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집 짓기
2011년 아산, 송악으로 내려오기로 결정하고 집을 알아보았다.
농사지을 땅과 너무 멀면 어려울 것 같고, 이 지역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했으므로, 평촌리, 역촌리, 외암리를 중심으로 집을 알아보았으나 빈집이 없다.
조금 떨어진, 역촌리 옆의 청솔아파트는 빈집이 있었으나, 농사에 문외한인 나로서도 아파트는 농사짓는 사람이 살 공간은(작물, 호미등을 놓을 장소가 필요하므로) 아니라는 생각에 뒤지고뒤져서 우여곡절 끝에 농협 뒤의 미니 이층집을 구했다. 복규가 이집은 좀 춥다라고 말했지만, 추워봤자 하는 맘도 있었다.
5월에 이사하고, 2011년 겨울, 이건 추워도 너~무 춥다.
한달에 기름이 꼬박 한드럼씩 들어가는데도, 방은 물이 얼지만 않을 정도이다. 그래도 기름값 무서워서 더 때지를 못한다. 조금 더 따뜻하게 하려면 한달 기름 값만 6-70만원은 들거다.
나는 보일러 안들어오는 거실 마루에 놓은 나무 난로 옆이나 이불(두꺼운 겨울 이불을 두 개나 덮어도 춥다) 속을 떠나지 않는다. 그래도 아이들은 꽁꽁 언 손, 발을 하고서도 꿋꿋이 컴퓨터 앞을 지킨다.
이렇게는 죽어도 못 살아, 아이들을 이렇게 힘들게 할 수는 없다라는 맘으로 집, 땅을 알아보기 시작했고, 새말(외암리 3구)에 50년쯤 된, 다 쓰러져가는 집을 사서 헐고 20평 규모의 흙집을 지었다.
집은 너무 예쁘고, 따뜻하고,,, 다용도실이 없고, 조금 좁지만(특히 주방, 화장실), 그건 내가 돈이 없어 못지은 거니까, 그걸 빼고는 맘에 쏙든다. 화목보일러를 설치해서, 산에서 나무 해다가 난방을 하니, 따로 연료비 걱정없이 난방하고. 햇볕 좋은 날에는 햇볕으로도 집이 따뜻해지고.
따뜻한 집에 아이들을 풀어놓으니 맘이 편하다.
그건 좋은데, 이젠 돈 걱정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은퇴하시는 어느 목사님(존경하는)도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집을 지으셨는데, 교인들이 나서서 집을 지어주셨단다. 모아놓은 돈이 없어 최소비용으로 지으셨는데, 흙집을 지은 우리 집을 보시고 사람 냄새 나는 집이라고 부럽다 하신다.
‘고맙습니다’ 라고 인사하면서,,, 차마 소리내서 하지 못한 말,,,
'그런데요 목사님, 사람냄새 나는 집도 결국 ‘돈’이네요,, ' 라고 속으로 말했다.
여기저기 빌린 돈이 산더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