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은 연예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프로젝트, 바로 신개념 오디션인 농사경진대회도 있다.
토크 콘서트로 시작한 에듀팜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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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듀팜 대회 개막식 | 4월 7일 일요일 아침 성남에 있는 서현청소년수련관에 아침부터 아이들의 손을 잡고 부모들이 하나씩 둘씩 모여들었다. 자원봉사를 하는 고등학생들의 안내를 받아 들어간 곳은 수련관 공연장. ‘성남에듀팜대회 개막’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는 무대에는 개막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연단이 놓여 있지 않았다. 이 대회를 준비한 에듀팜의 이사진과 대회에 참여하는 학부모 대표, 그리고 성남시의회 의원이 나란히 앉아 있었고 방송인 박경림씨가 개막식을 진행하고 있었다. 토크 콘서트 형식의 대회 개막식이었다. 축사를 하기 위해 나온 김해숙 성남시의회 의원은 “성남시는 시민들이 참여하는 창의적인 모임이 많은 곳입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하고 참여하면서 살기 좋은 공동체를 만들어 가야할 것입니다”라며 “특히 어린 시절에 흙을 밟고 농사를 지어보는 경험이야말로 어린이들의 미래를 무한한 가능성으로 열어놓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
가족이 함께 인문학 강의를 듣고 체험학습을 하는… 이것이‘대회’라고? 에듀팜대회라고도 하는 이 ‘농사경진대회’는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이 참가하고 참가 학생의 가족들도 동시에 참여하여 1년 동안 텃밭을 가꾸는 프로그램이다. 텃밭 가꾸기 정도라면 최근 많은 사람들이 주말농장이라는 이름으로 도시 근교 텃밭을 임대하여 좋은 먹거리를 손수 길러 먹는 것으로 관심이 늘어가는 추세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대회를 한다면 농사 실적으로 순위를 매긴다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 대회의 독특한 매력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농사경험을 하게 한다는 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4월부터 11월까지 8개월 간 격주로 참가자들은 에듀팜 농장에 가서 농사를 짓고, 체험학습을 하고, 가족과 함께 인문학 강연을 듣게 되어 있다. 에듀팜대회에 참가하는 학부모 고은정씨(장안초등학교)는 “이 대회를 통해 수확을 잘하는 것보다 아이들이 자연에서 뛰어놀 수 있고 인성교육도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대회 취지를 듣고 참여하고 싶어 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주변에 많이 있었지만 토요일에도 학원 일정이 잡혀 있어서 못 온 경우가 있습니다”라며 “에듀팜대회를 통해 삶의 여유를 느끼고 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고 덧붙였다. 8개월 동안 총 16회가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학생들은 홈페이지에 활동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이것과 부과된 미션에 따른 개별 농사 활동을 종합하여 대회 평가가 이루어진다. 격주로 이루어지는 농사활동과 체험활동, 인문학 강연 이외에도 사생대회와 1박2일 야영, 글짓기 대회 등이 준비되어 있다.
에듀팜대회는 ‘소통’ 프로젝트 에듀팜대회를 기획한 백현상 대표(성남에듀팜조합 http://cafe.daum.net/edufarmsn)는 한 해 수만 명의 아이들이 학교에서는 폭력과 따돌림의 가해자와 피해자로 얽히고, 가정에서는 부모와 갈등을 겪으며 학교와 가정을 벗어나게까지 되는 우리 사회의 현실에 주목했다. 그리고 교육의 제반 문제점들이 단지 교육현장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에듀팜대회는 소통 프로젝트입니다. 흙을 밟고 작물을 키우는 체험은 부모와 자녀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또 거기에 인문학과 예술적 경험을 더하여 인성이 강화되기를 바랍니다. 가정과 학교에서 건전한 소통이 이루어지면 우리를 불행하게 하는 많은 문제점들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백 대표는 농사활동을 한다고 무조건 교육적으로 효과가 생긴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했다. “우연한 기회에 성남에서 텃밭을 가꾸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좋은 먹거리를 손수 재배한다는 기쁨으로 시작했습니다. 교육적으로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생각으로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을 텃밭 농사에 참여시키기도 했고요. 그런데 농사일이 인성교육에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만으로는 실제 교육적으로 도움이 안 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텃밭 농사를 하는 사람들 중에는 자기 밭에 울타리를 치고 다른 사람이 지나다니는 것을 불편해 하기도 하고, 자기 밭의 농작물에 손대는 것을 싫어해서 다툼이 일어나기도 하고요. 이기심을 그대로 드러내는 거죠. 농사일을 통해 인성에 도움을 주는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교육적인 노력을 병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지속적이고 흥미로워야 교육적 효과 나타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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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듀팜 백현상 대표 | 백 대표는 성남시에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에듀팜 농사경진대회를 시작하였다. 