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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노는 거 박사에요^^” 맘껏 뛰놀며 스스로 커가는 숲유치원 아이들
연이은 큰눈으로 온통 눈세상이던 7일 오전, 도원이, 소정이, 해욱이, 두섭이, 그리고 주호, 이렇게 다섯 명의 꼬마 친구들이 잰걸음으로 눈길을 걸어간다. 이들의 발길을 재촉하는 곳은 공근면 덕촌리 야산에 위치한 자그마한 숲이다. 숲에 도착한 아이들은 ‘요정쉼터’, ‘전쟁터’ 등 자신들이 이름붙인 공간에서 쌓인 눈을 가지고 이런저런 놀이를 한다. 그렇게 아이들은 오전 놀이를 마쳤다.
이 어린이들을 숲으로 인도하는 곳은 수백초등학교 병설 ‘숲유치원’. 최근 몇 년 사이, 특히 지난해부터 산림청의 본격적인 지원이 시작되면서 전국적으로 숲유치원 혹은 숲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유치원이 늘고 있는 가운데, 수백초 병설 유치원은 횡성을 포함해 강원도 내 공립유치원 가운데선 처음으로 운영되고 있는 ‘숲유치원’이다.
숲유치원은 이름 그대로 숲속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하루종일 숲속에서 실컷 뛰노는 것이 아이들의 일과다. 교사들은 아이들을 지켜보고 그들의 놀이와 행동을 기록할 뿐, 어떠한 지시도 교육도 하지 않는다. 아이들 스스로 계획하면서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도록 하는 것이다.
겨울방학을 맞기 전까지 수백 숲유치원의 아이들은 매주 금요일마다 덕촌리의 숲에 가서 하루를 보냈다. 자기들만의 ‘아지트’인 요정쉼터 꾸미기, 나무타기, 나뭇잎케잌 만들기, 크리스마스 트리 만들기, 냇가 놀이 등, 자기들 맘껏 뛰어놀면서 아이들은 점차 조직적으로 놀이를 즐기는 모습을 보이게 됐다고 한다. 사진을 촬영할 때도 아이들은 ‘김치~’나 ‘치~즈’가 아니라, ‘레디~액션!’과 함께 포즈를 취한다. 수백유치원에 숲프로그램을 도입한 허자(45, 여) 선생님은 아이들이 좋아지는 모습을 확연히 볼 수 있다고 했다. “아이들이 더 활동적으로 변하고 언어구사도 다양해졌어요. 서로 협의도 할 줄 알고 놀이도 점점 심도가 깊어져요. 아이들은 숲에 가도 감기에 안 걸려요. 저는 아이들을 관찰하고 있다 보니 매번 감기에 걸리지만요.”
한글교육은 물론, 심지어 외국어 교육까지 실시하는 일반 유치원들과 달리, 숲유치원은 아이들에게 ‘뛰놀 수 있는 자연’을 제공할 따름이다. 거기엔 무언가 다른 관점과 인식이 깔려 있다. 허자 선생님은 강조한다. “숲유치원은 ‘양계닭’이 아닌 ‘토종닭’을 기르는 교육이에요. 교사 중심의 수업으로는 아이들을 발전시킬 수 없어요. 숲유치원은 아이들 중심의 교육입니다. 몸과 마음과 영혼이 모두 건강해지는 교육입니다.”
많은 부모들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조기화되는 학업경쟁에서 아이들이 뒤처지지 않을까 걱정들을 한다.하지만 허 선생님은 “글씨를 배우는 것은 어느 순간에 치고 올라가는 거에요. 초등학교 입학 후 3월경엔 한글 점수가 빵점이 나와도 이곳 아이들은 한달만에 문자를 100% 해독할 수 있을 거에요. 다른 아이들에 비해 치고 올라가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에요. 학습지 교육을 해봤더니, 이 아이들의 학습속도가 무진장 빠릅니다”라고 말한다. 서울 서초구 청계산자락에 위치한 ‘청계산숲자람터’의 경우, 80여 명의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데, 이 유치원에서도 ‘선행학습’은 실시하지 않고 있다. 청계숲자람터의 담당 선생님은“조기교육보다는 아이들이 맘껏 뛰노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부모들이 아이들을 보낸다”고 밝혔다.
수백 숲유치원 역시 교사와 부모와 지역민들이 힘을 모아 운영하는 곳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덕촌리 야산의 숲을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게 다듬고 정리한 것은 아이들의 부모와 수백초등학교 학부모인 신동미 씨 부부 등이었다. 신 회장은 “아이들이 마을을 지나다니는 것에 대해 지역 어르신들이 흐뭇하게 바라본다”고 전했다.
“참 좋은데...아이들에게 정말 좋은데...”
방학에 들어간 수백 숲유치원. 내년이면 8명의 아이들 중 7명이 초등학교로 진학한다. 그런데 인근에는 유치원에 들어올 아이가 없어서, 졸업반 아이들의 부모들이 직접 읍내 여기저기로 전단지를 돌렸다. 그 결과 횡성읍에 사는 아이 10명이 모집되었고, 이들 덕에 숲유치원은 내년에도 운영이 가능해졌다.
해마다 아이들을 모집하는 것도 어렵지만, 교사 풀(pool)을 만들어내는 것도 숲유치원의 중요한 과제다.공립유치원의 특성상 교사들은 발령에 따라 이동을 해야 한다. 그래서 숲유치원을 이해하고 운영할만한 후임자가 없다면 숲프로그램은 중단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때문에 허자 선생님은 “내년에 숲유치원 동아리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방세미나든 국제세미나든, 숲유치원 관련 모임에 가보면 ‘공립’교사는 나 혼자뿐이에요. 아마도 공립교사들에게 정보가 충분히 없거나 업무가 과해서 관심이 적은 것 같아요.”
수백 유치원의 관계자들은 숲유치원의 장점을 이렇게 홍보하고 있다.
“숲교육이 과연 좋은 교육인지 직접 내 아이들과 함께 확인해보고 싶었는데, 사실은 교사가 힐링을 많이 받게 돼요. 아이들의 표정에서 행복이 느껴져요. 교사로서의 사명감과 보람도 더 느끼게 되구요. 아이들에게 좋다고 하더니... 정말 좋아요.” (허자 교사).
“숲이라는 자연놀이 공간에서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고 체험과 경험하는 교육을 통해 자신의 행동에 자신감을 갖게 되고, 놀이에 필요한 도구나 자료를 직접 찾아서 그야말로 ‘아이답게’ 놀 줄 알게 되며 혼자서 노는 것과 다른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놀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뒤처지는 친구나 동생들이 있으면 배려와 협동으로 돌보면서 자연스럽게 더불어서 함께 사는 세상의 삶을 배우게 되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학교폭력의 예방 및 근절을 위한 어린이들의 인성교육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문환 수백초등학교장 겸 수백초등학교병설유치원장)
7일 프로그램을 마지막으로 숲유치원을 졸업하게 되는 주호에게 물었다. “초등학교 올라가면 여기 못 오는데 어떡해?” “엄마랑 또 올 거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