), 우(齒+禹 충치)
菊 국화
잠곡(潛谷) 김육(金堉)
1580(선조13) ~ 1658(효종9)
繞舍循除皆種菊 집둘레와 섬돌 가에 온통 국화 심었더니
開窓隨處可看花 창문 열면 곳곳마다 국화꽃 만발 했네
번嫌堆岸黃金色 꽃 더미 언덕 이뤄 황금색이 넘쳐나니
却似貪錢富貴家 돈만 아는 부귀가라 남들이 욕하려나.
번(飜-飛+羽)
有感 슬픔
잠곡(潛谷) 김육(金堉)
1580(선조13) ~ 1658(효종9)
世事不堪說 세상 일 차마 말은 못하지만
心悲安可窮 슬픔이 어찌 끝이 있으랴
春風雙涕淚 봄바람에 두 줄기 눈물 흘리며
獨臥萬山中 홀로 깊은 산속에 누워 있다네.
觀史有感 옛 역사를 보면
잠곡(潛谷) 김육(金堉)
1580(선조13) ~ 1658(효종9)
古史不欲觀 옛 역사는 보고 싶지가 않아
觀之每병淚 볼 때마다 눈물이 흐르는 걸.
君子必困厄 군자들은 반드시 곤액을 당하고
小人多得志 소인들은 득세한 자들이 많으니.
垂成敗忽萌 성공할 즈음이면 문득 패망 싹트고
欲安危已至 안정 될 듯 하다 이미 위태함 따르네.
從來三代下 삼대시대 이후로는 오늘날까지
不見一日治 하루도 제대로 다스려진 적 없다오.
生民亦何罪 백성들이 무슨 잘못이 있으랴
冥漠蒼天意 저 푸른 하늘의 뜻 알 수가 없네.
旣往尙如此 지난 일도 오히려 이러하거늘
而況當時事 하물며 오늘날의 일이겠는가.
병(책받침+幷)
詠李上舍鶴四美亭
이상사(학)의 사미정을 읊다.
김인후(金麟厚)
1510(중종5) ~ 1560(명종15)
江雲一雨肥 강 구름이 비 한번 넉넉히 내려
南畝看春耕 남녘들 봄갈이가 볼 만하더니
日夜自生息 밤낮의 기운 받아 싹이 나와서
欣欣苗向榮 무럭무럭 곡식들 잘도 자랐네.
把鋤去랑유 호미로 들에 나가 김을 매주니
漸見秋實成 차츰 가을 이삭이 여물어갔지.
兒童驅雀鼠 아이들 새 쥐 지켜 거둬들이니
一廛輸易영 한 뙈기 농부 살림이 풍족하구나.
且詠실솔唱 이제 실솔 노래 읊조리면서
酌醴諧性情 숨돌려 한잔 술이나 즐겨볼거나.
랑유(禾+良, 艸+秀), 영(羸-羊+貝), 실솔(귀뚜라미)
* 실솔노래: 시경 당풍에 나오는 실솔.
가을걷이를 마치고 한창 바쁘던 농사철이 지나고 나서
추위가 닥칠 때쯤에 귀뚜라미가 대청에 올라감.
이때가 되면 농부들은 다소 한가로워짐.
蠶月麗景遲 누에 철 다가와 날 따스하니
습桑柔始敷 언덕 뽕나무 잎이 피었네.
攀條철其葉 가지 잡아당겨 그 잎 따다가
采采看朝포 아침저녁 풍성하게 먹이 주었지.
촉촉佇三眠 꿈틀꿈틀 석 잠을 기다렸더니
滿箔奇功輸 잠박 가득 고치들 기특도 해라.
新絲足自給 새 명주실은 쓰기 넉넉하고
不見充官租 나라에선 세금으로 빼앗지 않네.
萬室樂太平 집집마다 태평시대 함께 즐기어
鼓舞歌康衢 흥겨이 강구노래를 부르는구나.
습(濕-水+좌부방), 철(手+輟-車), 포(日+甫),
촉촉(蟻-義+蜀, ..)
* 습상: 시경 소아 습상에서 글자를 인용해서 쓴 것임.
시경의 주석에 의하면, 습하고 낮은 지역에서
뽕나무가 잘 자란다고 하였는데,
통상 우리나라 뽕밭은 언덕진 곳에 있으므로,
위와 같이 번역하였음.
* 강구노래: 강구는 사통팔달의 큰 길을 말함.
옛날에 요임금이 천하를 다스린지 50년이 지나서
미복차림으로 여론을 살피러 나갔더니,
길거리 아이들이
태평성대를 칭송하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고 함.
이후 이 낱말은 태평시대를 상징하는 뜻으로 사용됨.
向晩理煙艇 저물녘에 조각배 손질 좀 해서
滄波垂釣絲 푸른 물결에 낚시 줄 드리웠네.
寓興非爲魚 취미일 뿐, 고기 잡자는 건 아니지만
有得猶可怡 낚이면 그래도 마음 즐겁지.
呼童貫之柳 아이 불러 버들가지 꿰어 들리니
皓月山前窺 하얀 달이 산 앞으로 고개 내미네.
번思赤壁遊 예전 적벽놀이를 상상해 보니
宛爾同襟期 지금이 옛 정취 그대로구나.
更有暮雪時 다시 저녁 눈이 내릴 양이면
蓑笠君知誰 도롱 삿갓을 그대는 알아 볼런지.
번(番+羽)
* 적벽놀이: 송나라 소식이 적벽강에서 뱃놀이한
일을 말함.
적벽강에서 뱃놀이한 일을 주제로 하여
적벽부라는 유명한 작품을 남겼음.
* 도롱삿갓 : 유종원의 강설(눈내리는 겨울강)에서
배경 이미지를 따왔음.
靑山臨碧水 푸른 산이 푸른 물을 내려다 보니
煙霧生其間 연기 안개 그 사이서 피어오르네.
腰鎌者誰子 허리에 낫을 찬 자 저게 누군가
逕路工제攀 사잇길 익숙히 잘 오르는 걸.
長歌采薪蒸 노래 가락 뽑으며 나무를 하니
幽興飛孱顔 흥겨움은 날아 산마루 넘네.
日夕始歸來 날 저물어 비로소 집을 향하니
栖鳥相與還 새들도 둥지로 돌아가는군.
偶此入吾賞 우연히 나는 이 광경 보게 된 거라
寧知彼行艱 저들의 고생을 어찌 알리오.
제(足+齊)
록米嘆 쌀 건지는 노래
김종직(金宗直)
1431(세종13) ~ 1492(성종23)
[원문 주석] 조운선(漕運船)이 침몰하자, 즉시 흥덕현감(興德縣監), 부안현감(扶安縣監), 검모포 권관(黔毛浦權管)에게 명하여, 여덟 고을의 군사들을 독책해서 바다에 잠긴 쌀을 건지게 하여, 3천 7백여 석을 건져냈다. 닷새가 지난 뒤 건진 쌀은 썩어 냄새가 나서 먹을 수가 없었다.
록米滄海中 깊은 바다에서 쌀을 건지니
海暗風不息 바다 어둡고 바람도 거칠다.
人持鐵龍爪 사람들은 쇠 갈쿠리를 들고
崖岸종蝗集 바닷가에 메뚜기떼처럼 모였다.
東西望壞版 부서져 떠 있는 판자를 바라보니
其下有堆積 그 밑에 잔뜩 쌀이 쌓여 있구나.
潮頭卷連山 산 같은 바닷물이 들이닥치면
折趾仍却立 멈칫 뒤로 물러섰다가
乘退共예出 물이 나가면 그 사이 함께 끌어내는데
一斛動十力 한 가마 건지는 데 열 사람이 달려든다.
近岸或可冀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은 건질 수 있겠으나
大洋誰종跡 바다 안에 잠긴 건 누가 가서 건지랴.
厥數萬八千 침몰된 숫자가 모두 일만 팔천 석인데
五分재一獲 그중에 겨우 오분의 일만 건졌네.
淹旬不出水 열흘 동안이나 물에서 못 꺼낸 건
臭味俱穢惡 썩는 냄새가 진동하여
百步不可近 백 보 거리도 접근할 수 없으니
大豕亦將殼 돼지에게 주어도 먹지 않으리라.
抑配彼農民 그 쌀을 강제로 농민에게 분배하니
嗚呼非令式 아, 그것은 좋은 법령이 아니다.
不如姑置之 차라리 그곳에 그대로 두어서
留與원타食 물고기 밥이나 되게 함이 나을텐데.
록(水+鹿), 종(冬+蟲-1), 예(手+曳), 종(足+從), 재(겨우 재, 讒자에 말씀언을 빼고 실사를 더한 글자), 원타(원은 鼈자의 윗부분에 폐 자를 빼고 元자를 더한 글자)
< 한국문집총간 12집-379쪽a >
조선시대에는 남쪽지방에서 세금으로 거둔 곡식을 배에 실어 서해안을 거쳐 서울로 운반하였는데, 중간에 배가 파선하여 곡식이 바다에 잠기면, 그것을 건져서, 먹지 못할 정도로 젖어 부패한 쌀을 인근 고을 백성들에게 강제로 나누어주고 이듬해 가을 추수 때에 그 분량만큼을 새 곡식으로 거두어갔다.
山民 산속에 사는 사람
김창협 金昌協
1651(효종 2) ~ 1708년(숙종 34)
下馬問人居 말에서 내려 주인 계시오 하였더니,
婦女出門看 부녀가 문을 열고 내다본다.
坐客茅屋下 손님을 띠집 안에 모셔 앉히고
爲客具飯餐 음식상을 차려 내온다.
丈夫亦何在 남편은 어디 가셨습니까?
扶犁朝上山 따비를 메고 아침에 산에 갔는데
山田苦難耕 산밭이 참으로 갈기 어려워
日晩猶未還 저물었는데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四顧絶無隣 사방을 돌아봐도 이웃이 없고
鷄犬依層巒 닭과 개만 언덕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中林多猛虎 숲속엔 맹수들이 많아
采藿不盈盤 나물도 그릇 가득 캐지 못한단다.
哀此獨何好 딱하구나. 무엇이 좋아서
崎구山谷間 이 험한 산골에 살고 있을까.
樂哉彼平土 좋지요. 저 평지에 가서 산다면야.
欲往畏縣官 가고파도 탐관오리 무서워 못간다오.
깊은 산 속에 오두막이 하나 있었겠지요.
