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기억 속에 탄생한 피아노 치는 남자의 비밀스런 삶
송혜근지음-생각의 나무
“그럼 살았다는 걸 믿고 소설을 써요. 어차피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은 허구요 환상이니까. 생각 속에 있는 것과 현실에서 일어나는 것 중 중요성의 우위를 어떻게 가리지요? 도대체 진실이라는 게 둘 중 어디에 속하는 것이지?” _ 163쪽
언덕길 동네로 이사 온 겁 많고 몸도 약한 소녀 금이. 금이는 앞집에 사는 초등학교 5학년 동갑내기 은아를 알게 되고 처음으로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부자 아빠, 피아노선생과 함께 사는 고적대장 은아는 마음의 상처를 감춘 채 금이와는 다르게 겁도 없고 늘 씩씩하다.
금이는 서로 서먹하기만 한 아빠와 엄마, 머릿속이 늘 복잡하고 지적인 오빠, 좌충우돌 정신이 하나도 없는 미대생 언니, 그리고 가장 친한 고모와 함께 산다. 식구들은 각자 자기만의 생각과 방식대로 삶을 살아가지만 금이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금이와 은아가 조금씩 서로의 마음을 열며 순수하고 첫사랑을 틔울 즈음 은아가 화상으로 죽고 만다. 여린 금이는 이러한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 은아가 연주하는 피아노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어른이 된 금이. 언니친구 푸푸카와 함께 들른 피아노바 ‘마다카스카르’에서 피아노 치는 남자, 마이클을 만난다. 그의 피아노소리에 금이는 은아를 떠올린다. 은아? 그럴 리 없다. 은아는 죽었다. 그러나 금이와 마이클은 곧 가까워지고 결국 금이는 어릴 적 상처를 털어놓는다. 은아가 죽지 않았음을 가정한 마이클의 소설을 듣고 금이 또한 소설을 이어나간다. 소설 속에서 재탄생한 은아의 비밀스런 삶은 곧 현실의 마이클의 삶과 동일시되고 은아네 가정사를 비롯한 어린 시절의 정황이 새롭게 밝혀진다.
슬픈 성장소설이다. 어떻게하든 어린시절 첫사랑을 이루고 싶어 마이클과 금이는 소설쓰기로 해피엔딩을 유도한다. 은이의 죽음이 거짓이었던 간에 두 사람은 사랑을 이루어 냈을거라 생각한다. 같이 쓰는 소설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