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만성형' 고양시민축구단 김수민 선수
이번 시즌 다음 챌린져스리그 초반에 낯선 선수 한 명의 이름이 도움 순위에 올라와있었다. 그 선수의 이름은 김수민이다. 상반기엔 전주시민축구단에서, 후반기땐 팀을 옮겨 고양시민축구단에서 뛴 사연도 많고 우여곡절이 많은 김수민 선수를 만나봤다.
정종훈의 빌드업 (이하 정) : 안녕하세요. 김수민 선수 자기소개 해주세요.
김수민 (이하 김) : 안녕하세요 고양시민축구단에서 뛰고 있는 김수민이라고 합니다.
정 : 축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어요?
김: 초등학교 4학년때 동네 클럽팀 취미반에 있었는데 용인초등학교랑 연습경기를 했는데 그날 눈에 띄어서 정식으로 축구를 하게 됐어요~
정: 오 스카우트 제의가 온건가요?
김: 스카웃? 그런셈이죠(웃음)
김수민 선수의 주 포지션은 오른쪽 풀백이고, 윙 포지션에서 뛸 수도 있는 다재다능한 선수이다.
정: 지금은 주로 오른쪽 풀백을 보고 있는데 어렸을때도 포지션은 풀백이였나요?
김: 아니요 원래는 오른쪽윙을 봤는데 중학교 3학년때 감독님이 풀백을 보는게 어떻겠냐고 하셔서 그때부터 풀백을 본거 같아요.
정: 아하 그렇군요. 축구를 하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장점과 단점은 어떤게 있어요?
김: 장점은 오버래핑 나갔을때 돌파해서 크로스 올려주는게 좀 위협적입니다. 반면 단점은 체력이 부족해서 후반전이 되면 집중력이 좀 부족해요.
김영규(알메리아): 수민이형은 저가 원삼중에 있을때 저가 제일 좋아했던 형이고 유일하게?(웃음) 저한테 엄청 잘해줬어요! 그리고 선수로선 성실하고 자기 몸관리도 잘하고 열심히하는 형이였죠!
김수민 선수는 김보경, 석현준, 오재석, 김진수 선수 등 유명한 졸업생들이 즐비한 신갈고 용인축구센터 출신이다.
정: 용인축구센터 출신인데 거기엔 어떻게 해서 들어가게 됐나요?
김: 중학교 1학년때는 수원에 수성중학교에 있었어요. 2학년 올라가면서 운이 좋게 감독님과 얘기가 돼서 다시 용인으로 오게됐습니다.
정: 좋은 학교 나왔는데 당연히 자부심은 있겠죠?
김: 그렇죠. 항상 자부심이랑 자신감에 가득 차있었어요.
자부심과 자신감에 항상 가득차있고 굴곡 없이 부상 없는 선수 생활을 보내다가 대학 진학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때 처음으로 부상을 당했는데 축구 선수에겐 치명적인 무릎십자인대가 찢어졌다.
정: 신갈고에서 승승장구 하면서 부상 한 번 당하지 않다가 처음으로 부상을 당했는데 그때 상황 좀 설명해주세요.
김: 다음날 대학교랑 연습경기가 있던걸로 기억나요. 천연잔디에서 훈련을 하는데 훈련에 그날따라 집중이 안됐어요. 훈련마지막에 패스게임을하는데 잔디가 파였던곳에 다리가 박히고 옆으로 넘어지면서 무릎이 뒤틀렸어요. 끔찍했어요.
정: 안타까워요. 신갈고가 당시에 참 잘나갔죠. 고등리그 왕중왕전도 나가서 현대고와 대결해서 우승했습니다. 김수민 선수는 경기에 출전하지 못해 관중석에서 봤고, 동료친구들이 김수민 선수를 위한 세레머니도 해줬고 그때 기분이 어땠어요?
김: 관중석에서 경기 보는데 기분이 묘하더라구요. 피 튀기던 경기에서 석재가 골을 넣었어요. 32강부터 결승까지 골 넣을 때 마다 세레머니를 해줬는데 저를 생각해주는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경기 끝나고 둘이 껴안고 많이 울었어요.
대학 진학을 하지 못하고 무릎 재활을 하다가 김수민 선수는 또 부상을 당해서 무릎 수술을 하게 됐다.
정: 재활을 하게 되면서 대학 진학도 하지 못하고 혼자 재활을 하다가 또 부상을 당했잖아요. 참 좌절감을 컸을 것 같아요.
김: 그러고 나서는 운동할 생각이 없었어요. 왜냐하면 축구가 무서웠어요. 그 당시에는 맨날 집에만 있고 방황을 많이 했어요.
고등학교때 같이 뛰던 선수 중에 김진수 선수는 국가대표와 독일 분데스리가에, 김영찬 선수는 전북현대 자유계약선수로 프로에, 조석재, 정현철 선수는 U20 월드컵 대표로 진출했다.
정: 입학하기로 한 대학들이 다 캔슬되고 같이 축구하던 친구들은 대표 선수, 프로 선수가 되었어요. '나도 저렇게 할 수 있는데' 라는 생각을 갖으면서 속상하진 않았나요?
김: 그런 마음은 들지 않았어요. 얘들이 워낙 잘하던 선수들이었기 때문에 다치지 말고 더 잘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속상하고 아쉽긴 했어도 제 운이죠 뭐.
