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칠이가 뭐라 그래도
승규네
흰털 빛나는
영리한 진돗개
바우는
그까짓
똥먹을 택이 없다
그러고 보니
내가 없구나
삼백칠
빈 가슴
가슴에
독기 품으니
여러번 이겨도
짐만 못합니다
가슴에
한을 품으니
서러운 울음 울어도
웃음만 못합니다
빈 가슴에
무어 품고 살까요
사랑?
푸식
삼백팔
종다리
강변에
종다리 알
하늘에서
종다리 두 마리 맴돌고
비리비리벳종
비리비리벳종
똥칠이 오빠야가
내 손에 하얀 알
작은 새알
하나, 둘, 셋
비리비리벳종
비리비리벳종
아차야
하나가
떼구르르 굴러
깨어지고
비리비리벳종
비리비리벳종
안타깝게 깨어지다 삼백구
퇴근시간
질주1이 지나
갔습니다
질주2가 지나
질주3, 4, 5
갔습니다
질주6, 7, 8, 9, 10, 11
갑니다
집에 가는 것이 무어 그리 급한지
퇴근시간
차들은 질주하고
나는 터벅터벅
오늘 저녁엔
된장국이 좋겠다
입맛 다시며
터벅터벅 걷습니다
질주해도
나보다 더 맛난
저녁 못먹을 것 같습니다 삼백십
戀情
오미가미
마이 본 아
가가 가라
아들이
세상 천지
둘없을 예쁜 아
가가 가라
마내마내
속정 깊어가고
아!
각중에 난
사랑하고
가만 그리고
노랑세상 되였네
삼백십일
물수제비
퐁
그기 아이다
그래 던지는기 아이고
요래 해봐라
폼나게 갈차줍니다
폭
하이 참, 그기 아이라카이
니 손이
물따라
납작허니 던져야제
오빠야 하는거 잘바라
포포포포포로로로로로
하나, 둘, 셋, 넷, 다, 여....
열 몇 개까지 따라 헤아렸습니다
와 오빠야 정말 잘한다
니 다시 해바라
납작한 까만 돌
오빠야 이거 이뿌다
나 아할란다
그런거로 해야 마이 한다
함 해바라
퐁퐁포퐁
오빠야 네 개나 했다
마이 했다
그래, 그래하는기다
잘했다
똥칠이 오빠야는
물수제비도
꼭 먹도록
잘 하도록 해 줍니다
삼백십이
강변 제방
너긋이 뒤에서
조오오옷 놈의 섀키들
걸려라, 넘어져라, 넘어져라
제발
제방
들풀 우거진 제방을
마악 뛰어가는데
어라
조놈들 어찌
자알도 피해
한 놈도 넘어지지 않는다
에이 참 실패다
뒤 따르며
내가 묶어 놓았으니
그길 피해
살짝
피해
욱쿠나
테덱덱
와하하하하
요놈아
결초보은이다
야이 섁키들아
뭐가 결초보은이냐
무식한 놈들
넘어진 것도 분한데
말안되는 사자성어
정말 분하다
무릎에 풀물들면
또 야단나겠다
에헤라디여 일났다
풀물이 문제냐
찢어졌다 살짝
우우우우우우왕
뒷감당 불가
울 수밖에
삼백십삼
속았다
그때
아야한다고
아픈 줄 알았제
그랬제
아잉잉
콧소리내니
고양인줄 알았제
언제나 꼬리칠줄 알았제
그랬제
그래서
발톱 세울 땐
성가시긴 해도
무섭진 안았제
그랬제
울면
지가 울면
배 고프면 그칠거라
그래 생각했제
그랬제
근데
100빠센뜨
계산착오제
인젠
일루와 어여 밥 안묵나
지금 안 무마
음다
안 묵고 설거지할래
몰랐제
그칼줄은 꿈에도 몰랐제
니
용코로
속았제
삼백십사
게으른 독서
아내가
책을 빼앗습니다
이동도서관에서 빌린 책인데
확 찢어버리겠다고
아히쿠나
이젠 무거운 궁둥이 들고
재활용 쓰레기도 버려야 하고
벌로 음식물쓰레기까지 버려야 합니다
그 좋은 볕
좋은 봄바람
모른 척
틈만나면
책을 펼치니
저도 참을만큼 참았을 겁니다
책에서 떡이 나와
책에서 밥이 나와
속으론
떡도 나오고 밥도 나와
하면서도
아내가 원하는대로 움직입니다
게으른 봄
겨울부터 읽은 책이
책장 가득인데
왜 나는
그 흔하디 흔한
시집 하나 없는지
아내가 말하는
떡도 안나오고 밥도 안나오는
그야말로 헛짓입니다
삼백십오
봄Ⅳ
헤취, 헤취, 헤엣취
봄이다
그놈의 몸은 생기다 말았나
아낸 이미 수십년째 봄을 맞는데
그거하나 못 이겨내고
들바람 불고
콧구멍 간질하면
연방 재채기다
올핸 좀 이르다
꽃도 피지 않았는데
황사 탓인가
버들강아지, 개나리, 진달래
강남 제비
다 필요없다
봄은
헤취, 헤취, 헤엣취
아내 콧구멍에
제일 먼저 온다
삼백십육
24kg 여인의 키 작은 남편Ⅱ
키 작은 남편은
아내의 병명이 무언지
알고 싶었습니다
감기몸살처럼
병원에 가서 주사 한대 맞고
포도당 맞고 약 타다 먹으면
쉽게 나을 거라고는
한번도 생각 해 본 적 없습니다
그러나
큰 병원에 가서
피 뽑고 사진 찍고
이런 저런 검사하면
몇 달이 걸리더라도
나을 병일 줄 알았습니다
‘베르너증후군’
성인 조로증으로
8번 염색체 이상이라는데
세상에
전 세계에 1,100명 뿐이랍니다
내 목숨을 바쳐서라도
고쳐주고 싶은데
몇 십억 인구중에
단지 1,100명 뿐이라니
도저히 힘이 나질 않습니다
이젠 아내가
더 마르고
더 힘이 없습니다
24kg이 48kg이 되어도
그 나이에 건강한 몸이 아닐텐데
피눈물 흘려도 시원치 않을
100g 또 100g
자꾸 줄어만 갑니다
키 작은 남편은
그저 아내의 야윈 몸을
닦습니다
당신 반드시 살거야
다시 건강해 질거야라고
말해주지 못해
가슴은 찢어집니다
24kg 베르너증후군의 아내
무슨 말로
그녀를 위로할까요
무엇으로
그녀에게 삶의 희망을 줄까요
남편은 돌아서서
눈물집니다 삼백십칠
아줌마의 힘
새마을운동이
이 나라 경제를 일으킨 초석이라면
그 미약한 기초를
지금처럼 발전시킨 힘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휴대폰산업
세계 1위를 바라봅니다
길거리마다
휴대폰 통화에 열중인
여인, 여인들
그들이 일으켰습니다
자동차산업
하얀 면장갑에
챙 모자
가끔 멈칫거리더라도
우리 아줌마들이
운전대를 잡으며
차도 많아지고
차도 예뻐지고
무한 발전을 하였습니다
더불어
대부분 외식산업
하다못해
옹심이갈국수, 해물수제비, 우롱쌈밥까지
대여섯명씩의 아줌마부대가
없었다면
파리만 쫓고 있었을겁니다
산업만 일으켰나요?
