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타이 풀고, 휴대전화 끄고 고즈넉한 한옥의 정취와 예술의 멋 그리고 정갈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 더불어 시간 정지의 신비한 느낌까지... 그 피안의 세계가 자양동 집현전에 있다.
우송대 동 캠퍼스와 서 캠퍼스 그리고 우송정보대학이 빙 둘러 있는 우송대 삼거리 부근은 젊음이라는 한마디 말로 단언할 수 있는 곳이다. 스피디한 활기와 뜨거운 열정, 그리고 예전과는 다른 새로움을 끊임없이 갈구하는 젊음의 대명사인 자양동 대학가.
그 대학가 한 가운데에 자리한 집현전의 낮은 대문을 들어서는 순간 담 바깥과는 달리 갑자기 시간이 한없이 느려졌다. 초당 30프레임의 속도에서 초당 1프레임의 슬로모션으로 바뀌는 느낌. 그렇게 느려진 시야에 처음 들어온 것은 날렵한 홑처마의 끝이 하늘을 향해있는 모습으로 그 새치름한 모습에 단박 생각나는 말이 있었다.
“겉모습을 중시하는 다른 나라 건물과 달리 한옥은 사는 사람을 중시한다. 때문에 한옥을 제대로 보려면 그 집에 사는 사람의 시선을 가져야 한다. 그 집에 사는 사람처럼 대청에 올라 먼산바라기도 하고, 방에 앉아 머름(문턱보다 높은 창턱)에 팔을 얹고 마당도 내다봐야 한다.”(이상현 지음, 이야기를 따라가는 한옥여행)
세월의 흐름에 녹아져야 제 멋이 우러나는 전통기와집에 담긴 멋과 풍류를 생각할 때 나는 멋집을 제대로 찾아왔다고 생각했다. 분명 솜씨 좋은 목수의 손에 의해 목재로 지어졌을 집현전은 단아한 우아함으로 낯선 객인 우리를 맞아주었다.
궁중에 설치된 학문연구 기관인 집현전이라는 이름 때문인지 반질반질한 세월의 흐름이 묻은 대청나무 한 가운데 도포를 입고 정좌한채 책을 강독하는 선비가 있을 것 같아 고개를 돌리다가 집현전의 주인인 김신희씨를 만났다.
집현전 만큼이나 고아한 김신희씨는 말그대로 예스럽고 아담한 미인이었다. 품격이 높고 우아하다라는 말에 조금도 모자람 없이 꼭 들어맞는 김신희씨의 미소는 집현전이 어떤 곳인지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을 정도였다.
4년여 전 다름 사람의 소유였던 집현전이 매물로 나왔을 때 주인 김신희씨는 집현전을 헐고 그 자리에 현대식 빌딩을 지으려고 인수를 결정했다고 했다. 하지만 집현전의 아름다움에 한 눈에 반해 버린 김신희씨는 그 생각을 미련 없이 접어 버렸고 집현전이라는 이름은 물론 어느 곳 하나 손도 대지 않고 지금 까지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정말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김신희씨의 남다른 심미안에 덕에 즐길 수 있는 멋 집 집현전에는 김신희씨가 직접 엄선한 국내산 13가지의 한약재를 넣고 정성을 다해 요리하는 한방오리백숙과 유황생오리부추구이가 대표 음식으로 토종닭 맛이 일품인 닭볶음탕과 유기농 쌈채소를 곁들인 제육쌈밥이 주 상차림으로 점심에는 주머니에 부담이 없는 간단한 찌개종류도 제공 되고 있다.
모든 음식의 재료에서부터 조리와 상차림까지 정성을 다하는 주인 김신희씨의 바램은 집현전을 찾아오시는 모든 분들에게 집현전이 기분 좋은 분위기를 느끼며 맛있는 음식으로 행복해지는 장소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몸에 좋고 마음에도 좋은 음식을 대접하고 싶은 주인의 운영철학 때문에 집현전의 고즈넉한 아름다움이 더욱 빛을 발하는 것 같았다.
전통한옥의 정취 속에서 느긋한 여유와 함께 품격 있는 대접을 받으며 몸과 마음에 좋은 정갈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집현전. 인근 자양동만이 아니라 대전의 많은 사람들이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 갈 때, 일상의 다사다난 한 복잡함이 버거울 때 집현전에 들러 한 숨 쉬어갈 수 있는 여유와 편안함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뒤로 하고 오감을 촉촉이 적시는 멋 집 집현전을 나섰다.
정상경/ 취재부장
첫댓글 정상경 취재부장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정말 멋진 글 감사합니다.
덕분에 집현전 매상이 두배이상 오를듯 싶네요..^^
그리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