해도 저물고 해서 하룻밤 묵어갈 요량으로
나그네가 주인을 부릅니다.
아낙과 그집 어린 딸아이가 문을 열고 내다봅니다.
손님을 모셔 앉히고 음식상을 차려 내옵니다.
나그네가 묻습니다.
바깥어른은 어디 가셨습니까?
대답합니다.
따비를 메고 밭을 일구러 나갔는데
밭이 거칠어 일구기가 참 어렵답니다.
날이 저물었는데도 아직 안 오시는군요.
나그네는 사방을 한 번 둘러봅니다.
이웃 없는 외딴집에
기르는 닭과 개들만 집 근처 언덕에 돌아다닙니다.
숲속에 맹수들이 많아서
나물도 제대로 못 캔다고 합니다.
나그네가 물어봅니다.
이런 곳이 뭐가 좋아서 여기 들어와 삽니까?
대답합니다.
아, 논밭 많은 평야지대에 살면 좋은 줄이야
누가 모릅니까.
탐관오리들 때문에 못가는 것이지요.
백성들 피를 빨아먹는 잔학무도한 탐관오리들.
그놈들에게 시달리느니
차라리 여기 숨어사는 게 마음 편하답니다.
김창협은
자는 중화(仲和)이고,
호는 농암(農巖), 동음거사(洞陰居士),
한벽주인(寒碧主人) 등이며,
시호는 문간(文簡),
본관은 안동(安東)입니다.
위의 시는 그의 문집 <농암집>에 실려 있습니다.
鑿氷行 얼음 뜨는 자들을 위한 노래
김창협 金昌協
1651(효종 2) ~ 1708년(숙종 34)
季冬江漢氷始壯 늦겨울 한강에 얼음이 꽁꽁 어니
千人萬人出江上 사람들 우글우글 강가로 나왔네.
丁丁斧斤亂相착 꽝꽝 도끼로 얼음을 찍어 내니
隱隱下侵馮夷國 울리는 소리가 용궁까지 들리겠네.
착出層氷似雪山 찍어낸 얼음이 산처럼 쌓이니
積陰凜凜逼人寒 싸늘한 음기가 사람을 엄습하네.
朝朝背負入凌陰 낮이면 날마다 석빙고로 져 나르고
夜夜椎鑿集江心 밤이면 밤마다 얼음을 파 들어가네.
晝短夜長夜未休 해짧은 겨울에 밤늦도록 일을 하니
勞歌相應在中洲 노동요 노래 소리 모래톱에 이어지네.
短衣至간足無비 짧은 옷 맨발은 얼음위에 얼어붙고
江上嚴風欲墮指 매서운 강바람에 언 손가락 떨어지네.
高堂六月盛炎蒸 고대광실 오뉴월 무더위 푹푹 찌는 날에
美人素手傳淸氷 여인의 하얀 손이 맑은 얼음을 내어오네.
鸞刀擊碎四座편 난도로 그 얼음 깨 자리에 두루 돌리니
空裏白日流素霰 멀건 대낮에 하얀 안개가 피어나네.
滿堂歡樂不知暑 왁자지껄 이 양반들 더위를 모르고 사니
誰言鑿氷此勞苦 얼음 뜨는 그 고생을 그 누가 알아주리.
君不見 그대는 못 보았나?
道傍갈死民 길가에 더위 먹고 죽어 뒹구는 백성들이
多是江中鑿氷人 지난겨울 강위에서 얼음 뜨던 자들인 걸.
*간(骨+干), 비(尸+非), 갈(日+曷), 편(두인변+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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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는
겨울에 강에 언 얼음을 떼어다가
석빙고에 저장을 했습니다.
얼음을 떼어내는 일은
부역으로 차출된 사람들 몫이었지요.
조정에서 날을 잡아서
부역꾼들을 동원하여
몇날 며칠을 쉬지 않고 얼음을 떼어냈습니다.
허름한 반바지 차림으로
맨발로
얼음 위에서 얼음을 파냈습니다.
매서운 겨울바람에
손가락이 다 떨어질 듯이 아팠습니다.
그 얼음을 석빙고로 져 날라서
여름에 쓰기 위해 저장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정작 한여름이 되면
그 얼음을 잡수시는 양반들은
대개 조정의 높은 벼슬아치들인 것입니다.
섬섬옥수 이쁜 여인네들을 옆에 끼고 앉아
그 투명한 얼음을 입에 넣고
찌는 듯 하다 여름에도
더위를 모르고 살아갑니다.
길가에는
굶주리고 병들어서
더위 먹고 죽은 백성들의 시체가 있습니다.
죽은 그 백성은
지난겨울
맨발로 얼음 위에서 부역하던 사람이었습니다.
聞雁(문안) - 기러기 소리를 듣다.
창강 김택영(1850-1927)
明河初염別書堂
(명하초염별서당)
은하 처음 일렁일 적에 서당을 나섰는데
錦水邊山驛路長
(금수변산역로장)
금강 지나 변산 가는 길 아득히 멀고멀다.
鴻雁後飛過我去
(홍안후비과아거)
기러기 뒤에서 날아 앞질러 지나가니
秋風秋雨滿江鄕
(추풍추우만강향)
가을바람 가을비가 강 마을에 가득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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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안[聞雁]: 기러기 소리를 듣다.
*명하[明河]: 은하수
*초염[初 水+艶]: 처음 일렁이다. 은하수가 물결치기 시작하는 때. 은하수가 반짝반짝 마치 물결이 일렁이는 듯이 보이기 시작하는 때를 말함. 계절의 어느 시기이거나 한밤중의 어느 시간대를 가리키는 말인 듯한데, 구체적인 증거를 찾지 못했음.
*금수[錦水]: 금강(錦江)
*변산[邊山]: 변산반도 지역
*홍안[鴻雁]: 기러기
*후비[後飛]: 뒤에서 날아오다. 내 뒤쪽 하늘에서 날아오다. 또는 날아오는 것이, 기러기의 여행길이 나보다 뒤쪽에 있다. 내 뒤쪽에서 날고 있다.
*과아거[過我去]: 나를 추월하여 지나가다.
*강향[江鄕]: 강마을. 강가의 시골 마을.
看花吟 꽃을 바라보며
박상현(朴尙玄)
1629(인조7) - 1693(숙종19).
世人徒識愛看花 사람들은 꽃을 겉모양만 좋아하고
不識看花所以花 어떻게 꽃이 되었는지는 볼 줄을 모르네.
須於花上看生理 모름지기 꽃에서 생명의 이치를 보아야 하니
然後方爲看得花 그래야 바야흐로 꽃을 제대로 보는 거라.
訪曹雲伯 조운백을 방문하다.
사암(思菴) 박순(朴淳)
523(중종18) ~ 1589(선조22)
취수선가교후의
醉睡仙家覺後疑 취하여 잠들었다가 새벽 눈을 떠 보니
백운평학월침시
白雲平壑月沈時 골짝 덮은 구름 속으로 달이 지고 있네.
숙연독출수림외
숙然獨出脩林外 일어나 훌쩍 울창한 숲 밖을 나서니
석경공음숙조지
石徑공音宿鳥知 돌길 지팡이 소리에 자던 새들 깨는구나.
숙(條-木+羽) 공(竹+工+ )田 家
농삿집 풍경
박지원(朴趾源)
17 37(영조13)~1805(순조5)
老翁守雀坐南陂 늙은이 새 지키려 언덕에 앉았건만
粟拖拘尾黃雀垂 개꼬리 조 이삭에 참새가 대롱대롱
長男中男皆出田 큰아들 작은아들 모두다 들에 가고
田家盡日晝掩扉 농가는 온 종일 사립이 닫혀 있네
鳶蹴鷄兒攫不得 소리개 병아리를 채려다 못 채가니
群鷄亂啼匏花籬 박꽃 핀 울 밑에선 놀란 닭들 요란하네.
少婦戴권疑渡溪 함지 인 며느리는 돌다리를 조심조심
赤子黃犬相追隨 달랑달랑 따라가는 누렁이와 어린아이
* 권(木+卷)
한 폭 그림같은 시입니다.
老翁守雀坐南陂
노옹(老翁), 늙은이, 노인이라는 뜻입니다.
이 농삿집의 시아버지입니다.
수작(守雀), 참새를 지킨다는 말입니다.
참새 떼가 곡식을 먹어치우기 때문에
긴 장대 같은 걸 들고 훠이훠이 새를 지킵니다.
좌남피(坐南陂), 남피는 남쪽 언덕,
좌남피, 남쪽 언덕에 앉아 있습니다.
왜 하필이면 남쪽 언덕이냐,
동쪽도 있고 북쪽도 있고 서쪽도 있지 않느냐?
남쪽 언덕이라 함은 산의 남쪽자락 언덕을 말합니다.
산의 남쪽 자락은 햇볕이 잘 드는 곳입니다.
늙은이, 노인네가 새를 쫓기 위해 앉아 있는 장소로는
남쪽 가을 햇볕이 따스하게 드는 곳이 제격입니다.
이 노인네는 반 쯤 졸면서 앉아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남쪽언덕 언저리에 있는 양지바른 밭에
잘 영근 조 이삭이 있는 것입니다.
다음 구절은 드리워진 조 이삭에 대한 묘사입니다.
粟拖拘尾黃雀垂
속타구미(粟拖拘尾), 속(粟)은 조입니다.
일부 지방에서는 서숙, 서속이라고도 합니다.
서속은 기장과 조인데, 때로는 조만을 가리켜 말할 때도 씁니다.
타(拖)는 잡아끌다, 견제하다, 아래로 드리우다, 탈취하다,
시간을 끌다. 등등의 뜻이 있습니다.
구미는 개꼬리입니다. 조 이삭은 마치 개꼬리처럼 생겼습니다.
조 이삭이 개꼬리처럼 드리워져 있음을
조가 개꼬리를 드리웠다,
또는 조가 개꼬리를 질질 끌고 있다. 라고 묘사한 것입니다.
토실토실하고 노랗고 아래로 드리워져 있는 개꼬리로
조 이삭을 비유한 것입니다.
위로 치켜든 개꼬리는 해당사항 없습니다.
황작수(黃雀垂), 황작은 참새죠.
수(垂)는 드리워져 있다, 매달려 있다는 뜻이니까,
참새가 조 이삭에 매달려 있는 모습입니다.
거꾸로 매달려 있는 놈도 있을 것이고
옆으로 매달려 있는 놈도 있을 것입니다.