우리 판검사, 변호사, 의사, 약사, 박사님들
고액과외, 특목고, SKY
아줌마들 아니면
꿈도 못꾸었을 겁니다
한 집, 한 집 가정마다
아이들이 마귀할멈이라 하든
뭐라든 간에
아줌마 한 분 안계시면
집안 꼴 말 아닐겁니다
남자분들
가끔씩 꼬옥 껴안아 주세요
이 집안 일으키고
이 나라 강대국 만들고 있는
아줌마의 힘입니다
우리 엄마, 내 아내도
위대한 아줌마입니다
삼백십팔
挫折
히유
이건 숫제
머리가 하얗게 하얗게
오늘 처음으로
낭송시를 들었다
듣고
에구머니
내 사랑하는 똥칠이, 똥택이 형제
그리고 그리운 고향
내가 아끼는 것들은
낭송시감으로는 자격미달이다
아! 절절한데
간지러운 듯, 가여운 듯, 여린 듯
저리 아름다운데
나는 무뚝뚝한 사투리로
옛날만 추억하고 있다
이건 좌절이다
안타까움에
속은 듯한 기분이 드는 건
누구에게 하소연할까? 삼백십구
戀敵
나는
키가 좀 커서
배구부였고
그는
공부를 잘했다
공부로는 도저히
따라갈 자신이 없어
이길수 있는 배구를
죽어라 했다
제법 컸던 키가
중3이 되니
땅꼬맹이와 그저 비슷하고
진학한 고등학교에
배구부는 있었지만
저 먼 해남에서
스카웃되어 온
185cm가 넘는
삐쩍마른 아이를 보곤
배구를 접었다
그 아인
월례 조회시간마다
높은 단상에 올라가
자주 상을 받고
나는 그저 평범한
청소년으로 자랐다
세월은 속절없구나
그가 서울의 좋은 대학을 갔을 때
나는 푸른 제복으로
이 나라를 지키는 초병이 되었다
나중에 그는 무슨 박사였고
나는 작은 회사에서
구리를 녹여 전선을 만드는 일을 했다
그때토록
나와 그는
단 한사람으로 연결되어 있었고
그에게도 그녀는 고향친구일 뿐인지
항상 궁금했다
그녀는 그와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녀는 그와 어떻게 헤어졌는지
구불구불
벌거지처럼 기어 살면서도
그의 모습을 편린이라도 들여다봐야 했었다
나는 왜 홀로 그를 연적삼아
그녀를 그리워하는지
기름에 찌든 작업복을 빨며
고개를 들면
눈물이 방울 흐를 것 같아
후욱 한숨 쉬고
찢어져라 옷깃을 치댄다
삼백이십
매화
뒷마당
매화꽃이
화사하니
하 예뻐
꺽다
동창할배
부지깽이에
혹불이 되었네
그 집 매화
아직 화사하고
동창할배넨
언젠지 도시로 가고
한번도 고향 찾지 못하니
꽃도 안타깝고
할배네도 안타깝고
매화야
너무 예뻐
눈물 난다
삼백이십일
시내
아파
널 잊겠다
가슴 저미는
이 아픔 때문에
널 잊겠다
봄은
눈물나도록 화창한데
이제
물 오르고
움틀수 있는데
니가 떠난
난
아파서
저 사람들 틈에
섞여 가야겠다
시내엔
궁둥이들이
오랜만에 출렁대고
가슴들이
들썩인다
새로 개관한 영화관엔
4관이 모두
사랑이야기를 상영중이고
대부분은
나처럼
지난 겨울과 작별하는 중이다
새로운 희망을 꿈꾸며
삼백이십이
니가 그리워 울지는 않아
니가 그리워 울었던 많은 날들
돌이켜보니 어리석었던 날들이야
너는 떠나도, 내 곁에 없어도
나는 주변 모든 사소한 것들에
너의 흔적을, 너와의 추억을 남겨 두었는데
나는 바보같이 그리워 울었어
바보같았어
아니야, 지금은 아니야
나는 니가 그리워 울지는 않아
이젠 니가 그리우면
예전 그 까페에서, 그 바람불던 공원에서
그 낙엽고운 고목 밑에서
너의 흔적 찾으며, 너를 추억하면서
나를 다독여 위로해
나는 니가 그리워 울지는 않아
삼백이십삼
꽃, 매화를 위한
바람부터 굴복했다
너를 위해
시인은 이미
얼마전부터
니가 시나브로
꿀같은 물을 빨아올리기 시작하고
찢는, 살갗을 찢는 아픔을 이겨내며
너, 연하디 연한
싹
하얀
망울
그윽히 보고 있다
톡
톡
토 토옥
토옥 톡 톡 톡
톡 토옥 톡
오호
경이로다
매화나무는
어느 새
전신에 꽃을 매달고
매화 꽃이 만개하고
어떻게 그릴까 안달하는데
적당한 시어 고르기도 전에
만만개하여
아
시인이 노래할 시간도 안주는구나
삼백이십사
플래쉬 오버
소방차가
기겁을 하고
요란하게 달려가는 것은
제발
우리 초등학교 5학년 딸애
발음대로
훨래쉬오오벌이
아직 이르지 않았길 빌며
그전에 도착하기 위해
싸이렌에, 경적에
요란뻑쩍하게 달려갑니다
실제로
화재현장에서 보면
고오오오오
화염이란 놈이
고개를 빳빳이 치들고
이제 다 잡아먹겠다고
최후통첩을 하는 것이 플래쉬오버입니다
이 건물을 뺑돌아
내 구역이란 얘기입니다
그래서 그 이전에
화염을 때려 잡아야합니다
‘펑’
하고
폭발이라도 하면
‘아차 이젠 죽는구나’ 싶습니다
플래쉬오버 오기 전에
화염 때려 잡으면
그나마 피해가 많이 줍니다
119신고 잽싸게 하십시오
총알같이 출동하겠습니다
그리고 소방차 애앵앵
통사정하면
길 좀 터 주십시오
내 차가 방해되나
한번쯤 내다봐 주십시오
내 집 타는 것 아니지만
일찍 불 끄기 위해
피해 최소한으로 막아내려
최선을 다합니다
어쩌면 불가항력의 사고에 의해
목숨을 잃게 되더라도
우선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플래쉬오버 오기 전에
화염을 때려 잡겠습니다
삼백이십오
문경탄광
문경탄은
열량은 모자라도
찰지고 깐져
열량 높은 사북, 정선탄
70에 30은 섞어야
잘 안깨지는 좋은 연탄을 만듭니다
그래서 문경탄은 인기가 높았습니다
가은읍에 은성광업소,
마성면에 봉명광업소
불정리에 대성탄좌, 장자광업소
더 많은 광산에서
석탄이 쏟아져나와
기차역마다 산을 이루고
꽥차에 실려
‘꽥’ ‘꽥’
전국 각지의 연탄공장으로 갑니다
지금은
석탄광산은 하나도 없습니다
옛 은성광업소 부지에
그 시절 잊지 말자고
석탄박물관이 만들어졌고
가은읍 상내리, 하내리 야산
가끔씩 지반이 가라앉으며
옛 광산의 추억을 일깨웁니다
문경탄광
‘꺼먹돼지 죽으면 3,000만원’
갱도가 무너져
사람들이 죽고
어느 앳띤 새과부가 3,000만원을 보상받고
낄낄 웃으며 한 말
아직도 잊히지 아니합니다
삼백이십육
옛 추억에
눈물지는 여인
그녀는 왜 입술엔 빨강루즈만 바를까
담배에
루즈자국이 묻어나도
왜 빨강만 고집할까
흔히 하는
눈썹문신도 안했는데
그 핏빛
빨강루즈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걸까
명다방
이모는
사연 많은
종점처럼
주방에 붙어 서 있고
벽지에 들러붙은 땟국물처럼
그 자리에 있고
삼백이십칠
역전다방
구미시 원평동
구미역 앞
역전다방
아직 있습니다
들어가 보진 않았습니다
쌍팔년도
그 추억어린 다방에
흔적 남아 있을 것이 두려워서 입니다
짓궂은 사장님입니다
아직
역전다방이라니요
아직 입술 발간 레지가
껌 짝짝 씹으며
‘뭐 드실라우’
존대도, 하대도 아닌
‘뭐 드실라우’
할지 모르지만
역전다방만으로도
그시절 그 자리
‘keep on running’이 요란하게 흐르는
그 추억이 새록새록 기억납니다
역전다방을 지나쳐
기차를 타러 갑니다 삼백이십팔
신세한탄
오늘은
인터넷을 뒤져
동창회까페에 가입했습니다
몇몇 보고싶은 얼굴들이
정모도 하고 번개도 하고
시시콜콜 나누며
추억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눈물나도록 그리운 아이
그리운 이름도 있었습니다
잊혀진
잊은은 아깝지 않으나
잊혀진
서러워 눈물납니다
그들중 한명에게서
쪽지가 왔습니다
친구야!!!
