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사람 의료 봉사는 특별합니다. 회를 거듭할수록 하나님께서 매번 우리의 예상을 뛰어 넘는 결과를 주십니다. 지난 5월 10일 광운대학교에서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의료봉사 때도 그랬습니다. 진료를 예약한 학생들이 150명이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이걸 어떻게 하지’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들의 필요에 비하여 우리는 인원도, 장비도 너무 부족하였으니까요. 약품도 3, 40 명분 정도 밖에 남아 있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국제 보건의료 재단에서 엑스레이 차량을 보내주기로 했는데 약속한 방사선 기사가 집안에 일이 생겨 참석을 못한다고 했습니다. 사용방법을 아는 사람이 없어 빌어온 기계를 놀릴 형편이었습니다. 진료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초음파와 임상병리 장비 및 지원인력은 아직 구해지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외국인 유학생들의 우리말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는데 통역을 구할 길은 막연해 보였습니다. 안성에서 두 번의 외국인 근로자 진료, 성북구 일광 실버 센터에서 요양 중인 어르신 진료 등 세 번의 봉사 때마다 하나님께서 사람과 물품을 넘치게 공급해 주셨던 것을 기억하고 단지 기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나마 위안이 된 것은 이번 진료에 새사람 의료 봉사팀 전원이 참가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번에도 우리를 놀라게 하셨습니다. 약속된 시간에 정확히 대형 진료 버스 두 대가 도착하였는데 그 안에는 우리에게 부족한 약품과 장비가 산더미(^^) 같이 쌓여 있었습니다. 진료 장소인 학생보건소 약장 안의 각종 연고제들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할렐루야! 곧이어 봉사 경력이 화려한 방사선과 학생 두 사람, 초음파를 담당할 의대교수와 임상병리 기사들이 속속 도착해 세팅을 마쳤습니다. 진료 장소에는 이미 광운대 유학생 선교협의회에서 모집한 학생 봉사자들이 도열해 있었는데 잠시 후에 몽골, 인도네시아, 알바니아 등지에서 온 이화여대 국제 대학원생 열두 명이 와서 현장실습을 한다며 자신들에게 할 일을 달라고 아우성이었습니다. 접수에서는 예방의학 전문의 정용 권사님과 영문과 교수 출신 홍부미 권사님께서 진료받으러 온 학생들에게 6쪽짜리 설문지를 나눠 주고 내용을 이해하도록 돕고 계셨습니다. 학생들은 한국어 실력을 총 동원해서 설문지를 꼼꼼하게 작성하는 동안 자신들의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 상태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우리는 외국인 유학생들의 건강에 대한 인식과 한국에서의 생활상에 대한 귀중한 자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손수명 장로님은 권선순 집사님과 함께 학생 보건소에 마련된 침대를 사용하여, 박영순 권사님은 벽에 부착된 시력표를 사용하여 모처럼 편안하게 진료하실 수 있었습니다. 약사이신 김혜옥 권사님은 조제도 하시고, 차량 내의 약품 목록을 분석하며 사용 용법도 척척 알려 주셔서 우리가 준비 못한 약들도 사용할 수 있게 해 주셨습니다. 간호사 김영수 집사님은 봉사자 학생들에게 혈압 재는 방법도 가르쳐 주시며 교육과 진료를 동시에 즐기셨고, 붙임성 좋은 무라도프 형제는 통역도 하고, 손이 아쉬운 곳마다 뛰어 다니며 도왔습니다. 진료 차량 안에 산부인과 진료 시설이 있어 구금정 권사님께서 이미휘 집사님과 함께 본격적인 부인과 진료를 하실 수 있었고, 이상탁 장로님은 비좁은 공간에서 땀흘리며 세밀한 치과진료를 진행하셨습니다. 유학생들의 자녀가 별로 없는지라 소아과 교수인 심정옥 집사님은 팔을 걷고 치과 보조를 맡아 주셨습니다. 부군 이준서 집사님은 접수와 통역을 맡는 가운데 봉사팀의 회비 수거도 잊지 않는 치밀함을 보여 주셨습니다. 김덕진 목사님은 진료실 공간 활용과 인력배치, 봉사 진행을 총 지휘하셨는데 이제는 진료의 흐름을 완전히 파악해서 병원장도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새사람 의료봉사회장이신 김신애 집사님과 부군 조영덕 집사님, 부회장 박성숙 집사님은 학생회관 카페에 앉아 차량에서 전송되어 오는 엑스선 사진을 컴퓨터로 확인하며 아늑하게 내과 진료를 할 수 있었습니다.
몽골인 남학생 한 명이 한국에 온지 8개월 동안 체중이 15 kg 줄었다고 하였습니다. 대화를 하는 도중 한국 음식이 매워서 먹기 힘들고, 고국의 가족에 대한 걱정이 자주 들며, 친구들과 다투면 새벽 세시까지 잠을 못 이루는 등 스트레스를 겪고 있었습니다. 진찰과 혈액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은 없었습니다. 이왕 유학왔으니 공부에만 전념하는 것이 건강에도 좋겠다고 설득하려다가 몽골이 라마교가 흔한 나라이므로 절에 다니는지 물었습니다. 뜻밖에 교회에 다닌다고 하였습니다. 예수님을 믿느냐고 하니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습니다. 예수님에 대해 좀더 알려 주고 싶은데 신앙상담을 받겠는가 물으니 선뜻 그러겠다고 하여 광운대 선교회 목사님과 연결해 주었습니다. 나중에 그 목사님께 여쭤보니 그런 종류의 어려움을 겪는 유학생들이 많은데 학교 예배에 나오면서 신앙을 갖게 되고 좋은 친구들과의 교제도 하며 점차 치유된다고 합니다. 한 중국인 여학생은 술에 만취된 상태에서 다른 사람에게 기대려다 쓰러진 후부터 머리가 아프다고 하였습니다. 머리카락을 뒤로 묶을 때 심해진다고 하니 두피가 찧어서 나타난 대수롭지 않은 증세였습니다. 그런데도 학생은 자신의 뇌에 문제가 있지는 않은지 걱정하는 것입니다. 엑스선 사진으로 머리뼈가 다치지 않은 것을 확인해 주고 뇌에는 아무 문제 없다고 하니 안도의 환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또 다른 여학생은 미모에 키도 늘씬하였는데 다짜고짜 매독 검사를 할 수 있느냐고 물어 의료진을 긴장하게 만들었습니다. 마침 임상병리 항목에 그 검사도 있어서 부인과 진료를 받게 하였지만 그 학생이 우리나라에 와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을까 생각하니 참 안타까웠습니다.
올 여름 새사람 의료봉사팀은 우즈베키스탄으로 해외 단기의료선교를 떠납니다. 이제 또 우리가 갖추지 못한 것에 대한 고질적인 걱정이 들기 시작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준비 기간을 통해 우리의 믿음을 시험하시고 현지에서의 체류기간을 통해 우리를 훈련시키실 것입니다. 베스트 셀러 ‘내려놓음’에서 잘 길들여진 몽골의 준마가 힘이 넘쳐나지만 기수가 지시하는 대로 민첩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온유라고 하였습니다. 새사람 의료봉사팀원 모두가 온유한 자가 되어 하나님의 선한 영향력이 우리를 거쳐서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미치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우리 가운데서 역사하시는 능력대로 우리가 구하거나 생각하는 모든 것에 더 넘치도록 능히 하실 이에게 (엡3:20)” 영광과 감사를 드립니다.
2009. 5 김은상(총무, 삼성의료원 신경외과)