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를 기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산에서 산토끼가 찾아왔다.
카메라를 들이대니 통나무 밑으로 숨었다.
제 눈을 가리고 숨었다.
눈 가리고 아옹 이다.
"내가 뭘 잘못 봤나?" 중얼거리며 물러섰더니, 재밌다고 캑캑거리며 사라졌다.
멍생이와 콩생이 가족들....
세 마리 입양했는데 일곱 마리가 되었다.
외지로 장기 출타할 일이 생겨 이웃에 살던 윤호네에 맡겼다.
윤호 아빠가 몰던 트럭에 같이 타고 가다가 사고가 나서 윤호 할머니는 머리를 절개하는 수술을 받게 되었다.
윤호 아빠한테 할머니 보신해 드리라고 염소를 다 주었다.
그 후 학교 앞 칡넝쿨 밭에 놀던 염소는 한 마리씩 없어졌다.
할머니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한두 마리는 애들을 두고 멀리 가버린 윤호 어미가 원망스러워 공주장에서 소주와 바꿔 마셨을지도 모른다.
이미 내가 간섭할 문제가 아니다.
그후 윤호 할미는 나한테 와서 머리를 꿰맨 자국을 내보이며 한참이나 신세한탄을 하곤 했다.
한 시간 대화를 해도 정작 내가 알아듣는 말은 서너 마디뿐이다.
고추밭에 약치는 통을 걸머지고 있는 윤호 할미를 이젠 더는 볼 수 없다.
작년부터 하늘나라에서 염소를 치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올가을에 고추밭에서 나비로 다시 만날지도 모를 일이다.
털이 유난히 반질거려 파리가 얼씬거리지도 못하던 단풍이와 덕만이의 한가로운 오후다.
통나무학교를 졸업하고 큰 농장으로 유학갔다.
순이
똘이
주인을 구한 송아지로 tv 동물농장에서 작가와 피디로부터 출연요청이 꽤 많이 왔었다.
거절해서 미안스러웠다.
당실이! 당찬아!
사진찍자!
일어나!
은사님과 사모님(바람꽃님)을 모시고 바베큐할 때 당찬이 모습이다.
첫댓글 똘이가... 뭔~가 심각한 고민에 빠졌는데... 연상의 순이 때문인가요~?
음......토끼부터 망아지까지...다들 스토리를 지니고 있는 듯합니다.
기르던 토끼를 남에게 맡겼는데 후회됩니다.
어찌 이리 동물친구들이 많이 있나요?
그러게요.
다 사연이 생기더군요.
어떤 분이 생명체는 다 값이 같다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나와 염소가 동격이라 하시니???? 어이없지만, 소름 돋는 말씀임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친구가 되었다가 때론 동격을 넘어서 선생임을 느낄 때도 있고요.
참! 재미있습니다.
나무님도 나중에 당나귀 한 마리 키우세요, ㅎㅎ
꼭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이 생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