안녕 ^^* 방가방가
카페가입을 환영해 많은 활동 기대할께..
사는곳은 어디?
난 49회 김연숙 사는곳은 평택
답장도 삭제도 못합니다
몇몇 사진엔
중후한 아이들이 노래하고 있습니다
산골짝의 다람쥐는 아니겠지요
그러나 나는
그들과 산토끼를 쫓던 때를 기억합니다
누가 쫓아냈나요
다 내탓이지요
그들은 아직
절 기다릴 지도 모릅니다
풍문으로 들리는 내 소식에
안타까워 하며
언젠가
내가 지들 앞에
부끄러워 하며
나타나길 기다릴지도 모릅니다
그립다
더
삼백이십구
그네
오빠야 나는 안탈란다
똥칠이오빠야가 자꾸 회전그네를 타랍니다
회전그네는
타고 나면
그 밤엔 꼭 꿈을 꿉니다
아차 손을 놓쳐
하늘 높이 나는 꿈을
날다가 꼭
떨어집니다
그래서 회전그네는 싫습니다
안탄다 안탄다 하니
오빠야가
그럼 쌍그네 타자 합니다
그건 좋습니다
오빠야는 어쌰어쌰 구릅니다
난 그냥 가만히
오빠야 가슴만 봅니다
오빠야 무숩다
오빠야가 굴러 굴러
제일 높이까지 올라갑니다
오빠야 무숩다 고마해라
그래도 두어번은 더 구릅니다
오빠야 가슴에 얼굴을 묻고
눈 꼭 감습니다
한참동안 그네만 찌꺼찌꺼
시간이 잠시 멈춘 것 같습니다
挑花枝上降細雨 도화나무 가지에 가랑비 나리고
遠山杜鵑鳴無意 먼산 접동새는 뜻없이 우는데
其鳴哀切吾心亂 울음소리 애절하여 마음 심란하나
我泣同杜鵑何意 그 처럼 우는 것이 무슨 뜻이 있을까
最善
多幸以今日無事 오늘 그저 무사하니 다행이다
來日事思惟來日 내일 일은 또 내일 생각하자
其安逸思切一刀 이런 무사안일한 생각은 단칼에 버립시다
眞最善準備來日 최선을 다해 내일을 준비합시다
아내의 美貌
結婚七年二男妹 결혼 칠년만에 남매를 낳고
內子腰旣不細柳 아내 허리는 이제 버드나무가지가 아니요
勘不稱美貌美人 감히 미모로야 미인이라 할수 없지만
子息養愛眞美類 사랑으로 자식 키움이야 참 아름다움 아니겠소
I.M.F. 危機
昨今韓國亂時代 우리나라의 현재는 참 어렵습니다
或者往年興不忘 혹자는 과거의 흥청대던 때를 못잊고
經濟亂局不關自 경제난국이 자신과는 관계없는 듯이 행동합니다
全國民起更生望 전 국민이 일어나 다시 잘 살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삼백삼십일
추억 언저리Ⅱ
이게 말이 되니
말 된다고 생각하니
내가 감히
빨강색 챙 넓은 모자에
하얀 레이스 달린 블라우스
너 비슷한 애 보았다고
하루종일 멍하니
붕붕 떠다니는 거
말 된다고 생각하니
삼백삼십이
인생이야
허허허
내가 뭐 언제 한 번 잘 나갈 때 있었나
새삼스리 뭐 주책맞은 생각을
언제라도
돌아보면
그저 그런 날들
지금 좀 우울하고 쓸쓸한들
눈물지을 만큼 그런 날 아니잖아
오히려
아내와 아이들
때론 가슴아파 울지만
지금은 그런대로 견딜만하잖아
부럽지
부럽기야 많이
말할수 없이 부럽지
그러나 어째
복이 가지인걸
팔자가 그렇고
천상 내 운이 그런걸
허허허
헛김 빠지듯 웃지만
어쩌겠나 삼백삼십삼
시 쓰기
시인님들 시 보머
사실 잘 몰라
깅가 밍가
깅가 아잉가
이깅가 저깅가
이렁가 저렁가
우하하하하
참 에러버
그래 난 시를 몬 써
내 쓰는 건 시가 아이야
시는 에러버야 시 겉은데
우예 내 쓰는 건 수버
무신 말인지 댐 알아
이런건 시가 아이야
아유 난
운제 시 함 써 보나
애말라 죽고 말겄네
삼백삼십사
구급 출동
새벽 세시
하루 열번쯤 출동하면
힘도 들고 기운도 빠지고
반쯤 감긴 눈 애써 치뜨고
출동 장소 달려 가는데
현장에 도착하면
그래도 표정 밝혀
어디가 어떤가 살펴봅니다
목이 말라 물 마시려다
씽크대 모서리에 받혀
피 조금나는 환자
이마에 이미 딱지가 붙었습니다
삐뽀삐뽀 병원 갑니다
이 정도는 그냥 택시타고 가세요
입안에 뱅글뱅글
급하다고 구급차 부르시는 분
택시비 아끼려 구급차 부르지 말아 주세요
만에 하나 잘못되면
그 순간 진짜 응급환자
안타깝게 목숨 잃을수 있어요
삼백삼십오
칠포바닷가
통통배는
어부와 그의 아내가
방파제에 매달린 낚시꾼들에게
시원한 웃음 보이며
바다로 떠나고
갈매기는
작은 암초에서 날개를 쉬고
갯바위에 매달린 돌미역
너라도 없었다면
무어로 비린 바닷바람 재우리
바다야
아직 지난 여름 그리웁냐
이제 슬슬 파고를 높여라
사람들이 너 감질나는 포말
그 끝에 매달려 발 적시도록
삼백삼십육
도시
어차피
개여울 맑은 물
마실수 없으니
도시에선
종다리가 울지 않고
종다리 울지 않으니
시냇물엔
미꾸라지 뛰놀 생각 없다
물방개도 없으니
징개민들 폴짝 뛰겠나
도시엔
가끔씩
페놀이 샛강 따라 흐르고
황산으로 납덩이 녹인 연기가 하늘을 덮어
새벽별조차 보이지 않는데
그 물 마시고
그 연기 마신
가슴 뻥 뚫린 사람들이 탄 차량들만
탐욕찾아 질주한다
도시엔
마음 약한 시인이
발 디딜 데 없다 삼백삼십칠
선산 5일장
