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원(秘苑) - SecretGarden 1 / 108(H)*90*163cm 14kg / 숟가락,스테인레스 스틸 / 2009
낯선 몸들이 자아내는 새로운 우주 (Cosmos)
몸은 우리에게 언제나 끊임없는 충족감과 함께 결핍도 함께 전해준다.
결핍이 또 다른 충족을 낳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 몸이 표현하는 방식은 결핍으로부터 배태된다. 비만한 몸은 역동성이 없으며, 완미하게 충족된 정신은 비생산적 무기력만 낳을 뿐이다. 주린 몸과 결핍된 영혼은 역동적이며, 삶에 대한 자신의 존재증거를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우리가 인식하는 몸이 ‘노동하는 몸’에서 자신의 정신을 가장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영혼의 몸’으로 인식된 것은 그리 오랜 일이 아니다. 몸을 통한 상상력은 더욱 감각적이고 충격적인 방식으로 새로움을 던져주고 있다. 그래서 요즘 시대를 가리켜 흔히들 ‘몸’의 시대라는 말을 한다. 정신의 반대 개념으로서의 몸이 이제는 우리의 정신을 가장 가까이에서 몸소 실현하는 또 하나의 정신적 주체가 된 것이다.
모두(冒頭)에 몸에 관한 잡설로 시작한 이유는 조각가 도일의 작품 속에서 몸이 가진 역동성이 존재의 근본을 탐하는 어떤 가능성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에게 몸은 비루한 정신을 드러내는 가장 탁월한 도구이다. 몸은 원시적이며, 즉흥적이고 때론 비유적이며 신화적이다. 이제는 살아서 피가 나는 몸이 정신의 영역에까지 들어와 살아서 고뇌하는 인식의 통점(痛點)으로 확장되어 간다.
우리의 일상에서 몸에 대한 지각은 끊임없이 폭력에 저항하는 방식으로 유지된다. 또한 몸이 표현하는 반응은 정신의 어떤 예민한 지점을 정확히 짚어준다. 도일은 이러한 몸의 근본을 ‘움직임’을 통해 드러낸다. <무한대(無限大)_∞> 작품에서는 이 같은 사실을 가장 친근한 방식으로 증언하고 있다. 가장 단순한 움직임을 통해 인간의 희노애락(喜怒哀樂)을 표현하고 있다. 즉 운동성을 통해 희노애락을 표현한다. 그런데 우리가 느끼는 감수성의 스펙트럼은 희노애락이라는 네 가지 감정으로 표현하기에 너무 다양하고 섬세하다. 기쁨과 슬픔 사이, 기쁨도 아니고 슬픔도 아닌 어떤 수많은 감정들의 세목들은 언어의 힘으로 표현하기에 부족하다. 언어가 가진 지시적 폭력성은 단순한 선(線)을 통한 움직임이 주는 섬세한 감정을 통해 무참하게 깨져 버린다. 이것뿐만 아니다. 더욱 놀란 것은 단순한 움직임으로 감정뿐 아니라, 그 몸이 가지고 있는 인격까지 느낄 수가 있었다. 과장된 말이라고 할지라도, 하나의 몸이 여러 다른 몸들과 함께 줄지어 이어나가면서 그 줄은 끊기지 않고 다시 되돌아오는 순환의 원리를 통해 더욱 사실적으로 느껴진다. 몸이 이어지는 것을 통해 몸 하나가 가진 인격은 주변의 몸을 통해 다시 새롭게 의미를 부여받는다.
몸의 움직임은 시각적인 영역에서의 표현이다. 그럼에도 감정의 섬세함과 그 개별의 감정 속에 녹아 있는 몸의 인격을 상상하는 것을 통해 즐거운 미적 체험을 얻을 수 있다. 같은 몸의 움직임이라 하더라도 춤의 경우는 움직임이 주는 속도의 합(合)으로 전체적인 감정과 미적 세계를 표현한다. 그러나 전시 공간이 주는 개별 몸의 합은 하나의 움직임을 정지하여 미분화시키는 방식으로 감정을 전달해준다. 그것으로 우리는 천천히 하나의 개별적인 몸을 감상하면서 자신의 실제적 모습과 투영할 수 있는 것이다. 예술체험에서 가장 특별한 체험은 바로 자신의 현재와 작품의 현재를 동일시해서 보는 즐거움일 것이다.