비교적 입시교육에서 벗어나 인성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초등학생과 중학생에게 1년 간 지속적으로 농사와 인문 예술 수업을 겸한 창의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어디에서도 시도된 적이 없는 독특한 방식이다. “학교에서 교내 텃밭을 가꾼다든가 혹은 근교의 농원에서 농사체험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간과해서 안 되는 중요한 사실은 농사일은 결코 일회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그 변화를 알아차리게 하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만 교육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지요. 그리고 아이들에게 농사일이 즐겁지만은 않다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생활공간에서 벗어나지 않는 가까운 곳에 밭이 있어야 하고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내용이 제시되어야 하며 협동을 통해 과제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그는 덧붙여 설명했다. “굳이 경연대회를 해서 경쟁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겠지만, 발상의 전환을 통해 흥미로운 요소를 도입해서 단합하고 협동하는 기쁨을 알아차리게 하려는 것입니다. 그래서 경연대회에 참가하려면 반드시 팀별로 신청해야 하고요. 아이들의 교육에 관심 있는 우리 사회의 지도적 인사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아이들에게 수준 높은 문화와 인문학과 예술 교육을 하도록 하려 합니다”
교육의 기회는 공평해야 한다! 대회를 홍보하는 기간이 채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100여 명의 학생이 참가신청을 했다. 가족들의 숫자를 포함하면 이 대회 참가자는 삼사백 명이 된다. 개막식에서 백 대표는 에듀팜대회에 대한 열렬한 관심은 우리 사회의 절실한 바람이 그대로 표현된 것으로 본다며 “대회 기간 동안 참가자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축제의 장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에듀팜대회에 학부모들의 관심이 집중된 이유 중에는 이 대회가 전액 무료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주말농장을 하려고 해도 분양비가 필요하고 체험학습을 하려고 해도 비용이 들기 마련인데, 이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참가비도 없다. 호미와 삽도 살 필요가 없고 모종을 구입할 필요도 없다. 심지어 셔틀버스까지 무료로 운행된다. “대회라고는 하지만 경쟁을 통해 우열을 가리자는 것이 아닙니다. 경연을 치루는 형식은 대회를 흥미롭게 경험하기 위한 적절한 방법일 뿐이고요. 핵심은 교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육의 기회는 모든 아이들에게 공평해야 한다고 봅니다” 백 대표는 무료로 대회를 운영하게 된 데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실지로 이 대회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농사관련 지도를 해주고 인문학 관련 교육프로그램을 지원해주는 많은 재능기부자와 자원봉사자가 있었다는 것을 덧붙였다. 개막식을 진행한 박경림씨가 재능기부를 해 준 것도 이 맥락이다. “레인메이커(Rain Maker) 라는 말이 있다. 미국 인디언들은 가뭄이 들면 모든 부족이 모여 하늘에 제사를 올렸다. 이때 단비가 내리도록 하늘에 비는 주술사를 레인메이커라고 한다. 현대에 와서 레인메이커는 좀 더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데 자신의 재능을 이웃에 나누는 사람들을 이르기도 한다”
야생화 천국인 청계산 자락에서 펼쳐지는 교육의 향연 에듀팜대회는 청계산 남동쪽 자락에 있는 들꽃농원(성남시 수정구 금토동)에서 이루어진다. 농원 앞의 개울에는 1급수의 맑은 물이 흐르고 맹꽁이 서식지도 있고 다양한 곤충들이 계절마다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들꽃농원의 마시황 원장은 20년 가까이 이곳에서 토종 들꽃을 가꾸며 체험학습관을 운영하고 있다. ‘들꽃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지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마 원장이 에듀팜대회를 위해 농장의 밭을 내어주고 대회참가자들에게 체험학습의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나선 것도 이 대회의 교육적 취지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에듀팜대회의 본 행사가 시작된 4월 13일 에듀팜 농장에서는 아이들과 가족들이 흙을 뒤집고 이랑과 고랑을 만드는 일을 했다. 그리고 씨감자를 심었다. 디자이너가 꿈이라는 초등학교 3학년 소녀는 감자가 싹이 나고 잎이 나면 어떤 색의 꽃을 피울까 궁금해 하며 흙을 북돋웠고, IT기업의 사장이 되고 싶다는 소년도 봄날의 땅이 피워 올리는 흙냄새를 맡으며 삽을 들었다. 아이들과 대회에 참여한 이영란씨(장안초등학교 학부모)는 이렇게 말했다. “이 대회는 너무 참여하고 싶은데 직장이 있는 엄마이다 보니 아이들과 함께 텃밭에 나와 일하지 못 하는 때도 있을 것 같아서 걱정을 했습니다. 저희 아이들의 학교에는 대회 참가하고 싶어 하는 대기자도 많이 있어요. 혹시 제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 해서 다른 가족들에게 폐를 끼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참가 포기를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이웃이 같이 키우는 것이라며 걱정을 덜어주시고 응원해 주시더라고요. 조심스럽게 첫 날 참여했는데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고 포기하지 않은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밭에서 듣는 인문학 강의의 매력