가늘게 휘어진 조 이삭 목이
참새들 등쌀에 약간 휘청휘청 하는 것같습니다.
너무 많이 붙으면 어울리지 않으니
이삭 하나에는 한 마리나 두 마리 정도일 것입니다.
조 이삭을 부러뜨리지 않으려면
참새는 연신 날개 짓을 해야 할 것입니다.
참새들은 장난도 치며 짹짹거리며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니며 조를 쪼아대겠군요.
개꼬리처럼 드리워진 노란 조 이삭에
참새가 매달려 있는 그림입니다.
長男中男皆出田
장남(長男)은 큰아들이고 중남(中男)은 둘째아들입니다.
물론 삼형제 이상이면 중간에 있는 아들들 모두일 수도 있습니다.
개출전(皆出田), 모두 들에 농사일을 하러 나갔습니다.
아마도 추수를 하는 가 봅니다.
논밭은 집에서 약간 멀리 있는 듯하고,
노인이 새를 지키는 곳은 집 근처 텃밭일 것입니다.
田家盡日晝掩扉
전가(田家)는 농가(農家)입니다. 농사를 지어 먹고사는 집이죠.
진일(盡日), 날이 다하도록, 하루 종일, 온종일.
주엄비(晝掩扉), 주(晝)는 낮, 엄비(掩扉)는 문을 닫다.
따라서 주엄비는 낮에 사립을 닫아놓았다는 뜻입니다.
원래 사립은 낮에는 열어두고 밤에 닫는 것인데,
집이 비어서 낮인데도 닫혀 있음을 말합니다.
鳶蹴鷄兒攫不得
연(鳶)은 소리개, 축계아(蹴鷄兒), 계아는 병아리.
축은 찬다는 뜻인데 발로 공을 차듯이 발길질을 함을 말하죠.
확(攫)은 나꿔챈다는 뜻이고, 부득(不得)은 이루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확부득, 나꿔챘는데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소리개가 먹이사냥을 나와 공중에서 빙빙 돌며 목표물을 찾습니다.
집 울타리 근처에는 모이를 찾아먹고 있는 닭 가족이 있습니다.
어미닭이 있고, 삐약거리며 따라다니는 귀여운 병아리 떼가 있습니다.
소리개가 닭들을 발견하고 기회를 엿보다가
순간 수직 급강하를 해서 병아리 한 마리를 덮쳤습니다.
그러나 병아리는 용케 몸을 피해
소리개의 날카로운 발톱을 벗어났습니다.
群鷄亂啼匏花籬
군계(群鷄), 한 무리의 닭들이, 난제(亂啼), 어지러이 울어댑니다.
포화리(匏花籬), 포화는 박꽃이니까
박꽃이 피어 있는 울타리 아래에서
놀란 닭들이 울어대는 것입니다.
꼬꼬댁 꼬꼬꼬.. 시끄럽게 울어댑니다.
대개 박꽃은 밤에 핀다고 알려져 있죠?
박꽃 필 때 저녁 짓는다는 말이 있는 걸로 봐서
아마 오후 햇살이 서늘해지면 꽃이 피기 시작할 것입니다.
밤새 하얗게 피어 있다가 아침 햇살을 받고 집니다.
시기가 가을이니까, 지금 피어 있는 박꽃은 때늦게 핀 것이고,
일찍 핀 꽃들은 진작에 둥근 박이 되어 매달려 있을 것입니다.
少婦戴권疑渡溪 권 = 木+卷.
소부(少婦)는 나이 어린 부인, 갓 시집온 며느리를 말하겠죠.
아마도 막내며느리일 것으로 짐작됩니다.
큰며느리 둘째며느리는 이미 농사일을 하러 들판에 나갔을 것이고
점심을 준비해 나르거나 새참을 마련하는 일 등은
막내며느리 몫일 것입니다.
대권(戴권), 권은 함지 같은 것입니다. 음식그릇을 담아 나르는 기구죠.
밥 함지, 또는 음식을 담는 소쿠리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합니다.
나이 어린 며느리가 함지를 이고 들에 나갑니다.
아마도 오후 새참을 마련해 이고 가는 것 같습니다.
의도계(疑渡溪), 도계(渡溪)는 시내를 건너는 것입니다.
새참 함지를 이고 시내를 건너는데,
마음이 조심스럽습니다.
의(疑)는 조심조심 발을 떼어놓는 것을 표현한 글자입니다.
시내에 돌다리가 있다면 더 어울리겠죠.
함지를 이고 어린 며느리가 돌다리를 건너는데
미끄러지면 안 되니까 아주 발걸음이 조심스럽습니다.
赤子黃犬相追隨
적자(赤子)는 어린이를 말합니다.
옷도 별로 걸치지 아니하고 나다니는 어린 아이입니다.
고추를 다 내놓고 다닐 정도 나이의 남자 아이가 연상됩니다.
황견(黃犬)은 누렁이, 털빛이 누런 개를 말합니다.
상추수(相追隨), 추수(追隨)는 뒤따르는 것,
서로 뒤따르다. 서로라는 것은
적자와 황견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여기서는 적자와 황견이 주인아주머니,
즉 아이의 엄마를 따라가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함지를 이고 가는 며느리, 즉 어린아이의 엄마를
아이와 그 집개가 앞서거니 뒷서거니 따라가는 것입니다.
이렇게 풀이를 해 놓고 다시 시를 읽어보면
한 폭 시골풍경이 떠오릅니다.
곡식이 익은 가을,
양지쪽 햇볕이 따스한 오후,
맑고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
조 이삭과 참새,
닫힌 사립문,
노란색과 고요함의 어우러짐.
나른한 오후의 적막감을 깨는 긴장감,
소리개와 병아리,
평화와 공포, 소란.
새참을 이고 들에 가는 며느리,
돌다리를 건너는 조심스러움,
아이 하나와 노란 개 한 마리,
시내 저 너머로 멀리 이어져 있는 들길.
박지원은
본관은 반남(潘南),
자는 미중(美仲), 중미(仲美),
호는 연암(燕巖), 연상(煙湘), 열상외사(洌上外史) 등입니다.
送僧之楓嶽 풍악산으로 가는 중을 보내며
독곡(獨谷) 성석린(成石璘)
1338년(충숙왕복위7) ~ 1423년(세종5)
일만이천봉
一萬二千峯 일만 이천 개의 봉우리가
고저자불동
高低自不同 높낮이가 저마다 다 다르네.
군간일륜상
君看日輪上 그러나 해 솟을 때 한번 보게나,
고처최선홍
高處最先紅 높은 곳이 가장 먼저 붉게 물들지
* 이 한시는 한국문집총간 6집 92쪽(독곡집)에 실려 있습니다.
* 송승지풍악 : 풍악은 금강산의 다른 이름입니다. 송승, 중을 전송한다는 뜻이죠. 저는 번역할 때에 승을 스님이라고 하지 않고 중이라고 번역합니다. 중이 비속어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며, 또한 번역에서 는 중이라는 낱말이 더 원뜻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지는 간다, 들어간다는 뜻입니다. 중을 전송한다, 어떤 중이냐? 풍악으로 들어가는 중입니다. 풍악으로 들어가는 중을 전송하는 시입니다. 아마도 저자와 친분이 두텁던 중이었을 것 같습니다.
* 일만이천봉 : 금강산 일만이천봉입니다.
* 고저자불동 : 금강산의 일만이천봉이
높낮이가 각기 다릅니다. 고저는 높낮이이고, 자는 절로, 스스로, 저대로 각기 등의 뜻이며, 불동은 같지 아니하다는 뜻입니다. 일반적으로 아니불 자를 불로 읽지 않고 부로 읽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개 문법 따지시는 분들은 뒷글자의 소리 값이 디귿이나 지읒인 경우에는 리을이 탈락하여 부로 읽는다고 주장합니다. 저는 이 이론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일부 명사형태의 단어인 경우에는 굳어진 습관대로 읽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모든 한문 문장에 그러한 원칙을 적용하는 것은 규정에도 없을 뿐 아니라, 옳다고도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문장에서는 불로 읽기를 고집하는 것입니다.
* 군간일륜상 : 일륜은 해를 말합니다. 상은 솟아오르다. 라는 뜻이죠. 일륜상은 해가 솟는 것입니다. 군간은 대개 '그대는 보았나,로 번역합니다. 그 방식을 적용하면 '그대는 보았는가? 저 솟아오르는 해를..' 이 되겠죠? 저는 여기서 '그대는 한번 보게나' 정도의 의미로 번역해 보았습니다. 물론 실험이기 때문에 제 번역이 틀릴 수도 있습니다. 이 시를 읽으시는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고처최선홍 : 고처, 일만이천봉 가운데서 높은 봉우리를 말합니다. 최선홍은 가장 먼저 붉어진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가장이라는 글자가 있기 때문에 앞의 고처는 그냥 높은 곳이 아니라 가장 높은 곳을 말합니다. 말하자면, 높은 곳이 가장먼저 붉어진다. 라는 내용 속에는 '가장 높은 곳' 이라는 뜻이 들어 있는 것입니다.
送僧之楓嶽 풍악산으로 가는 중을 보내며
독곡(獨谷) 성석린(成石璘)
1338년(충숙왕복위7) ~ 1423년(세종5)
일만이천봉
一萬二千峯 일만 이천 개의 봉우리가
고저자불동
高低自不同 높낮이가 저마다 다 다르네
군간일륜상
君看日輪上 그러나 해 솟을 때 한번 보게나
고처최선홍
高處最先紅 높은 곳이 가장 먼저 붉게 물들지
* 이 한시는 한국문집총간 6집 92쪽(독곡집)에 실려 있습니다.
* 송승지풍악 : 풍악은 금강산의 다른 이름입니다. 송승, 중을 전송한다는 뜻이죠. 저는 번역할 때에 승을 스님이라고 하지 않고 중이라고 번역합니다. 중이 비속어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며, 또한 번역에서는 중이라는 낱말이 더 원뜻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지는 간다, 들어간다는 뜻입니다. 중을 전송한다, 어떤 중이냐? 풍악으로 들어가는 중입니다. 풍악으로 들어가는 중을 전송하는 시입니다. 아마도 저자와 친분이 두텁던 중이었을 것 같습니다.
* 일만이천봉 : 금강산 일만이천봉입니다.