조석재 (건국대학교): 진짜 수민이는 착하고요 정말 꾸준히 연락도 잘하고 친구로서 최고의 친구예요. 인성이 좋고 운동도 항상 열심히 하고 항상 웃으며 즐겁게 하는 사람이고 배려도 할 줄 아는 친구고 긴 부상에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축구하는 모습 보고 정말 멋진 친구구나 생각했어요(웃음)
정: 재활을 마치고 글로벌사이버대로 진학을 했어요. 약 2년을 쉬고 그라운드에 복귀했는데 적응하기 힘들진 않았어요?
김: 동계훈련에 가서 딱 한경기를 뛰고 그만둘까 생각했어요. 아무것도 안됐어요. 그래도 계속 공을 차고 경기도 많이 뛰고 하다보니까 다시 재밌어지고 경기감각도 조금씩 돌아왔어요
정: 거친 압박이 많아서 몸이 다칠까봐 조심하게 될텐데 그때 느낀 U리그의 수준은 어땠나요?
김: 고등학교때 하던거랑은 많이 달랐어요. 피지컬적인 면에서 적응이 안됐어요. 무릎에 신경도 많이 쓰였어요. 그래서 경기때마다 몸을 아끼면서 했어요
정: 한 번 심하게 다치면 트라우마가 생기잖아요. 트라우마는 극복했어요?
김: 많이 좋아졌는데 아직도 신경쓰이는 부분이 많아요.
정: 글로벌사이버대를 뒤로 하고 1년 만에 챌린져스리그에 진출했어요. 왜 그런 결정을 했나요?
김: 그 당시에도 무릎이 안좋았어요. 수술하고 그래서 운동도 쉬고 학교에서도 나왔는데 끝났다 싶어서 맘을 놨는데 너무 아쉽더라구요. 마지막으로 한번만 해보자해서 챌린저스리그 전주시민구단에 들어갔어요.
정: 챌린저스리그 1년 동안 2개의 구단을 경험하고 윙으로도 뛰고 풀백으로도 뛰면서 많은 도움을 기록했어요.
김: 도움이 많은 것도 운이 좋았어요. 코너킥을 전담했는데 전주는 세트피스가 굉장히 강했었어요. 그래서 많이 도움을 기록한거 같아요.
정: 약 12년동안 축구를 했어요. 여태까지 뛰었던 경기 중 가장 기억이 남는 경기가 있다면 어떤 경기예요?
김: 고등학교때 네덜란드로 훈련갔는데 아약스랑 경기를 했어요. 그때 경기 뛰고 나서 멘붕이 왔어요. 너무 잘하더라구요. 집에 가고 싶었어요.
정: 네덜란드는 우리나라랑 어떤 점이 달랐어요?
김: 훈련분위기가 달랐어요. 무거운 분위기가 없고 항상 웃으면서 즐기면서 하는게 많이 달랐어요.
정: 축구를 배우면서 가장 기억나는 스승님은 어떤 스승님인가요?
김: 유동관 선생님이요. 많은걸 가르쳐주시고 챙겨주시고 엄청 혼내셨어요. 혼내시고 다음날은 또 잘 챙겨주시고 하셔서 그래서 기억이 많이나요.
정: 축구를 하면 동료들과 항상 같이 있어서 친한 친구들이 많을텐데 그 중에서 가장 마음이 가는 친구 있나요?
김: 지금 수원FC에서 뛰고 있는 김영찬선수요 중, 고등학교 동창인데 무슨 일이 있으면 영찬이랑 만나고 통화하고 그래요 방황 할 때 잡아준 친구랑 항상 고마워요.
김영찬(수원FC) : 수민이는 저에겐 중요한 친구에요. 저에 대해 제일 잘 아는 친구이자 또 제가 제일 잘아는 친구이기도 하구요. 착하고 멋진 친구에요. 선수로써 같이 중 고등학교를 지내며 느낀건 생활 땐 착한데 경기장에선 승부욕도 많고 빡신선수라고 생각해요(웃음) 밖에서랑 경기장에서랑 성격이 다르죠. 경기장에서는 착해선 안된다고 생각해요. 감히 제가 보는 수민인 좋은 선수고 그리고 무릎수술을 많이 해서 진짜 많이 힘들어 했었어요. 근데 이겨내고 잘하고 있는거 보면 대단하다 생각해요.
정: 축구선수들이 모두들 한 명씩은 롤모델을 생각하고 배우려고 할텐데 김수민 선수의 롤모델은 누구예요?
김: 이영표선수요. 처음엔 그냥 잘하는 줄만 알았어요. 그러다가 어느 날 플레이 하는걸 봤는데 생각 하는게 다른 선수들이랑 다른거 같아요. 한수 더 생각하고 약올릴 줄도 알고 그 이후로 이영표 선수 영상만 엄청 봤어요.
정: 마지막으로 김수민 선수의 목표와 꿈은 무엇인가요?
김: 목표는 프로팀가서 오래도록 경기 뛰는게 최종목표에요. 꿈은 항상 바뀌는 것 같아요. 부상이 심했었다보니까 이제는 아프지 않고 욕심 없이 재밌게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고 싶어요.
김수민 선수가 뛰는 경기를 보면 기본기가 충실한 선수라는걸 알 수 있다. 화려하진 않지만 자기 역할에 충실한 선수. 팀에서는 꼭 필요한 선수다. 운동장 내에서는 승부욕도 강해서 상대 선수에게 지려고 하지 않는다. 우여곡절이 많은 만큼 대기만성형 선수라고 생각한다. 김수민 선수의 꿈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