박영하 교사(서울여상 도덕과, 행복한교육실천모임 이사)는 ‘꿈 샘’으로 불릴 정도로 학생들에게 꿈을 키워주는 꿈수업 전문가다. 에듀팜대회의 첫날 인문학 강의를 맡은 박 교사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어야 하고, 그 꿈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주문을 외우듯이 ‘내 꿈은 무엇이다’라고 말해야 합니다”라며 특히 “단지 직업을 목표로 하는 꿈이 아니라 그 직업을 통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알아차려야 합니다. 예를 들어 교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할 것이 아니라 ‘사랑과 열정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는 것이 나의 꿈이다’라고 하는 것이지요. 그냥 의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할 것이 아니라‘아픈 사람에게 따뜻함을 주고 생명을 살리는 의사가 되는 것이 나의 꿈이다’라고 말입니다. 이것을 ‘꿈 너머 꿈’이라고 합니다”라고 강의했다. 올챙이를 잡기 위해 개울로 뛰어간 꼬마들도 몇몇 있었지만 놀랍게도 아이들은 의젓하게 강의를 들었고 함께 참여한 가족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경청했다.
논밭의 농작물은 농부의 발자국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이야말로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밑거름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들은 너나할 것 없이 ‘자식 잘 되라고’ 힘을 쓴다. 밤늦게까지 일하느라 가족과 함께 저녁 먹을 시간 한번 변변히 없는 아빠도, 공부하라고 밤참을 대령하면서 딴 짓 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눈을 흘기는 엄마도 다‘자식 잘되라고’하는 일이다. 그 사랑을 모르지는 않기에 자녀들은 부모의 바람을 대놓고 외면하지는 못 한다. 그런데 하던 일을 멈추고 잠시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자녀에게 나의 욕망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가 아들딸의 인생을 경쟁으로 내몰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혹시 내 발자국소리에 내 자식이 흠칫 놀라는 것은 아닌지. 세상이 옳지 않다고, 교육이 아이를 망친다고 불만을 표현하기는 쉽다. 그래서 이 부조리한 사회를 떠나 좀 더 나은 환경을 선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발을 붙이고 있는 사회를 살 만 하도록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 눈을 돌려 주변을 둘러보면 우리 공동체를 따뜻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 방법이 농사든 인문학이든 간에 중요한 것은 우리 아이들이 살 만한 세상을 함께 만들어 나가자는 메시지 아니겠는가. 토요일 아침 이른 시간 가벼운 옷차림으로 아들딸의 손을 잡고 밭으로 향한다면 당신은 이미 자식농사를 반 넘어 지어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NP>
[에듀팜 대표에게 듣는 대회의 비하인드, 그리고 비전] Q. 짧은 시간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A. 공익적인 프로젝트인 만큼 지자체의 지원을 기대했던 것도 사실인데 지원을 받지 못 하고 시작하게 된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힘든 부분입니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다양한 이웃들이 적극적으로 재능기부와 자원봉사를 해주시고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 주셨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Q. 에듀팜 대회가 가지는 공익성과 가히 폭발적이라고 할 수 있는 관심은 뜻밖에도 주변 시기를 사는 일도 있었다고 하던데? A. 에듀팜 사업이 농장에서 진행되는 농업활동이라는 이유로 이 사업 자체를 특정 단체 산하로 소속하기를 강제적으로 요구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순수하지 못 한 의도로 사업주체를 욕심내고 대회를 방해하는 시도도 있었기 때문에 그 부분 너무 안타깝게 여기고 있습니다. 시민단체로서 부적절한 행동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에듀팜으로서는 진정성을 평가받기 위해서 시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대회가 진행되면서 참가자들의 열의와 호응을 지속적으로 얻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프로그램이란 누군가에게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이겠지요. Q. 향후 에듀팜 사업의 방향은? A. 사업 실적을 쌓아서 올해 하반기 무렵에는 사회적 기업 심사를 받아 볼 생각입니다. 지역적인 기반을 두고 벌여나가는 사업이니만큼 연구를 거듭하여 요건을 맞추고 내실 있는 경영을 통하여 지역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영향 평가를 거쳐 예산을 수반한 정책에 반영되는 것이겠지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 두고 운영 노하우를 축적해 나갈 생각입니다. |
첫댓글 엄지 손가락 한껏 올리고픕니다!@!
고맙습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