* 고저자불동 : 금강산의 일만이천봉이 높낮이가 각기 다릅니다. 고저는 높낮이이고, 자는 절로, 스스로, 저대로 각기 등의 뜻이며, 불동은 같지 아니하다는 뜻입니다. 일반적으로 아니불 자를 불로 읽지 않고 부로 읽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개 문법 따지시는 분들은 뒷글자의 소리 값이 디귿이나 지읒인 경우에는 리을이 탈락하여 부로 읽는다고 주장합니다. 저는 이 이론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일부 명사형태의 단어인 경우에는 굳어진 습관대로 읽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모든 한문 문장에 그러한 원칙을 적용하는 것은 규정에도 없을 뿐 아니라, 옳다고도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문장에서는 불로 읽기를 고집하는 것입니다.
* 군간일륜상 : 일륜은 해를 말합니다. 상은 솟아오르다. 라는 뜻이죠. 일륜상은 해가 솟는 것입니다. 군간은 대개 '그대는 보았나.'로 번역합니다. 그 방식을 적용하면 '그대는 보았는가? 저 솟아오르는 해를. 이 되겠죠? 저는 여기서 '그대는 한번 보게나' 정도의 의미로 번역해 보았습니다. 물론 실험이기 때문에 제 번역이 틀릴 수도 있습니다. 이 시를 읽으시는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고처최선홍 : 고처, 일만 이천봉 가운데서 높은 봉우리를 말합니다. 최선홍은 가장 먼저 붉어진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가장이라는 글자가 있기 때문에 앞의 고처는 그냥 높은 곳이 아니라 가장 높은 곳을 말합니다. 말하자면, 높은 곳이 가장먼저 붉어진다. 라는 내용 속에는 '가장 높은 곳' 이라는 뜻이 들어 있는 것입니다.
虛父贊 허수아비를 기림
성운(成運)
1497(연산군3) ~ 1579(선조12)
肌以藁筋以索 짚으로 살 삼고 새끼로 힘줄 삼아
人其形塊然立 사람 모습으로 우두커니 서 있네.
心則亡虛其腹 심장도 없고 뱃속도 텅 비었고
中天地絶聞覩 이 넓은 천지간에 보도 듣도 아니하네.
處無知誰與怒 앎이 없으니 싸울 일이 전혀 없네.
山中 산속에서
송익필(宋翼弼)
1534(중종29)~ 1599(선조32)
독대천봉진일면
獨對千峯盡日眠 일천 봉우리 마주하여 졸음에 해 지는데
석람화우하렴전
夕嵐和雨下簾前 저녁 산 으스름이 비를 안고 내려오네.
이변무어하증세
耳邊無語何曾洗 세속 잡설 안 들리니 귀 씻을 일 무엇이랴
청록래유음벽천
靑鹿來遊飮碧泉 푸른 사슴 노닐면서 맑은 샘물 마신다네.
偶吟 그냥 한번 읊어 봄
신몽삼 (辛夢參)
1648(인조26) ~ 1711(숙종37)
心有是非知己反 내 자신 옳고그름 돌아볼 줄 알아야 하고
口無長短及人家 남의 장단 이러니저러니 말하지 말아야지.
消除惡念霜前葉 서리 앞에 잎 지듯이 나쁜 생각 떨어내고
培養善端雨後茅 비온 뒤에 띠 자라듯 착한 마음 길러야지.
大愚菴銘 대우암에 새긴 글
(이 글의 문체는 시(詩)가 아닌 명(銘)입니다.)
安邦俊 안방준
1573(선조6)~1654(효종5)
人愚我(인우아) 남들은 나를 바보라 하지만
我不愚(아불우) 난 바보 아니야.
愚不愚(우불우) 바보 아닌 나를 바보라 하는 자
是大愚(시대우) 그가 바로 큰 바보야.
(번역 어휘를 달리해서 아래와 같이 번역해도 됩니다.)
人愚我 사람들이 나를 어리석다 하지만
我不愚 나는 어리석지 않습니다.
愚不愚 어리석지 않음을 어리석다 하는 것
是大愚 이것이 정말 아주 어리석은 것이지요.
口箴 입을 경계하는 글
안방준 安邦俊
1573(선조6)~1654(효종5)
言而言 말해야 할 때에는 말하고
不言而不言 말해서는 안 될 때에는 말하지 말라.
言而不言不可 말해야 할 때에 말 안 해도 안 되고
不言而言亦不可 말해서는 안 될 때에 말해서도 안 된다.
口乎口乎 입아, 입아,
如是而已 그렇게만 하여라.
이 글의 문체는 시(詩)가 아닌 명(銘)입니다.
雲山吟 구름과 산
순암(順菴) 안정복(安鼎福)
1712~1791
백운유기멸
白雲有起滅 흰 구름은 일어났다 사라졌다 하지만
청산무개시
靑山無改時 푸른 산이야 모습 바꿀 때가 없지
변천비소귀
變遷非所貴 이리저리 변하는 건 좋은 게 아니야
특립사위기
特立斯爲奇 우뚝한 그 모습이 아름다운 거라
偶吟 그냥 한번 읊어보다.
학포(學圃) 양팽손(梁彭孫)
1488년-1545년
不識騎牛好(불식기우호)
今因無馬知(금인무마지)
夕陽芳草路(석양방초로)
春日共遲遲(춘일공지지)
소 타는 즐거움 몰랐는데
말이 없으니 이제 알겠네.
봄풀 향기로운 저녁 들길에
지는 해도 함께 느릿느릿..
雨過비 그치고
유몽인 (柳夢寅)
1559(명종14)~1623(인조1)
지고 남은 꽃잎은 바람이 필요 없지
殘蘂不須風
기운 연잎은 물방울을 굴리네.
기荷難受露
거미줄엔 물 구슬 반짝이고
蛛絲餘幾珠
저녁 해그름 산뜻한 남산 봉우리.
送爽南峰暮
*기(奇+欠)
종이창에 시를 한 수 적으며
윤기(尹心+耆)
1741(영조17)~ 1826(순조26)
得詩題紙窓 시 한 수 떠올라 종이창에 적으니
紙破詩亦破 종이가 찢어지면 시도 없어지겠지
詩好人應傳 시가 좋으면 사람들 입으로 전할거고
詩惡人應唾 시가 나쁘면 사람들 퇴퇴 침뱉을 거야
人傳破何傷 전해진다면 여기서 없어진들 무슨 걱정이며
人唾破亦可 침뱉을 거라면 또한 없어져도 괜찮은 거라
題罷騎馬去 다 적고 말에 올라 훌쩍 떠나니
後人誰知我 뒷세상 사람들 누가 내 마음을 알리
* 윤기는
자는 경부(敬夫), 호는 무명자(無名子)이며,
본관은 파평(坡平)입니다.
성호 이익(李瀷)의 제자입니다.
위의 시는
그의 문집에 포함되어 있는 한화집(閑話集),
<협리한화(峽裏閒話)>라는 데에 실려 있습니다.
본래의 시 제목은 없습니다.
귀먹으니 편하구나
윤추(尹推)
1632(인조10)~1707(숙종33)
* 내가 성격이 거칠고 말이 많아서 늘 이것을 고치려 했으나 못 고치고 있었는데
귀가 먹은 뒤로는 저절로 말없는 사람이 되었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에 시 두 수를 지어 자신을 조롱한다.
言寡方知自耳聾 내가 말이 왜 줄었지?
耳聾誠有寡言功 아하, 귀 먹어서 그렇구나.
人雖語大吾安聽 사람들의 큰 목소리 내 귀엔 작은 소리
我亦聲微彼不通 내 목소리 역시 작아 남들도 멀뚱멀뚱.
默默謙謙終日坐 입 닫고 말없이 온종일 앉아 있으니
廖廖寂寂一堂空 고요하고 한적하여 빈집인 듯 느껴지네.
平生駁雜多尤悔 성격이 박잡하여 평생 후회 많았는데
天奪其聰幸此翁 하늘이 이제서야 늙은이 귀를 막았구나.
人皆勸我使治聾 사람들이 너도나도 귀 치료를 권하지만
吾曰吾聾亦有功 귀머거리로 지내는 게 나에겐 더 좋은 거요.
衆口훤효聞亦厭 시끌시끌 많은 말들 안 들리니 너무 좋아
同心聲氣默猶通 마음 같은 사람끼린 말없이도 통한다오.
旣難聽語還無語 들리지 않은 뒤로 나도 말이 줄었으니
非是逃空却喜空 말많던 늙은이가 적막함이 좋아졌네.
此理方知知者少 이런 이치 아는 자 세상에 몇 안 될거야
競相提耳笑愚翁 사람들은 소곤소곤 이 늙은이 흉을 보네.
윤추는 자는 자서(子恕)이고,
호는 농은(農隱), 농와(農窩), 농와(聾窩), 청송재(靑松齋)이며,
본관은 파평(坡平)입니다.
윤선거(尹宣擧)의 아들이고 윤증(尹拯)의 아우입니다.
윤추는 74살 때(1705년, 숙종31)에 귀가 먹어
남들의 말이 잘 들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 시는 1705년에 지은 것으로
그의 문집 <농은유고(農隱遺稿)> 실려 있습니다.
代農夫 농부를 대신하여
이규보(李奎報)
대우서화복묘중
帶雨鋤禾伏畝中 논 바닥에 엎드려 비 맞으며 김을 매니
형용추흑기인용
形容醜黑豈人容 그 모습 흙투성이 어찌 사람 모습이랴.
왕손공자휴경모
王孫公子休輕侮 왕손 공자들아 농부를 멸시 마소
부귀호사출자농
富貴豪奢出自농 그대들의 부귀호사가 모두 농부 덕분이야.
신곡청청유재묘
新穀靑靑猶在畝 푸른 잎 새 곡식은 여물지도 않았는데
현서관리이징조
縣胥官吏已徵租 아전들이 벌써부터 조세 내라고 다그치네.
력경부국관오배
力耕富國關吾輩 나라 부강하게 하는 일이 농부 손에 달렸거늘
하고상침박급부
何苦相侵剝及膚 어찌 이리 모질게도 농부들을 침탈하나.
농(人+農)
井中月 우물속의 달
이규보 李奎報
1168(고려 의종22) ~ 1241(고려 고종28)
山僧貪月色 산에 사는 중이 달빛을 탐해
幷汲一甁中 물 긷는 병에 달까지 길었네.
到寺方應覺 절에 가면 응당 알게 될거야
甁傾月亦空 물 쏟으면 달도 없어지는 걸.
