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폐세포 10년 일찍 죽인다

담배는 폐 세포의 재생력을 빼앗아 결국 폐 세포를 정상보다 10년 정도 일찍 죽게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아이오와대 내과 토로 응유노야 박사 팀은 담배를 오래 피우는 사람의 폐가 조로증 환자의 폐와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해 담배 연기가 폐 세포의 노화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했다.
조로증 중에서도 사춘기를 지나면서 노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베르너 증후군은 유전 질환으로서, 환자는 손상된 세포를 복원하는 단백질이 줄어들면서 암 또는 심장병 등에 걸려 40~50대에 죽음을 맞게 된다. 정상 수명에서 10년 이상을 빼앗기면서 사망하는 조로증의 일종이다. 이 병에 걸린 환자에게서 급속도로 줄어드는 세포 재생 관련 단백질을 ‘베르너 증후군 단백질’이라 부른다.
응유노야 박사는 장기간 흡연으로 폐기종에 걸린 환자의 폐 세포를 관찰한 결과 베르너 증후군 환자와 마찬가지로 ‘베르너 증후군 단백질’이 거의 없으며, 따라서 손상된 폐 세포가 되살아날 수 없는 상태인 것으로 확인했다.
연구진은 또한 정상인에게서 떼어내 배양한 폐 세포에 담배 연기 농축액을 뿌려 봤다. 그 결과, 담배 농축액의 영향으로 베르너 증후군 단백질이 줄어드는 것이 확인됐다. 반대로 베르너 증후군 단백질의 숫자를 연구진이 인위적으로 높여주자 담배 연기로 손상된 폐 세포가 재생 과정을 시작하는 것이 관찰됐다.
응유노야 박사는 “담배를 피운다고 베르너 증후군에 걸리는 것은 아니지만, 담배 연기가 베르너 증후군 단백질 숫자를 감소시키고, 그럼으로써 폐 세포의 수명을 10년 정도 단축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간 흡연이 폐 세포의 노화를 촉진시킨다는 사실은 알려져 왔지만 어떤 작용으로 노화가 촉진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응유노야 교수는 “베르너 증후군 단백질이 흡연으로 인한 폐 손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점이 확인됨으로써, 앞으로 흡연으로 인한 질환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학술지 ‘미국 호흡기 중환자 의학 저널(American Journal of Respiratory and Critical Care Medicine)’ 2월호에 게재됐으며, 미국 과학논문 소개 사이트 유레칼러트 등이 6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