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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간병살인·자살’ 대책 마련 시급 | ||||||
평생 함께한 배우자, 간병 고통 이기지 못해 극단적 선택 2026년 초고령화사회 진입… 사회적 제도 마련 시급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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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포스트=권정두 기자] ‘수십 년을 함께 살아온 배우자를 죽이는 것’ 아주 잔혹한 말로 보이지만 때로는 매우 안타깝고 슬픈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성치 않은 배우자를 ‘사랑’으로 보살피다 고통을 참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그렇다. 이러한 ‘간병살인·자살’ 사건은 최근 국내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우리가 초고령화사회로 가고 있다는 신호로 분석된다. 초고령화사회가 멀지 않은 시점에서 빠른 대책 마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지난 4일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한 아파트에서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80대 노인 A씨가 거동이 불편한 70대 아내 B씨를 살해한 뒤 자살을 기도한 것이다. 두 사람은 나란히 쓰러진 채 외손자에 의해 발견됐다. A씨는 다량의 수면제를 복용해 의식을 잃은 상태였고, 즉시 병원으로 옮겨져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숨진 B씨의 사인은 질식사로 추정되고 있다. 사건 현장에서는 “중병에 걸린 아내의 간병이 힘들어 내가 일을 저질렀다”고 적힌 유서가 발견됐다. A씨는 15년 전 고혈압으로 쓰러진 뒤 거동이 불편해진 B씨를 줄곧 간병해왔다. 하지만 고령의 나이가 되고, 최근 몇 년 새 B씨에게 치매까지 찾아오자 많이 힘들어했던 것으로 전해졌으며, 결국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간병에 지쳐 한 평생 함께 살아온 배우자를 자기 손으로 죽인 이 사건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처럼 간병에 지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비극적인 사건은 좀처럼 끊이지 않고 있다. 짧게는 몇 년에서 길게는 수십 년까지 이어지는 간병 생활은 정신적·육체적 피로를 극에 달하게 하고, 엄청난 경제적 고충을 가져 온다. 결국 간병을 하던 가족은 이를 버티지 못하고 순간적으로 살인이나 자살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영등포에서 발생한 ‘치매 아내 살인사건’은 정신적 고통을 이기지 못한 남편의 범행이었다. 70대의 이 남성은 치매에 걸린 아내를 2년간 지극히 보살폈다. 하지만 아내가 치매로 인해 끊임없이 자신에게 막말을 하자 순간 화를 참지 못하고 아내를 살해하고 말았다. 지난 5월에는 4년간 치매에 걸린 아내를 간병해온 80대 남편이 아내를 차에 태우고 저수지로 뛰어들어 동반자살 하는 안타까운 사건도 있었다. 이 남성은 자식들을 절대 방에 들이지 않았을 정도로 아내의 병간호를 도맡아 정성을 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유족들은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잠시 정신이 돌아왔을 때 할아버지의 동반자살 제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추측했으며, 이들이 남긴 유서에는 ‘이 길이 아버지, 어머니가 가야 할 가장 행복한 길이다’라고 적혀있었다. 이러한 ‘간병살인·자살’ 문제는 고령화사회와 무관하지 않다.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일본에서는 이미 1980년대부터 ‘간병살인·자살’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현재 일본에서는 연간 40∼50건의 간병살인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막대한 예산을 들여 예방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와 관련한 통계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2026년이면 인구 4명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화사회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초고령화사회는 우리 사회 전반에 다양한 문제를 가져올 전망이다. ‘간병살인·자살’ 역시 그 중 하나다. ‘간병살인·자살’을 막는 근본적인 대책은 사회가 가정의 짐을 덜어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예산은 물론이고, 적절한 제도적 시스템이 요구된다. 초고령화사회가 15년도 채 남지 않은 만큼 빠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