折花行 꽃을 꺾어
이규보(李奎報)
牡丹含露眞珠顆 진주 이슬 머금은 모란꽃을
美人折得窓前過 미인이 꺾어들고 창 앞을 지나며
含笑問檀郞 살짝 웃음 띠고 낭군에게 묻기를
花强妾貌强 "꽃이 예뻐요, 제가 예뻐요?"
檀郞故相戱 낭군이 짐짓 장난을 섞어서
强道花枝好 "꽃이 당신보다 더 예쁘구려."
美人妬花勝 미인은 그 말 듣고 토라져서
踏破花枝道 꽃을 밟아 뭉개며 말하기를
花若勝於妾 "꽃이 저보다 더 예쁘시거든
今宵花同宿 오늘밤은 꽃을 안고 주무세요."
* 절화행 折花行 : 절화는 꽃을 꺾는다는 뜻이고, 행(行)은 악부시체의 하나입니다. 굳이 제목을 글자대로 번역하자면, 꽃을 꺾는 노래라는 뜻이 되겠죠.
* 모란함로진주과 牡丹含露眞珠顆 : 모란함로, 모란꽃이 이슬을 머금었습니다. 함초롬히 이슬이 맺힌 것을 이렇게 표현한 것입니다. 진주과, 진주처럼 영롱합니다. 과는 낟알, 이슬방울을 말합니다. 모란은 대략 5월, 6월경에 꽃이 핍니다. 이슬이 내린 걸로 봐서 저녁때이군요. 이슬은 해가 지고 기온이 내려가면 조금씩 내리기 시작합니다. 한밤중이 되면 이슬방울이 제법 굵어집니다. 모란꽃에 이슬방울이 진주처럼 맺혔다고 하였으니, 초저녁은 아니고, 밤이 깊어 잠자리에 들 때쯤인 것 같습니다. 5월 초여름 밤, 활짝 핀 모란꽃, 맑은 이슬방울, 이런 개념들은 익을 대로 익은 풍염한 여인, 낭군의 품에 안기고 싶어 하는 여인의 몸을 연상케 하는 시어들입니다.
* 미인절득창전과 美人折得窓前過 : 미인은 아름다운 여인이지요. 건전한 생각만으로는 신부라고 보는 것이 옳겠지만, 한시에서 이런 경우 반드시 정처 신부만을 의미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여러 가지 상상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절득은 꺾었다는 뜻입니다. 꽃을 꺾는다는 개념은 남자가 여인을 품에 안는 것을 상징하는 말입니다. 남자를 유혹하는 듯 한 묘한 여운을 남기는 대목입니다. 꽃을 꺾어들고, 창전과, 창 앞을 지나갑니다.
* 함소문단랑 含笑問檀郞 : 함소, 미소를 머금은 것입니다. 단랑은 낭군입니다. 미소를 지으며 낭군에게 묻습니다.
* 화강첩모강 花强妾貌强 : 화강, 꽃이 낫다. 라는 뜻이죠? 여기서 강이라는 글자는 더 낫다.라는 뜻입니다. 꽃이 더 나아요? 첩의 모습이 더 나아요? 라고 낭군에게 묻는 것입니다. 첩이라는 글자는 정처, 즉 아내를 의미하는지 애인 사이인 애첩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만, 일상으로부터 약간 벗어난 경우가 더 감미로울 것 같습니다.
* 단랑고상희 檀郞故相戱 : 낭군이 짐짓 장난을 칩니다.
* 강도화지호 强道花枝好 : 강도는 못이기는 체하며 말하는 것입니다. 화지호, 꽃가지가 좋다는 것이죠. 꽃이 당신보다 더 다고 농담을 하였습니다.
* 미인투화승 美人妬花勝 : 화승은 꽃이 낫다는 뜻이고, 투는 질투한다는 뜻입니다. 미인은 낭군의 말을 듣고서 질투심이 발동하였습니다.
* 답파화지도 踏破花枝道 : 답파, 밟아서 깨뜨리다. 꽃을 밟아서 깨부수는 것이니까, 발로 밟아 짓뭉개는 것이겠죠. 화지, 꽃가지를. 끝에 있는 도 자는 말한다는 뜻입니다. 미인이 아래와 같이 말합니다.
* 화약승어첩 花若勝於妾 : 꽃이 만약에 첩보다 낫거들랑. 승어첩, 첩보다 낫다. 라는 뜻입니다.
* 금소화동숙 今宵花同宿 : 금소, 오늘밤. 화동숙, 꽃과 함께 잠자다. 라는 말입니다. 이 시의 배경은 늦은 저녁입니다. 잠자리에 들 시간입니다. 낭군은 지금 당장 저 미인을 품에 안고 싶어 합니다. 겉으로는 농담도 하고 넉넉히 여유롭지만, 내면에는 밀고 당기는 숨 막히는 긴장감이 숨어 있습니다. 낭군의 애간장을 녹이면서 미인이 짐짓 딴청을 부리고 있군요.
言悔 말을 뉘우침
이규보 李奎報 1168 ~ 1241
我性本訥言 나는 본디 말이 둔하여
庶幾無口過 지금까지 거의 말 실수 없었는데
昨日率爾言 어제는 선뜻 내뱉은 말이,
我死誰代者 나 죽으면 누가 나를 대신 하리 하였네.
有客笑而對 객이 웃으며 대답하기를,
子語似未可 자네의 그 말은 옳지 못하이.
才俊世所稀 뛰어난 재주는 세상에 드무니
當憂代者寡 대신할 이 드물다 근심할 수 있지만
子非異於人 자네는 남들처럼 평범한 사람이라
所益無一箇 세상에 도움준 거 하나도 없다네.
何必見代爲 자네같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자가
俚唱宜無和 어찌 굳이 대신할 이를 찾는단 말인가.
其言雖似알 그의 말이 비록 비방하는 말 같지만
其意未大左 그 뜻은 크게 틀린 말도 아닌지라
我悔前言失 나는 내 말이 실수였음을 깨닫고
起拜再三謝 일어나 거듭거듭 감사의 절을 했네.
알(言+干)
兒三百飮酒 아들 삼백에게 주는 시
백운거사 이규보(1168-1241)
汝今乳齒已傾觴 나이도 어린 네가 벌써 술을 마시다니
心恐年來必腐腸 머지않아 네 창자가 다 썩을 게 분명하다.
莫學乃翁長醉倒 고주망태 네 아비를 닮을 일이 뭐 있느냐
一生人도太顚狂 평생토록 남들이 미치광이라 하는 것을.
一世誤身全是酒 제 몸을 망치는 건 모두가 술 탓인데
汝今好飮又何哉 네 녀석도 좋아하니 이게 대체 뭔 일이냐.
命名三百吾方悔 어쩌다가 네 이름을 삼백이라 지었더니
恐爾日傾三百杯 삼백 잔을 마실까봐 후회가 막심하다.
1.
*아(兒): 아이, 우리 아들. *삼백(三百): 지은이의 아들 이름. *음주(飮酒): 술을 마시다. *여(汝): 너. *금(今): 이제, 지금, 현재. *유치(乳齒): 어린 나이. *이(已): 이미, 벌써. 경상(傾觴): 술잔을 기울이다. 술을 마시다. *심공(心恐): 마음에 염려가 되다. 걱정스럽다. 아마 ~일 것이다. *년래(年來): 근년 이래, 오래지 않아, 머지않아, 요새. *필(必): 반드시, 아마 틀림없이. *부장(腐腸): 창자를 썩게 하다. *막(莫): 말다. ~하지 말라. *학(學): 배우다. *내옹(乃翁): 네 아버지. *장(長): 길이. 오래도록. *취도(醉倒): 취하여 넘어지다. 곯아떨어지다. 고주망태가 되어 쳐박히다. *일생(一生): 한 평생을, 한 평생 동안. *인(人): 남. 사람들. 남들. *도(道아래 口가 붙은 글자): 말하다. *태(太): 크다. 아주. 매우. *전광(顚狂): 미치광이. 정신병자. *일세(一世): 한 세상, 한 평생. *오신(誤身): 몸을 그르치다. *전(全): 전적으로, 전부, 완전히. *시주(是酒): 술이다. 술 탓이다. *여금(汝今): 네가 지금. *호음(好飮): 술 마시기를 좋아하다. *우하재(又何哉): 또 어찌된 거냐? 무슨 까닭이냐? *명명(命名): 이름을 짓다. 이름을 붙이다. *오방회(吾方悔): 내가 바야흐로 후회한다. 지금 후회하고 있다. *공(恐): 염려스럽다. *이(爾): 너. 네가. *일(日): 하루에, 날마다. *경(傾):기울이다. *삼백배(三百杯): 술 삼백 잔.
2.
汝今 네가 지금 乳齒 어린 나이에 已傾觴 이미 술잔을 기울이다니. 나이도 어린놈이 벌써 술을 마시니. 心恐 난 참 걱정된다. 年來 얼마 안 가서 必腐腸 필시 네 창자가 썩을 거야. 난 네 창자가 썩을까봐 염려된다. 恐 은 염려하다. 두려워하다. 인데, 또 아마 ~일 거라고 예측하다. ~일까 싶다. 라는 뜻도 있습니다. 난 네 창자가 틀림없이 썩을 거라고 생각해. 물론 이 말 속에는, 그래서 걱정이야. 라는 뜻이 숨어 있겠죠. 莫學 배우지 마라. 乃翁 네 애비가 長醉倒 길이 술독에 빠져 있는 것을. 맨 날 고주망태로 지내는 것을. 醉倒 는 술에 만취되어 세상만사 잊고 퍼져 있는 걸 말합니다. 너는 네 아비가 이렇게 코가 맨 날 빨갛게 되어 살아가는 거 배우지 말아라. 一生 일생동안. 지금까지 내가 살아오는 동안. 人도 남들이 말하잖아. 사람들이 말하잖아. 여기의 人은 남, 사람,.. 이렇게 번역하는데, 둘 중에서 경우를 봐서 적절히 사용합니다. 太顚狂 완전히 미친놈. 아주 헤까닥 가버린 녀석. 내 평생 남들이 네 애비를 술주정뱅이, 미친놈 이라고 부르는 걸 못 봤냐. 네 아비가 고주망태가 되어서 평생을 남들로부터 미친놈 소리를 듣고 사는데 넌 이런걸 잘 봐두고 네 아비 술버릇은 배우지 말아야지. 一世는 제가 아직 정확한 개념을 잡지 못했습니다. 내 평생에 誤身 내 몸을 망친 까닭은 인지, 아니면, 세상을 두고 일반론으로 풀어서, 한 세상에, 즉 세상 사람들이 지 몸을 망치는 것은 인지...요건 아직 정답을 모르겠음. 全是酒 온전히 술로 인한 것이다. 몸을 그르치는(또는 그르친) 원인은 술이 웬수야. 汝今 네가 지금 好飮 술 마시기를 좋아하니 又何哉 또 어찌된 거냐? 나도 고주망태인데 너도 고주망태가 되려는 거냐? 위엣 것을 지은이를 두고 쓴 말로 보면, 네 아비가 한 세상 살면서 몸을 그르쳤는데(신세 망쳤는데) 그게 다 술탓 아니더냐. 그런 아비를 보고도 네가 전혀 느끼는게 없단 말이냐. 가 되겠고... 위엣 것을 일반론으로 해석하면, 한 세상에, 세상에 보자면, 몸을 망치는 것은 모두가 술로 인한 것 아니더냐? 그 원인이 전부 술 때문에 생기는 일인데, 네가 또 술을 마시다니? 이 미련한 녀석아... 로 해석이 됩니다. 命名 이름 짓다. 三百 삼백이라고 이름 지은 것을, 네 이름을 삼백이라고 한 것을. 吾方悔 내가 이제 참 후회가 막심하다. 恐爾 네가 염려된다. 日傾 三百杯 하루, 또는 날마다. 삼백 잔씩이나 먹을 거 아니겠냐. 내 생각에 아마도 네가 그렇게 될 거 같애. 하루 삼백 잔을 먹을 거 같애. 내가 왜 네 이름을 삼백이라고 지었던고.
