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하면 연상되는 것이 실용성과 검소함이다. 음식문화에도 이와 같은 특성이 그대로 나타난다. 요리에 필요한 재료만을 구입해서 모두 사용하고, 테이블은 불필요한 장식이 거의 없으며, 거의 모든 요리는 커다란 접시 하나에 담아 내오는 것이 그것이다. 또한 이들은 음식 맛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깨끗하게 비우는 편이며, 먹고 난 테이블도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다. 그러나 신세대의 경우 식사 후의 테이블 모습은 전쟁을 치르고 난 후처럼 어지럽기도 하다. 이에 대해 기성세대들은 매우 우려하고 있다. 신세대의 경우에는 음식 맛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남기기도 한다. 설거지할 경우도 싱크대에 물을 받아 놓고, 세제를 푼 다음 모든 그릇을 이 물에서 차례차례 씻은 다음 맑은 물로 헹구어 낸다. 초벌 세척의 경우 음식물 찌꺼기로 인해 마지막에는 물이 매우 혼탁해 지는데, 이들은 이에 대해 별반 괘념하지 않는다. 어차피 조금 전까지 맛있게 먹던 음식물이 아니었던가? 오히려 한국 사람들이 물을 틀어 놓고 설거지하는 것에 대해 물을 낭비한다고 못마땅하게 여긴다.
독일 음식문화도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지역별 차이가 있다. 동부지역은 서양고추나 캐
러웨이 등의 향신료를 많이 사용하며, 바닷가에 접한 북부지역은 스칸디나비아의 영향을 받
아 청어와 같은 생선을 많이 먹는다. 그리고 라인강 유역의 서부 지역 음식은 강한 양념을
사용하지 않으며, 와인이 많이 난다. 남부지역은 소시지와 맥주 그리고 감자를 이용한 요리
가 다른 지역에 비해 많아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독일 요리의 모습에 제일 가깝다.
사람은 빵만 먹고 살 수 없다. 반드시 소시지와 햄이 있어야 한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
은 독일인들의 음식 문화를 잘 나타내 주고 있다. 우선 독일 소시지와 햄을 살펴보자. 독일
의 각 지역에는 나름대로의 소시지와 햄이 있다. 이들에게 소시지와 햄은 한국인에게 김치
처럼 하루도 빠지지 않고 먹는 중요한 음식이다. 소시지의 경우 손가락 굵기와 크기의 소시
지에서 한국의 순대와 같은 모양과 크기의 소시지가 있다. 주로 겨자를 찍어서 먹지만 카레
소스나 사냥꾼소스 등과 같이 먹는다. 긴 빵을 반으로 갈라 이 안에 소시지를 넣어서 먹기
도 하지만, 소시지 자체만을 먹기도 한다. 소시지는 주로 전기 그릴 판이나 숯불 위에서 구
워서 먹지만, 물에 삶아서 먹는 소시지도 있다. 필자에게 가장 인상이 남는 소시지는 간소시
지이다. 소나 돼지의 간으로 만든 소시지인데 주로 빵 위에 발라먹는다. 간 특유의 느끼한
맛이 나지만 익숙해지면 고소한 느낌의 맛을 즐기게 된다. 또 다른 소시지는 메트 Mett 소
시지이다. 생고기를 양파로 양념한 것인데, 처음에는 생고기라는 이야기를 듣고 먹는 것이
망설여졌는데, 한국에서도 육회를 먹지 않는가? 이 역시 빵에 발라서 먹는다.
독일에서는 소고기가 돼지고기보다 비싸며, 소고기를 고급으로 여긴다. 하지만 기름이 많고
단 맛이 강한 돼지고기를 이들은 즐겨 먹는데, 가장 대표적인 요리가 돼지 목발을 다양한
향신료와 맥주에 넣고 삶은 아이스바인(Eisbein) 그리고 오븐에 구워낸 그릴 학센(Grill
Haxen)이다. 맥주를 첨가하는 이유는 돼지고기 특유의 누린내를 없애주며, 육질이 부드러워
지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에게 쌀이 주식이듯이, 독일인들에게 주식은 감자이다. 감자는 빵 만큼이나 중요한
독일인들의 탄수화물 공급원인데, 한국에서 무요리법이 다양하듯이 감자의 요리법도 다양하
다. 가장 간단하게 삶아서 먹기도 하지만 튀겨서 먹기도 하고, 볶기도 하고, 삶아서 으깨서
먹기도 하고, 전을 부쳐서 먹기도 한다. 독일에 감자가 전래된 것은 16세기 말 신대륙에서이
지만, 처음에는 장식용으로만 사용했다. 그러다가 18세기 기근이 들면서 프리드리히 대왕이
주식으로 장려해 오면서 식용으로 확산되었다.
