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찌마리 스타 Action Star 독고성(전원윤)
반세기 동안 600여 편 영화 출연
한 배우가 반세기 동안 60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면 영화에 관한 애정과 성실함에 관하여 의문을 제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지난 2004년 4월10일 타계한 원로배우 독고성(본명 전원윤)의 파란만장한 영화인생은 영화인과 영화팬들에게 귀감이 될 만하다.
60년대 한국 액션 영화배우의 대명사로 불린 독고성은 허장강, 박노식, 장동휘, 이예춘과 함께 충무로 1세대 액션스타로 군림하며 주연보다 더 개성 있는 캐릭터로 영화팬들의 사랑을 받은 배우다.
1967년 악인가
1949년 약관의 나이에 악극단 ‘신협’에 발을 들여놓은 독고성은 그로부터 6년 뒤 박노식과 함께 김만술 소령의 6·25 참전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 ‘격퇴’(감독 이강천)에 단역으로 출연하며 영화와 인연을 맺었다. 단역과 조연으로 점철된 그의 영화인생은 힘겹고 고달팠다. 데뷔 10년이 지나서야 첫 주연의 자리를 거머쥐었다. 이신명 감독의 65년작 ‘인정 사정볼 것 없다’에서 장동휘와 호흡을 같이한 독고성은 당시 왕십리에서 셋방살이를 할 정도로 힘들었지만 영화에 대한 의지는 한결같았다. 생전 자신이 가장 아낀다는 이 영화에 대한 애정은 남달랐다. 정화수를 떠놓고 기도를 올릴 정도로 공들인 작품이기도 했다. 당시 아세아극장에서 개봉된 이 영화는 7만명이 넘는 관객 동원으로 독고성을 스타의 길로 들어서게 한 작품이기도 했다.
그 다음의 작품이 박노식과 열연한 ‘너를 노리고 있다’(감독 이신명)였는데 그는 이 작품에서 죽음 직전에 이르는 아찔한 경험을 회고했다. 극중 남파 간첩인 박노식에게 끌려가다 배가 폭파되어 표류하는 장면을 촬영했는데 당시 여배우 남미리와 함께 실제로 목숨을 잃을 정도로 위험한 순간을 맞이하기도 했다. 지금처럼 스턴트 배우가 존재하지 않았던 당시에는 배우들이 직접 몸을 던져 연기를 했는데 이는 영화에 대한 무서운 집념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1965년, 너를 노리고 있다
다재다능했던 독고성은 연기뿐만 아니라 노래에도 뛰어난 재능을 발휘했다. 서라벌예대 재학 중 전국 신인 남녀가수 콩쿠르대회 1등에 당선되면서 당시 메이저 음반회사였던 고려레코드회사 전속가수로 활동한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는 영화 데뷔 전까지 촉망받는 가수로 활동했다.
그는 무수한 악역을 맡으며 실제로도 영화 속 악역 이미지로 보는 사람들이 많았으나 사생활만큼은 공인으로서 성실하고 건전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했다. 자녀 교육 또한 철저했다.
그는 지난 98년 9월 영화배우인 아들 독고영재와 SBS 공채 출신으로 연기자로 데뷔한 손자 전성우와 함께 정지영 감독의 ‘까’에 3대가 출연해 한국영화 사상 전대미문의 기록을 남기며 화제를 모았다.
지난 1978년 임권택 감독의 영화 ‘족보’로 17회 대종상 특별상과 1996년 영화인 유공상을 수상한 독고성은 지난 25년 동안 영화인협회 이사를 역임하면서 영화에 살다 영화로 생을 마쳤다.
풍운의 열혈남아 독고성은 생의 모두를 영화에 바치고 떠나갔지만 그의 발자취와 필름은 남아 있는 자의 가슴 깊이에 고스란히 각인되어 있을 것이다.
/연예칼럼니스트 강태규 ellong827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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