炤井戱作 우물에 비친 내 모습
이규보 李奎報
168(고려 의종22) ~ 1241(고려 고종28)
不對靑銅久 오래도록 거울을 안 보았더니
吾顔莫記誰 내 얼굴도 이젠 알 수가 없네.
偶來方炤井 우연히 우물에 비친 모습을 보니
似昔稍相知 전에 어디선가 본 듯한 녀석일세.
桑 누에치는 아낙
이산해(李山海)
1539(중종34) ~ 1609(광해1)
養蠶有何利 누에를 친들 무슨 이익 있으랴
不見身上衣 자기 몸엔 비단옷 입지 못하니...
堪憐隣舍女 가엾어라 저 이웃집 아낙은
日日摘桑歸 날마다 뽕잎 따서 돌아오는구나.
路傍寃 원통한 주검들...
이산해(李山海)
1539(중종34) ~ 1609(광해1)
三人死路傍 세 사람이 길가에 죽어
있는데
皆是流離子 모두가 떠돌이 인간들이네.
一爲烏鳶食 하나는 까마귀 솔개가 다
뜯어먹어
過者不忍視 지나던 사람들 차마 보지
못하고,
一爲肌民斫 하나는 굶주린 백성들이 살을
베어가
白骨無餘肉 살점 하나 없이 뼈만
앙상하고,
一爲凶賊頭 하나는 흉악한 도적의 머리라
函去賭黃甲 관가에 보내면 현상금 많겠네.
一死等是寃 한번 죽어 원통함은 같은
거지만
淺深猶有異 그래도 그 차이가 없을 수
없지.
人鳥尙可活 앞의 둘은 그래도 새와 사람
연명에 쓰이는데
何如作凶醜 어찌하여 그대는 도적이
되었나.
詠雪 눈
이색 李穡
1328(고려 충숙왕15)~ 1396(조선 태조5)
松山蒼翠暮雲黃 송악산 푸르름에 저녁 구름 물들더니
飛雪初來已夕陽 눈발 흩날리자 이미 해는 저물었네.
入夜不知晴了未 밤들면 혹시나 이 눈이 그칠려나
曉來銀海冷搖光 새벽엔 은 바다에 눈 빛이 차갑겠지.
山居卽事 次民望韻 산중에서 지내며
- 民望의 詩에 차운하다. -
도은(陶隱) 이숭인(李崇仁)
1347(고려 충목왕3) ~ 1392(공양왕4)
무재감세용
無才堪世用 세상에 쓰일 재능이 없으니
절의투년방
絶意鬪年芳 꽃다운 나이들과 겨룰 생각 끊었다네.
약포풍초난
藥圃風初暖 봄 되니 약밭엔 바람이 따스하고
서창일점장
書窓日漸長 서실 창에는 해가 차츰 길어지네.
요승분수석
要僧分水石 중이 오면 함께 풍광을 즐기고
견객치호상
見客置壺觴 벗 만나면 이곳에서 술잔을 주고받지.
사득한거부
寫得閑居賦 한가한 산중생활 한 편 시에
담아내어
료인편초당
聊因扁草堂 그냥 그렇게 초당에 내걸었네.
*민망(民望)은 염정수(廉廷秀)의 자(字)입니다.
염정수는 이숭인의 누이의 남편인데,
자형인지 매제인지는 확인치 못했습니다.
정몽주, 이색 등과 교유하였으며 이숭인과는 아마도 열 살 이내의 비슷한 나이였을 것이라 짐작됩니다.
途中望海(도중망해) 멈추어 서서 바다를 보다.
이승소(李承召)
1422년(세종4) - 1484년(성종15)
東南山豁見溟波
(동남산활견명파) 동남으로 저 멀리 푸른 바다 바라보니
霧盡烟銷蕩日華
(무진연소탕일화) 아침 안개 사라지고 붉은 해 일렁이네.
上下微茫爲一色
(상하미망위일색) 위아래가 어슴푸레 같은 색이 되었으니
不知是水是天耶
(불지시수시천야) 모르겠네. 어디가 물이고 어디가 하늘인가.
還目魚 환목어(도로묵)
이식 李植
1584(선조17)~ 1647(인조25)
有魚名曰目 목어라 부르는 물고기가 있었는데
海族題品卑 해산물 가운데서 품질이 낮은 거라
膏유不自潤 번지르르 기름진 고기도 아닌데다
形質本非奇 그 모양새도 볼 만한 게 없었다네.
終然風味淡 그래도 씹어보면 그 맛이 담박하여
亦足佐冬시 겨울철 술안주론 그런 데로 괜찮았지.
유(月+臾), 시(酉+麗)
國君昔播越 전에 임금님이 난리 피해 오시어서
艱荒此海수 이 해변에서 고초를 겪으실 때
目也適登盤 목어가 마침 수라 상에 올라와서
頓頓療晩飢 허기진 배를 든든하게 해 드렸지.
勅賜銀魚號 그러자 은어라 이름을 하사하고
永充壤奠儀 길이 특산물로 바치게 하셨다네.
수(좌부방+垂)
金輿旣旋反 난리 끝나 임금님이 서울로 돌아온 뒤
玉饌競珍脂 수라상에 진수성찬 서로들 뽐낼 적에
嗟汝厠其間 불쌍한 이 고기도 그 사이에 끼었는데
거敢當一匙 맛보시는 은총을 한 번도 못 받았네.
削號還爲目 이름이 삭탈되어 도로 목어로 떨어져서
斯須忽如遺 순식간에 버린물건 푸대접을 당했다네.
거(言+巨)
賢愚不在己 잘나고 못난 것이 자기와는 상관없고
貴賤各乘時 귀하고 천한 것은 때에 따라 달라지지.
名稱是外飾 이름은 그저 겉치레에 불과한 것
委棄非汝疵 버림을 받은 것이 그대 탓이 아니라네.
洋洋碧海底 넓고 넓은 저 푸른 바다 깊은 곳에
自適乃其宜 유유자적하는 것이 그대 모습 아니겠나.
* 환목어(還目魚) : 동해 바다에서 많이 잡히는 이른바 '도루묵'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지금도 한문으로는 목어(木魚)
혹은 환맥어(還麥魚)라고 하는데,
택당 이식이 여기에서 목어(目魚)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 것과 함께
도루묵이라는 이름의 유래를 밝히고 있어 주목된다.
* 이 시는 택당 자신의 그 당시 현재 처지를 목어에 비유해 읊은
세태 풍자시라고 할 수 있다.
松竹問答 소나무와 대나무의 대화
이식 李植
1584(선조17)~ 1647(인조25)
松問竹 솔이 대에게 말을 걸었다.
風雪滿山谷 눈보라 몰아쳐 산골 가득해도
吾能守强項 나는 강직하게 머리 들고서
可折不可曲 부러지면 부러졌지 굽히지는 않는다오.
竹答松 대가 솔에게 대답했다.
高高易최折 고고할수록 부러지기 쉬운지라
但守靑春色 나는 청춘의 푸르름 고이 지킬 따름
低頭任風雪 머리 숙여 눈보라에 몸을 맡긴다오.
* 최(手+崔)
겨울철 눈이 펑펑 쏟아져 산과 들이 모두 하얗게 된 날,
새벽에 눈을 뜨면, 뒷산에서 툭..툭.. 하는 소리가 들리곤 하였습니다.
소나무 가지 가운데 약한 놈이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부러지는
소리였습니다. 소나무는 워낙 강한 성질을 지녔기 때문에
휘어지지 않고 잘 부러집니다. 반면에 대나무는,
눈이 내려 부러지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눈의 무게로 인해
끝이 땅에 닿도록 휘어져서 골목 쪽으로 내려앉으면
그 아래가 터널이 됩니다. 어렸을 때에 이 터널 속을
즐겁게 뛰어다니던 기억이 납니다.
소나무와 대나무의 말을 빌려, 처세관에 대한 지은이의
생각 내지는 고민을 잘 드러낸 한시입니다.
晩晴 저녁 비 개이고
이집 李集
1327(고려 충숙왕14)~ 1387(우왕13)
晩晴溪水振風凉
저녁 비 갠 시내에 바람이 서늘하고
屋上峰陰半入墻
지붕 위의 산 그림자 반쯤 담 안에 들어왔네.
滿眼新詩收未得
눈 가득한 그 풍경을 미처 시에 담기 전에
一枝花月送淸香
꽃 가지에 걸린 달이 맑은 향기 보내오네.
桐花 오동 꽃
이춘원(李春元)
1571(선조4) ~ 1634(인조12)
桐花一朶殿群芳 오동 꽃 한 송이 뒤늦게 피었기에
折揷金壺別有香 꺾어 꽃병에 꽂으니 향기 새롭네.
幾度春風開落後 몇 해를 봄바람에 피고 진 뒤엔
化身琴瑟夜鳴堂 거문고 되어 대청에서 울어댈 거야.