장돌뱅이 자식이
삼십년만에 5일장을 찾았다
엄마의 억센 손이
떨이라며 한소쿠리
얼어 곯은 국광을
떠넘기듯이 세멘봉지에 담아
담아 안길 줄 알았는데
국광, 꼬리땡, 홍옥, 인도, 나중에 부사
금촌추, 장십랑, 만삼길, 나중에 신고
함창장(1, 6), 문경장(2, 7), 점촌장(3, 8), 용궁장(4, 9)
산양장날은 장공일이 되었다
그래 그때보다 치열하지가 않구나
사람도 흔하고
물건도 흔하고
장사꾼도 흔하구나
장국밥엔 신식냄새가 가득하고
홀딱 벗은 닭들만
찬물 뒤집어 쓰고
나는 그때의 나라고, 반갑다고
눈물 글썽인다
장돌뱅이 자식은
뒷켠 장구루마 찾아나서
말똥냄새 따라 기웃대는데
구루마 한대도 없다
뒷켠엔 역시
5일마다 장날 찾는
촌할배 탁배기 한잔 두잔에
참다 못한 오줌발만 그득하고
삼백삼십팔
딸에게
딸
이젠 아빠 배위에선 못자지
그렇게 곱게 자더니
왜 엄마랑은 그렇게 앙숙이니
아빠 편드느라 그런거니
잠깐만 생각을 해봐
니 아파 열날 때
밤새도록 냉찜질하며
머리 맡에서
마음 아파하는 사람 누구니
오빠에게 더 신경쓰는 거
오빤 남자잖아
어리석고 둔한
그래서 니 한테도 매일 놀림받잖아
딸
아빠는 가끔 마음이 아파
이 세상 제일 사랑하는 두 여자
그 중 한 여자가 다른 한 여자 때문에
울며 제방에 콕 박혀 있을 때
아빤 마음이 아파
앞으로 사춘기가 되면
점점 더 엄마가 싫어질텐데
괜히 미워질텐데
어쩌지
아빤 중간에서
어쩌면 좋을까
딸
조금만 참아주면 어떨까
벌써 엄마랑 십 몇 년을 살았잖아
엄마도 아빠 때문에 힘들어 그럴 때가 많아
그러니 우리 딸
아빠 이해하듯이
엄마도 좀 이해해 줘
엄마에게
더 예쁜 딸이 되어줘
아빠 소원이야
부탁해
딸 사랑해
삼백삼십구
동창회까페
고향이 어색해지면서
그리움은 병이 되는데
지척에서 부르고 있다
인터넷을 뒤지니
다들 그 속에 어울려
아릿한 흔적으로 나를 부른다
아하, 아하
그렇게들 만나고
그렇게들 추억하고 있었구나
개중에 알 듯 모를 듯
그 아이는 더 그립다
누구일까?
누가 저렇게 변해
알아보지도 못하게 변했을까
도무지 모르겠는 아이들이
그리워 애를 태운다
언제쯤 나는 그들에게 용서를 빌며
하룻동안 마실 술을 사들고
그들 앞에 나설수 있을까
히야가 족대를 들고 저 밑에
폭 좁은 도랑에 기다립니다
히야 친구들과 똥칠이는 첨벙첨벙
물잠자리 앉았다 나는 풀 밑엔
꼭 큰고기 있을거 같아
두 번 더 첨벙첨벙 쑤셔줍니다
‘간다아’, 이제 족대가 보입니다
‘이야, 이야, 야’
‘뜨라, 뜨라 퍼뜩, 퍼뜩’
안타까운 재촉에 히야가
으랏차 족대를 들어 올립니다
은모래 한 움, 자갈 몇 개
그 틈에 우와아아
물고기들 폴짝폴짝
호래이미꾸라지는
꼬리를 두어번 털고
와따메 손바닥만한 큰 붕어도 있습니다
몇 번만 하면
각고간 뼁끼통이 고기로 가득
그 틈에서도
수염난 큰미기는
거품물며 비좁다 비키라
용을 씁니다
뼁끼통이 차니
이젠 더 잡아야 소용이 없습니다
훌훌훌 옷을 벗고
덜 여문
빨간 고추내어
헤염칩니다
‘똥택이 쉑 자지 크네’
히야 친구말에
똥칠이는 저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아직 쪼만한데
히야 동생이니 걱정은 안됩니다
봇도랑에서 여름은
아이들이 부러워 눈을 떼지 못합니다 삼백사십이
방황
어리숙한 시인이 길을 나섰다
먹잇감을 찾으려고
가다보니 아기가 엄마등에 업혀
헤헤 웃고 있다
엄마는 앞으로 가고
아이는 내게로 온다
잘가라고 손을 흔들어 주는데
아기는 나를 부른다
그냥 잘가
또 걸었다
버스 승강장에 키작은 여고생 둘
아 씨바, 오늘 곽샘 짱나더라
씨바 그쌤 존나 짱나 생긴 것도
존나 후리비리 하면서
잘록한 허리 짧은 치마가
곧 캉캉춤을 추겠다
에이, 고이연
버스를 탔다
돈 내도 되지요?
이윽고 차창으로
도시가 흘러가고 공단이 흘러가고
낙동강이 흘러가고 있다
거리에는
흰, 검은 비닐봉지가 누가 높이 날으나 내기하고
봄바람은 들바람
인도위 처녀들은 시퍼른 맨다리로
또깍또깍 힘차게 걷고 있다
가로수 은행나무들도
움 티우려 움찔대고
어디론가 가고 싶어 방황하는 날
버스도 털레털레 계속 달리고 있다
삼백사십삼
사이비 교주
얘들아 있잖아
아빠는
한마디로
사이비종교 교주란다
왜냐면
속았다는 생각에
후회하나 싶으면
모처럼 착한 짓으로
쓴 웃음 짓게 하고
행복한가 싶으면
열받는 일 만들어낸다
그것도
아주 절묘하게
그래서
눈물날 때도
툭툭 털고
떠날수가 없어
모든 것 바치고
혼까지 바쳐도
아직 이렇게
지 맘대로 부려먹잖아
완전 똑같애
언제나
절 위해 기도하게 하고
절 위해 몸 바치고,
정 바치고, 모든 걸 바치게 해
오늘 저녁엔 교주님이
달래, 냉이 봄나물 먹고 싶댄다
얘들아
그렇다고 달래무침, 냉이국에
돈나물 무치고 있는 나는
도대체 뭐니?