독일인의 가장 대표적인 샐러드는 사우어크라우트(Sauerkraut)이다. 이것은 양배추를 잘게
채 썰어서 식초와 소금에 약 3일간 절인 다음, 여러 가지 향신료들을 첨가한 것이다. 약간
달고 시큼한 맛이 나지만 한국인에게 김치처럼 독일인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샐러드이다. 담
궈 먹는 것이 불편하기 때문에 요즘은 주로 슈퍼마켓에서 사서 먹는다. 고기와 같이 곁들여
먹으면 맛이 잘 어울린다.
독일인들의 서민식 또는 간편식은 아인토프(Eintopf)이다. 한 그릇이라는 의미의 아인토프는
커다란 냄비에 야채, 감자, 콩, 고기부스러기 등을 넣고 끓인 죽인데, 만들고 먹기 간편하고
영양가도 풍부하기 때문에 독일인들이 간편식으로 자주 먹는다. 특히 주머니가 가벼운 대학
생들이 구내식당에서 주로 이용하며, 한 그릇에 약 1000원 미만이다.
독일의 음식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맥주이다. 일인당 맥주 소비량을 살펴보면 체코
가 1위고, 독일이 2위의 자리를 점하고 있지만 독일인들의 맥주 사랑은 남다르다. 독일인들
이 자국 맥주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순수규정(Reinheitsgebot) 때문이
다. 1516년 바이에른주에서 처음 시작된 이 규정에 의하면 맥주는 호프, 맥아, 물, 효모로만
양조해야 하며, 다른 첨가물들이 가미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현재 독일에는 4천여 종 이
상의 맥주 종류가 있으며, 1천5백개 이상의 맥주 공장이 있다. 독일 각 지역들을 여행하다보
면 각 지방 고유의 맥주들을 맛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다. 대부분의 맥주 공장들은 자사
소유의 맥주홀이나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곳에 가면 맥주 뿐 만 아니라 그 지역 토
착의 음식을 싼값에 즐길 수 있다. 주말이면 부모의 손을 잡고 어린이들도 이곳에 많이 오
며, 어린이들을 위한 식단도 따로 마련되어 있다. 맥주회사들이 운영하는 맥주홀이나 음식점
은 지역문화를 유지하고, 이들에게 지역민으로서의 유대감과 정체성을 만들어주는 중요한
장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각 지역의 군소 맥주회사들은 지역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계
속해서 지역민의 문화적 상징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독일하면 맥주가 연상되겠지만, 와인도 유명하다. 모젤, 라인, 마인강가에는 포도 농장이 즐
비하며, 주로 화이트와인(백포도주)를 생산한다. (독일은 세계 3위의 포도주 생산국이며, 생
산된 백포도주의 상당량은 해외로 수출된다) 한국이나 일본에도 독일산 백포도주가 많이 수
입되고 있으며, 주로 수입되는 포도주의 맛은 달다. 이와 같은 맛은 무거운 프랑스산 포도주
에 비해 마시기가 쉬우며, 생선요리와 잘 어울린다.
현재 독일음식 문화의 특징은 인공감미료나 색소 그리고 방부제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며, 인공적인 것보다는 자연 친화적인 것을 선호한다. 또한 음식물 포장재료도 화려
하고 인공적인 것보다는 단순하고 자연적인 것을 선호한다.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한다면 한
국의 뛰어난 음식물들이 독일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지 않을까?
첫댓글 그릴학센 먹어보고 싶다 *^^* 독일 와인이 유명하군요~ 새로운 정보 감사합니다~~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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