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잘 점검된 로프는 난간을 지탱해 주지</p><p>허공은 우아해</p><p>빙그르르 돌 수도 있고 새처럼 보이지</p><p>붓을 떼지 않고 한 번에 외벽을 그리지</p><p> </p><p>눈치챘니? 난쟁이는 페인트공이야</p><p>높은 곳만 고집하는 건 자존심 때문만은 아니야</p><p>진짜 이유를 들으면 좀 놀랄 거야 난쟁이는 구름 수집가거든</p><p>구름을 모아 옷을 짓지 옷 한 벌을 지어 입으면 허공을 벗어나는 거야</p><p> </p><p>나무와 새와 꽃과 그녀와 바닥에 키스하러 가야 해</p><p> </p><p>비가 오는 날에는 낮게 떠다니는 목소리</p><p>미안했다는</p><p> </p><p>모든 미안하다는 말에서는 빗소리가 들리지</p><p>하늘로 올라가기 전에 하는 말</p><p>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해</p><p> </p><p>바람이 몹시 부는 날도 괜찮을 거야</p><p>뿌리 깊은 로프와 살별이 보듬어 준다면</p><p> </p><p>난쟁이의 갈비뼈는 잘 붙을 거야</p><p> </p><p>난쟁이의 갈비뼈는 오르트 구름이거든</p><p>조각조각 차갑게 태양계 끝을 떠다니지</p><p> </p><p>살아만 있어 달라던 그녀에게 가기 위하여</p><p>허공을 칠하지 구름을 모으지 옷을 지어 입지</p><p> </p><p>차가운 뼈를 맞춰 지상에 발 디딜 때까지</p><p>우리는 그를 페인트 공이라 부르지</p><p> </p><p> </p><p>2021 <웹진 공정한시인의사회>5월호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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