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르던 영화를 못봐 인터넷 검색을 하니 직장서 멀지않은 시네 코아에서 '프리다'를 한다기에 버스를 타고 오랜만에 종로에 갔다. 교보빌딩앞서부터 10분이 밀려 내려서 걷기로 했는데 걸으며 별 생각이 다났다.
아버지가 사주던 미진의 모밀국수,(아버지가 멋있다고 생각했던 순간의 하나) 무과수 제과의 슈크림..(손에 묻던 그 노란 크림과 서울고를 다니던 첫 남자친구, 그 진한 쌍까풀과 흰 칼라의 쑥색 하복) 종로서적과 반쥴(난 파란 투피스를 입고 첫 미팅을...) ,그리고 YMCA다방에서 처음듣던 '퀸' (그 우아함과 반항을 내지르던 프레디 머큐리) 그리고 평양집의 소주와 파전.(소주 다섯잔에 완전 지그재그되던 내 발)
많은 인연이 스쳐 지나갔다. 때로는 설레임으로 때로는 인간에 대한 실망과 혐오로 타인을 배우고 나를 비추고 조금씩 컸겠지. 아직도 많은 젊은이들이 쌍쌍이 혹은 무리져 젊은 웃음을 뿌리며 지나갔다. 마음껏 즐겨라. 그리고 울어라... 죽을 때까지 더 이상 사랑할 수 없다고 더 배울 수 없다고 한탄하지말고.
생각보다 많은 관객들, 왜 이영화가 빨리 내려졌을까...해답은 두 시간의 상영 뒤에 나 나름대로 내려졌는데 흐름이 끊기는 구성이며 지루한 내러티브, 드라마틱한 삶을 연기하기엔 얄팍한 셀마 헤이악의 외모와 카리스마였다. 영화 속 디에고와 프리다는 좀더 처절한 표정과 뒤집어지는 히스테리가 필요해보였고 좀더 광기를 드러내야했다 불분명한 주인공들의 이데올로기와 당시 사회적 정치적 배경..일관성 부족한 캐릭터들도 전기적인 영화로서는 간과할 수 없는 문제점이다.(변덕이 광기로 잘 표현되면 작품이 되겠지만..) 다만 영화적 장치와 비쥬얼한 면은 섬세하고 화려했다. 오히려 불필요한 씬이 많아 집중력을 방해할 정도 .디에고와 프리다 그림 속의 두 인물을 배우얼굴로 몽타쥬하고 오버래핑하는 기법이 재미있고 프리다의 그림을 많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또 잘몰랐던 트로츠키와의 염문과 불륜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원작 전기를 좀 보고갈걸..사랑과 자유에 대해 진지하고 처절했던 여성의 재능을 확인하기엔 어딘가 함량이 부족해보이는데 영화를 잘못 본 걸까 아니면 원래 그 정도였나... 내가 잘못봤겠지.
첫댓글 순서가 바뀌는 바람에 못 읽어 보신 분들이 계실것 같아서 말이죠!! 조금 수완을 부려 보았습니다. 죄송합니다. ^^;;
같은 시대를 풍미했던 세대로서 종로통에 대한 추억이 공감이 많이 가는 군요.영화가 궁금했었는데 기회가 번번히 안닿더군요. 영화 선생님 다운 평에 많은 궁금증이 풀렸어요. 기대에는 못미치는 작품이었던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