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국토를 구성하고 있는 땅과 산과 강들은 그 나름의 고유한 명칭과 유래를 가지고 있다. 땅은 우리 몸의 살이요,산은 뼈(대)이며,강은 핏줄로 그 이름들에도 오랜 세월을 지나오는 동안 많은 사람들의 혼과 생각과 지혜가 스며 있다.
특히 전 국토의 70%를 차지하면서 중심 골격을 형성하고 있는 산에는 우리 조상들의 삶과는 뗄래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에 있다. 삶에 지쳐 있을 때 포근한 어머니의 품처럼 느껴지는 산도 있고, 모든 어려움을 없애주는 부처님처럼 자비로운 산도 있었다. 그래서 슬기로운 우리 조상들은 먼 옛날부터 산 이름을 짓는데 신중에 신중을 더하여 정성스럽게 산 이름을 지었을 것이다.
이러한 산 이름에는 참으로 많은 인연과 사상이 담겨 있다. 그 옛날 당시의 풍속이나 생활상을 되비쳐 볼 수 있는 거울이 되기도 하고, 문화 수준이나 철학적,사상적 깊이를 측정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되기도 한다. 또한 산 이름에 대한 이야기 자체가 바로 이 땅의 살아 있는 역사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당시 이름을 지었을 때의 간절함과 의미가 변해버린 곳도 있고, 산이름에 담긴 조상들의 염원이 현실화 되기는 커녕 오염과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그 아름다운 뜻마저 사라지고 있는 곳이 많다. 때로는 의도적인 왜곡에 의해 본래의 좋은 이름이 사라져가는 경우도 있고, 좋은 뜻을 알지 못하여 그 의미가 축소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일제 강점기에 순수한 우리말 이름들이 어거지 한자어로 표기되었고, 90년대 중반에는 기독교도들에 의해 제기된 강화도 '마니산' 논쟁이 법정에 까지 가서야 정리되었으나 아직도 일부에서는 여전히 의도적(?)으로 '마리산'으로 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서양 도래 종교집단에 의한 왜곡은 단순히 산이름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역사와 조상까지도 부정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 불자라고 자부(?)하는 우리들은 주변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산이름에서 불교적인 의미를 가진 이름들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러한 의문을 다소나마 해소시키기 위하여 불교적인 색채를 지닌 산 이름들을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해서 간단히 설명하고자 한다.
* 첫째로 불.보살의 명호와 관련된 이름으로 명호를 그대로 산 이름에 붙이거나 사상적 특징을 나타내는 산 이름들이다.
1) 석가모니불: 석가산,석가봉,영축산,무등산,사자산,세존봉 등. 석가산(봉)은 석가모니 부처님을 줄여서 붙인 이름이고, 영축산은 부처님께서 설법을 자주하시던 산으로,'법화경'도 이 곳에서 설하셨다. 무등산의 無等(무등)은 부처의 경지를 나타내는 다른 이름이며, 세존봉의 세존도 여래 십호 중 하나이고, 사자산의 사자도 부처님(말씀과 자리 등)을 일컫는 별칭에서 유래한다.
2) 아미타불: 미타산,미타봉,무량산,감로봉,극락산,서방산,정토산 등. 미타산(봉)은 아미타불의 약칭이며, 무량산은 아미타불의 이칭인 '무량수불'.'무량광불' 등에서 유래한 이름이고, 감로봉은 부처님의 설법을 감로 법문이라 하는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또한 아미타불이 계신 곳이 서방 정토이니, 서방산,극락산,정토산 등의 지명을 붙여 이 땅이 극락 세계가 되기를 염원했다.
3) 비로자나불: 비로봉 등.
4) 노사나불: 연화산(노사나불이 계신 연화장 세계를 의미).
5) 미륵불: 미륵산,미륵봉,용화산,도솔산,내원산 등. 도솔천 내원궁은 미륵불의 주석처이고, 龍華(용화)세계는 미래에 오실 미륵불의 세계를 뜻한다.
6) 문수보살: 문수산,문수봉 등.
7) 보현보살: 보현산,보현봉 등.
8) 관음보살: 관음봉,보문산,원통산 등. 관세음보살은 '문 없는 문'인 가장 넓은 문으로 중생에게 오시므로 '普門(보문)'이라 하고, 관세음보살을 '圓通(원통)대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9) 지장보살: 지장산,지장봉 등.
* 둘째로 스님과 관련된 이름.
1) 달마대사: 달마산,달마봉,서래산,서래봉 등. 달마대사께서 중국의 서쪽인 천축(인도)에서 오신 관계로 '서래산(봉)'이라 한다.
2) 원효대사: 원효산,원효봉,소요산 등. 동두천 소요산은 원효대사와 요석공주의 일화가 전해지는 곳이다.
3) 의상대사: 의상봉 등.
4) 혜능조사: 조계산(육조 혜능조사께서 주석하신 곳이 조계산임) 등.
5) 천태 지의대사: 天台(천태)산,천태봉 등.
* 세째로는 경전이나 교리 등과 관련된 이름.
금강산,반야봉,방등산,능가산, 두타산,칠보산,보광산,牧牛(목우)산,가야산, 馬耳(마이)산,속리산,摩尼(마니)산, 연화산,부용산,금정산,보련산,불출봉, 보타산,낙가산,낙산,金(금)산 등 이외에도 불교 사상이 깃든 수많은 산 이름들이 우리 주위에 있다.
***이 글은 의정부 광동여고에 계시는 이학송거사께서 연전에 '법회와 설법'에 연재했던 글을 하생이 재편집한 것입니다.
첫댓글 아~~~그렇군요.좋은 글 소개 감사 합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이야말로 불국정토이네요. 도움이 되는 유익한 글 올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