삼백사십사
구남매
지섭이네 엄마는
또 애기 낳았다
맏이
지섭이 밑으로
올망졸망
하나, 둘, 셋, 넷
다시 다섯, 여섯, 일곱
아직 하나 더 여덟
그래서 아홉, 구남매
지섭이 엄마는
지나가다 어쩌다 보면
배가 불룩
자주 안보이면
몸 풀었네
지섭이네 집엔
언제라도 우유냄새가 가득
젖먹이
졸망한 눈들이 우유통에 가득
안먹겠다고 떼쓸 사이 없다
삼백사십오
독수리
돌개바람 불면
저 높이
독수리 한 마리 난다
슈우우우우우
내리 꽂히면
그 빠름이 억수로 무숩다
동네 꼬맹이들
누깔 빼 먹힐라
독수리 맴돌면
헛간으로, 광으로
변소로 숨어 들고
어리숙은 똥개야
어서 피하라고
독구, 메리, 쫑
애타게 부린다
삼백사십육
큰 누야
엄마같은 큰 누야
어떨 땐 히야보다 무서웠어
어떨 때 말고는
언제고 맛난 거 주고
업어주고 이뻐해 주던
큰 누야
3학년 어느 초가을
좁은 마당 구식 결혼식
누야 나도 기억해
그날 동네 연탄 다 내가 깼어
누야 연지곤지
이쁜게 싫었거든
삼백사십칠
파랑새아지매
그 옛날
엄마 장꾼 친구중에
유일하게 담배를 먹던
왜 먹는다고 했을까?
양말, 속옷 안고 장다니는
중늙은 과부 파랑새아지매
늘상 우리집엔
파장후 술에 취해 오셨지
장날
장이야 뭐 일년 열두달 대목아니니
단대목 아니면 술에 취하지
포목전 홀애비 박영감
마음준지 오래
몸주고 싶어 애 다는데
그놈의 박영감
아는지 모르는지
우리집에 오면
식은 밥 물 말아 드시고
신세한탄에, 눈물에
보통 주사가 아니다
우린 그만 안왔으면 좋겠는데
엄마는 술만 취하면
파랑새야 우리집에 가자
같이 오신다
지금 생각하니
파랑새야 불쌍한 파랑새야
그 허진 맘 읽어서리라
그 외로움
동병상련의 아픔
너무 잘 알아서이리
파랑새야 위로하면
내 맘도 좀 주저앉겠네
삼백사십팔
절대자
보노라면
절로
고개가
떨어
진
다
곧
처
박히겠다
존
경
슬그머니
부아가 치밀어도
빧트러히
총
절대자에게
우선 경례한다
절대자여
우선
한 동안은
영원하라
하일 히틀러 삼백사십구
흥덕3리 문중앞 삼거리
야들아
너그 기억나나
우리 동네
국민학교 교장 사택 바로 앞
세갈래 길
삼각지 만들어 놓은 거
병호네 집, 정순이네 집
선자네 집, 진숙이네 집
그 앞에
삼각지 만들어 놓은거
깡통차기도, 술래잡기도
도독놈 순사 놀이도
그 삼각지 중심으로 돌아쳤는데
우리 그거 뭐라 불렀나
30년 세월에 까마득히 잊었다
흥덕3리 문중앞 삼거리 삼각지
우리 뭐라캤나?
삼백오십
아하하
가만히 살펴보니
이 조직은
영어에 관대하다
왜냐
적어도 나보단
영어를 더 잘 알겠지
그러니 영어로 했겠지
요즘 무식의 척도는 영어니까
어쨌거나
영어에는 친근감도 가고
우호적이며
상냥하다
나도 바꿔?
삼백오십일
G.O.P에서
철원 삼천봉 아래
까마귀 떼는
고고한 백로 꼴보기 싫어
떼로 날며 위협한다
저리 가, 저리 가
갈대밭은 끝없고
고요, 고요, 고요
소나무 잎 떨어지는 소리 들린다
이념이 만들어낸
평화
이따끔
꾸궁
멧돼지 길 잘못들어
대인지뢰 밟았나
총부리로
서로 겨누었는데
세상에 더 없이
평화롭다
까마귀떼 백로 쫓느라
퍼드득 대지만 않으면
너무 평화롭다
한낮
G.O.P 초소에서
해맑은 민정경찰은
아차하면 졸겠다
뜨거워진 총열에 뺨을 대면
엇뜨거
아직 전쟁은 쉬고 있을 뿐
이러다간
일발필중
매단 양말은 맞추어도
적에게는 총을 못 쏠지도 몰라
평화만 흐르는
최전방 G.O.P에서
이젠 다 헤어져
너덜너덜한 원한을 지키고 있다
어린 민정경찰이
삼백오십이
사나
‘똥칠이짜스가 참말로
니가 내 이긴다캤나’
점심 시간에
3반 뚱텡이 태호가
옆에 저그반 서너명 뎋고
우리반 복도로 와서
대뜸 내 믹살을 잡고 얼럽니다
‘아이, 아이다’
‘짜스가 니가 캤다메’
‘아이라카이’
‘이 짜스기, 너그 반 승규가 카던데’
‘아이다 내 니 몬이긴다’
또 야단났음다
승규 고놈이 이간질했슴다
내사 누캉 싸울 생각 하낙도 읎는데
승규놈은 맨날 부채질임다
‘니 까불마 앞으로 함마 더 까불마 삭 지긴다’
주먹을 앙쥐고 갑니다
그래도 오늘은 다행임다
자랑 붙었시마 코피 깨나 흘맀을 낍니다
‘히야 나 죽겠다’
‘와??’
‘승규가’
‘골마가 와
또 쌈 부치더나?‘
‘으, 내가 기양 졌다캐서 안 싸왔다’
‘고 쉐끼 직이뿌까
낼 점심시간에 구동 빈소 앞으로 뎋꼬 온나’
‘히야, 고 쉐낀 내 가자캐도 안간다’
‘그래, 알았다 낼 내가 너그반에 잡우로 가꾸마
고 쉐끼 오번엔 쥐기나야지
근데 고 쉐낀 참말로 대단하다이
전번에도 반 지기났꾸마 고키 까부네
니도 마야 고런 끙기는 배와야 된다
사나는 고래 깐진 맛이 있어야 되능기야
죽을 땐 죽더락도 끝꺼정 뎀비야 돼
그기 바로 사나야 임마’
‘알았다 히야
근데 히야, 히야가 패고나머
히야 없을 때 내 괜잖으까?