때늦게 오동나무에 꽃이 피었습니다.
꺾어서 금 화병에 꽂았더니 유별나게 진한 향기가 새롭습니다.
봄바람 따라 피고 지고, 또 피고 지고...
그렇게 여러 해를 거쳐 나무가 더 자라 고목이 되면
베어서 거문고를 만들 것입니다.
거문고가 된 오동나무는
달 밝은 밤에
어느 집 대청마루에서 청아한 소리를 낼 것입니다.
雪後 눈온 뒤에 짓다.
백사 白沙 이항복 李恒福
1556~1618
雪後山扉晩不開 눈온 뒤 산 사립은 늦도록 닫혀 있고
溪橋日午少人來 시내 다리 한낮인데 오가는 사람 적다.
구爐伏火騰騰煖 화로에 묻은 불은 기운이 모락모락
茅栗如拳手自외 알 굵은 산 밤을 혼자서 구워 먹네.
구(竹+構-木). 외(火+畏)
詠花王 모란을 읊다.
갈암(葛庵) 이현일(李玄逸)
1627~1704
花王發春風 화왕이 봄바람에 피어
不語階壇上 말없이 단 위에 서 있네.
紛紛百花開 분분히 핀 온갖 꽃들 중에
何花爲丞相 어느 꽃이 정승일까.
한국문집총간 127집 366쪽>
계(階)는 원문에는 (土+皆)로 되어 있음
1635년, 9살 때에 지은 시입니다.
모란꽃을 꽃의 임금, 즉 화왕이라고 합니다.
病中書懷 병중에 회포를 적다.
갈암(葛庵) 이현일(李玄逸)
1627~1704
草草人間世 덧없는 인간세상
居然八十年 어느덧 나이 팔십이라.
生平何所事 평생에 한 일 무엇이뇨
要不愧皇天 하늘에 부끄럼 없고자 한 것이지.
한국문집총간 127집에 실려 있습니다.
1704년, 저자가 78세로 세상을 뜨기 두 달 전에 지은 것으로서, 문장짓기를 마감한 절필시(絶筆詩)입니다.
哭內 아내를 곡하다.
임숙영 (任叔英)
1576(선조9)~1623(인조1)
大抵婦人性 대저 부인의 성품이란
貧居易悲傷 가난하면 상심하기 쉬운건데
嗟嗟我內子 불쌍한 나의 아내는
在困恒色康 곤궁해도 늘 안색이 온화하였지
大抵婦人性 대저 부인의 성품이란
所慕惟榮光 영광 누리는 걸 좋아하는데
嗟嗟我內子 불쌍한 나의 아내는
不羨官位昌 높은 벼슬을 부러워하지 않았지
知我不諧俗 세속과 못 어울리는 내 성품을 알아서
勸我長退藏 나에게 은거하기를 권유했었지
斯言猶在耳 이 말 아직 귀에 쟁쟁 하여라
雖死不能忘 떠나고 없어도 어찌 잊으랴
惻惻念烱戒 이 밝은 경계의 말 맘에 늘 담아두고
慷慨庶自將 잊지 않고 스스로 지켜 가리라
莫言隔冥漠 저승이 멀리 있다고 해서는 안 되지
視我甚昭彰 나를 저리 환히 내려다보고 있는 걸
임숙영은
조선 광해군 때에
청렴하고 강직한 성품으로 곧은 말을 잘하여
당시 권세가들에게 배척을 당하고
불우하게 일생을 보낸 인물입니다.
登龍門山白雲峯 용문산 백운봉에 오르다.
林泳 임영
1 649(인조27)~ 1696(숙종22)
一峯高揷半空秋 가을 하늘로 우뚝 치솟은 봉우리
落日登臨上上頭 해질녘에 그 산 마루에 올랐지.
極目雲山如許闊 눈앞에 아득히 펼쳐지는 세상
腐儒還解小靑丘 에이, 이 나라도 별로 넓지는 않군.
泰仁鄕約契軸 태인향약계축
정극인(丁克仁 1401~1481)
人倫有五 인륜이 다섯 가지가 있는데
朋友居一 붕우가 그 가운데 하나라네.
竝生斯世 같은 시대를 함께 사는 것도
號曰難得 참 어렵다고들 말하지.
신同一鄕 더구나 한 고을에 같이 살면서
從遊朝夕 아침저녁으로 함께 지냄에랴.
以友輔仁 벗으로써 인을 돕는 거니
是謂三益 유익한 벗 셋이 있다고 하는 거야.
作契誠信 진실과 믿음으로 계를 만드니
猶膠與漆 아교처럼 옷칠처럼 단단해야 해.
吉慶必賀 경사엔 반드시 서로 축하를 하고
憂患必恤 우환엔 반드시 서로 도와야 하지.
回路管鮑 안회와 자로, 관중과 포숙은
輝映簡策 책에 그 이름이 빛나고 있어.
山礪海帶 산이 닳고 바닷물 마르도록
終始不특 시종 변치 않았었다네.
凡我同盟 우리 모든 계원은
最宜矜式 마땅히 공경하고 본받아야지.
言不盡意 말로는 뜻을 다하지 못하여
重爲之約 이렇게 거듭 규약을 정하는 거야.
挾富挾貴 부귀하다 하여 뽐내지 말고
背憎面悅 등 뒤에 욕하는 일 하지 마세나.
多般巧詐 그런 온갖 교묘한 속임수들은
不恤其德 그 덕을 돌아보지 않음이라네.
豈曰誠信 그걸 어찌 진실과 믿음이라 하랴.
神明其극 신명이 그에게 벌을 내리리.
豈曰誠信 그걸 어찌 진실과 믿음이라 하랴.
罪當黜伏 그 죄는 축출당해 마땅하리라.
신(矢+引), 특(代-人+心), 극(殞-員+極-木)
春 봄
정몽주 鄭夢周
1367 ~ 1392
春雨細不滴 봄 비 가늘어 방울 없더니
夜中微有聲 밤 되자 빗소리 귀에 들리네.
雪盡南溪漲 눈 녹아 시냇물 불어날 테고
草芽多少生 파릇파릇 풀싹도 돋아날 거야.
曉坐 새벽에 일어나 앉아
정약용(丁若鏞)
1762(영조38)~1836(헌종2)
缺月生殘夜 새벽에 뜬 조각달
淸光能幾何 그 빛이 얼마나 가랴.
艱難제小장 간신히 작은 산을 올랐으나
無力度長河 긴 강은 건널 힘이 없구나.
萬戶方감睡 집집이 다들 단잠 속인데
孤羈獨浩歌 타향 나그네는 홀로 노래하네.
제(足+齊), 장(山+章), 감(酉+甘)
獨笑 홀로 웃다.
다산 정약용
有粟無人食 양식 많은 집엔 자식이 귀하고
多男必患飢 아들 많은 집엔 굶주림이 있으며,
達官必창愚 높은 벼슬아치는 꼭 멍청하고
才者無所施 재주있는 인재는 재주 펼 길 없으며,
家室少完福 집안에 완전한 복을 갖춘 집 드물고
至道常陵遲 지극한 도는 늘상 쇠퇴하기 마련이며,
翁嗇子每蕩 아비가 절약하면 아들은 방탕하고
婦慧郎必癡 아내가 지혜로우면 남편은 바보이며,
月滿頻値雲 보름달 뜨면 구름 자주 끼고
花開風誤之 꽃이 활짝 피면 바람이 불어대지.
物物盡如此 세상 일이란 모두 이런 거야
獨笑無人知 나홀로 웃는 까닭 아는 이 없을걸.
창(春-日+臼+心)
折梅植壺中 매화가지 하나 꺾어 병에 꽂고
정온(鄭蘊)
1569(선조2)~ 1641(인조19)
寒梅莫恨短枝최 매화야 가지 꺾였다고 상심치 말아라
我亦飄飄越海來 나도 흘러흘러 바다를 건너 왔단다.
皎潔從前多見折 깨끗한 건 예로부터 꺾인 일 많았으니
只收香艶隱蒼苔 고운 향기 거두어 이끼 속에 감춰두렴.
최(手+崔)
지은이 정온은 1614년에 제주도로 귀양 갔는데,
이 시는 제주도 귀양살이 시절에 지은 것입니다.
강직하고 곧은 성품으로 인하여 귀양살이를 하게 된 자신과
매화의 고결함을 서로 견주어 지은 것이지요.
[ 대동강 물이 언제 마르리 ]
送人 님을 보내며
정지상 鄭知常
고려 시대
雨歇長堤草色多 비 그친 뚝에는 풀빛 더 푸르고
送君南浦動悲歌 님 보내는 남포엔 구슬픈 노래.
大同江水何時盡 대동강 물이 다 마를 때 있으랴
別淚年年添綠波 해마다 이별 눈물 더해지는데.
山寺夜吟 산속 절에서 밤에 한 수 읊다.
송강(松江) 정철(鄭徹)
1536(중종31) ~ 1593(선조26)
蕭蕭落木聲 우수수 나뭇잎 지는 소리를
錯認爲疎雨 빗소리로 잘못 알고
呼僧出門看 중을 불러 나가 보게 했더니
月掛溪南樹 시내 건너 나무에 달이 걸렸다네.
(한국문집총간 46집 178페이지)
산사는 산속에 있는 절입니다. 야음은 밤에 읊다, 밤에 시를 한 수 읊는 것입니다.
산속에 있는 절에서 묵으면서 시를 한 수 지은 것입니다.
소소낙목성, 소소는 소리를 형용하는 말입니다. 바람소리, 비소리, 물소리,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 악기소리 등등, 소리에 대한 의성어입니다. 우리말로는 우수수, 후두둑, 졸졸 등이 다 여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낙목은 나무에서 떨어지는 것, 다시 말해 낙엽을 말합니다. 성은 소리라는 뜻이니까, 낙목성은 낙엽 지는 소리입니다. 이 구절은 당나라 시인 두보의 '등고(登高)'라는 시에 있는 '무변낙목소소하(無邊落木蕭蕭下) 불진장강곤곤래(不盡長江滾滾來)'라는 구절에서 따온 것으로 보입니다.
착인위소우, 착인은 잘못 알았다는 뜻이고, 소우는 성긴 비, 소나기가 아닌 가늘게 내리는 비입니다. 빗줄기가 너무 가늘면 소리가 잘 들리지 않으므로, 고요한 밤에 소리가 들릴 정도의 굵기는 되어야겠지요?
