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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개산에서 바라본 부산 신항과 녹산, 신호공단. 그 너머로 가덕도가 바다에 떠있다. |
산행 들머리는 성흥사
산행 들머리는 웅동이다. 여기서 성흥사까지 운행하는 마을버스가 있지만 시간 맞추기가 힘들다. 성흥사 2km 이정표가 자리한 웅동 마을의 소사교를 건너 절까지 이어지는 포장길을 따른다. 이곳에서 500m쯤 떨어진 소사동에는 시인 김달진 선생의 생가와 문학관이 있어 한번 들러볼 만하다.
성흥사까지는 대장천을 끼고 40분쯤 걸어야 하지만, 전형적인 농촌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정면에는 굴암산을 중심으로 좌우로 이어지는 힘찬 산줄기가 한눈에 펼쳐진다.
대장동 마을로 들어서서 매표소를 지나면 진해시가 지정한 대장동계곡 자연발생유원지가 있다. 벌써 계곡에는 성급한 아이들의 물놀이가 한창이다. 절 들머리 왼편의 부도밭을 두고 조금 올라 성흥사 경내로 들어선다. 한낮의 따가운 햇살 아래 풀벌레 소리만 들리는 아담한 절집은 진한 향내만 길손을 반긴다. 도유형문화재 제152호인 대웅전이 정면으로 보이고 잘 단장된 조경이 눈길을 끈다.
▲ 굴암산에서 내려다보면 웅동의 집들과 논밭 너머 웅동만이 시원스레 조망된다.(왼쪽) 나무벤치가 있는 전망쉼터에서 가야할 능선이 갈라진다.(오른쪽) |
성흥사(聖興寺)는 조계종 제13교구 본사인 쌍계사의 말사다. 신라시대 833년(흥덕왕 8)에 무주(無住) 무염(無染)이 구천동에 창건했다. 창건 당시에는 승려 500여 명이 머무른 큰 규모였으나, 1109년(고려 예종 4) 화재로 소실된 뒤 대장동으로 옮겨 중창했다. 그러나 1668년(조선 현종 9) 화재가 다시 발생해 구천동으로 옮겼다가 1789년(정조 13) 현재 위치로 옮겨 중창했다.
이 절 창건에 관해서는 다음과 같은 설화가 전한다. 826년(흥덕왕 1) 이 지방에 왜구의 피해가 극심해 왕이 몹시 근심했는데, 어느 날 왕의 꿈에 백수노인이 나타나 지리산에 있는 도승을 불러 왜구를 평정하게 하라고 당부했다. 왕의 부탁을 받은 도승이 팔판산으로 올라가 한 손에 지팡이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 자신의 배를 몇 번 두드리니 뇌성벽력이 천지에 진동하므로 왜구들은 신라 군사들의 함성으로 착각하고 달아났다.
그 도승이 곧 무염이었으며, 왕은 무염에게 재물과 전답을 시주해 절을 창건하게 했다고 한다. 무염국사는 신라 무열왕의 8대손으로 당나라에 유학했고, 이름이 널리 알려져 동방대보살이라 불렸다.
절에서 되돌아나와 서쪽으로 깊숙이 패인 팔판계곡(성흥사계곡)으로 들어선다. 간이화장실을 지나면 오른편 길가에 아름드리 느티나무 고목이 자리하고 있다. 뒤이어 산악회 리본들이 매달린 갈림길에 선다. 오른편은 굴암산으로 오르는 지름길이다.
이곳에서 왼편 계곡길로 접어들면 화산 언저리까지 줄곧 이어지는 골짜기를 거슬러 오르게 된다. 오를수록 깊어지는 숲속 계곡은 산새들의 울음소리가 낭자하다. 아름다운 반석과 맑은 골물이 어우러진 멋들어진 계곡은 낯선 산객의 옷자락을 붙든다. 잠시 발길을 멈추고 땀을 식힌다. 원시적인 이 골짜기가 너무나 인상 깊어 오래 머물고 싶지만 다시 갈 길을 재촉하지 않을 수 없다.