고 쉐끼 언가이 독해야지’
‘니 고 쉐끼 무숩나’
‘으’
‘이 쉐끼 어리버리하기 숨도 안쉬고 으 하나
으이구 등신아 싸우마 누깔 독하기 뜨고
같이 차고 때리고 꼬집고 깨물고 하만 돼지’
‘으 근데 난 그기 안돼더라 고 쉐끼 무수바
눈이 찔꿈 깜키던걸’
‘얌마 이 히가 어예 대장된지 아나
그 쉐끼 정찬이 알재
저번에 히랑 싸워 대각빠리 빵구난 놈
떡대가 내 두배다 아구심도 아주 데낄인기라
힘으로 어굼뻑꿈하이 아차하문 지겠능기라
그래 우예노
히가 짱똘 들고 대각빠리 쪼사뿧제
선지피 질질 나이 뎀 항복,항복카더라
짜스가 머스마는 힘으로 안되머 머라도 들고
대각빠리를 뽀사야 되능기라
피를 바야 이자슥들이 항복하거등
알겠나
사나는 먼첨 끙기로 버티고 그기 안돼문 깡이다
짜스가 따라해봐라
사나는 끙기, 안돼문 깡’
‘사나는 끙기, 안돼문 깡’
‘알았제’
‘알았다 히야’
삼백오십삼
바람꽃
바람피우는 사람
사연 많듯이
홀아비바람꽃
꿩의바람꽃
들바람꽃
회리바람꽃
만주바람꽃
너도바람꽃
변산바람꽃
나도바람꽃
결국
니가 바람피면
나도 바람필란다
그 말하는 것같은
작고 예쁜 바람꽃
삼백오십사
白頭翁
오랜 세월
허리굽혀 버텨 오셨네
등산로 따라 걷다가
얼핏 만난 백두옹
아직 계셨군요
고히 뽑아
손에 얹어 모셔오고 싶었는데
그저 보드라운 털 한번 쓰다듬고
그냥 돌아 왔습니다
백두옹
다음 올때까지
그자리 고히 계세요
봄바람에 살랑
고갯짓으로 약속하시니
돌아오는 발걸음도 가볍습니다
삼백오십오
어떤 사망
지역 유력자 집안에
노환의 할아버지가 계셨습니다
하루는
할아버지가 위독하다며 구급 신고가 되어
급하게 출동했습니다
이미 사망하셨다 판단했는지
온 집안이 모였습니다
이 바쁜 세상에
사돈의 팔촌까지 모인 듯합니다
급하게 가까운 종합병원으로 모셔가며
최대한 응급처치를 했습니다
인공호흡도 하고
유력자 집안이니
혹시라도 나중에 책잡힐까
노심초사하며
응급실로 급히 모셔 갔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할아버지가 소생하셨고
그 일주일 뒤 바로 그 집에
다시 구급 출동을 했습니다
이번에도 이미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이
벅적벅적합니다
'이번에는 확실히 돌아가신 것 같은데'
유력자가 말씀하십니다
이미 시반에, 사후강직까지
나름대로 확실히 돌아가신 거
확인후 신고하신 것 같습니다
속으로 좀 웃었습니다
바쁜 세상이니......
삼백오십육
인생 좀 산다는 거
ET랑 교감한 소년은
무엇에 실망하고
마약없이 살 수 없는 청년되었나
‘세상살이 고수월할 줄 알아’
엄마는 항상 뇌이셨지
그 뜻을 몰랐었는데
사춘기 아들이 ‘아, 씨바 짱나’
들릴 듯 말 듯
불같이 분노가 차오르다가도
그래 쉽진 않을거다
엄마, 아빠가
시시콜콜 설명할순 없어
그러나 아들아
쉽진 않을거다
그땐 우리도 몰랐어
‘인생 고수월할 줄만 알았지’
그 뜻 정말 몰랐어
아들아 네겐
좀 잘 설명하고픈데
울엄마는 얼마나 답답했겠니
삼백오십칠
번데기
은영아
그때
그 번데기
하나도 못먹었다
너그 집까지 가서
후히 준 그 많은 번데기
한 마리도 못먹고
엄마한테 혼날까
가방에서
몇 날 며칠에
하얀 구데기 슬어
냄새가, 냄새가 나
엄마에게 들키고
그 아까운 번데기
한 마리도 못먹고
그때가 4학년 때였니?
5학년 때였니?
그 번데기 지금도 아쉽다
삼백오십팔
며느리배꼽과 며느리밑씻개
며느리배꼽만도
아슬아슬한데
며느리밑씻개
좀은 외설스럽고
아무데서나
그 작은 가시로 부여잡고
입사귀는 새코롬
신맛이 난다
며느리배꼽과 며느리밑씻개
꽃도 곱고 열매도 고와
파란 하늘 바라보는
홀시아비 얼굴이 붉어진다
삼백오십구
봄비
양철지붕에 봄비 듯는 소리
아직 댓돌위엔
어머님의 흰 고무신만
참빗 사각이는 소린
언제부터런가
태초의 소리처럼 아득하고
가슴이 선득선득하다
마침내 방문이 열리고
‘가자’
단호하게 끄는 손
땀도 나지 않는다
그 집 주모는 엄마보다 댓살도 더 많겠는데
푸짐한 살집만큼 교태있나
흰 와이셔츠 풀어진 단추가
아버지 풀어진 눈보다 미웠나보다
아버지 목에 상채기가 났다
여자는 멀거니 보고
이윽고
오래 기다린 막걸리잔을
휘휘 손가락 저어 마시곤
크윽 트림하는 저 여자 밉다
흩어진 옷고름사이
허이연 젖무덤이 밉다
마지못한 발걸음엔 힘없다
울아래 개나리 흐드러진데
흥이 일어야 타령도 하지
너무 꽉쥔 손 아픈데
아버지 눈은 허공을 쫓고
봄비는 애살스럽게 듯는다
삼백육십
목련
무슨 할말로
그리 큰 꽃잎 가졌냐
왜 그 큰 꽃잎
오래도록 피워
큰누나같은
후덕한 꿈 피우지
에헤라 벌써 한잎 두잎 지고
그래야 너 피고진 줄이나 알겠나
목련아
저 먼 고향땅 바라느라
북쪽 하늘만 보느냐
새 봄엔
이미 네 향이 그윽하다
삼백육십일
채무
엄마
엄마대신 누나
누나대신 여보
여보대신 딸
내 여자들 좀만 기다려 줘요
좀만
내 인간되거든
언제?
모르지
다만 인간되거든
내 행복하게 해 줄께요
누구?
모르지
나는 몰라
다만 좀만 있으면
내 인간되어
행복하게 해 드릴께
미안해요
엄마, 누나, 여보
딸아 미안해
삼백육십이
랑가
랑가
장모님이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
이방 저방 다니며
‘안냐세요 안냐세요’
착한 웃음짓던
파키스탄 젊은이입니다
대학을 다니다
먼저 온 누나따라
한국에 온
코리안드리머입니다
아차하는 순간에
손가락 세 개가 잘리고도
그저 착한 웃음지며
온 병원을 ‘안냐세요’
즐겁게 합니다
사람 어려워하는
장모님도
랑가
딸 하나 더 있으면
랑가줄텐데
즐거운 농담하며
친하게 지냅니다
파키스탄 작은 청년
밤마다 다친 손이 아파와도
병실마다 ‘주무세요’
인사하며 다닙니다
착한 청년 랑가
꼭 꿈을 이루길
이 많은 제비꽃
그중 하나 못났나
아니 너무 예뻐
산, 들로 나가면
고개 숙여
우리 땅에 핀 작은 풀꽃
눈길 좀 주고 그래
제비꽃만 예쁘나
아니, 아니
들풀꽃
안보아 그렇지
보기만 하면
어느 꽃 안 예쁠까?
우리 들풀꽃
좀 아끼자고요
이뻐 하자고요
삼백육십구
선생님
야, 야 온다 온다
수구리 수구리
학생지도부 체육선생님
땅땅한 체구에
무어하나 거칠 것 없는
아무리 개망나니 말광대도
선생님께는
그저 수구리고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좋다
한 번 걸리면 초죽음 된다
야, 야 온다 수구리 수구리
체육선생님
무서운
박수구 선생님
* 실제로 우린 문중 입학해서 소문만 들었지, 직접 가르침을 받진 못했습니다. 여중으로 전근가셔서...