호승출문간, 호승, 중을 불렀습니다. 출문, 문을 나가다. 간, 보다. 출문간은 문밖에 나가서 살펴보는 것입니다. 중을 불러 문밖에 나가 살펴보게 하였다는 뜻입니다.
월괘계남수, 월, 달이. 괘, 걸렸다. 계남, 시내의 남쪽. 수, 나무에. 문 밖에는 달이 휘영청 나무에 걸려 있습니다.
낙엽 지는 소리가 비 오듯이 들렸으니까, 아마도 바람이 불고 있나 봅니다. 표현은 낙엽 지는 소리라고 하였지만, 실제 소리가 생긴 원인의 대부분은 땅에 떨어진 낙엽이 바람에 휩쓸려 다니는 소리이겠지요. 낙엽이 지는 시기라면 계절은 가을이라야 제격입니다. 가을이기에 달은 더욱 스산하고 밝습니다. 달이 걸려 있는 나뭇가지는 잎이 거의 다 떨어지고 가지만 앙상한 모습일 것입니다.
漫成 심심해서 한 수 짓다
조식(曺植)
1501(연산군 7) ~ 1572(선조 5)
天風振大漠 하늘을 흔드는 바람 소리
疾雲紛蔽虧 빠르게 어지러이 움직이는 구름
鳶騰固其宜 솔개야 응당 이 기운 타고 날아야 하나
烏戾而何爲 까마귀가 높이 날아 무얼 하려고?
[ 정직한 선비는 미움을 받는다 ]
偶 吟 그냥 생각이 나서 읊어봄
조식(曺植)
1501(연산군 7) ~ 1572(선조 5)
인지애정사
人之愛正士 사람들이 바른 선비를 아끼는 것은
호호피상사
好虎皮相似 호랑이 털가죽을 좋아함과 같아.
생즉욕살지
生則欲殺之 살았을 땐 잡아죽이려 하고
사후방칭미
死後方稱美 죽은 뒤엔 아름답다 떠들어대지.
이 시는
한국문집총간 31집 465쪽(남명집 권1)에 실려 있습니다.
題德山溪亭柱(제덕산계정주) 덕산 계정의 기둥에 써붙임
請看千石鍾(청간천석종) 보게. 저 천석의 종을.
非大구無聲(비대구무성) 크게 치지 않으면 소리가 없잖아.
爭似頭流山(쟁사두류산) 그래도 저 두류산만은 못하지
天鳴猶不鳴(천명유불명) 하늘이 울어도 울지 않는 산.
구(手+口) : 두드리다. 천석종:천 섬 무게의 종. 천 섬의 곡식이 들어가는 크기라고 번역하기도 함.
남명(南冥) 조식(曺植) 선생의 시입니다.
(한국문집총간 31집 464페이지)
鬪狗行 개떼들
조지겸 趙持謙
1639년(인조 17) ~ 1685년(숙종 11)
衆狗若相親 개떼들 친하게 지낼 때에는
搖尾共行止 꼬리 흔들며 어울려 다니지만
誰將朽骨投 누군가가 썩은 뼈다귀 하나 던져주면
一狗起衆狗起 한마리 두마리 일어나 우루루 달려가
其聲은은의우牙 이빨 드러내고 으르릉 먹이 다투어
大傷小死何紛紛 큰 놈은 다치고 작은 놈은 물려 죽지
所以貴騶虞 그래서 추우를 참 고귀하다 하는 거야
高臥天上雲 구름 위에 높이 누워 유유자적하니깐
은은(犬+言, 犬+言)
의(犬+示)
우(口+牛)
추우(騶虞) : 인자한 성질을 지녔다는 전설상의 짐승.
인간들도 개떼와 같습니다.
아무 문제없이 친하게 지낼 때에는
서로 듣기 좋은 말만 하고
다정한 척 합니다.
그러나 이해관계가 걸린 일이 눈앞에 있으면
물불 가리지 아니하고 달려갑니다.
마치 개떼처럼 말입니다.
이익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아수라장이 됩니다.
결국 인간사회의 온갖 갈등도
뼈다귀를 차지하기 위한 개들의 아귀다툼과 다를바 없습니다.
조지겸은
자는 광보(光甫)이고 호는 우재(迂齋)입니다.
위의 시는 그의 문집 <우재집(迂齋集)>에 실려 있습니다.
感遇 그냥 생각이 나서
최경창
1539(중종34)~ 1583(선조16)
人心如雲雨 사람 마음은 비구름과 같은
飜覆在須臾 잠깐 사이에도 이리저리 바뀌지
素絲染黑色 하얀 실에 검정 물을 들이면 安能復其初 어찌 본래 흰색 되찾을 수 있으랴
啞啞群飛烏 까악까악 까마귀 떼지어 날아
集我田中廬 우리 농막에 모여들었는데
雌雄竟莫辨 암컷 수컷 끝내 구분할 수 없고
泣涕空희허 주루룩 부질없이 흐르는 눈물
* 희허(希+欠)(虛+欠)
有感 느낌이 있어
최창대(崔昌大)
1669(현종10)~1720(숙종46)
萬物本無累 만물은 본디 서로 걸림이 없는데
一心徒自勞 마음이 부질없이 스스로 고민하지.
秋空廓澄霽 높은 가을하늘 비 개어 맑으니
朗月照纖毫 밝은 달이 터럭 하나 다 비추는구나.
* 최창대는
자는 효백(孝伯), 호는 곤륜(昆侖).
위의 시는
그의 문집인 <곤륜집(昆侖集)>에 실려 있음.
野人 시골에 사는 사람
최창대(崔昌大)
1669(현종10)~1720(숙종46)
野人茅屋小 시골에 숨어사는 은자의 초당
葺用蒼가皮 나무껍질로 덮은 지붕.
疎麻요前庭 앞뜰 둘러 삼 대 자라고
瓠葉蔓前籬 울타리는 박 잎이 덮었네.
파파老樹根 머리허연 노인 고목에 기대앉아
腹飽無所思 배 두드리며 세상사 잊었고,
兒童不훤爭 아이들 시끄러운 소리도 없고
鷄犬各依依 닭도 개도 저대로 한가롭네.
客來怪其人 지나던 나그네 그에게 묻기를,
試問羲皇時 지금이 복희 시대인가요?
泊然無答言 그 노인 아무 말 없이
微笑起行遲 빙그레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但問牛背兒 소 등에 앉은 목동에게 말하기를,
月出可言歸 달이 떴으니 돌아가자꾸나.
* 최창대는
자는 효백(孝伯), 호는 곤륜(昆侖)입니다.
위의 시는
그의 문집인 <곤륜집(昆侖集)>에 실려 있습니다.
[ 뜰에 가득한 달빛은 ]
絶 句 자연을 노래하다.
최충
984 ~ 1068
滿庭月色無煙燭 뜰 가득 환한 달빛은 연기 없는 등불이요
入座山光不速賓 자리에 들어오는 산 빛은 기약 없던 손님일세.
更有松弦彈譜外 솔바람 소리 있어 청아하게 울리니
只堪珍重未傳人 이런 맑은 풍취를 어찌 말로 전하랴.
題伽倻山讀書堂 가야산 독서당에 써 붙임
최치원
狂奔疊石吼重巒 바위골짝 내닫는 물 겹겹산을 뒤흔드니
人語難分咫尺間 사람 말은 지척에도
분간하기 어려워라.
常恐是非聲到耳 옳으니 그르니 그 소리
듣기 싫어
故敎流水盡籠山 내닫는 계곡 물로 산을
온통 에워쌌지
秋夜雨中 가을비 내리는 밤에
최치원(崔致遠)
857(신라 헌안왕1) ~ ??
秋風唯苦吟 가을바람에 애써 읊어도
世路少知音 세상에 내 마음 아는 이 없어.
窓外三更雨 창밖엔 삼경 밤비 내리고
燈前萬里心 등잔 앞에서 나는 고향 그리네.
入山詩 산에 들어가면서
최치원
신라 시대
僧乎莫道靑山好 중아, 너 청산 좋다 말하지 말라.
山好何事更出山 산이 좋다면 무엇 하러 다시 나왔나.
試看他日吾踪跡 나중에 나 어찌하는지 두고 보거라.
一入靑山更不還 들어가면 다시는 나오지 않으리.
偶吟 우음 그냥 한번 읊어보다
홍세태 洪世泰
1653(효종4)~ 1725(영조1)
시비열래신권
是非閱來身倦 시비를 겪고 나서 몸은 지쳤고
영욕견후심공
榮辱遣後心空 영욕을 버린 뒤라 마음은 비었다.
폐호무인청야
閉戶無人淸夜 사람 없는 맑은 밤 문 닫고 누우니
와청계상송풍
臥聽溪上松風 들려오는 저 시냇가 솔바람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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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태는
자는 도장(道長),
호는 창계(滄浪), 유하거사(柳下居士)이며,
본관은 남양(南陽)입니다.
여항시인으로 유명한 분입니다.
시를 잘지어 식암(息菴) 김석주(金錫胄)의 칭찬을 받았으며, 농암(農巖) 김창협(金昌協), 삼연(三淵) 김창흡(金昌翕) 등과 주고받은 시가 많습니다.
1682년(30살)에는 통신사를 따라 일본에 다녀왔습니다.
[ 강물에 발 담그고 ]
題江石 강가의 돌에 적다
홍유손(洪裕孫)
1431(세종13)~1529(중종24)
濯足淸江臥白沙 강물에 발 씻으며 모래 위에 누웠으니
心神潛寂入無何 마음은 고요하여 청정 무구 경지로세.
天敎風浪長선耳 귓가에는 오직 바람에 물결 소리
不聞人間萬事多 번잡한 속세 일은 들리지 않는다네.
선(口+宣)
강가에 바위 하나가
반쯤은 물속에 잠겨 있고 반쯤은 모래밭에 기대어 있습니다.
마치 발을 강물에 담그고 모래에 누워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 바위의 마음은
아무 사사로운 생각, 거리낌이 없는 자연 본래의 고요함이겠지요.
마음에 그 무엇도 없는 경지,
순수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입니다.
자연 속에서 바람이 불고
그 바람에 따라 물결이 일어납니다.
물결은 바위에 와서 부딪칩니다.
바위의 귀에는 그 물결 소리만 들립니다.
깨끗한 자연의 소리입니다.
속세 인간들의 지껄임,
인간 세상의 너저분한 이야기들은
바위의 귀에 들리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