▲ 보개산에 올라서면 지나온 산등성이 뒤편으로 화산, 웅산, 천자봉 등이 한 눈에 조망된다.(왼쪽) 잘 단장된 조경이 눈길을 끄는 성흥사 경내의 대웅전(도유형문화재 제152호).(오른쪽) |
물소리도 그치고, 끝이 없을 것같이 계속 이어지던 계곡길을 1시간 넘도록 오르면 철조망지대가 나타난다. 철조망 너머로는 화산(798.4m)이지만 일반인 출입통제지역이다. 이곳 사람들은 화산을 팔판산(八判山)으로 부른다. 이 산 등성이에 3정승 8판서가 태어날 명당이 있다는 풍수설에 따라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길은 철조망을 따라 좌우로 뚜렷하다. 왼편으로는 불모산~웅산으로 연결하고, 굴암산은 철조망을 끼고 오른편으로 돌게 된다. 지뢰지역임을 알리는 패가 달린 철조망을 따라 10분쯤이면 길은 오른편으로 꺾인다. 화산에서 굴암산으로 이어지는 주능선 길은 곧이어 헬기장을 만나고, 동쪽으로 내닫는 능선은 진해시와 김해시를 가른다.
요소요소에 전망이 시원한 바위가 있어 조망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장유 신도시가 굽어보이고, 확 트인 웅동만과 그 너머로 멀리 남해바다가 열려 있다. 좌우로 신안 마을과 성흥사로 내려서는 갈림길과 이정표를 만나고, 40분 정도면 굴암산 정상에 다다른다.
삼각점이 자리한 산정에는 최근에 세운 정상표석과 갈림길 표시목(신안마을 2.3km, 전망쉼터 0.4km, 화산 방면)이 서있고, 주변 조망이 뛰어나다. 남동쪽의 다대포를 비롯해 부산 신항만과 가덕도가 시야에 잡힌다. 발 아래로 성흥사와 지나온 진해시 대장, 소사, 마천동의 집들과 논밭이 또렷하고, 웅동만의 푸르름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인근의 화산, 웅산, 천자봉과 앞으로 가야할 동쪽 능선을 따라 마봉산, 그 너머로 멀리 보개산도 까마득하게 보인다.
정상에서 오른편 비탈길은 성흥사로 이어진다. 이제 보개산을 바라보고 동쪽으로 연결되는 등성이로 길을 잡는다. 내리막을 5분쯤 내려서면 전망쉼터에 닿는다. 나무 벤치 2개가 있고, 갈림길 표시목(굴암산 정상 0.5km, 신안마을 2.3km, 옥녀봉)이 있는 삼거리다. 왼편 능선은 옥녀봉~금병산으로 뻗어가면서 부산시와 경상남도를 가른다. 오른편 능선은 두동고개를 거쳐 보개산으로 이어지면서 진해시와 부산시로 나눈다.
이 두 산등성이 사이 분지에는 공사가 한창이다. 부산과학산업단지 조성공사로 지형이 변해버렸다. 멀리 김해 시가지와 낙동강 하구를 비롯한 사하구 일원도 조망된다. 뒤돌아보면 굴암산 정수리가 눈앞에 올려다보이고, 북쪽에는 장유 신도시의 아파트숲이 인상 깊게 다가온다.
▲ 웅동에서 성흥사까지 걷다보면 시골 풍경 뒤편으로 굴암산 능선이 뻗어 있다.(왼쪽) 아름다운 반석과 맑은 골물이 어우러진 팔판계곡(성흥사계곡).(오른쪽) |
보개산으로 향하는 능선에는 빽빽하게 자란 잡목들로 길을 뚫기가 힘겨울 정도다. 그만큼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증거다. 무덤을 지나 철탑 아래로 내려서면 너더리고개다. 밤낮재라 부르기도 하는 이 고개는 옛날 김해현과 웅천현을 넘나들던 유일한 길로 사람들 통행이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고 한다.
