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1.29
오른 산 : 주흘산
위치 : 경북 문경
산행거리 : 15km 산행시간 : 4:50 날씨 : 흐림/비/눈
산행 길 : 새재주차장-1관문(주흘관)-여궁폭포-혜국사-궁궐터 능선-정상- 영봉-꽃밭서덜-조곡골-
제2관문(조곡관)-왕건촬영장-1관문-주차장
산행 후기 :
가을의 끝자락, 신현경의 고향인 문경농암 쌍룡계곡의 산장에서 친구들의 모임을 갖는다. 1박2일의 일정이라 나름대로
나 홀로의 계획을 세워본다. 29일 단독으로 주흘산을 산행한 후 친구들과 즐거운 밤을 보내고, 30일 아침 문경휴게소에서
송백산악팀과 합류하여 낙동정맥 25구간 영천의 단석산을 가기로 정하여 6:30 문경행 첫차를 인터넷으로 예매했다.
29일 06:00 집을 나설 때 비가 부슬 부슬 내린다. 많은 비가 내리지 않아 문경은 맑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으로 버스에
올랐는데, 빗방울이 점점 굵어진다. 중부내륙고속도로 괴산을 벗어나니 비는 가늘어 졌지만 하늘은 여전히 비를 머금고 있다.
08:20 연풍나들목을 나선 버스는 34국도 이화령터널을 지나 08:30 문경터미널에 도착한다. 비는 이곳까지 나를 따라 왔다.
15분을 기다려 새재 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08:55 새재주차장에 내려 우산을 사서 비를 가린다. 전화벨이 울린다. 현경이다.
비도 오는데 바로 농암으로 오란다. 09:00 주흘 관문을 들어서 우측의 등산로를 따른다. 앞뒤로 산행객이 보이질 않는다.
재밌는 형상의 나무들이 보인다.
(펌 사진)
넓은 등산로는 비에 젖어 촉촉하다.
(돌 너덜 길)
여궁 산장에서 가늘게 음악이 흐른다. 바위 너덜의 산길을 따라 나무다리와 아치형의 철다리를 건너 검은색의 바위 사이로
흘러내리는 20여 미터의 여궁폭포를 만난다. 마치 여인의 하반신과 흡사하다하여 붙은 이름이다.
(펌 사진)
한 굽이돌아 폭포 상부로 올라서니 비가 눈으로 변한다. 10:00 가는 눈발을 맞으며 혜국사에 이른다. 두 사람의 산꾼을
만났지만 앞서들 간다. 대웅전이 높게 위치하여 올려 보며 먼발치에서 삼배를 올린다.
(혜국사)
정상까지 2Km 남았다. 부드러운 바람은 혜국사의 독경소리와 굵어지는 눈송이를 실어온다. 짧은 시간에 산죽과 소나무 그리고
옷을 벗은 나목들에게 하얀 도포를 입혀준다.
10:19 안적암 이정표를 지나 노송이 있는 바위 안부를 지날 때 앞서갔던 두 명의 산꾼을 다시 만난다. 두 사람을 앞서서
발목이 잠기는 눈길을 연다.
10:50 대궐터 능선 길에 오르니 하늘에서 광풍이 일듯 세찬 눈보라와 굉음이 울린다. 10:53 문자 멧세지가 뜬다.
설악산(속초)에도 눈이 많이 왔다는 안치호의 전갈이다. 눈의 미끄러움을 차고 11:03 정상에 올랐다. 사방은 눈구름에 가리어
조망이 제로이다.
이제 영봉으로 가는데 서울에서 왔다는 두 사람은 오던 길로 돌아간단다. 표정을 보니 기상 때문에 두려워하는 기색이다.
다시 홀로 내리막의 눈길을 외롭게 나아간다. 앞을 예측 할 수 없는 온갖 난관이 기다리는 산길을 가듯, 인생사도 홀로 가는
길이며 수없는 삶의 기복이 앞에 있다. 자연을 두려워하며 교만 하지 말고 조심조심 한발 한발 나가는 산행길이 인생길과
같다고들 한다. 오늘 첫눈을 아무도 없는 산 정산에서 맞으며 누구의 발자국도 없는 깨끗한 눈길에 나의 발자국을 남기며
걸어간다. 나의 삶도 하얀 눈 위에 깨끗한 족적이 남기를 애써 노력 해본다. 세찬 바람 속에서 미끄러운 내리막길을 가는데
스팻치 미착용으로 신발 속의 눈이 녹아 질척함을 감내하고 11:45 영봉에 올랐다. 정상석에 하얀 눈이 소복이 덮여있다.
이제 꽃밭서덜까지 하산길이다. 30분간의 가파른 내리막과 한판을 하고 12:20 꽃밭서덜에 도착했다. 수많은 돌탑들이 눈을
이고 있어 아기자기한 그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잠시 쉬며 카스텔라 빵과 막걸리로 점심을 한다.
흰 눈 덮인 백두대간의 탄항산과 인접한 웅장한 바위산이 한 폭의 산수화로 다가선다.
12:30 자리를 털고 조곡골을 따라 2관문으로 간다. 눈구름이 일부 걷히어 파란 하늘이 보이며 부봉이 햇살을 받아 흰 눈과
함께 눈부시게 빛난다.
13:05 제2관문에 이른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주막집 툇마루에 앉아 막걸리를 마셔본다. 과거 옛길도 걸어가며 13:50
1관문에 이르러 14:05 주차장에 도착, 산행을 마친다. 5분 전에 버스가 출발하여 50분을 기다리다가 택시로 문경에 나왔다.
현경이와 통화하여 가은 석탄박물관에서 만나기로 하고 15:05 가은행 버스에 몸을 싣는다.
첫댓글 좋은 글 감사합니다..간접적으로 등산을 하고 내려오는 기분입니다.
부끄러운 글 읽어 주셔서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