우린... 구자...구자춘은 도지사였고, 구자대는 우리반이었고 구자... 술을 하도 드셔 알콜 중독 상태셨던 구자....리어카로 모시러 많이 다녔지요...우리 배구부원들...성함이 기억이 안나네요...죄송하게도...
삼백칠십
협상
악마가 싱긋 웃으며
니 영혼을 내게 팔아라
5억을 주마
하하하하하하
아나 내 영혼
그냥 5천만 좀 땡겨 줘
정말이지
5천이면 이까짓 내 영혼
니 맘대로 해라
텅텅비어
눈물 날 시 한편 못 지어
허구한 날 한숨지는 이 영혼이야
삼백칠십일
花蛇
너도 독사냐
소나무위 양지쪽에
봄 볕살 쬐는
또아리는 왜 그리 예쁘냐
가녀리어
나뭇가지 꺽어
툭툭
시비를 걸어도
고 작은 눈 꿈벅꿈벅
그래 花蛇야
봄이구나
너도
지난 겨울 얼어붙은 몸 말리려
봄볕 다스히
한껏 봄이었고나
미안 계속해
삼백칠십이
세상살이
세상 자알 돌아갑니다
지나가는 동네 이쁜 아이
머리 쓰다듬으면
CCTV보다
냉정한 눈초리 받겠습니다
나이먹고 혼자 사는 것도
외롭고, 분하고, 서러운데
이젠 동네에서 무슨 일나면
온 집안 루미놀테스트로
가관도 아니겠습니다
이런 형편이 하 답답해
술이라도 한잔하면
민중이 지팡이 제 집 드나들듯
방문하겠습니다
이젠 어찌 살아야 할지 암담합니다
삼백칠십삼
눈물나는 날
이봐, 마누라
또 눈물이 나네그려
그 먼 먼 길
무슨 생각으로 다녀 왔는가
어울리지 않는 가방
부끄럽지 않던가
내 꽃같은 각시가
나이 40 넘어
한식조리사 시험 치게 될 줄
꿈에나 생각했던가
아내여 미안허이
미안허이, 미안해, 미안해
시험 잘쳤나
전화하곤 또 눈물 찔끔
허 참
삼백칠십사 孤寂Ⅲ
돌담길 따라
클레멘타인 흐르고
잠깐 그 딸 생각에
삐이꺽
밀대문 열고
양지쪽에
돋보기 끼고
쪽마늘 까시던 할무니
‘누고?’
치뜨는 눈
니 누라도 반갑고나
차마
노래따라 왔단 말 못해
할머니 그게 육쪽마늘인가요?
응, 이거 상리마늘이여, 유명해
예
무언가 더 말해야 하는데
할무니가 고개를 숙이고
휘청
그 자리 돌처럼 굳어도
할무니는 마늘만 까시고
이제
클레멘타인도 애절하게 끝나 가고
삼백칠십오
驚異
들풀은
가을에 낙엽처럼 떨어져
겨울엔 찬바람에 바스라져
그래도 억세게 견뎌
간신히 매달렸다가
봄 오면
어느 새 새 잎 돋아나는 줄 알았지
우연히
개똥지빠귀 포르르 떠난 자리
가만히 보다가
지난 겨울 바스러지지 못한
그 잎새에
푸른 물 들이고 있었네
시나브로
잎새마다 퍼져오르는 푸름
정말 몰랐었어
새 잎 나는 줄만 알았지
아아, 神秘
아아, 驚異
무어가 맞는 말이야
삼백칠십육
이봐
고마 인나
뚫어져라 봐도
니 원하는 만큼
고운 댓글도
많은 조회도 안돼
미련하게
이까페 저까페 뒤적거리지 말고
인나
고마 맘 문 김에
시작도 누르지 말고
그냥 코드를 확 뽑아삐
기양 인나
먼 절차가 필요해
기양 인나 기양 나가
햇살은 햇살대로
바람결은 그 결대로
코도 간지럽고
뺨도 간지럽지
두근두근
나오이 좋지
눈부셔도
세상이 바뀐 것 보이
참 좋지 삼백칠십칠
금오산
금오산 꼭대기
약사암 앞에서
굽어굽어 내려다 보니
오호라 이거 도통하겠군
헬기장 한 끝에서
가부좌 틀고
내가 부처다
눈을 감았다 떴다
온 산 산신께
나도 끼워달라 하니
운무가 돌아치다
오늘 잡벌레는
꿈도 야무지다
벙싯벙싯 비웃고 간다
현월봉 아래
바람부는 헬기장
한 귀퉁이에서
합장 기도로
남은 악업 버리고
좋은 연 만들도록
도통하면 좋겠다
삼백칠십팔
孤寂Ⅳ
예천 상리 두성
저수재 아래 동네
개한마리 짖으니
온동네 개가 난립니다
정작
제 바람에 움찔 놀랐는데
삼백칠십구
선생님
오늘
전에 없던
희얀한 꼴 당하니
아하
사람이 늙으면
눈이 침침해지는 거보다
맘이 침침해지니
이리 되는구나
그래
나는
두 번 세 번 새겨야지
내 늙으면
뭐든
내 생각이
무조건 옳지는 않을거야
항상 여지를 남겨두고
항상 상대를 생각하고
아이구, 선생님 고맙습니다
삼백팔십
싸이코패스
잘 생각해봐
취미가 낚시고
바둑이 4단이면
컴에 붙들려
아침부터 새벽까지
밥은 먹나
밥은 먹고 다니나
쯧쯧
나이 많은 게
아주 벼슬이지
불쌍한 인생아
불쌍한 인생아
삼백팔십일
암벽 틈 소나무
암벽 등반하냐
그 모습 애처롭다
그래 어디 고수월한 땅 있으랴만
그 매달려
바위덩어리 뚫고
짠 바닷물 밑
시원한 물 한번 마시려면
얼마나 용을 쓰야 하나
애닯다
어지간 하면
훌쩍 뛰어 내려
죽든지
아니면
좀 포삭한 땅에 뿌리 내려
맘껏 뜻을 펼쳐 보든지
아아, 희미한 눈으로는
너의 뜻 모르겠다
안타까움에
보는 눈이 아리다
암벽 틈에 낀
푸른 소나무야 삼백팔십이
시작의 고통
오늘은 글 안되는구나
영 성에 차질 않는다
지우고 쓰고, 쓰고 지우고
이 부분이 이상하고
저 부분이 부족하고
그런데
오호라 또 오해 사겠다
오늘은 글 안되는구나
영 맘에 차질 않는다
이젠 글 지으면서도
눈치도 보고
맘도 졸이며
정화를 하자
내 좋다고 쓴 글이
누굴 괴롭게 한다면
화나게 한다면
그건 안될 말
아! 이놈의 시작은
왠 고통을 이리 안기냐?