도일은 이전 개인전인 <<Beyond The Line>>에서와 마찬가지로 재료가 가진 친근성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대중들은 ‘낯설게 하기’의 오래된 예술적 감흥을 작품을 통해 충분히 느낄 수 있으며, 작품의 소재 또한 친근성이 강하다. 작품 <비원(秘苑)> 연작은 몸끼리 서로 투영하여 새로운 몸의 색을 입고 있다. 특히 전시라는 특별한 공간성을 가장 적절하게 활용한 작품이다. 서로의 몸에서 발산하는 빛이 전시의 조명과 어우러져 오묘한 색감을 얻고 있으며, 이 오묘한 몸의 색은 서로 비추고 반사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전체를 만들어낸다. 몸들끼리 서로 어우러져 큰 하나의 담론(discourse)을 생산하고 있다. <Beyond the line 2>가보여주고 있는 터널 속의 미궁. 그 미궁의 공간이 들어가고 나감을 통해 느낄 수 있는 남성과 여성의 결합이라는 에로티시즘의 상상력 또한 즐거운 체험이다. 미궁은 모두 뚫려 있다. 미궁은 각각의 작은 공간이 얽혀 이루어진 집합소이다. 뚫려 있으면서도 공기가 빠져나갈 것 같지 않게 밀집되어 있고, 촘촘하다 싶어 가까이에 가면 여유로운 공간 속에서 얽혀 있다.
도일은 근본주의자이다. <비원(秘苑)> 연작에서 보여주는 조명을 통한 꽃의 ‘그림자’도 그런 의미에서이리라. 하나의 꽃봉오리 속에 또 하나의 인격이 숨어 있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몸과 인격이 가진 정체 아닌가. 더욱 역동적이고 과장되게 자신을 표현하고 있는 <비원(秘苑)> 연작들 속에서 쓸쓸한 삶의 비애를 엿본다. 이번 개인전에서 인간의 본질을 꽃이 가진 상징성을 통해 적극적으로 드러냄을 보았다. 재료의 긁히고 할퀸 자국들과 움직임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특별한 세계를 보여주는, 그래서 일상 속에 숨겨진 몸의 비원(秘苑)을 보면서 우리는 무엇을 느낀 것일까. 점점 큰 무게로 내려앉는 도일의 작품세계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더 궁금해진다.
이재훈 (시인)
도 일 (都 一)
- 충남 논산生
- 충남대학교 예술대학 조소과 졸업
■ 개인전
2009 La Mer Leading Artists 도일 조각초대전-몸의 비원(秘苑)(갤러리 라메르, 서울)
2008 선을 넘어서 (가나아트스페이스,서울)
2007 저작(咀嚼) (인사아트센터,서울)
2002 나무(롯데화랑 창작지원프로그램,대전)
1999 도일 조각초대전-대전아트페어(대학로21C갤러리/화랑미술제,대전)
■ 기획 및 초대전
2009 하슬라아트월드 야외미술관 국제 심포지움 & 레지던시 (하슬라아트월드,강릉)
- GREEN CAKE ART FAIR(신세계백화점갤러리,서울,부산,광주)
- 가공할 미술展(시립미술관 창작센터,대전)
- 新綠禮讚-새로운(新) 재료로 자연(綠)을 노래(禮讚)하다展(Samsung C&T Garden,서울)
2008 Transfer Contempoary Art Exhibition(갤러리 호,서울)
- The memory of autumn展(현대백화점 천호점,서울)
- Steel Art展(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서울)
- 서귀포칠십리축제-불로장생을 꿈꾸는 사람들(천지연폭포,서귀포)
그 외 기획 및 초대 단체전 50여회 참여.
DOIL
- Born in Non-san, Chung-nam, Korea
- B.F.A in Sculpture. Colleage of Fine arts. Chung-nam National University
■ Solo Exhibitions
2009 La Mer Leading Artists, DoiL Invited Sculpture Exhibition
:Secret Garden of MoM (Gallery La Mer, Seoul)
2008 Beyond The Line (GANA ART SPACE, Seoul)
2007 Chew (INSA ART CENTER, Seoul)
2002 Tree (LOTTE art Gallery support program, Daejeon)
1999 DoiL Invited Exhibition (Daeharkro 21C Gallery, Daejeon)
■ Invited & Project Exhibitions
2009 Haslla International Open Air Museum Symposium & Residency Program
(haslla Art World Open Air Museum, Gangneung)
- Fearful Art (Create Center of Deajeon City Art Museum, Daejeon)
- GREEN CAKE ART FAIR (Shinsegae Department Gallery, Seoul, Busan, Kwangju)
- Admiration of Green - Sing the nature by new materials
(Samsung C&T Garden,Seoul)
2008 Transfer Contempoary Art Exhibition(Gallery Ho, Seoul)
- The memory of autumn Exhibition(Hyun-dae department Cheonho, Seoul)
- Seoguipo chilshipri Arts Festival (Cheonjihyeon, Seoguipo)
- Steel Art (Hyun-dae department trade center, Seoul)
Other 50 times projects and invited exhibtions .
전 시 명: La mer Leading Artists 도일 조각초대전-몸의 비원(秘苑)
전시기간: 2009. 9. 9(수) - 9. 22(화)
전시장소: 갤러리 라메르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194 홍익빌딩
Tel.02)730-5454 fex.02)736-6003
www.galleryLAM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