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2022년 11월호 좋은생각 이지유작가님의 과학의 눈
누군가의 삶을 가장 진솔하게 보여 주는 물건은 그 사람이 배출한 쓰레기다.
그가 버린 영수증, 식료품 포장지, 메모지, 휴지를 보면 일상을 재구성 할 수 있고
환경에 대한 인식도 평가할 수 있다.
쓰레기는 그 사람에 대해 거의 모든 것을 말해 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야를 좀 더 확장해 여러 나라에서 버린 쓰레기를 비교하면 각 나라의 생활
방식을 가늠할 수 있다.
놀랍게도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면 지구 주변에도 쓰레기가 널렸다.
만약 외계인이 지구 근처를 지나가다 쓰레기들을 발견한다면,
지구인의 지적 수준과 생활사를 쉽게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많은 쓰레기를 어찌 처리해야 좋을지
지구인보다 더 걱정할지도 모른다.
대표적인 우주 쓰레기는 수명을 다한 인공위성이다.
지구 둘레에는 고철고 다름없는 인공위성 4,500톤이나 있고
10센티미터가 넘는 파편은 2만3,000개 이상 있으며,
1센티미터가 넘는 것은 수십만 개, 1센티미터보다 작은 파편은 셀 수 없이 많다.
과학자들의 추산에 의하면 우주에는 총 9,600만 톤에 이르는 쓰레기가 있다.
이 금속 덩어리들은 지구의 통신 기술을 잘 보여 주는 고급 쓰레기다.
로켓을 발사할 때도 우주 쓰레기가 생긴다.
로켓은 여러 칸으로 이루어져 있고, 칸마다 연료가 가득 들었다.
로켓을 발사하면 연료를 다쓴 통부터 떼어 내는데,
높은 곳에서 떼어 낸 빈 통은 우주에 남아 쓰레기가 된다.
전 세계에서 로켓을 발사하는 횟수는 1년에 100회가 넘으므로 지구 궤도에는
진 연료 통이 아주 많다.
이 역시 지구의 로켓 기술을 봉여 주는 귀중한 쓰레기다.
우주 쓰레기 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우주인들이 버린 물건이다.
물론 그들이 일부러 버린 것은 아니다.
그들은 수십 겹으로 이루어진 우주복을 입고 두꺼운 장갑을 낀 상태로 우주를
유영하므로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거나 기구를 조작하기 어렵다.
그래서 들고 있는 물건을 놓치기 쉽다.
1965년 제미니 4호를 타고 우주로 나간 에드워드 화이트는 우주 유영
도중 장갑을 잃어버렸고 1966년 마이클 콜린스는 최신식 광각 카메라를
놓치고 말았다.
이 밖에도 열 보호 담요, 공구, 도구 가방 등이 지구 둘레를 돌고 있다.
참 러시아 우주 정거장 미르의ㅣ 우주 비행사들은 진짜 쓰레기로
가득 찬 봉투를 버리기도 했다.
이 물건들은 50억 년 후 태양이 사라지기전까지 지구 언저리에 머무를 것이다.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져 살 때는 쓰레기 걱정이 없었다.
수명을 다한 물건과 생물은 땅과 물에 스며들어 자연의 일부로 돌아갔다.
인구가 늘고 산업화가 가속화되자 사람들은 쓰레기를 땅에 묻거나
광활한 바다에 내다 버렸다.
눈앞에서 사라면 괜찮을 거라 여긴 것이다.
하지만 쓰레기로 넘치는 땅과 바다는 우리 자손들의 미래를 위협한다.
이제 우주도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다.
우주 공간은 넓으니 일억 톤에 가까운 쓰레기쯤은 버려도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주에서는 물건이 썩지 않고 물건끼리 부딪혀 부서지면
개수가 늘어나 더 위험하다.
과학자들은 후손들이 우주로 나가는 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우주 쓰레기의
위치를 추척학 쓰레기를 처리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커다란 그물로 우주 고철을 거두어 지구로 추락시키거나 레이저를 쏘아
떨어트리는 등 소설에나 나올 것 같은 방법들이다.
과학자들은 우주 쓰레기가 지구 대기권에서 불타 기본 원소로 분해되길 기대한다.
원소는 공기에 머무르다 비와 바람에 운반되어 바다나 땅으로 돌아가고,
다음에 태어날 무언가의 바탕이 된다.
인간을 포함해 모든 물질은 돌고 돈다.
우리는 물질의 순환에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는 존재들이다.
땅에서 태어나 땅으로 돌아오는 것
이것이 쓰레기의 임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