다시 된비알을 15분 가량 오르면 마봉산 갈림길(357.3m). 차츰 가까워지는 보개산을 바라보고 묘 몇 기가 몰려 있는 비탈로 내려선다. 안부에서 왼편으로 약간 오르면 등성이를 비스듬히 잇는 길을 만난다. 한 굽이 올랐다가 내리막이 멎는 곳에 두동고개가 있다. 가락국 수로왕 왕비인 허황옥이 시집올 때 비단치마를 산신에게 바쳤다는 비단고개(綾峴)로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고개에서 보개산 직전의 383m봉까지는 경사가 가파른 급경사 비탈길이다. 30분쯤이면 닿는 이 봉우리는 이번 산행에서 전망이 가장 뛰어난 곳이다. 부산 신항만이 뚜렷하게 보이고, 지나온 능선과 주변 산은 물론, 남쪽 바다의 시원한 풍광도 즐길 수 있다. 눈앞에 빤히 보이는 보개산까지는 30분 정도면 닿는데, 잘록이로 잠시 내려섰다가 오른다. 완만한 등성이를 따라 숲속을 걷다보면 478.9m의 보개산 정상에 이른다.
보개산(寶蓋山)은 불교의 금산보개여래(金山寶蓋如來)에서 온 말이 아닌가 여겨지는데, 일부에서는 보배산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는 보물이 묻혀 있는 산이라는 뜻이란다. 어쨌든 산정에는 용도를 알 수 없는 삼각형 철구조물이 서있다. 바닥에는 삼각점과 깨진 정상표석이 보이고 주변 조망도 시원하다.
정상에서 오른편 능선을 따르면 첫 갈림길이 있지만 무시하고 직진한다. 밋밋한 봉우리 두어 개를 넘어 30분이면 갈림길을 만나는데, 오른편 비탈길로 꺾어든다. 능선으로 계속 빠지면 장고개로 간다. 지그재그로 이어지던 산길이 점차 경사도를 낮추면서 곧이어 산행 종착점인 진해시 가주동 주포 마을에 닿는다
# 산행안내
○웅동~성흥사~팔판계곡~화산능선~굴암산~마봉산 갈림길~보개산~주포마을 <7시간 소요>
○성흥사~지름길~굴암산 정상~화산능선~팔판계곡~성흥사 <3시간30분 소요>
○성흥사~지름길~굴암산~마봉산 갈림길~두동고개~두동~2번 국도 <5시간30분 소요>
○성흥사~팔판계곡~화산능선~굴암산~전망쉼터~신안마을 <4시간 소요>
# 교통
대중교통을 이용한 굴암산 접근은 다소 까다롭다. 각 지역에서 기차 또는 고속버스, 시외버스를 이용해 부산이나 마산을 경유하는 것이 편리하다. 산행들머리인 웅동까지는 부산 서부터미널에서 진해간 수시로 운행하는 동아여객(055-547-8423~6, 지하철1호선 하단역에도 세움)을 이용, 웅동에서 내리면 된다. 또 지하철 1호선을 이용, 하단역에 내려 58-1, 58-2번 시내버스를 타고 용원에서 하차, 105번 진해시내버스로 갈아타고 웅동에 내린다.
마산에서는 33, 36, 37, 62, 315번 시내버스로 진해까지 가서, 진해에서 용원행 105번 시내버스로 바꿔 타고 웅동에서 내리면 된다.
웅동에서 대장동행 마을버스(매시 15분 출발)를 타고 종점에 내리면 성흥사 입구다. 웅동에서 성흥사까지는 도보로 약 40분이 소요된다.
날머리인 주포 마을에서는 진해행 시내버스가 있지만 배차간격이 늦은 관계로 대중교통은 불편하다. 송정이나 구 용원검문소까지 30여 분 걸어야 한다. 용원에서 택시를 이용, 성흥사까지는 6,000원 정도, 주포에서 부르면 용원까지 5,000원 안팎(용원 콜택시 055-552-0123, 055-552-5753). 장유쪽 신안 마을의 교통은 편리하다.
# 숙박
굴암산 산행은 부산, 마산, 진해 중 어느 쪽을 경유할 것인지에 따라 숙식할 곳을 정해야 하겠지만, 세 도시 모두 규모면이나 시설면에서 뒤지지 않는 숙박지와 식당들을 찾을 수 있다. 또 들머리인 성흥사가 자리한 대장동에는 장수촌(055-552-2846)을 비롯한 대장동가든, 수미정 등 식당이 여럿 있으며 예약하면 숙박도 가능하다.
날머리 주포 마을에도 산마루식당, 보배산가든 등이 있고, 용원에는 바닷가 횟집촌을 비롯해 다양한 먹거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