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글을 쓴다고 끄적이는 나를 가만히 본다. 글로 나를 표현하기에 서툰 내가 끙끙대는 모습이 부끄럽기도 하지만 한편 흐믓하다.
2. 시 / 흔적 없는 마음
오는 마음
붙잡고
가는 마음
매달리고
.
.
.
끝없는 흔들림 속에
온데
간데
흔적 없는 마음
3. 시/ 예천 터미널에서
아이들이 도시 집에 가는 날
안동으로 가는 준범이
청주로 가는 제희
대구로 가는 나은이 태영이
서울로 가는 현우 준용 제현 서율 가연 민경이
차례대로 예천 터미널을 떠난다
이 주일에 한 번씩 집에 가는 시골살이 아이들
가족 생각에 손을 흔드는 것만 같은 아이들
함께 지낸 시간들이 스쳐간다
이틀 뒤에 아이들은
대구에서 서울에서 안동에서 청주에서
차례대로 예천 터미널로 온다
터미널 안이 또 왁자하다
10여 년 동안 농촌유학으로
아이들은 예천터미널을 가고 또 오고
난 언제나 예천버스터미널에 있다
농촌유학을 마치고 돌아간 고 녀석들이
하나 둘 떠오른다
오면 좋고 안 오면 그만이다며
되뇌어보지만
기다려지는 마음
어쩔 수 없구나
4. 수필/ 거제도 여행
여행은 익숙하고 편한 것들을 떠나, 나 아닌 것들을 만나고 받아들이면서 다시 태어나게 한다. 농촌유학을 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일 것이다.
시골살이 아이들의 표정을 통해 대자연과 함께 일 때 아이들은 더 빛을 내는 것 같다.
이번 거제도 여행은 스승의 날 재량휴업일을 맞아 시골살이 아이들 11명과 인솔교사 3명이 함께 했다. 거제도의 너른 바다를 만나고 시골살이 아이들이란 공간을 떠나서 휴식을 취하고 자유를 만끽하는 것을 목표로 정하고 떠났다.
1박 2일로는 먼 거리였지만 그 동안 지리산도 다녀 온 경험이 있기에 편한 마음으로 여행 길에 올랐다. 여행 첫째날 시골살이 봉고차로 2시간 운전한 후에 쉬엄쉬엄 가는 일정으로 잡고 보니 갈대숲이 아름다운 우포늪도 들렀다. 길고 긴 바닷속 해저터널을 거쳐 거제도와 가덕도를 잇는 거가대교를 건너 숙소인 거제 자연휴양림에 오후 6시 경에 도착했다.
휴일이 아니어서인지 다른 숙소들이 텅텅 비어있어 호젓함을 맘껏 누릴 수 있었다. 아이들과 식사 도우미를 정하고 다음 날 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었다. 그 중 6학년인 현우라는 친구가 제법 똘망똘망한 이야기를 꺼내며 문재인대통령 생가를 방문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대통령이 거제도에서 나왔데. 지난 대선에서 승자는 감옥에 가고 패자인 문재인은 대통령이 되고 ㅋㅋ’
‘요즘 흥남철수 작전에 대해 국어시간에 배우고 있는데 마침 문재인 대통령 아버지가 흥남철수 때 거제도로 피난 왔다니.. 김영삼 대통령을 포함해서 거제도에서 대통령이 2명이나 나왔네?’
당선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문재인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하는 것은 다른 아이들에게도 호기심을 당긴 모양이다. 저녁식사 후에는 수없이 빛나는 밤하늘 별을 보며 잠자리에 들었다. 도시보다는 예천이, 예천보다는 거제도가 별이 더 반짝거리고 많다는 사실을 아이들은 알게 된 것이다~~ㅎ
다음 날 새벽 숙소와 연결되어 있는 해발 565m 노자산을 올랐다. 두어 시간 가파른 산을 오르자니 숨가빴지만 몸이 너무 무거워 힘들어 하는 준범이까지 모두가 정상에 올라 눈앞에 그림처럼 펼쳐진 바다 위 섬들을 만날 수 있었다. 목도 마르고 배도 고팠지만 정상에 올랐다는 자긍심과 기쁨으로 가벼운 발걸음으로 내려왔다. 아이들은 힘들다지만 에너지가 항상 넘친다. 잠시도 입을 가만두지 않고 재잘거리며 내리막길에서는 뛰기도 하며 아침을 가볍고 상쾌하게 맞이하며 숙소에서 직접 밥을 해 먹었다. 간소하게 김치찌개, 김과 밑반찬 과일로 차린 아침밥은 그야말로 꿀맛. 시장이 반찬인 것을 아이들은 알까?
비교적 한산한 해변 도로를 따라 바람의 언덕을 지나 해금강을 바라보고 몽돌 해변가를 거닐었다. 걷기도 힘든 몽돌 밭에 앉아 있던 아이들에게
‘ 달리기 하면 아이스크림 먹을 수 있다’ 는 제안을 하여 달리기 시합을 하니 시골살이에서 귀한 아이스크림도 먹을 수 있는 기회를 아이들이 놓칠 리 없다. 맨발로 걷고 달리면서 자연스럽게 발바닥 지압이 되니 산행에 고생했던 다리의 피로도 자연스럽게 풀리고 문재인 대통령 생가로 발길을 옮겼다.
문재인 대통령 생가는 예전 집 모습 그대로 정말 초라했다. 생가 뒤쪽으로는 제법 높은 산이 있고 너른 들이 앞에 펼쳐진 전형적인 시골의 한적한 마을이었다. 풍수지리에서는 자연의 터가 훌륭한 인물을 만든다고 하는데 그게 아니라 인물이 좋은 터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하고 생각해 보았다. 사람이 풍수를 만드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첫댓글 소나무선생님, 아이들과 함께하시는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