오늘도 흉내시인
절필 유혹 이겨내느라
자판만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다 삼백팔십이
바로 인생
지난 가을에 바람불던 어느 날
안녕하며 헤어졌던 그녀가
너무나도 예쁜 미소 지으며
바로 내 앞을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그녀의 남자친구와 아주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가는 걸 보고는
아, 나는 느꼈네 인생무상
이렇게 허무할수도 있다는게
바로 인생이란 걸 알았네
가끔씩 그녈 잊지 못하고
찬소주를 들이키며 추억에 젖었던 날들이
얼마나 어리석었는가를
오늘 난 너무 확실하게 확인을 했네
야이, 야야야야야 야야야
아픔 때문에 울고 말았네
슬픔 때문에 눈물 지었네
삼백팔십삼
微明
아직은 어둡다 길 나서지 말아라
하매나 바쁘면 하루종일 분주하다
아서라 긴호흡 한번 차근차근 천천히
1971년 5월 어느 돌개바람 불던 초여름날
문경중학교 운동장에서
문경군민 체육대회가 열리고
작은 운동장 둔덕에서
햇살 피해 앉으신 꼬부랑 할머니
그 앞으로 알록달록 꽃수술 들고
마스게임 하러 가던 누나들 지날 때
“에구, 아아들도 많아라, 난 일곱밲이 안났는데
누 씹구여서 저키나 마이 나았노?”
그때도 사람 참 많은 줄 알았는데
둘만 낳아 잘 기르고
둘도 많다, 하나만 낳자 했는데도
세월은 흐를대로 흘러
아하, 사람이 너무 많아
시인은 우리 국어선생님, 김시종선생님
베레모 쓰신
그분만 시인인 줄 알았는데
틈나면 끄적거려
잡동사니같은 글들 모이니
주제 넘게도
‘여보, 나도 나이들면 시집 하나 내 보까?’
했다가
세상에!
온통 김시인, 이시인, 박시인, 최시인
흔한 게 시인님
에라이, 허접아
絶望하는 흉내시인아
삼백팔십구
이름표
가끔씩 정신 놓으시는 시아버지
‘어머니, 이젠 아버님 이름표 달아 드려야 해요’
‘아니다, 아직은’
단호하신 시어머니
‘언니 왜그래요, 아버지 미쳤다고
동네방네 광골 해야 속이 시원해요’
아닌데, 이건 아닌데
속앓이 하면서도 감히 더 고집을 피우진 못했다
한번은 근 10리나 떨어진 경찰파출소에서
한번은 119 아저씨들이
바지춤에 든 신분증을 보고 모셔왔지만
이름표를 달아드리진 못했다
틀림없이 후회할 일 생길 줄 알면서도
그예 사단이 났다
세상사란 행운보단 불행이 훨씬 더 가까이 있으므로
어찌 그리 가셨을까
평소 좋아하시던 낚시라도 가셨는가
원평 시내에서
어찌 길을 찾아 나가
양호동 제방길을 걷고 걸어
낙동강에 닿아
그 물따라 그 길따라
걸어 걸어 쉼없이 걸어
인동 어딘가에서 길찾아 오르셨는가
남구미 고속도로변에서
걸레가 되도록 처참하게
轢死하셨다
그냥 가슴에 이름표만 달아
70먹은 노인도
그저 유치원생 보듯이
주의 기울여 살펴봐 주시라하면
그 무슨 흉될 일일까
시어머니, 시누
곡소리 씩씩하다
삼백구십
그대 생각
풋
우선 웃고
이건 어찌 그려야 하나
그냥 흐뭇한 미소
속 좋은 사람아
그냥
그냥
그냥
둬
내비둬
맘 속
피는대로
그으냐앙
삼백구십일
비애
세상에 둘도 없이
너무 착한 김착실양
세상 무서운 줄 모르면 안될꺼 같아
집을 떠나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엄마, 아빠 모르시게
다만 며칠 동안이라도
아니, 단 하루 동안이라도
그래서 우선 자금을 장만하려고
구석구석을 뒤졌습니다
12,673원 68전 36센트 15실링 80엔 60위안
상평통보 4개와 단위 모르는 몇몇개 더
지갑에 용돈 12,000원 빼면
쓸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어릴 적부터
엄마, 아빠 이상한 돈 나줘
보물처럼 모아온 이상한 돈
그거 말고
더 없었습니다
너무 착한 김착실양
이제부턴 용돈 좀 쪼개 모아야겠습니다
삼백구십이
무제Ⅵ
어느 봄날 새벽
부지런한 모기야
너 참 대단하다
배고플까
좋은 마음으로 손등 내어 주고
배불리 먹고 모니터에 앉은 놈
따겁고 간지러워
에라, 죽여버렸어
삼백구십삼
技巧
허허
둔한 기교
남들 다 아는데
저만 신났다
미련 곰탱아
왜 너만 신기하니
남들 이미 다 알고
미리 웃음 지어 버렸는데
그냥 솔직한 글만으로
제법 모양 나는데
한번 쯤은
애써
살짝 꼬아 보고 싶었니
헛된 기교
다신 시도 마라
똥칠이, 똥택이도
잘 가다듬으면
좀 웃어주지 않겠니
헛. 짓. 마. 흉. 내. 시. 인.
삼백구십사
철조망
하하
학준이형 아부진
기차 괭목가는
기차역 임시직
술먹고 주사 심해
임시직 직업을 잃고
대취해서
노상 철길을 베고 잠을 자도
용케 사고는 면했다
어느 초봄
또 술에 취해
비츨걸음에 어쩌다
학교 담 철조망에 걸려
혼자 용을 쓰신다
‘이놈 쉐키 안놓나’
‘쥑인다 니 안놓나’
‘인자 더는 몬 참는다’
‘놔라 좋기 말할 때’
‘하나’
‘둘’
‘서이’
‘진짜 마지막이다 니’
옆에 있던 한식이 아부지
보다 못해
철조망 걸린 웃도릴 젖히고
‘쉐키’
‘진작에 놓을 것이지’
‘말이야’
하고 가시는데
그 집 조막만한 강아지가 뒤따르고
졸랑졸랑 비츨비츨
동네에선 또 다른 전설이 되고
삼백구십오
수양버들Ⅰ
초저녁
그 밑을 지나며
고개 들면
산발한 하얀 귀신
‘니 잡아 무욱자’
카까바
눈 내리 깔고
한번 쯤은
돌개바람 맞은
흰 봉다리에
거나하게 취한 아버지도
식겁을 하고
잡혀 끊어지고 끊어져도
애타게 손내미는
수양버들
삼백구십육
수양버들Ⅱ
똥칠이 오빠야가
큰 가지 뚝 꺽어
이만한 큰 호뚜기
니 불어 바라
후 후 후
헛바람만 새고
인내 바라
뚜뚜 뛔에에에 뛔
위뚜 위뚜 휘리휘리 위뚜
오빠야 난 쪼맨거로 맹글어 도
그래
작은 가지 깝데기를 홀랑 벗겨
하나 둘 셋
세 개나 맹글어 줍니다
홰띡 홰띡 홰홰왜
왜에에에 왜띡
호뚝 호뚝 호호뚝 호뚝
오빠야 이게 젤 났다
위뚜 위뚜 휘리휘리 위뚜
호뚝 호뚝 호호뚝 호뚝
삼백구십칠
수양버들Ⅲ
가냘파라
가냘파라
까치발하고 잡아
휙 당기면
어라
이리 와
끊어져
이리 와
이리 와
능청맞은 거부
겨우 알겠네
그렇게 늘어져서도
곧은 속맘 품었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